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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요? ‘D자인’이랑, ‘d자인’ 중에서 어느 쪽 말씀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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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라는 말은 참 어렵다. 앞뒤 맥락에 따라서 그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아래는 게임회사에서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대화를 하는 상황이다. 디자인이라는 표현이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유의하며 한번 읽어보자.


대현 : 선아 님. 저번에 퍼블리셔 PM님이 요청하신 디자인, 혹시 진행도를 알 수 있을까요?

선아 : 아, 넵. 그거 디자인 시안은 초안 받아서 제가 1차 피드백 넘겼고요, 민주 님이 이어서 봐주시기로 하셨어요.

대현 : 기획팀에서 레벨디자인할 때 초기 컨셉 필요할테니까 일단 러프라도 전달하는 게 좋겠어요. UI디자인팀에는 하루 정도 일정 조정 필요하다고 말씀드릴게요~

선아 : 아, 그러고보니 UI디자인팀에서 저번에 디자이너 충원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자세한 포지션은 말씀 안 해주셨어요.

대현 : 그래요? 그러면 이번에 컨셉 디자이너 뽑으면서 UI팀에도 물어봐야겠네요.


혹시 위 대화를 보면서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정확히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확실히 구분할 수 있었는가? 아래에 위 대화를 두 가지 의미로 구분하여 다시 정리해 놓았으니, 혹시 정답을 알고 싶다면 글을 마지막까지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아마 위의 대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디자인은 시각디자인, 패션디자인과 같이 시각적인 분야에서만 쓰이는 표현이 아니다. 더 광범위한 뜻을 가지고 있다.

디자인이란?

디자인이란, 옷이나 건물 따위에 대해 계획1을 세우거나 그것을 그리는 것2을 의미한다.

@Cambridge English Dictionary

즉, 디자인 업무라고 말한다면 그리는 것을 비롯해 기획하고, 설계하는 일까지 디자인 업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어떤 분야(패션, 자동차, 건축 등)에서는 우리의 인식과 동일하게 시각적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지만, 특정 분야(게임, UX 등)에서는 기획자나 설계자를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획자를 디자이너라고 부르는 게임 업계에서는, 시각 디자이너를 어떻게 부를까? 게임 업계에서는 디자이너라는 직군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곳일수록, 시각디자이너에 관해서는 ‘아티스트’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직군을 구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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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글을 쓰는 나조차도 여전히 ‘디자이너’라고 하면 ‘비주얼 디자인 아티스트’가 먼저 떠오른다.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도 디자이너라고 하면 태블릿 PC에 일러스트를 그리는… 뭔가 그런 이미지로 배웠기 때문인 것 같다. 외국에서도 디자이너라고 하면 그런 이미지의 이미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을 보니, 전 세계적으로 이런 디자인이라는 표현은 오해의 여지가 다분한가보다.

컨셉 디자이너는 그리는 사람일까 기획하는 사람일까?

예를 들어 ‘컨셉 디자이너’라고 하면, 그 의미는 아래의 두 가지 의미가 다 통용된다.

  • (어떤 대상에 대한) 초기 시안이나 컨셉 아트를 그리는 일을 하는 사람
  • 게임이나 어떠한 서비스의 컨셉을 기획하고 그것의 디테일(설정)을 짜는 일을 하는 사람

위의 일은 그림을 그리거나 일러스트를 만드는 일이고, 아래의 일은 세계관을 짜는 일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하는 일은 완전히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컨셉 디자이너’라는 용어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오해하기 쉬운 용어로 보인다. 굳이 위 두 경우를 용어로 구분하자면 ‘컨셉 아티스트’, ‘월드 디자이너’ 정도로 구분하면 어떨까?

UI 디자이너는 이론이 없는 확실한 d자이너?

위처럼 하나의 표현인데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업무를 하는 직업군이 또 있다. 그건 바로 ‘UI디자이너’다.

  • 제품/서비스에 관해 UI컴포넌트의 배치나 뎁스를 고려하며 사용자의 쾌적한 UI경험을 설계하는 사람
  • (대표적으로) 게임의 GUI를 그리고 UI와 UX를 짜는 사람

위의 직무는 UI 컴포넌트를 설계하거나 배치하면서 ‘사용자의 직관과 일치하는 사용자 경험’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GUI, 내지는 배너를 만드는 일과는 다소 분야가 다르다. 사용자의 총체적인 경험을 UI적으로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건 기획자(디자이너)의 업무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아래의 일은 GUI(Graphic User Interface)가 중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아마 높은 확률로 UI의 쾌적한 경험보다는, 게임에 사용할 수 있는 버튼, 배너 등의 이미지를 제작하는 일을 훨씬 많이 할 것 같다. 나는 이 두 업무는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직무로 구분해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라면 위의 두 직군을 ‘UX 디자이너’와 ‘GUI 아티스트’로 구분할 것 같다. UI라는 용어는 그 자체가 UI 컴포넌트를 연상시키기 때문에, 사용자 경험에 더 집중한 표현인 UX로 대체하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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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쓰기가 조심스럽다. 혹시나 누군가는 내가 쓴 용어를 전혀 다르게 오해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다.

디자인이라는 용어는 그 용어가 가지고 있는 범위가 너무 넓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 디자인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많은 배리에이션이 있는가. 시각디자인, 인테리어디자인, 조형디자인, 타이포디자인, 경험디자인, …그 외에도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들어간 그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이런 지경이니, 디자인이라고만 하면 헷갈리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래서 디자인을 두 개로 쪼개보았다 – “D자인과 d자인”으로

얼마 전 ‘UX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이 책에서는 디자인을 D자인과 d자인으로 구분하고, 그 의미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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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자인 : 광의의 디자인, 문제 정의 및 해결책 도출 행위
  • d자인 : 협의의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시각 디자인
@위의 책, pp.21~22

위의 정의에서도 밝히고 있듯, D자인은 ‘문제 정의 및 해결책 도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개념이다. 디자인의 어원으로 알려진 ‘디세뇨’, 데시그나레’ 등의 원래 의미가 ‘계획’, ‘설계’, ‘구상’이었다고 하니, D자인이 더 어원의 의미를 잘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d자인이 협의의 의미라고 해서, 결코 그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d자인은 우리 삶에 밀착한 채, 항상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지금 보고 있는 모니터, 키보드, 그리고 마우스도 다 이러한 D자인을 위해 d자인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결과물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자, 그러면 이쯤에서 아까 대화를 다시 한번 D자인과 d자인으로 구분해보면 어떨까.


대현 : 선아 님. 저번에 퍼블리셔 PM님이 요청하신 d자인, 혹시 진행도를 알 수 있을까요?

선아 : 아, 넵. 그거 d자인 시안은 초안 받아서 제가 1차 피드백 넘겼고요, 민주 님이 이어서 봐주시기로 하셨어요.

대현 : 기획팀에서 레벨D자인할 때 초기 컨셉 필요할테니까 일단 러프라도 전달하는 게 좋겠어요. UId자인 팀에는 하루 정도 일정 조정 필요하다고 말씀드릴게요~

선아 : 아, 그러고보니 UId자인팀에서 저번에 d자이너 충원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자세한 포지션은 말씀 안 해주셨어요.

대현 : 그래요? 그러면 이번에 컨셉 D자이너 뽑으면서 UI팀에도 물어봐야겠네요.


디자인 = 시각디자인으로만 구분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모든 것’이 디자인이다.

그러니 우리는 디자인이라는 용어를 쓸 때 조금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D자인인가, 아니면 d자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