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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연출 필수 요소 – #4. SE/SFX

게임을 더 재미있게 하는 방법

혹시 평소에 게임을 할 때 소리를 끄고 플레이하는 편인가?

나같은 경우, 버스나 지하철에서 게임을 할 때는 소리를 끄고 플레이한다. 아니면 밤 늦게 자기 전에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소리를 끄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소리를 끄는 경우는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게임을 하는 것이 그다지 즐겁지도 않았다.

게임을 재미있게 하는 건 당연히 ‘소리를 켜고’ 게임을 하는 거다. 게임 개발자는 그 게임을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개발에 임한다. 게임의 BGM도 그렇지만, 효과음도 당연히 그 상황에서 그 효과음이 나오도록 기획 의도를 담아서 만든다. 나같은 경우, 게임 시나리오의 연출을 제작할 때는 약 2~3대사마다 최소 1개의 효과음을 들을 수 있게 연출을 구성했었다.

혹시 평소에 소리를 끄고 게임을 하는 분이 계시다면, 나는 이제부터라도 소리를 켜고 게임을 해보실 것을 권하고 싶다. 그것도 비싼 이어폰이나 헤드셋을 끼면 더욱 좋다.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두 귀를 풍성하게 해주는 음향기기와 함께 게임 속 세계에 천천히 걸어들어가보자. 나는 그게 바로 게임을 즐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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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 Dash

효과음은 무드를 지배한다

효과음은 게임의 무드를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요소다.

캐주얼한 게임은 뿅뿅 튀는 사운드에, 즐겁고 중독성 있는 BGM이 어울린다. 다크 판타지 장르의 게임은 둔중하거나 긴장감이 흐르는 소리가 게임의 분위기와 잘 맞는다. 비단 BGM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효과음 또한 게임에 따라 잘 어울리거나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있다. 결국은 다시 게임 컨셉의 이야기로 돌아가게 되는데, 게임 컨셉이 잘 잡혀야 배경화면도, 게임 내 사운드 요소도 컨셉에 맞게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FPS 게임을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콜 오브 듀티이든, 배틀그라운드든, 뭐든 좋다. 만약 스나이퍼 라이플로 저격을 했는데, 발사 사운드(펑! 쿵! 따위의 소리)라든지 피격 사운드(으윽! 퍼걱! 따위의 소리)가 나지 않는다면 어떨까? 아니면 분명 소리가 나기는 했지만 권총 발사음같은 소리가 난다면 어떨까? 심지어 그 소리가 ‘뿌잉!’하는 카툰풍의 사운드라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도 황당할 것이다.

BGM과 효과음이 적절한 게임 배경과 함께 만난다면 환상적인 조화를 자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컨셉 디자이너는 게임의 세계관과 설정을 배경화면, 그리고 BGM과 효과음에 잘 녹여낼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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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iper elite

게임에서는 효과음이 얼마나 자주/가끔 쓰이는지, 그리고 다양하게/반복적으로 쓰이는지도 그 게임에서 받는 느낌에 변화를 줄 수 있다. 같은 효과음도 조합해서 쓸 수도 있고, 일부러 효과음을 쓰지 않음으로써 그 장면을 긴장감있게 연출할 수도 있다. 이런 연출은 의외로 눈치빠른 플레이어들도 바로 알아챈다. 이런 연출 의도를 플레이어가 파악하는 것을 보는 것도, 연출가가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효과음을 잘만 이용하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연출할 수도 있다.

공성전 RPG 게임의 한 장면을 상상해보자. 붉은 깃발을 든 A라는 세력과, 푸른 깃발을 든 B라는 세력이 바로 오늘 결전을 벌인다. 두 세력은 각자 자신들만의 대의와 명운을 앞세워 서로를 향해 돌진하고…. 마침내 칼이 서로 부딪힌다. 여기서 중요한 건 그 격돌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두 세력이 서로 돌격하다가 화면과 BGM이 FadeOut되고, 오로지 창칼이 부딪히는 소리만 들려와도 우리는 이미 전투가 한창 격전이 벌어졌음을 알 수 있다. 이게 바로 효과음이 연출에 스며드는 순간이다.

특히 BGM과 효과음은 ‘호러 게임’에서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연출 요소다. 호러 게임에서는 좀비도, 귀신도, 미치광이도 등장할 수 있지만, 가장 무서운 건 그 무엇도 아닌 바로 ‘소리’다. 나(캐릭터)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는 내가 쉽사리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만든다. 특히 내가 가만히 있는데도 어떤 발소리가 점점 내게 다가오다가 점점 발소리가 빨라지고…! 갑자기 어디선가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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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도, 미치광이도, 고장난 기계도 없는 버려진 방이지만….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고독한 발소리가 플레이어를 끊임없이 옥죄여온다.
@SOMA

게임의 사운드는 현실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더 그 게임을 실감나게 한다. 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 상황에 직접 놓여진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한 마디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말대로, 몰입(Flow)한다. 우리의 뇌는 시각보다는 청각에 의해 더 강력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시각은 그것을 ‘인지’할 뿐, 몰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청각은 그 화면에 나를 표현 그대로 그 환경에 뇌째로 풍덩 빠트린다.

상상하게 두지 말고 들려줘라

게임 효과음 사용에 인색한 게임이 있다. 아니,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런 게임은 생각보다 많다. 특히 게임 스토리를 보다보면 소리가 나야 할 것 같은 부분에서 소리가 나지 않기도 하는데, 이는 게임의 몰입감을 떨어트린다. 플레이어가 느끼는 체감(경험)이 나빠진다는 얘기다.

시나리오가 좋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오직 시나리오가 재미있기만을 믿어는 안 된다. 게임 시나리오 자체의 완성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플레이어에게 그 스토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함께 보여주는 배경과 들려주는 소리도 아주 중요하다. 뭐 하나만 빠져있어도 플레이어들은 알아챈다. ‘아 스토리 대충 썼네.’ 하고. 연출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시나리오를 대충 만들다는 느낌을 준다. 혹시나 2~3년만 서비스하고 종료할 게임이라면 모를까, 오래오래 플레이어에게 사랑받는 게임을 만드는 스튜디오에서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내가 일하던 회사에서는 SFX를 제작하는 상주 인원이 있는 곳도 있었고, 아예 모든 SFX를 외주 등의 외부 스튜디오로부터 받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쪽도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은 없었다. 인력이 부족하거나 일정이 부족한 것이 다반사였다. 사운드 디자이너의 개발 환경은 대체로 열악했었다.

반면에 사운드 디자이너가 해야 하는 일은 정말 많다. 혹시 전투 사운드가 들리지 않는 게임을 해본 적이 있는가? 그런 경우는 없을 것이다. 어느 회사더라도 전투 사운드는 1순위로 사운드를 제작할 것이다. 플레이어에게 바로 티가 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나리오 연출에 사용하는 효과음은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아쉬운대로 시나리오 라이터가 (치익) 이나 (부스럭) 등의 지문을 대사에 써 넣기도 한다. 플레이어의 상상에 맡기는 선택을 한 것인데, 아쉬운대로 이런 방법을 쓰기도 한다.

게임은 소설이 아니다. 게임은 읽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하는 것이다. 소리가 나야 하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소리가 나야 한다. 소리가 나야 하는 곳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은 플레이어를 배신하는 것이다. 달리기를 하는데 발소리가 나지 않고, 총을 쐈는데 총소리가 나지 않는 것은 눈속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상상하게 두지 말고 들려줘야한다.

그게 바로 시나리오 디자이너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