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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컬처 게이머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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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 포스트모템 – 시나리오 맛집에는 어떤 비결이?

  • 주제: 미소녀 게임의 히로인이 어째서 복면을 쓰고 은행을 터는 거죠?
  • 발표분야: 게임기획
  • 발표자: 넥슨게임즈 양주영 / Nexon Games Juyoung Yang
  • 권장 대상: 시나리오라이터, 컨텐츠 기획자
  • 키워드: #시나리오 #서브컬처 #설정

2022 NDC에서는 블루 아카이브의 시나리오 및 연출을 주제로 한 강연이 열린 바 있다.

한국에서 개발한 서브컬처 게임이 성공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서 블루 아카이브는 “그렇다”고 성과를 증명해 내었다.

그렇다면 그 개발진들, 특히 SD(시나리오 디렉터)의 개발 노하우는 무엇이 있었을까?

이번 글에서는 시나리오 디렉터, 양주영 님의 2022년 NDC 강연을 바탕으로 개발 노하우를 분석해 본다.


“블루 아카이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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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통 서브컬처를 표방하는 CCG(Character Collecting Game)
  • 로그라인: (플레이어는) 선생님이 되어 연방수사동아리를 관리하며 학생들과 함께 키보토스(이세계)의 문제를 해결해냐가는 이야기
  • 테마: 학원 X 청춘 X 이야기 RPG

블루 아카이브는 넥슨게임즈 산하 ‘MX 스튜디오’에서 출시한 서브컬처풍 수집형 게임이다.

출시 전부터 당시 서브컬처 게임과는 달리 밝고 청량한 아트 스타일로 주목을 받았으며, 발매 이후 꾸준히 서브컬처 게임들 중에서 화제몰이를 해왔다. 특히 일본 시장에서 다른 서브컬처 게임들을 제치고 인기를 끌면서 지금은 명실상부 서브컬처 게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시나리오와 아트가 견인하는 게임이며 Post-F.G.O(포스트 페그오)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을지 그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시나리오 디렉터가 하는 일 (MX 스튜디오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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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디렉터라는 포지션은 우리나라 게임업계에서는 낯선 직책이다.

우리나라 게임 시장에서는 시나리오를 중시한 게임이 몇 안되는데다가, 보통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시나리오까지 총괄하는 경우가 흔하다. 시나리오는 보통 게임 디자인(기획)의 한 하위 조직으로서 존재하는 경우가 흔하며, 디렉터의 역할을 부여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MX 스튜디오에서 시나리오 디렉터라는 직책을 따로 마련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시나리오를 그만큼 중시한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블루 아카이브의 시나리오는 서브컬처 게임들 중에서 독보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특히 ‘에덴조약 편’은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들도 한 번쯤 들어보았을 정도로 잘 쓰여진 웰메이드 시나리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나리오 디렉터는 그러면 무슨 일을 할까?

  • 시나리오의 비전을 설계하고,
  • 신규 아트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적절한 설정을 제공하며,
  • 게임이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정합성을 가질 수 있게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이는 시나리오 디렉터가 게임에서 제공하는 플레이어의의 경험 플로우, 그리고 게임에서 보여주는 모든 부분에 관여한다는 의미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시장이 증명한다.

블루 아카이브는 출시 초기의 불안한 시작을 지금은 말끔히 털어 냈으며, 현재는 IP 사업 다각화를 통해 게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출판물이나 콘텐츠로 이용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성공한 서브컬처 게임이 몇 되지 않는 현재, 서브컬처 게임에서 시나리오가, 그리고 그 시나리오 디렉터가 얼마나 중요한 영역을 담당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이다.


어째서 이런 세계관인가?

블루 아카이브의 세계관은 다소 독특하다.

미소녀가 잔뜩 등장하고 총기를 들었다는 것은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 이미 시장에 존재하지만(소녀전선, 명일방주 등),

이 게임에 등장하는 소녀들의 머리 위에는 ‘헤일로’라고 하는 의미불명의 원반이 떠 있고 이들은 서로 총을 맞아도 가벼운 상처만 난다고 한다.

길을 가다가 갑자기 폭탄이 터져도 늘 있는 일이라는 듯 가볍게 넘어가는 이런 세계관과 설정은 지금까지의 게임들과는 뭔가 분명히 다르다.

왜, 그리고 어떻게 이런 세계관이 탄생하게 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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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의 세계관 세팅은 사실 ‘탑다운’으로 이루어졌다.

게임의 세계관 세팅에 앞서 반드시 만족해야 하는 조건들이 있었으며, 이 조건을 맞추기 위해 지금의 세계관이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이게 끝일까? 고작 미소녀가 총기를 들고 있는 밝고 청량한 서브컬처 게임이라서 이러한 독창적인 세계관이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그렇지 않다. 여기에서 강연자가 이야기하는 ‘낯설게 하기’라는 개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낯설게 하기 (= 소격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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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게 하기’란, 독일의 극작가 브레히트가 주창한 개념으로, ‘소격효과’라고도 불린다.

가령, 무대 안의 캐릭터가 관객석의 관객에게 말을 건다든지, 스포일러를 하는 등, 기존의 무대 관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개념의 연출을 말한다.

여기서 강연자가 말한 ‘낯설게 하기’란 브레히트가 말한 이 개념에서 한 발자국 더 확장하여 나아간다.

익숙한 것과 익숙한 것을 “조합”함으로써, 기존에 보여준 적 없는 신선한 무언가를 새로이 창조하는 것이다.

블루 아카이브 외에도 이미 ‘걸즈 앤 판처’나 ‘호라이즌 제로 던’ 등의 게임에서도 독특한 조합을 통해 낯설게 만든 세계관을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위의 두 작품 외에는 이런 식의 ‘낯섦’을 느끼게 하는 작품은 많이 떠오르지 않는다.

즉, 이 ‘낯설게 하기’를 채택한 세계관 빌딩은 시장에서 많이 시도되지 않은 방법이다.

블루 아카이브는 이러한 ‘낯설게 하기’를 세계관에 성공적으로 도입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아래의 대사는 블루 아카이브의 이 세계관 특유의 ‘낯섦’을 잘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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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바캉스에는 당연히 ‘전차’를 타고 가야한다는 히후미

위 대사 하나만으로도 이 세계가 기존에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관과 다소 ‘뒤틀려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서 이 캐릭터가 곧 탱크를 타고 나타나도 아무런 위화감을 느끼지 않게 되며 오히려 특이하다(신선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낯설게 하기의 장점과 단점은 아래와 같다.

낯설게 하기의 효과(장점)

  • 짧은 인상만으로도 강렬한 흥미와 관심을 부여할 수 있다.
  • 마음 속의 물음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탐색의 동기가 생겨난다.
  •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유니크한 세계관

낯설게 하기의 단점

  • 세계관 유지/관리 비용의 증가.
  • 커뮤니케이션 비용의 증가(설정 하나하나에도 가이드가 필요)
  • 세계가 얕게, 거짓처럼 느껴질 수 있음(이른바 핍진성!)

낯설게 하기는 마냥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유지관리 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개발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달가운 소식이 아닐 것이다. 이것은 다시 말해 개발비가 상승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블루 아카이브가 이 전략을 사용했고 성공을 거둔 것은 단순히 운이 작용한 것만이 아닐 것이다.

점점 아트의 상향평준화가 이루어지며 최근 출시되는 게임들이 서로 점점 구분되지 않는 지경에 다다르고 있다.

하지만 블루 아카이브의 경우, 어떤 그림이든 그 캐릭터의 머리 위에 ‘헤일로’만 보여도 블루 아카이브라는 것을 누구나 인식할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낯설게 하기’의 진정한 힘 아닐까?


블루 아카이브는 어떤 이야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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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를 한 마디로 말하면 ‘엉망진창’이다.

이것은 게임에 대해 비난하고자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게임 자체가 항상 폭발과 와장창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이 게임은 온갖 개성을 가진 학생들이, 온갖 사건과 사고를 일으키거나 수습하며, 옴니버스로 발산하는 이야기 구조를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관은 난장판이 되어 있지 않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세계관의 질서가 굉장히 탄탄하게 잡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혼란 속 질서 부여가 가능했을까?

여기서 강연자는 이런 세계관을 성립시키기 위해 자신이 생각했던 ‘대전제’를 말한다.

대전제 선언: 이 이야기는 학원물이며, 모든 캐릭터들은 학생이다.

이 이야기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하더라도 결국은 ‘학생’의 이야기이며, ‘학원물’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대전제를 성립시키는 것은 ‘메타포’다.


블루 아카이브의 ‘메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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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블루 아카이브가 엉망진창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게임의 세계관이 과장과 비약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세계관이 나름의 진실성을 띠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이야기가 어쨌든 ‘학원물’이기 때문이다.

즉, 블루 아카이브 = 학원물 이라는 메타포가 성립함으로써, 이 이야기는 비로소 논리와 근거와 진실성을 재는 저울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학원물’이 보여주어야 하는 궁극적인 가치 – 사랑, 우정, 고민, 미성숙함 등 – 에 집중하게 한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플레이어들은 이 이야기가 ‘사실이냐 아니냐’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쨌든 이 이야기가 해피엔딩이 될 수 있을까?’를 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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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의 메타포는 ‘블루 아카이브 = 학원물’이라는 직유에서 그치지 않는다.

‘선생님 = 플레이어(유저)’, ‘싯딤의 상자 = (게임을 플레이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어른의 카드 = (이 게임을 결제하는) 신용카드’ 등의 메타포가 담겨 있다.

이처럼 게임 내에 현실과의 일체화되는 감각을 부여함으로써 블루 아카이브는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강연자는 이러한 메타포를 활용함으로써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었다고 말하고 있다.

게임을 하는 유저, 그리고 게임 안에서 결제하는 맥락까지 세계관에 넣을 생각을 했다는 점이 존경할 만하다.


어째서 이런 스토리인가?

강연자는 ‘블루 아카이브’를 만들기 전에, 스마일게이트의 IO스튜디오에서 ‘마법도서관 큐라레’를 만든 바 있다.

그때 습득한 개발 노하우를 이번에 블루 아카이브에 적용했고, 이것은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아래는 당시 강연자가 블루 아카이브를 만들기 전부터 정립한 ‘모바일 플랫폼의 특징’, 그리고 그에 따른 ‘전략적 선택 요소’이다.

이것은 사실상 블루 아카이브 스토리 문법의 핵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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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플랫폼의 특징

  • 단선적 플레이 -> 플레이 흐름이 자주 끊긴다.
  • 작은 화면 -> 정보를 수용하기 힘들다.
  • 간단한 조작 -> 몰입하기 힘들다.

모바일 게임은 디바이스 특성상 위의 특징을 갖는다. 한마디로,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게임에 더 집중하기 어려워졌다. 이것은 시나리오 라이터 입장에서는 치명적인데, 스토리가 따분하다고 느낄수록 ‘스킵’ 버튼을 누를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아래의 전략적 선택을 하게 된다.

전략적 선택 1

정보량을 줄인다.

  • 지문을 없애고 모든 시나리오는 대사만으로 진행한다.
  • 길이가 길어지더라도 한번에 노출되는 대사량을 줄인다.
  • 대사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일상어. (문어체 X)

아무리 잘 짠 스토리라도 스킵되어 버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강연자는 지문을 없애고 대사의 길이를 조절하는 등의 (뼈를 깎는) 시도를 함으로써 블루 아카이브 스토리의 읽는 맛을 끌어올렸다.

전략적 선택 2

  • 끊임없이 관심과 흥미를 유도한다.
  •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오픈형 콘텐츠를 끌고 갈 수 있는 구조를 확립한다.

#차원 우주 개념, #버라이어티 쇼 구조의 서사 구조

블루 아카이브는 (시나리오에서) 끊임없는 관심과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지속가능성에 중심을 둔 스토리텔링을 시도했다.

예를 들어, 메인 시나리오 1편이 채 완결이 나기도 전에 메인 시나리오 2편, 3편이 공개되었다. 그럼으로써 짧은 시기 내에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발판이 마련되었으며, 이것은 끊임없이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데 성공하게 된다.

전략적 선택 3

쉬운 컨텍스트 난이도 유지

  • 가볍고, 부담 없고, 쉬워야 한다.
  • 도중에 읽어도 재미있어야 한다.
  • 지속적인 흥미가 유지되어야 한다.

전략적 선택 1과 다소 비슷한데, 글을 ‘쉽게 읽히게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가장 어렵다고도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쉽게 쓰면서도 재미를 챙겨야한다는 것이다.

위의 전략적 선택 1~3은 ‘마법도서관 큐라레’ 때부터 적용해 온 성공 공식이다.

하지만 큐라레 라이브서비스를 하면서 아쉬운 점이 추가로 발견 되었고, 블루 아카이브는 아래와 같은 차별점이 있다고 한다.

단점의 보완 (큐라레의 아쉬운 점들에 대한 해결책)

  1. 플레이어를 대변하는 캐릭터를 넣는다.
  2.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주인공 캐릭터는 설정하지 않는다.
  3. 선형 구조가 아닌, 병렬 구조의 옴니버스식 전개를 상정한다.
    • 각 이야기 별로 주인공을 설정하고, 각 이야기는 독립적으로 완결성을 갖는다.
    • 각 이야기들은 서로간에 느슨한 연결점이 존재하고 이를 통해 거대한 세계를 상정할 수 있게 한다.
    • 이렇게 제시된 이야기의 캐릭터들이 모두 모여 활약할 수 있게 하는 거대한 이벤트를 상정한다.

여기서 3번 항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1번은 다른 서브컬처 게임에서도 흔한 편이며, 2번은 결과적으로 3번에 종속되는 내용이다.

3번의 내용은 즉, 메인 스토리 1장을 아직 완결하지 않았다고 할 지라도 메인 스토리 2장, 3장, 4장을 병렬적으로 전개하겠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1장과 2장, 3장, 4장은 모두 시간과 공간, 그리고 캐릭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옴니버스식 전개는 게임 스토리텔링에서 흔히 채택하지 않는 문법이다.

그렇다면 블루 아카이브는 대체 왜 이런 옴니버스식 전개 방식을 채택하게 되었을까?

강연자가 말하는 옴니버스 구성의 장점과 단점은 아래와 같다.

옴니버스 구성의 장점

  • 여러 작업자들에게 책임감과 완결성을 가질 수 있게 경계선을 제시할 수 있다.
  • IP의 장기적인 지구력이 선형 구조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 병렬 구조로 인력의 유동적인 구성에 효율적이다.

옴니버스 구조의 단점

  • 관리공수가 많이 든다.
  • 신규 인력이 이 구성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든다.

옴니버스 구조를 채택한 이유는 한 마디로 “협업” 때문이다.

블루 아카이브와 같은 시나리오-드리븐 게임에서는 시나리오 라이터 혼자서 게임 내 모든 시나리오를 쓸 수 없다. 써야 하는 내용도 많고, 스토리 작성 외에도 타 부서와의 협업이나 기타 잡무도 함께 진행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나리오와 관련 있는 피쳐를 만들어야한다면 그 회의 참석부터 시작해서 설정 감수까지 진행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시나리오를 옴니버스로 구성하게 된다면 각 메인 또는 이벤트 스토리의 담당자를 분배할 수 있으며, 위와 같이 스토리 외의 업무도 함께 분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구조가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면 메인 스토리 3장의 담당 라이터는 메인 스토리 3장에만 집중할 수 있으며, 메인 스토리 2장, 그리고 메인 스토리 4장의 라이터는 각자가 맡은 부분만 신경쓸 수 있게 된다.

시나리오 챕터 하나에 여러 명의 라이터가 참여하게 되면 최악의 경우 스토리가 산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전략은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느껴진다.


어째서 이런 캐릭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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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의 ‘하루나’와 ‘후우카’

강연자는 캐릭터에 대해 말을 많이 아꼈다. (이 부분이 참 아쉽다.)

핵심은 ‘아트’라고 한다. 캐릭터를 제작할 때는 아트가 메인이 되어야 하며, 캐릭터 설정과 시나리오는 아트의 방향성과 포지션을 정의해주는 서포터의 역할이라는 정도만 밝히고 있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렇다면 블루 아카이브는 어떻게 지금의 형태로 개발이 되게 되었을까?

강연자는 이 게임을 설계할 때 시나리오가 게임의 코어한 부분을 담당하기를 바랐다고 고백한다.

시나리오 디렉터의 니즈 =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의 비전

  • 시나리오가 중요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
  • 시나리오가 주요 매출로 동작하는 게임이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이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한다면 과연 어떤 경영자가 오케이를 해줄까?

냉정하게 말하자면, 한국 시장에서 게임 시나리오를 중시하는 개발 조직은 거의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 서브컬처 게임 일부가 스토리성을 인정받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시나리오가 그다지 힘을 못 쓰는, 스토리의 불모지에 가까운 필드가 바로 한국 게임 시장이다.

특히 블루 아카이브는 서브컬처 게임을 출시하고 그것을 일본 시장에 선출시하는 모험까지 각오하였으니, 그 무게감과 압박감은 남달랐을 것이다.

그래서 강연자는 스스로에게 이렇게 퀘스트를 부여한다.

Quest: 설득하고 증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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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설득하고 증명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궁극적으로는 본인이 소속되어 있는 조직(스튜디오)를 설득해야 하고, 회사를 설득해야 하며, 협업하는 퍼블리셔까지 설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동료부터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동료를 설득해야 유저를 설득할 수 있으며, 유저가 움직여야 비로소 경영자가 납득할 수 있다.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은 바로 시나리오 비전 PT다.

강연자는 PPT를 통해 스튜디오 내 구성원들에게 이야기의 구성과 흐름을 발표하는 일을 반복해 왔고, 이것이 바로 강연자가 앞서 말한 ‘동료를 설득하기 위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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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에 입사한 팀원도, 다른 부서 사람들도 모두 언제든 PT를 볼 수 있게 녹화까지 진행했다고 한다.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한 덕분에 블루 아카이브의 시나리오가 인정받는 현재에 오게 된 게 아닐까?


글을 마무리하며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 포스트모템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강연자가 이 강연에서 발표한 내용 중 노하우가 될 만한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 ‘낯설기 하기’의 개념을 차용한 세계관 세팅이 성공하면 유저들로부터 ‘신선하다’거나 ‘참신하다’는 등의 반응을 얻을 수 있다.
  • ‘메타포’는 거짓된 느낌의 세계관을 진실성이 있게 느껴지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큐라레에서부터 응용한 ‘전략적 선택’, 그리고 그때 느꼈던 아쉬움을 보완한 ‘해결책’을 합치면 CCG의 성공 공식이 된다.
  • ‘옴니버스식 구성’은 협업에 최적화된 시나리오 개발 방식이다.
  • 같이 일하는 구성원들에게 ‘공유하고, 설득하고, 증명하라.’ 그것이 바로 시나리오로 성공한 게임의 비결이다.

블루 아카이브는 지난 2년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업적들을 서브컬처 게임계에 남겨 왔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성공 사례에 힘입은 후발주자들이 블루 아카이브의 뒤를 이어 개발에 뛰어들게 될 것이다.

그때 그 후발주자에 해당하는 조직장 분들께서 이 글을 보고 부디 좋은 개발 스튜디오를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우리도 좋은 게임, 재밌는 게임, 시나리오가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