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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3rd] 복귀 시스템 역기획서 작성 – Step 8

지금까지 복귀 시스템의 데이터 테이블 구조를 중점적으로 분석해 왔다. (~Step 7)

이번 글에서는 붕괴 3rd에 복귀한 플레이어가 게임에 복귀한 순간부터 경험할 것들을 ‘시뮬레이션’하며 그것을 바탕으로 인사이트를 얻으려고 한다.

이러한 접근 방법을 활용하는 곳은 사실, 내가 현업 필드에서 재직하면서 한 번도 본 적도 경험해본 적도 없었다.

현업에서는 플레이어, 그리고 플레이어의 경험과 그 피드백이 1순위로써 개발 사항으로 고려되지 않는다. 모든 플레이어의 니즈를 달성할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거니와, 그러한 피드백을 여과하는 과정도 상당한 개발력이 소모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발자에게는 ‘플레이어의 니즈 달성이 1순위’가 아니라, ‘개발의 목적 자체를 달성하는 것이 1순위’가 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나는 게임 기획서가 ‘플레이어(사용자)’를 고려하지 않고 작성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든 게임을 할 플레이어를 전혀 고려하지도 않고 게임을 만드는 건 고객의 입맛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와 같다. 내가 만든 게임을 할 사람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은 그저 자신의 직감만을 우선한, 게으르고 오만한 태도일 뿐이다.

나는 이러한 태도는 아직 우리나라의 개발문화가 더 성숙해지지 않아서 발생한 ‘과도기적 단계의 과제’라고 여긴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개발자 편의주의적인 생각을 버리고 최대한 플레이어를 존중해주는 디자인을 하고 싶다. 이 역기획서 또한 그러한 생각에서 출발한 것이다.

플레이어를 존중해주는 디자인. 그것은 바로 플레이어의 경험을 더 가치있고 풍성하게하며 그들이 싫어하는 경험(Pain Point)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UX디자인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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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디자인은 위와 같은 다양한 범주의 디자인을 포괄하는 아주 넓은 개념이다. 그리고 이것은 게임 개발과도 아주 잘 맞는다.
@https://www.newbreedrevenue.com/

UX디자인은 플레이어(사용자)를 제 1순위로 고려하는 디자인 체계이다. UX디자인의 역사는 짧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여전히 UI/UX 등 곁다리같은 느낌으로 표현될 때가 많으며, 심지어 UX디자이너가 GUI를 디자인하는 사람으로 오해를 받는 일도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UX디자인은 UI(사용자 인터페이스)에만 국한되어 있는 협소한 영역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과 그 경험 모두를 포괄적으로 설계하는 광범위한 디자인이다. 그래서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게임 개발일수록 플레이어에 대한 이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UX야말로, 아니, PX(Player Experience)야말로 우리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를 가장 존중하는 개발 태도라고 믿는다.

따라서 나는 이 역기획서 또한 UX기법을 동원하여 작성할 것이며, 이번 글부터는 UX디자인의 일부 개념을 차용할 생각이다.

이 역기획서는 붕괴3rd의 (복귀하는) 사용자를 위해 만들어진 (복귀) 시스템 기획서를 지양하기 때문에, 여기서 UX 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글에서 활용할 방법론은 바로 ‘사용자 여정 맵’, 또는 서비스 블루프린트(Service Blueprint)’라고도 불리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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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여정 맵의 예시
@https://columbiaroadcom.medium.com/

사용자 여정 맵(User Journey Map)이란, 사용자가 특정한 목표(예: 물건 구입)를 달성할 때 사용자가 경험하는 일련의 흐름을 말한다.

이 글은 UX를 소개하기 위한 글은 아니니, 여기서는 그저 그 UX 개념을 ‘차용’하겠다는 정도로만 밝혀 둔다.

위 이미지처럼 복잡한 도식화를 통해 역기획서를 작성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위처럼 정교한 분석 대신, 익숙한 툴인 Excel을 이용해 붕괴 3rd에 복귀한 플레이어들이 경험할 예상 사용자 경험 시나리오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한 마디로 말해,

Type of User: 붕괴 3rd의 플레이어는,

Action: 복귀 시스템을 경험하면서,

Benefit: 무엇을 하게/얻게/느끼게 될 것인가

이것을 분석할 것이다.

붕괴 3rd 복귀 당일 사용자 여정 맵 시나리오

여기서 사용자 페르소나를 정의하며 글을 시작하도록 하자.

사용자 페르소나란, 특정 서비스(여기서는 붕괴 3rd)를 이용하는 가상의 사용자의 프로필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UX디자인에서 굉장히 중요한 개념으로 사용되는데, 왜냐하면 가상의 사용자라고 할지라도 이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총체적인 과정을 잘 짚어보다보면 개발과정에서 놓칠 수도 있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세한 UX디자인에 대한 내용은 접어두고, 일단 지금은 붕괴3rd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겠다.

닉네임 ‘치즈크림빵’을 사용하는 붕괴 3rd의 복귀 유저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 플레이어는 약 1년간 붕괴3rd를 플레이하지 않았으며, 최근 신규 업데이트 소식을 듣고 복귀를 결심하게 되었다.

모바일 조작은 다소 익숙치 않은 탓에 PC 클라이언트를 통해 붕괴 3rd를 설치하였고 실행 버튼을 눌렀다.

이 플레이어의 복귀 시점은 6.5 버전을 기준으로 하겠다. (현재 글을 작성하는 기준으로 최신 버전이다.)

아래의 큰따옴표(” “)의 내용은 위 ‘치즈크림빵’ 플레이어가 실제로 생각하거나 느낄 법한 게임 경험을 옮겨 적은 것이다.

붕괴 3rd 로딩 시퀀스 진입 & 로그인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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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여전히 이 로딩화면이구나. 반갑다.”

“근데 이거 로그인 무슨 계정(페이스북/트위터 등)이더라?”

“호요버스 계정인가… 일단 입력…. 성공했네.”

붕괴 3rd 신규 업데이트 영상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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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번에 새로 나오는 캐릭터인가?”

“신규 스토리다! 이번 주인공은 얘네들이구나.”

“이번에 추가된 새 콘텐츠네. 이거 하면 되겠다.”

붕괴 3rd 복귀 이벤트 스토리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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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나… 이렇게까지 말해주다니… 너란 녀석. 앞으론 떠나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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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3rd를 최초 기동하면 업데이트 화면과 함께, 위의 세 가지 시퀀스를 경험하게 된다.

  • 로딩 시퀀스 & 로그인 화면
  • 신규 업데이트(v6.5) 영상 감상
  • 복귀 스토리 감상

여기서 붕괴 3rd가 정말 잘 하는 점을 하나 꼽을 수 있는데, 그건 바로 ‘신규 업데이트 영상’ 제작이다.

신규 업데이트 영상에는 그 마일스톤에 새로 추가된 신규 캐릭터를 중점적으로 조명하며, 그 캐릭터의 목소리(성우), 스킬, 그리고 간단한 스토리도 함께 볼 수 있다.

이 업데이트 영상 하나만으로도 신규 업데이트에서 즐길거리를 짧은시간 내에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장점이다.

‘블루 아카이브’에서도 업데이트 며칠 전부터 신규 캐릭터 등을 홍보하는 영상을 올리는 등, 이러한 영상을 활용하는 마케팅은 앞으로도 서브컬처 게임에서 주요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 그러면 여기에서 우리는 붕괴 3rd가 무엇을 목적으로 이렇게 설계했는지 알아낼 수 있을까?

주요 경험 포인트 – 복귀후 첫 로그인 화면

붕괴 3rd는 로딩 시퀀스에서부터 붕괴 3rd만의 고유한 로딩 화면(하이페리온 승선)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붕괴 3rd의 접속 상황을 메타적으로 보여주는 붕괴 3rd만의 장치다.

붕괴 3rd의 로그인 자체는 특별한 게 없다. 하지만 로그인을 하는 순간, 붕괴 3rd의 업데이트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영상 안에는 신규 업데이트 콘텐츠 및 신규 캐릭터의 소개 등이 이어진다. 복귀 플레이어는 이 영상을 보면서 앞으로 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붕괴 3rd의 플레이 경험을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다. 이 영상은 복귀 플레이어뿐만 아니라 붕괴 3rd를 기존에 꾸준히 해 온 플레이어에게도 굉장히 유익하다.

가장 인상깊은 포인트는 바로 ‘복귀 스토리’다. 복귀 스토리는 1회만 재생되는데, 플레이어가 하이페리온 호에 오랜만에 복귀하면서 키아나를 만나며 짤막한 인사를 나누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이 스토리 자체가 특별한 건 없다. 하지만 이 ‘복귀 스토리’가 존재함으로써, 플레이어는 존중받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먼저, 시스템적으로 자기 자신이 복귀 플레이어라는 것을 자각할 수 있다. 이로써 플레이어는 자신이 복귀를 했으니 무언가 특별한 것을 보상받는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스토리적으로 자신이 비록 특정한 이유로 게임을 잠깐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복귀하게 되면서 캐릭터가 ‘인사’해주는 경험은 각별할 것이다.

이러한 복귀 경험을 통해 플레이어는 복귀의 ‘첫인상’을 좋게 느끼게 될 것이며, 이어지는 ‘복귀 후 경험’에도 긍정적인 인상을 받을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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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는 본격적으로 로비에 진입한 뒤부터 게임을 끌 때까지의 경험을 정리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