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애니메이션의 모든 게 여기에 있다.
anime japan 2025 타이틀 문구
2025년 3월 22일, 23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아니메재팬(AnimeJapan) 2025’ 행사가 열렸다.
‘애니메이션의 모든 게 여기에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문구에는 명실상부 애니메이션 최강국 일본의 프라이드가 담겨 있다.
필자는 이번에 서브컬처 작품의 트렌드 파악 겸 아니메재팬에 참가하게 되었다.
필자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이 행사를 참가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것만 보더라도 이 행사가 단순히 일본에서 소규모로 열리는 로컬(지역) 행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니메재팬이 무슨 행사인지 몰라도 된다.
‘아니메’라는 말이 ‘재패니메이션’을 뜻한다는 기초 지식만 있더라도 이 행사를 즐길 준비는 끝났다.
전세계 애니메이션 팬들이 찾는 이 행사는 과연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공식 홈페이지 링크
입장하기까지
아니메재팬은 규모가 굉장히 큰 행사다.
먼저, 일본 내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컨벤션 중 하나인 ‘빅 사이트’를 대관하는 것만 봐도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일일 방문객 수가 20만 명에 달하는 코믹 마켓 급은 아니더라도, 아니메 재팬에 참가하는 관람객 수도 10만에서 15만에 육박한다. (단, 이틀 기준)
세계 3대 게임쇼라고 불리는 ‘도쿄 게임쇼’도 빅 사이트가 아니라 마쿠하리 멧세에서 개최된다.
두 곳은 서로 거리도 꽤 멀고다. 마쿠하리 멧세는 도심지에서 꽤 떨어져 있기 때문.
물론 단순히 컨벤션이 다르다고 해서 어떤 행사가 우위나 열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단순 참관객 규모로 말하자면 아니메 재팬 또한 명실상부 전세계급 행사가 맞다.
빅 사이트는 도쿄 오다이바에 있다.
오다이바는 도쿄 만 인근에 있는 인공섬인데, 광활한 면적에 큼직큼직한 건물이 많아 마치 휴양지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필자는 지상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이동하는 내내 버스 내부는 도쿄 빅사이트로 향하는 예비 관람객으로 붐볐다.
일본 시내이다보니 일본인도 많았지만 버스 승객의 약 1/3은 누가 봐도 외국인으로 보이는 서구권 사람들이 많았다.

버스에서 보이는 도심지와 오다이바의 풍경이 꽤 아름다웠다.
반드시 지하철로 이동해야하는 게 아니라면 느긋하게 버스로 이동하는 것도 추천한다.
빅 사이트는 굉장히 넓은 공간이다.
필자처럼 초행길이 사람은 아무래도 길을 잃을 걱정할 수 있다.
그래서 빅 사이트 내부도 크지만 빅 사이트 외부도 굉장히 넓다. 그래서 내가 어디에 가서 줄을 서야하는지 잘 찾을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빅 사이트 인근에 도착하자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빅사이트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그 주위에 모여드는 사람의 수도 적지 않았다.
필자가 행사장 주위에 도착한 시간은 8시 30분 정도였는데, 이미 사람이 꽤 많이 보이고 있었다.
이곳에 온 사람들의 목적은 대체로 같다. 아니메재팬!
행사장 주위에서 걸어다니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가기만 해도 줄 서는 곳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빅 사이트 입장 시, 행사장 건물 입구로 바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행사장 밖에서 한참을 걷게 된다.
국내에서 지스타 등의 행사를 간 사람이라면 익숙할텐데, 아무래도 입장을 기다리는 기나긴 대기열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아니메 재팬’의 입장은 일종의 ‘그룹’식으로 진행된다.
편의상 각 그룹을 알파벳으로 A, B, C, D, E로 구분해보도록 하자.
예를 들어 내가 도착했을 때 서게 된 줄이 E그룹이라면, E그룹 내에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한 시간대에 입장하게 된다.
굳이 E그룹 내에서 조금이라도 더 일찍 들어가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E그룹에 서게 되면 A~D그룹이 A, B, C, D 순으로 들어가게 된 뒤에 들어가는데, 한 개의 그룹이 이동할 때마다 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움직이기 때문에 줄이 줄어드는 체감이 컸다.

아니메 재팬 입장 전에는 티켓을 소지해야한다.
아쉽게도 QR이나 바코드 등의 입장은 아직 지원하지 않는 것 같다.
하루 입장하는 게 지불한 금액은 2500엔.
이런 규모의 행사 치고는 너무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금액으로 느껴졌다.

필자가 빅 사이트에 도착했을때가 약 8시 30분이었는데, 아니메 재팬 2025 본 행사장에 입장한 시간은 10시 조금 넘어서였다.
아마 토요일이라서 상대적으로 쾌적했던 것 같다.
만약 일요일이었다면 기다리는 시간이 약 1.5배 정도는 더 걸렸을 것 같다.
입장 직전에 직원의 요청에 따라 가방을 열어 간단한 소지품 검사(위험물 등)가 있었다.
간단한 입장 절차를 마치면 바로 행사장에 입장할 수 있다!
아니메재팬 톺아보기
부스 관람

본관에 들어가자 가장 먼저 관람객을 반기는 건 벌써 10년도 더 된 IP,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다.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마법소녀물 중에서는 깊은 인상을 남긴 IP다.
이미 시장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작품인데, 이번 아니메재팬에 출전하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어쩌면 이 IP의 확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우리 가게 아직 영업합니다.’같은 생존신고를 하고싶었던 것일까.
어느 쪽이든 익숙한 얼굴이 등장하는 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구작의 끈질긴(?) 생명력을 체감할 수 있어서 놀라웠다.

애니메이션 수십 편의 타이틀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던 애니플렉스.
지금까지도 굵직굵직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회사다.

クラスの大嫌いな女子と結婚することになった。

3年Z組銀八先生
앞으로 나올 작품들의 온 에어 일정을 걸어놓은 게 인상적이었다.
마치 영화관이나 극장에 와서 지금 한창 상영중이거나 앞으로 잘 나갈 것 같은 영화 포스터를 보는 기분이었다.

青春ブタ野郎はサンタクロースの夢を見ない
‘청춘돼지 시리즈’도 이번 아니메재팬에서 꽤 인기를 모으는 모습이었다.
앞의 캐릭터 등신대에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는데, 이 정도의 인기를 끄는 작품인거치고 부스가 다소 작아보였다.
필자는 청춘돼지 시리즈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름 시리즈가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며 어쩌면 앞으로 5년 뒤에도 볼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작품은 단순히 사진만 찍을 수 있는 ‘얕은’ 경험 대신, 캐릭터 주위에 멋진 쿠션을 배치해둬서 한 번쯤 가까이 다가가고 싶게 만들었다.
아마 세계관에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동물이 아닐까 싶다. (특히 녹색의 괴물)

ヤリチン☆ビッチ部
기다리는 줄에서도 ‘여성 덕후’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실제로 행사장에 들어가자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젖꼭지를 아슬아슬하게 가린 야한 남자들이 늘씬늘씬하게 서 있었는데, 그 앞에 여성 덕후들이 그야말로 사진을 찍으려고 초 밀집해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단순히 벗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구도나 자세, 홍조, 고양이귀 등, 서브컬처적인 느낌이 강하게 드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필자는 이런 유형의 캐릭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취향이니까 존중한다는 느낌으로 지켜보았다.
주로 ‘여성 캐릭터’에서 시도되던 요소들(일종의 모에 코드)을 남성 캐릭터에 적용한 느낌을 받았는데, 아무래도 여성 덕후들도 이러한 성 상품화 씬을 좋아하는 건 남자들처럼 매한가지인가보다.

아니메 재팬을 어떻게 즐겨야할 지 모르는 사람이라도 예쁜 캐릭터들을 보고 사진을 찍는 즐거움은 모두들 공감하지 않을까?
특히나 내가 과거 다른 매체로 즐겼던 작품이 이번 기회에 애니메이션화가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애니메이션 원화를 보는 건 두 배로 즐겁다.



커다란 벽면에 수십 개의 애니메이션 포스터가 위풍당당하게 걸려 있다.
이게 바로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포트폴리오다! 라고 자신만만한 느낌이 물씬 풍겨온다.
아니메 재팬은 참관객들에게도 축제이지만, 전세계에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는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에게도 굉장히 뜻깊은 행사일 것 같다.


여성향 작품의 핵심이 ‘예쁜 주인공 소녀’라면, 얼마든지 여성향 작품도 애니메이션 행사에 나오는 것도 환영이다.
여성 덕후들이 좋아하는 세계는 아마 남성향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과는 꽤 다르겠지만, 그래도 우리가 서로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면 바로 ‘초절정 미소녀’가 등장해야한다는 점이 아닐까.

물론 관심없던 나는 뒤의 배경이 더 궁금했지만…
어떤 컨셉 존에 들어가자, 커다란 스마트폰 배경을 뒤로 둔 채 한 코스프레이어가 열심히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코스프레에 관심은 없지만 그 공간 벽면에 걸려있는 캐릭터들에게는 관심이 갔다.
부스 내부로 들어가면 ‘여친 빌리겠습니다’라는 작품에 나오는 히로인들이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참관객들 앞에서 살아 움직이며 마주한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게 하자!
그러한 목표로 만들어진 것 같은 이 앱(어플리케이션)은 스파인 애니메이션으로 동작하는 여러 미소녀들과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부스 내부를 둘러보다보니 마치 친구네 집 방에 온 것처럼 익숙했다.
그런데 액자에 걸린 네 명의 히로인이 신경쓰였다. 가만 서서 보니 살아서 움직이는 게 아닌가!
앞으로는 벽에 걸린 액자가 움직이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오는게 아닐까.

게임이 아니라고 하기에도 미묘하고… 실제로 이 앱이 어떻게 동작하는지를 모르니 유추만 할 수 있을 뿐.
‘미즈하라 치즈루’를 중심으로 한 커다란 화면을 자세히 보니, 캐릭터가 L2d로 구현되어 있는 것인지 계속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게임’처럼 보이는 구성이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버튼에 ‘알람’이라든지 게임과는 무관한 버튼이 보인다.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방치 화면에서 캐릭터가 떠 있다든지, 또는 특정 시간이 되면 캐릭터가 할 법한 말투로 알림이 와서 사용자와 끊임없이 교감을 유도하는 앱처럼 보였다.
아마도 어떠한 엔터테인먼트적인 유희라기보다는, 순수하게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와의 교감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앱 같다.
사실 게임이랑 정확히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거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게임은 게임인데 ‘전투가 빠진 게임(?)’ 정도가 아닐까.

솔직히 기술 낭비라고 느껴졌다. 왜일까?
캐릭터가 홀로그램으로 3D화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코너도 있었다.
아직은 크기가 많이 작지만 만약 기술 대혁명(?)이 일어나 실제 사람 크기에 저런 시연이 가능해진다면 꽤 놀라울 것 같다.
아직은 결과물이 너무 작아서 그다지 와닿지 않는 느낌이랄까.

신카이 마코토의 ‘커플 브레이커(과거 별명)’로 악명을 떨친 초속 5센티미터도 볼 수 있었다.
10년도 더 된 데다 서정적인 풍경의 그림체를 보자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5년, 10년이 지나도 아마 이 작품은 여전히 추억 속에서 오래오래 살아갈 것이다.

마치 박물관에 온 것처럼 유물(?)을 전시해둔 것을 보고, 일본은 애니메이션 하나에도 이런 물건을 실제로 만들 정도로 애니메이션에 굉장히 진심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애니메이션 내용은 이제 거의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위의 물건은 작품 중에 굉장히 소중하게 다뤄졌을 것 같다.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반다이 남코’의 익숙한 로고가 보였다.
마치 길 교차로처럼 각 화살표가 어떤 부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차피 모든 곳을 갈 것이긴 한데 이러한 ‘교차로’ 감성을 풀풀 풍기는 부스 구성이 좋았다.


주술회전과 장송의 프리렌처럼 상대적으로 최근 애니메이션 계열에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도 보였다.
구작에 관해 어떤 ‘불편한 노스탤지어’를 느끼기 시작한 필자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최근에 나온 작품이 더 반갑다.
역시 아니메재팬은 옛 세대와 새로운 세대가 한데모인 장소였다.
그리고 이곳에 걸린 모든 작품은 그야말로 애니메이션 전체를 통틀어 커다란 역사의 흐름의 장이 아닐 수 없었다.

최애의 아이에 등장하는 3인방 캐릭터들이 무대 위에 서 있고,
거의 실제 비율만큼 커다란 아크릴 피규어가 포토 찬스마냥 자세를 잡고 있다.
호시노 아이가 빠진 최애의 아이는 붕어빵에 팥이 빠진 느낌이 들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그 유명세 덕분인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번 행사의 테마는 바로 ‘서커스’다.
눈 밑, 의상, 그리고 분위기 등 온갖 비주얼 장치를 이용해서 환상적인 비주얼을 연출한다.
그리고 다양한 작품이 하나의 테마에서 등장한다.

서커스 특유의 화려한 장식미와 요란한 조명이 마치 테마파크에 온 것 같은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한다.

가장 공을 많이 들인 것으로 보인 연출 포인트는 바로 ‘리제로’의 분수대다.
뭉게뭉게한 안개에 빔 프로젝트로 쏜 것 같은 커다란 비주얼이 합쳐지며 자연스레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으로 리제로 애니를 본 게 꽤 오래전이다. 그때는 ‘성역’의 이야기 하나만으로 2쿨 분량을 다 썼던 것 같아서 리제로 애니가 더 나오기 어려울 거라고 느꼈었다. 그래서 그때 애니를 다 보고나서 라노벨로 뒤의 이야기를 봤던 기억이 난다.
애니메이션 홍보를 어필하는 걸 보니 이제 머지 않아 그때 라노벨에서 봤던 대죄주교들이 등장하는 챕터의 스토리를 하는 모양이다.
이처럼 특정 IP를 정말 좋아해 매체를 가리지 않고 모든 미디어 믹스를 즐기는 사람에게 아니메재팬은 꽤 즐거운 축제처럼 다가왔다.


서커스 테마에 맞춘 캐릭터 등신대도 인상적이었다.
캐릭터가 십수 명이었는데도 다 각자 개성에 맞춘 고유의 의상을 입고 있다는 점에서, 서커스 하나만으로도 굉장히 다양한 컨셉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크리에이터에게 경외감을 느꼈다.


잘 모르는 작품이지만 캐릭터가 귀여워서 찍었다.
그리고 티 팟이 놓여있는 식탁이 굿즈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위 사진만큼 일본스러운 사진이 또 있을까.
일본의 전통문화(전통 인형)와 현대문화(갸루)가 놀라울정도로 잘 어우러져 인기를 끈 비스크돌의 부스는 이번 아니메 재팬에서도 굉장히 눈길을 끄는 구성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가장 로컬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누군가가 말한 그 말처럼, 일본의 이러한 로컬적인 모습은 이제 세계적인 문화로 받아들여지는 장을 열고 있다.

千歳くんはラムネ瓶のなか
일본에서 라무네를 마셔본 사람이라면 저 병을 든 소녀를 보고 어떠한 ‘상쾌함’을 느낄 것 같다.
만약 우리나라가 위와 같은 컨셉의 캐릭터를 만든다면 어떤 병을 들어야 할까?
아니면 아예 음식으로 틀어서, ‘불닭녀’같은 캐릭터를 만든다면 어떨까.
그러한 별명의 여성이라면 웬지 보기만 해도 뭔가 성깔있어보일 것 같지만.

MADEBYBILIBILI
중국에서 사실상 유튜브같은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는 비리비리도 참가했다.
이 행사가 오직 일본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중국도 이 축제에 참전했다.
물론 ‘재패니메이션’ 스타일이 아니라서 미소녀 하나 등장하지 않는 애니메이션은 이런 행사에서까지 보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애니메이션과 미소녀 앞에 하나가 된다.

슈에이샤 Dena 부스도 인상적이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백합 가뭄’ 시장에 자그마한 단비가 되어 내려줄 작품이 보였다.
그 이름은 ‘내가 연인이 될 수 있을 리 없잖아, 무리무리!’
굉장히 최근 라노벨스러운 제목과 함께 매력적인 두 명의 미소녀가 엉켜있는 모습을 공식 부스에서 볼 수 있다니 반갑다.
앞으로도 이런 끈적한 작품들이 많이 나와주면 좋겠다. 서브컬처니까.

애니메이션이 히트를 치면 그 다음 단계는 적극적인 상품화(머천다이즈)가 이루어진다.
아마 모든 서브컬처 작품 제작자는 자신의 캐릭터가 피규어화가 되는 걸 바라고 있을 거다.
이 서브컬처 시장에 강한 엣지를 남긴 캐릭터는 굿스마일의 선택(?)을 받아 넨도로이드로 탈바꿈한다.


소년만화 ‘불꽃의 소방대(炎炎ノ消防隊)’도 보였다.
부스에 가까이 다가가면 해골 마크 스티커를 주는데 그걸 벽에다 붙이는 퍼포먼스를 할 수 있다.
딱히 작품에 관심은 없었지만 해골 스티커를 붙이며 ‘왜 해골일까.’, ‘무슨 작품일까.’ 같은 생각이 장연스레 떠오르게 됐다.
돌이켜보니 아니메재팬도 그렇고 앞으로는 체험형 부스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더 기억에 남으니까 좋았기 때문에.

ガールズバンドクライ
3D 애니메이션이 이다지도 자연스러울 수 있는지 놀라움을 안겨준 작품, ‘걸즈 밴드 크라이’.
나름 현지에서도 작품성이나 인기를 인정받았는지, 부스도 보이고 곳곳에서 굿즈로도 만나볼 수 있었다.
주인공이 항상 화가 나 있다!
개인적으로는 얌전한 미소녀를 좋아해서 이처럼 강한 개성의 주인공 탓에 좋아하기 힘든 작품이었지만, 아니메 재팬에서 아는 작품을 만나보는 것도 꽤 즐거운 재회였다.
부스 관람의 꽃은 굿즈!
으레 다른 서브컬처 행사도 그렇듯, 아니메재팬도 부스를 순회하다보면 굿즈를 파는 부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단순히 굿즈 판매에 특화된 부스도 있었지만, 일부 기업 부스는 조금 다른 전략을 취했다.
부스 내에는 자사 IP를 한껏 어필한 뒤에, 출구 부근에 굿즈 구입 존을 마련한 것.
그 IP에 관심이 별로 없었더라도 부스 내의 경험이 괜찮았던 경우 자연스럽게 그 IP의 굿즈가 갖고 싶어졌다.
아예 우리 기업에 관심조차 없던 사람들이 우리 부스에 와서 IP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 IP의 상품까지 갖게되는 것.
어쩌면 그게 바로 기업 부스들이 꿈꾸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아닐까.
아래는 이번 아니메재팬 2025에서 눈에 띄었던 몇 가지 굿즈 부스 사진이다.







다만 굿즈 부스를 볼 때마다 아쉬운 건 ‘늘 보던 굿즈를 또 보게 된다’는 점이다.
아크릴 스탠드, 인형, 포토 카드, 티셔츠, 태피스트리, 키링 등등…
이러한 굿즈가 싫다는 게 아니라, 늘 보던 것을 보니 다소 식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가 예전에 작성했던, 지스타 2024 최대 반전 ‘웹젠’ 부스에서 웹젠이 선보였던 굿즈 부스가 더 인상깊었다.
기업 부스는 굿즈 판매 자체로 큰 수익을 올리는 걸 목표로 출전하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실생활 최적화’된 굿즈를 판매한다면, 그래서 그 굿즈가 유저들 집이나 사무실 책상 위에 오래오래 놓여질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우리 작품을 오래오래 사랑해 줄 고객을 유치하게 되는 게 아닐까.
빠칭코



빠칭코의 나라답게 아니메재팬 안에서도 빠칭코를 볼 수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빠칭코 기계들을 쫙 모아둔 부스가 있었다.
왜 이런 빠칭코 기계를 들여놨을까 궁금해서 가까이 가 봤다.
그러자 빠칭코 기계 하나하나가 어떤 ‘애니메이션’을 테마로 잡은 기계였다.
저 위의 작품 중에 필자는 ‘좀비 랜드 사가’와 ‘슈타인즈 게이트’ 등을 좋아하는데 이러한 기계에서 내가 좋아하던 캐릭터를 보니 더욱 반가웠다.
빠칭코는 사행성 도박이지만, 이런 애니메이션 행사에서도 나올 만큼 일본인들에게는 대중적이라는 인식이 들었다.
특히 특정 애니메이션을 좋아해, 빠칭코를 할 생각이 없었더라도 빠칭코 기계(에 그려진 캐릭터와 연출)를 보려고 빠칭코를 하러 가는 것도 충분히 있을 법하다고 느꼈다.
아니메재팬 2025 종료

아니메재팬 2025는 총 152,400 명의 참관객을 끝으로 성료했다.
다음에는 더욱 즐거운 볼거리를 선보일 것을 기대하며, 다음에 또 갈 수 있는 날이 있기를 고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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