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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UX디자인에 관한 오해

내가 UX디자인이라는 말을 처음 접한 건 대학생 때의 일이었다. 그때 처음 접한 낯선 용어 – 경험 디자인 – 이라는 말이, 지금의 내 삶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될 줄은 미처 모르고 있었다.

UX=UI?

UX(User Experience)란, 사용자 경험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가령 UI가 탈것의 개념(자동차, 자전거, 휠체어 등)이라면 UX는 ‘페라리, 벤츠, BMW’ 등 그 탈것으로부터 오는 제각기 다른 경험을 의미한다.

Gamejob description for ui/ux designer
UX/UI 라는 표현으로 흔히 붙여서 쓰는 것을 알 수 있다.
@Gamejob
Gamejob description for ui/ux designer
담당업무를 보면, UX디자이너가 하는 일보다는 UI디자이너, 정확히는 GUI디자이너의 일에 가까운 설명이 적혀 있다.
@Gamejob

난 언젠가 게임 개발자가 되면 플레이어의 쾌적한 경험을 설계하는 데 ‘경험 디자인’, ‘UX/UI’ 등의 개념을 활용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 업계에서 사용하는 UX라는 용어의 쓰임새는 내가 알던 것과 많이 달랐다. UX는 그저 UI에 붙어있는 ‘장식’같은 것이었다. 가령, UI/UX 디자이너. 또는, UX/UI 디자이너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UX디자이너는 ‘기획자’가 아니라 시각 ‘d’자인 스킬을 바탕으로 GUI를 그리는 ‘게임 아트’ 직군이었다.

UX디자인의 현 주소는 현재 이런 단계에 머물러 있다. UX디자인의 코어 컨셉 – 사용자를 가장 먼저 고려하는 디자인은, 아직 게임 업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들린다.

국내 게임업계에 UX기획자가 서 있는 곳은 없다

나는 중견 기업부터 외국계 스타트업, 그리고 대기업 자회사에 재직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UX 기획자’라는 직무를 담당자를 본 적이 없다.

시스템 기획자는 어떨까. 시스템 기획자는 게임 내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전반에 관해 관여하는 직군이다. 회사마다 그 담당 범위가 천차만별인데, 그렇다면 UX도 자연스레 함께 담당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시스템 기획자가 UX를 겸임하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어렵다. UX디자인까지 겸임하기엔, 시스템 기획 업무만으로도 굉장히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하기 때문이다. UX디자인을 알아두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 일까지 함께 맡아서 처리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나마 Fun QA가 UX를 개선하는 직군처럼 보인다. 게임의 재미를 검증하는 직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QA라는 직무 특성상, QA가 R&R을 뚫고 기획의 영역으로 들어와 프로젝트의 재미를 위한 설계를 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처럼, 모두와 연관이 있지만 아무도 챙기지 않는 그 회색 지대. 이곳에 UX디자인이 있다.

그렇다면 게임 개발 단계에서 UX디자인은 정말로 필요하지 않은 개념인 것일까?

UX기획자가 생각하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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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디자인 프로세스. 총 5단계로, 그 안에 수많은 세부 규칙이 담긴다.
@Venngage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게임’이니까, UX디자인은 반드시 개발자가 알고 있거나 고려해야 하는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게임 개발자야말로 사용자(플레이어)의 경험을 설계하기 위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이 오히려, UX디자인을 경시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모든’ 게임 개발자는 플레이어의 경험을 만드는 일을 하기 때문에, 그렇기에 UX디자인이 필요 없는 것이라고. 즉, 모두가 UX디자인을 하는 환경이니 UX기획자가 특별히 필요하지 않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것도 틀렸다. UX디자인은 UX리서치를 비롯해, 굉장히 넓은 개념을 아우르는 디자인 개념이다. 가령, 장애인의 사용성(Accesibility)을 개선하기 위해 색맹에 대한 기능 지원을 기획한다고 가정하자. 앞서 말한, ‘모두가 UX디자인’을 하는 환경이라면, ‘색맹 지원’부터 시작해, UX가 추구하는 가치를 반영한 게임이 시장에 넘쳐나야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어떤 기획자도 사용자 페르소나, 사용자 여정 맵, 사용자 Pain Point를 이야기하며 기획하지 않는다. 우리의 개발 환경은 그보다 훨씬 더 ‘개발자지향주의’에 가깝다. 개발자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것’을 개발하기 바쁘며, 이것은 때로는 사용자의 니즈와 충돌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시장에다가는 ‘게임을 만들었는데 대체 왜 안하는 거야!’라고 외친다. 사용자를 등시한 개발을 해 놓고서는 오히려 사용자를 욕하는 꼴이니, 회사에 바람 잘 날 없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UX는 개발을 원활하게 한다

UX디자인은 개발의 방향성을 견고히 한다. 우리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방향이, 시장의 메인 타깃(주 소비층)의 욕구를 충족시킬 것인지 끊임없이 자문한다. 그리고 사용자로부터 직접 받은 피드백을 통해, 우리 프로젝트의 현재 개발 방향이 맞는지 다시 한번 영점조절할 수 있다. 이것은 사용자 니즈를 몰라 무한히 표류하는 프로젝트일수록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다.

UX는 사용자의 니즈를 맞추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디자인이며, 사용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디자인이기도 하다. UX는 사용자의 불편을 줄이고, 오롯이 그 서비스에 ‘몰입’하게 한다. 게임을 끄는 것은 게임이 취향이 맞지 않아서, 재미가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게임이 불편해서일수도 있다. 사용자에 대한 이해는, 사용자가 더 존중받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긍정적인 피드백의 축적은, 궁극적으로 그 사용자를 자사 서비스의 로열 고객으로 만드는 열쇠가 된다.

다시 한번 게임 UX를 묻다

백문이불여일견. 백번 말로 해도, 실제로 그것을 보기 전까지는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어렵다. 이것은 당연한 것이다.

나는 국내 게임 업계에서 UX디자인을 배워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결국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고, 타 IT 업계의 UX Design 지식을 습득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UX리서치, 와이어프레임과 프로토타입 등의 지식을 습득하여, 나중에 내가 개발하는 게임에도 유용할 것인지 검증해보고 싶다.

또한, 내가 주목한 한 권의 책이 있다.

게이머의 뇌 - 그 매커니즘과 실상
게이머의 뇌 – 그 매커니즘과 실상
@Celia Hodent

이 책은 내가 아는 한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게임 UX 서적이다.

인간의 두뇌가 어떻게 게임을 이해하는지, 그리고 개발자가 어떻게 개발을 해야 게이머가 편안함을 느끼는지 잘 정리되어 있다.

비록 이 책이 게임 UX의 불모지인 현 상황을 바꿀 수는 없더라도, 게임 UX에 대한 관점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따라서 당분간은 이 책에 담긴 ‘인지 공학(Human Factor)’을 바탕으로 한 서술을 주제로 연재글을 작성할 계획이다.

언젠가 가장 UX에 대한 이해가 풍부한, 다재다능한 게임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