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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나리오 제작에 필요한 최소 5대 연출 요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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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thfollower.com

“아! 이제 스토리 다 썼다! 이제 게임으로 바뀌어라, 얍!”

……이라고 외친다고 해서 스토리가 뿅! 하고 게임 시나리오로 바뀔 수는 없다.

구현되지 않은 시나리오는 아직은 잠들어 있는 ‘아이디어’에 불과하다. 이대로는 작가를 제외한 그 누구도 스토리를 알 수 없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플레이’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아직은 문서에 불과한 시나리오를, 게임 개발자가 배경화면을 깔아주고 BGM을 틀어주어야 마침내 ‘플레이할 수 있는’ 시나리오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시나리오가 게임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작 공정을 거쳐야 한다. 시나리오를 요리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재료는 아래와 같다.

  • 캐릭터
  • 대사(및 지문)
  • 배경화면
  • BGM
  • SE(SFX)
  • UI 컴포넌트(편의성 버튼)
  • 그 외 우리 게임 시스템에 호환되는 기타 리소스(팝업, 이모티콘 등)

캐릭터

캐릭터가 없는 시나리오가 있을까? 하다 못해, 동물의 왕국에서도 서로 짝짓기를 하기 위해 모여드는 동물이 있다. 캐릭터의 대사는 그 캐릭터의 개성을 드러내고, 캐릭터의 행동은 그 캐릭터의 의지를 드러낸다. 캐릭터의 행동과 대사는 연출의 모든 요소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절대 빼놓을 수 없다.

대사

캐릭터가 등장했다면 발화(대사)를 해야 한다. ……즉, 그 중요도를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만큼 반드시 필요하다는 소리다.

배경화면

귀여운 캐릭터가 준비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을까?

그러면 좋았겠지만, 캐릭터가 서 있을 공간이 언제까지나 Black이나 White 단색의 영역으로 남아 있을 수는 없다. 뭐, 만약 하얀 방에 갇힌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하더라도, White 배경이 아니라 White Room 이라고 하는 다른 배경을 준비해주어야 한다.

Black 배경에 캐릭터만 혼자 서 있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고? 그렇게도 연출할 수 있다. 추후에 다른 장에서 자세히 기술하겠지만, 그것은 연출의 일부 요소로써, 연출가의 의도일 확률이 높다. 가령, 그 캐릭터가 혼자 생각하거나 독백을 하는 장면을 넣기 위해서 그렇게 연출할 수 있다. 하지만 곧 다른 배경으로 전환될 것이다.

배경은 그 캐릭터가 서 있는 ‘토대’다. 토대가 언제까지나 비어 있을 수는 없으니 배경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꼽을 수 있다.

BGM

혹시 평소에 소리를 꺼 두고 게임을 플레이하는가? 그렇다면 한번 나중에 BGM을 켜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

BGM은 연출에서 가장 어려운 요소로 손꼽힌다. 정확히는, 어떤 대사, 어떤 타이밍에 어떤 BGM을 틀어줄 것인가는 연출가로서 항상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이것은 나만 느낀 것이 아니라, 주위의 모든 연출가가 입을 모아서 한 이야기이니 아마 맞는 말일 것이다.

BGM은 그 이야기의 무드를 담당한다. 가령 적과의 일생일대의 싸움을 앞두고 있다면 비장한 BGM을, 소녀와의 달콤한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라면 톡톡 튀는 BGM을 쓰게 된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가령, ‘이제 곧 이별을 앞두고 있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행복하게 보내자.’라는 이야기에서 틀어주는 BGM은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하루만은 행복하자는 다짐이 있었기에 즐거운 무드의 BGM이 어울릴까? 아니면 플레이어마저 이제 곧 파국이 다가올 것을 알고 있으니 우울한 BGM이 어울릴까? 그리고 이러한 BGM을 언제 틀어주는 게 좋을까. 이 모든 판단은 앞으로도 연출가들에게는 영원한 숙제로 남아 있을 것 같다.

BGM 없는 스토리는 없다. 단언컨대, 연출 의도가 아니라면 그렇다. 오히려 잘 나오던 BGM이 갑자기 꺼진다면, 플레이어는 긴장감을 느낀다. BGM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하다.

SE/SFX

SE라고도 하고, SFX라고도 하는데, 한마디로 ‘효과음’이다. 효과음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고 되물을 수 있겠으니 한번 이 기회에 같이 상상해보면 좋겠다.

나는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살아 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 녀석을 단죄할 시간. 비장한 걸음으로 처형장에 나선다. 철천지 원수를 앞두고… 이제 나는 긴 칼을 들었다. 앞에는 눈에 안대를 쓰고 있고, 손 발은 단단히 결박되어 꼼짝달싹할 수 없는 원수의 모습. 나는 긴 칼을 들고…

힘껏 내려쳤다.

그리고 화면은 순식간에 블랙아웃.

그런데 여기서 ‘슥!’ 소리나, ‘처억!’ 소리 등이 들리지 않았다면? ‘베었나?’, ‘피했나?’. 정확히 그 결말이 어떻게 났는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이런 애매모호함이 머리속에 뭉게뭉게하던 와중에, 화면을 전환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어떨까? 아마 그 장면을 보던 사람들은 가슴 속이 답답해서 다음 이야기가 집중이 안 될 것이다.

나는 좋은 연출은 독자, 시청자, 그리고 플레이어가 기대하는 게 있다면 그 기대를 잔꾀를 부리며 숨기려고 들거나 배신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베었다면 ‘벤 소리’가 나야 한다. 때렸다면 ‘때린 소리’가 나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절대로 이것을 즐기는 사람에게 내가 원하는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없다.

나는 한 편의 시나리오를 제작할 때 약 500개에 가까운 SE 풀이 확보되어 있는 스튜디오에서 일했다. 그럼에도 매 마일스톤마다 적게는 2~3개에서 많게는 10개에 가까운 신규 SE를 기획하며 발주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유저들의 진심 어린 찬사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매번 야근해가면서 고생해 주신 사운드 디자이너 분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를 드린다…)

그 외?

게임마다 다르다!

혹시라도 무언가 +a(알파)를 기대한 사람이 있다면 사과하겠다. 이건 정말 게임 스튜디오마다 다르기 때문에 뭐라고 확답할 수 없다.

팝업도 있고, 이모티콘도 있고, 다른 사람의 집을 염탐하는 망원경 연출 씬이 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러한 연출 기법은 시스템 구현이 완료되어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그렇기 때문에 연출 기획자는 어느 정도 구현 기획서를 작성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누구도 말리지 않는다. 내가 만드는 게임에서 무언가 참신한 시도를 해보고 싶다면, 그럴싸한 연출 구현 기획서를 써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