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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3rd] 복귀 시스템 역기획서 작성 – 막간(복귀 유저의 머릿속 시나리오)

우리는 저번 연재글까지 ‘붕괴 3rd’의 복귀 시스템 전반의 테이블 구조를 파악하고 정리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해 왔다.

‘붕괴 3rd’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역으로 테이블 구조를 파악해 나가며, 실무에서 사용하는 테이블 구조 및 그 관계도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었다.

물론 실제 붕괴 3rd의 테이블 구조는 앞서 정리한 구조와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기획을 통해 데이터 테이블을 짜는 방법, 그리고 그것들 간의 관계에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의미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서 이렇게 데이터의 분류 및 테이블 구조의 정리가 끝났으니, 이제는 정리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유의미한 정보를 뽑아낼 수 있도록 테이블 내용을 ‘분석’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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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세븐의 복귀 기념 출석 이벤트 페이지
@에픽세븐

복귀 유저의 머리속 시나리오

‘복귀 플레이어(복귀 유저)’는 무엇을 바랄까?

나는 지금까지 다양한 게임을 경험하면서 복귀 시스템이 있는 게임과 없는 게임을 경험했다. 그리고 게임을 복귀하는 과정에서 경험하거나 느꼈던 점들이, 내가 그 게임을 계속 하게 만들거나 또는 복귀 당일에 게임을 삭제하게 만드는 다양한 이유로 작용했다. 이제 그것을 내 관점에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것은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분이 계시다면 그분의 생각의 흐름과는 분명 다른 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니 여기에 적는 것은 내가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적어본 ‘가상의 시나리오’이니 그저 사고의 흐름을 따라와주면 좋겠다.

복귀에 대한 짤막한 생각

모든 게임은 첫 설치 및 계정 생성의 순간이 있고, 언젠가는 그 게임을 삭제하고 영영 떠나게 된다.

다양한 이유로 하던 게임을 잠깐 쉬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접었던 게임을 갑작스럽게 다시 붙잡게 되기도 한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이러한 ‘복귀 유저’가 한 번 우리를 떠난(배신한) 고객이니, 챙겨줄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복귀 유저 입장에서는 그 게임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만약 그 게임이 복귀 유저를 잘 대우해준다면 복귀 유저는 오래오래 게임과 함께할 수도 있다.

나는 복귀 유저는 그 게임에 대해 최소한 평균 이상의 ‘호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복귀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마케팅을 했기 때문에 복귀한다는 사업적 판단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오직 게임에 대한 ‘호감도’만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최소한 복귀를 하기로 했다는 건, 지금 지구상에 있는 수만 가지의 게임을 다 놔두고 하필 그 게임을 선택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게 ‘호감’이 아니고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아래는 내가 복귀를 하면서 생각했던 것들과, 거기서 얻은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사용자 니즈’를 표로 정리해 보았다.

혹시라도 독자분이 오해하실까봐 미리 덧붙이자면,
아래의 글은 복귀 시스템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가상의 게임’을 대상으로 한 사용자 경험 시뮬레이션이다.

‘붕괴3rd’의 이야기가 아님을 밝힌다.

복귀후 첫 로그인 화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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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 후 첫 로그인 화면에서 내가 생각한 것은 위와 같다.

복귀를 하니 무언가가 바뀌면 좋겠고, 그렇다고 해서 과거에 느낀 즐거운 콘텐츠가 없어지거나 한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다행히 로그인이 잘 되었고 뭔가 복귀 보상을 어렴풋이(확실하지는 않은 정도로) 기대하며 로그인까지 성공했다.

여기까지는 일단 7점을 주었다. (10점 만점)

복귀후 첫 로비씬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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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게임 내 들어가자, 나는 ‘우편함’부터 찾게 되었다. 혹시 모를 복귀 보상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 게임에서는 복귀 보상을 비롯해 우편함이 텅 비어있었다. (아마 과거 받은 우편이 있더라도 기간 초과 등의 이유로 모두 만료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체감은 게임의 복귀 첫인상을 나쁘게 만들었다. (간만에 시간 내서 들어와 보았는데 이 게임이 나를 반겨주는 느낌이 아니라는 체감)

다음으로, 이 게임에서 대표 콘텐츠(가챠)를 하러 가 보았고, 여기에서도 수정이 충분히 않아서 뽑기 한번 할 수 없어 포기하게 된다. (-1점)

아마 과거에 이 게임을 접었던 것도 그때 뽑기를 하려고 했던 캐릭터가 내가 모든 수정을 때려박아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렇게 과거에 내가 이 게임을 왜 접었는지(Pain Point) 다시 한번 상기하고, 그 문제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다. 이것 또한 느낌이 좋지 않다. (-1점)

그래도 오랜만에 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 게임을 켜게 되었으니, 전투 콘텐츠 한 번은 즐기러 가야지라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래서 전투를 진행하기에 앞서, 내 캐릭터와 장비 등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가지 버튼을 눌러보게 된다.

만약 이 지점에 복귀 안내(화면 UI의 배치 등을 안내해주는 가이드)가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남은 채, 다른 화면으로 이동한다.

여기까지는 -2점이 더해져 총 5점이다.(게임을 더 할 지 말 지 아슬아슬한 단계)

복귀후 첫 전투 진입

이제 대망의 ‘전투(콘텐츠)’ 진입이다. 웬만한 게임은 전투가 그 게임의 코어한 경험을 주는 시스템이므로 전투에서 좋은 인상을 주는 것으니 중요하다.

하지만 전투에서도 이 게임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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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랜만에 복귀했음에도, 이 게임에서 여전히 내가 실력발휘를 할 수 있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 느낌을 객관적인 지표(점수 등)로 증명받고 싶었다.

그런데 전투에 진입하자, 내가 무슨 키를 눌러서 조작을 했는지 까먹었다. 그리고 UI HUD에 조작키가 보이지 않아서 잠깐 전투를 일시중지 해야만 했다. (-1점)

가까스로 조작 방법을 떠올렸지만, 이번에는 게임이 다소 버벅거리는 게 문제다. 아마 저번에도 게임을 할 때 그래픽을 조금 타협을 보고 진행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정도는 내가 미리 섬세하게 설정하지 않은 것 같으니 게임에 대한 인상이 나빠지지는 않았다.

결국 점수가 예전보다 잘 나오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조작 방법도 까먹었고, 렉도 걸렸었으니까. 다음번에는 조금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1점이 더해져 이제 4점이다. 이제 이 게임을 내일 다시 접속할지도 다소 애매해진 점수가 되었다.

복귀후 첫 콘텐츠 진입 & 종료 직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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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코어한 경험은 ‘전투’이지만, 이 전투를 통해서 무엇을 얻어낼 것인가하는 생각을 하면 역시 ‘보상’이다.

게임에서 가장 강력한 보상은 역시 가챠를 통해 무언가 새로운 캐릭터나 장비를 얻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복귀 유저를 위한 보상도 없었고, 콘텐츠를 즐기면서 그러한 가챠 재화를 얻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이쯤 되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게임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의 한계선을 알게 되는데, 이쯤 되면 플레이어는 자신이 이 게임을 복귀하면서 가진 좋았던 느낌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불편한 경험, 좌절한 경험 등)이 점점 더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1달 뒤, 2달 뒤에도 자신이 이 게임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이 크지 않다는 느낌이 들게 되면, 결국 게임을 더 할 이유를 찾아낼 수 없을 것이다.

사용자 경험 지표 또한 결국 최저점(1점)까지 내려가게 되면서, 이 사용자는 이 게임을 삭제하게 되었다.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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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첫인상은 7점으로, 우호적인 상태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사용자는 아래의 경험을 통해 게임의 인상이 점차 감소하였다.

  • 게임 내 (유료) 가챠 콘텐츠를 즐길 재화가 있음을 확인하고 없음을 확인(-1점)
  • 가챠 시도 좌절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림(-1점)
  • 조작 방법을 까먹어서 곤란에 처함(-1점)
  • 콘텐츠 보상량에 대한 실망(-1점)조작 방법을 까먹어서 곤란에 처함(-1점)
  • 결국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는 사실마저 인지(-1점)
  • 게임의 전반적인 경험이 부정적인 데 대한 실망(-1점)

반면, 게임의 인상이 좋아진 경험은 별달리 느끼지 못했다. (게임으로부터 얻은 만족감, 달성감 등)

아마 복귀 시스템이 없는 많은 게임이 위와 같은 이유로 복귀 유저를 오래도록 잡아놓지 못할 것이다. 복귀 유저가 정말 ‘강력한’ 복귀 의사를 가지지 않은 한,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복귀한 게임을 계속 하기란 쉽지 않다.

위 부정적인 경험을 가지게 된 이유들의 공통점은, 유저의 기대나 시도가 ‘좌절’되었기 때문이다.

유저는 오랜만에 게임에 들어왔지만 복귀를 했다고 해서 별달리 받은 보상이 없었으며, 핵심 콘텐츠인 가챠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게다가 게임의 조작법을 까먹거나 그래픽 설정이 최적화되어있지 않아 게임에서 제 실력발휘를 하지 못했다. 결국에는 게임에 대한 우호적인 느낌이 부정적인 느낌으로 전환되며, 복귀한 게임에 대해 더 냉정한 잣대를 들이대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붕괴3rd는 ‘복귀 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 하였을까?

다음 시간에는 위와 같은 잣대로 붕괴3rd의 복귀 시스템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