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I형 인간의 팀장생활
저자: 권도연
출판년도 : 2023년
장르: 자기계발
아, 그래? 몰라서가 아니라 안 해도 될 것 같아서 안 했다는 거지? 잠깐만, 안 해도 되는 일이 어디 있어? 그리고 상사한테 보고하는 건데 좀 예쁘게 정렬 못해주나? 나보고 알아서 다듬고 고쳐 쓰라는 건가, 감히?
『I형 인간의 팀장생활』 中
I형 인간
당신이 MBTI 세대라면, 필자는 I, 즉 I형 인간이라고 소개할 수 있을 듯하다.
이제는 I라고만 말해도 어딜가나 의미가 통한다.
I형 인간은 예전에는 ‘소심한 사람’, ‘A형 성격’이라고도 불렸다.
매사에 소심하고 쭈뼛쭈뼛대며 나서야 할 때 나서지 않고 전화하는 걸 불편해하고 집에있는 걸 좋아하고 등등…
물론 개인차는 있다. 사람 개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은 다 다르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I형 인간을 정의하자면, 여럿보다는 혼자를 선호하고 축구보다는 게임을 좋아하는 부류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은 교우관계도 널리 두루두루 어울리기보다는 소수의 몇 명만 교류하는 게 편하다.
필자의 경우에는 방콕보다는 산책을 더 좋아한다는 일부 예외사항을 가지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기가 쪽 빨리는 편이다.
그런 ‘I형 인간’으로 30년 넘게 살아왔다.
I형 인간의 팀장생활
그런 내가 지금 회사에서 리더가 됐다.
그렇다. 내게 어느새 직책이 생겨버렸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인정받았다고 생각해 뿌듯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의 범위를 더 넓힐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샘솟았다.
그런 기쁨도 잠시,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걱정이 생겨났다.
‘팀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인력 구성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면담이나 회식은 어느 정도 주기로 해야 하는 거지?’
지금껏 실무자로 살아오던 내 삶에, 갑자기 이런 고민들이 생겨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필자는 고민이 생기면 주변 사람들(예전 직장 동료나 상사 등)로부터 조언을 구한다.
그런데 남들에게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은 서점에 들러 지혜를 구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러던 필자가 발견하게 된 게 바로 이 책이다. ‘I형 인간의 팀장생활’이었다.
그래. 나 말고도 다른 I형 인간, I형 리더들이 있을 거야.
그 사람들은 회사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처음에는 서점에 수십 권씩 놓여 있는 흔하디 흔한 ‘리더십 지침서’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놈의 ‘I형 인간’이라는 키워드가 계속 나를 신경쓰이게 했다.
어느새 나도 MZ세대 특유의 MBTI형 인간 분류법에 익숙해지게 된 것일까?
수십 억의 인류를 감히 16개밖에 되지 않는 분류 체계로 나누는 MBTI 분류법이 오만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인간관계를 형성함에 있어 MBTI의 유용성 하나만큼은 인정하던 필자는 아마 남들은 아무도 모를 내적 갈등을 하다가 두 눈을 질끈 감고 책을 집어들었다.
그런데 그런 큰 마음(?)을 먹고 집어든 이 책에 나는 순식간에 몰입하게 됐다.
순식간에 끝까지 다 읽고 나서 ‘뭐야, 더 없어?’라고 생각했던 적은 오래간만이었다.
그렇게 즐거운 독서를 마치자, 이번 주의 글쓰기는 이 책을 주제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I형 인간, 진서연. 팀장이 되다
이 책은 리더를 위한 자기계발서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소설같은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진서연 팀장도 I형 인간이다.
진서연 팀장을 중심으로 그녀 주위의 세 명의 주변 인물들과 얽히고 설키며 일어나는 직장 내 드라마가 생생하게 펼쳐지는 게 바로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MBTI상 I형 인간이 팀장을 달았으니 당연하게도 진서연은 I형 팀장이다.
I형 인간이 팀장이 되었다고 해서 유난떨 건 없지만, 일반적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리더십’이나 ‘소통능력’같은 측면에서 E형 인간과는 큰 차이가 있다.
I형 리더는 자신이 먼저 나서서 팀을 휘어잡기보다는, 개성 강한 팀원들에게 본인의 의사표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히려 요지부동 팀원 한둘에 의해 휘둘리기도 한다.
그런데도 자신에게 부과된 팀장이라는 ‘직책’ 탓에 자신이 가진 성격이나 성향은 잠시 뒤로 하고 어떻게든 이 팀을 잘 이끌어야한다.
그러한 사명감 하나만큼은 I형 리더이든 E형 리더이든 똑같다.
팀장이 되자 단순 실무자 시절과는 달리 몇 인분의 고민을 끌어안게 된다. 업무면 업무, 관리면 관리. 팀장은 팀에 불어닥치는 많은 일들을 혼자서 해결하기 위해 눈코뜰새없이 바쁘다.
팀장 역할도 요령이 있으리라. 정말 탁월한 능력을 가진 팀장이라면 팀원의 퍼포먼스나 잠재능력 등을 고려해 맞춤형 업무를 분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서연 팀장은 이전까지는 팀장을 맡아본 적 없는 ‘신입 팀장’이다.
정작 본인 앞가림도 잘 못하는 상황에서 신입들을 챙겨야 하는 상황에 닥치게 된 거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진서연의 그 많은 고민과 번뇌를 함께 따라가게 된다.
사실상 이 책의 모든 내용은 진서연 팀장의 성장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팀장 진서연 – 문제편
직장인에게 보고서 작성 능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기본이 안 되어 있는 팀원을 데리고 있는 팀장이라면 그 기본을 가르쳐야 한다. 왜 가르치지도 않고 기본이 안 되어 있다고 떠드는가. 귀찮아서? 혹은 내가 아니니까?
『I형 인간의 팀장생활』 中
팀장 진서연.
이 책의 주인공이자 하루아침에 리더가 된 I형 인간이다.
제대로 된 이유조차 듣지 못한 채 홍보팀에서 소비자분석팀으로 전배가 된 건 시작에 불과했다.
새로 가게 된 팀에 있던 팀원들은 기존 팀장으로부터 제대로 된 업무나 교육조차 받지 못해본 신입이었다.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하자, 기본기조차 되어 있지 않은 팀원들.
물론 전임자 팀장이 그들에게 업무를 시키지 않으면서 업무 경험치를 쌓을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팀원이 보고할 때 팀장에게 서면 보고가 아닌 카톡 보고를 하는 것정도는 애교라고 해도, 보고서 작성 능력 자체가 형편없는 건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결국 폭발한 진서연은 다른 리더들 사이에서 팀원들 욕을 하고 만다.
그러나 얼마 후…
‘서연, 혹시 그 신입. 보고서 가지고 갈궜음?’
‘아뇨, 왜요?’
‘너네 신입. 지금 완전 꽐라.’
‘엥?’
‘아까 네가 보여준 보고서 그거 누가 신입한테 얘기했나 봐. 네가 신입 보고서 가지고 놀렸다고. 그래서인 듯?’
‘헐, 미치겠네.’
‘우리 신입이 너네 신입이랑 같이 술 먹는다는데, 상처를 좀 씨게 받은 거 같다는데.’
『I형 인간의 팀장생활』 中
결국 신입 팀장 진서연. 사고를 치고 만다.
다른 팀에 가서 우리 팀원을 욕하던 게, 바로 그 팀원 당사자의 귀에 들어가게 된 거다.
팀장도 인간이다. 인간이기에 실수를 할 수 있다. 팀장도 실수를 한다.
하지만 같은 실수라도 팀원이 하는 실수와 팀장이 하는 실수는 그 파급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
팀장이 소속 팀원을 가지고 뭐라고 했다는데.
그러면 그 팀원은 어디에 가서 하소연해야할까?
앞으로 화해를 할 수 있기는 한 걸까?
I형 리더 진서연은 그 팀원에게 바로 쫓아가서 사과(또는 변명)하는 대신, 자신만의 동굴을 파고 들어가며 어떻게 해결해야할 지 머리속이 복잡해진다.
침대에 누워 떠올렸다. 사과는 말 한마디면 된다. 쉽다. 하지만 기초 레벨의 팀원을 실전에 투입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고난도의 문제다. 머리로는 쉽지만.
『I형 인간의 팀장생활』 中
팀장 진서연 – 해결편
이미 엎질러진 물, 해결은 해야한다. (그것이 팀장이니까)
팀장 진서연이 현재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두 가지다.
하나는, 팀원의 퍼포먼스를 끌어올려야 하는 일이다.
애초에 이 사태가 벌어지게 된 건 팀장의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팀원의 업무 능력 때문이었다.
만약 퍼포먼스를 끌어올리는 일 그 자체를 실패한다면 이런 일이 앞으로 벌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팀은 계속 성장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이 뒷담했던 바로 그 팀원에게 사과하는 거다.
제 아무리 팀원의 능력이 팀장 눈에 아쉬웠다고 해도 어쩌겠는가.
본의이든 아니든 결국 그 뒷담이 당사자의 귀에 들어갔다. 그 팀원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라도 했다간 앞으로 업무 지시 등 협업해야할 때 어찌 손 쓸 방법이 없어진다.
그리고 인간이니까.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
진서연 팀장은 먼저 ‘퍼포먼스 문제’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두 명의 팀원을 회의실로 불러 이렇게 얘기를 꺼냈다.
“내가 두 분 문서 작성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몰라서요. 보고서 샘플을 하나 띄워줄 거예요. 보고 똑같이 만들어보세요. 평가하는 게 아니라 무엇이 부족한지 잘못된 건 없는지 가르쳐주려고 하는 거예요. 보고서를 쓰는 건 결국 기술이거든요. 오늘의 목표는 나와 여러분의 보고서 수준 맞추기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쓰든 여러분이 쓰든 똑같은 보고서가 나오도록 하는 거죠.”
『I형 인간의 팀장생활』 中
여기서 진서연 팀장은 팀원을 불러 막연한 방향성 조언을 하거나 질책하기보다는 ‘실제로 업무에 도움이 될 일을 가이드’하는 방법을 택했다.
보고서를 못 쓰는 팀원들에게 자신이 쓴 보고서를 보여주고, 어떻게 하면 이 보고서와 똑같이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게 했다.
그래서 보고서 샘플을 만들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팀이 원하는 보고서 양식을 습득할 수 있게 도왔다.
필자는 이 장면에서 진서연 팀장이 신입 팀장 치고는 굉장히 고단수라고 생각했다.
문제의 핵심(팀원의 보고서 작성 능력 미흡)을 잘 짚었고, 해결책도 단순히 일방향적인 교육을 진행하기보다는 팀원 스스로가 팔로잉할 수 있는 튜토리얼 코스를 만든 거다.
물론 이렇게까지 해도 팀원 입장에서는 처음 하는 일이라 막히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과정이 과연 맞는지 확인도 필요하다.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을 주기 위해 필요한 사람이 바로 팀장이다.
팀장이 바쁘면 팀원들은 팀장 눈치를 보느라 물어봐야할 것도 물어보지 못한다.
그래서 진서연 팀장은 자신의 시간을 일정 시간 이상 할애해서 팀원들과 함께 합을 맞추는 일에 동참한다.
“제목부터 수정합니다. 20대 여성 소비자… 폰트 크기는 17. 가운데 정렬, 서체는 HY헤드라인M. 서체는 자신의 눈에 예쁜 걸 찾는 게 아니라 통상 쓰는 걸 써야 해요. 형식에 개성이 드러나서는 안 됩니다. 평범한 형식이어야 내용이 눈에 들어오는 법이거든요.”
『I형 인간의 팀장생활』 中
진서연 팀장도 처음부터 이렇게 생각했던 건 아니다.
팀원을 ’뒷담’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했을 거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부터가 자신이 끔찍하게 싫어하는 빌런, 자신의 상사였던 ‘효자손’의 코스를 그대로 밟는 건 차라리 죽음을 택할만큼 싫었다.
하지만 진서연의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불편한 마음이 남아 있었다.
바로 그때, 진서연이 뒷담했던 팀원이 다가온다.
진서연은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에 긴장하는데,
“저 팀장님.”
“네?”
“저번에 팀장님이 참석해야 할 회의가 있거나 알아야 할 사항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정리를 좀 해봤습니다. 제가 아는 선에서, 동기들한테 물어봐서 적긴 했는데 혹시 빠진 게 있을 수도 있고요.”
“아… 고, 고마워요.”
“제가 표를 못 만들어서 그냥 주욱 적기만 했습니다. 보기 좀 불편하실 수도 있는데…”
『I형 인간의 팀장생활』 中
진서연은 팀원이 말을 걸면서 다가올 때 가슴이 철렁했다.
사실 진서연은 자신이 뒷담했던 팀원이 상사인 자신의 잘못을 꼬치꼬치 지적하면서 노동부에 고소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여나 고소장을 내밀면 어쩌지, 하고 남몰래 가슴졸이던 그녀였다.
하지만 실제로 돌아온 건 예전에 자신이 지나가듯 말한 요청을 듣고 가져온 팀원의 보고서였다.
진서연은 그 팀원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면서도 한편 부끄러웠다.
빨리 미안하다고, 사과 따위는 쉽다고 생각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그녀 또한 I형 인간이었던 탓일까, 결국 팀원이 제 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그녀의 입은 끝끝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모기소리처럼 미안하다는 말을 중얼거리고 말았다.
필자는 I형 인간으로서 만약 내가 진서연이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는데 이 순간 진서연이 보여준 행동이 정말로 공감이 갔다.
팀장도 팀원 앞에서 면목이 없을 수 있는 법이다.
I에서 E형 리더로
매일이 퇴근시간까지 정신없이 바빴다. 직접 해야 하는 일부터 팀원들의 업무를 관리하고 체크하는 일, 다른 팀과의 업무 협조까지 팀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하루하루 쳐내야 하는 보고서가 넘쳐났고, 참석해야 하는 회의는 수없이 많았으며, 한숨을 돌릴라 치면 해결해야 할 또 다른 이슈가 두더지 게임처럼 곳곳에서 생겨났다. 타이레놀을 먹는 횟수도 양도 늘어갔다. 점심을 거르는 일도 잦아졌다.
『I형 인간의 팀장생활』 中
리더가 되자 ‘정신없이 바쁘다’라는 말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실감하게 되었다.
내 일도 해야하지, 팀원의 작업물 피드백도 줘야하지, 회의도 들어가야하지, 그리고 내 상사나 보스와 대화할 일도 잦지. 타 팀이나 부서로부터 들어오는 요청을 후다닥 대응하고 이제 내 일을 해야지 하고 자리에 앉으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퇴근 시간이 다 되어 있다.
회사에 있는 것 자체를 ‘내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내 ‘일감 목록’에 있는 일을 할 때 비로소 내 일을 한다고 느낀다.
막연한 관리 일감은 잘 해도 중박, 못하면 완전히 쪽박이니 이것만큼 수지타산이 안 맞는 일이 없다.
관리 업무를 하다보면 자연스레 ‘용건은 간단히, 대화는 결론부터’라는 생각이 머리에 장착된다.
쭈뼛댈 시간에 문제해결방법을 찾아야한다.
고민할 시간에 팀원이 그 일감을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솔루션을 주어야 한다.
성향이 어쩌고 따질 시간에 한 마디라도 더 해야하는 사람이 바로 리더이다.
그래서일까.
최근에는 MBTI 검사를 하면 ENTJ가 나온다.
몇 년 전에는 줄곧 ISTJ가 나왔지만 이제는 45대 55 정도로 I와 E 비율이 형성된다.
왜 I와 E가 역전되었을까?
예전에 읽은 어떤 텍스트에서는 한 개인이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그 무리에서 어울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회적 성격’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집에 있으면 I이지만 회사에만 가면 가식적인(?) E형 인간이 된다는 거다.
또 다른 어떤 텍스트에서는 조금 다른 설명을 하는데, 단순 실무자일 때와 매니저일 때 MBTI가 달라진다고 한다. 실무자일 때는 ‘넵, 넵’ 하는 수동적 성향을 보여 I라면, 관리자가 되고서부터는 ‘하세요’라고 말하는 능동적 성향 탓에 E가 된다던가.
모든 리더는 훌륭해질 수 있다
필자는 지금 50명도 채 되지 않는 회사에서 6명의 팀원과 함께하는 파트의 리더로서 일하고 있다.
진서연 팀장이 꾸린 팀의 팀원이 3명이었으니, 필자의 팀이 조금 더 식구가 많은 셈이다.
그래서일까. 진서연 팀장만큼 팀원 하나하나가 드라마틱한 캐릭터성을 가진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진서연 팀장이 말한 것처럼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는 사실은 참으로 공감이 간다.
리더가 되자 내 시간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 대부분은 팀원이 가져온 결과물에 피드백을 하거나 타 부서 회의에 들어가며 보내기 일쑤다.
그러다보니 나 혼자 자리에 앉아 일하는 경우는 일주일에 며칠 되지 않는다.
하루종일 누군가와 함께 일하다보니, 아무리 성격 상 I라고 해도 자연스럽게 말을 많이 해야하게 되어버렸다.
좋든 싫든 피드백을 주더라도 최소 한 두명, 회의에 들어가면 많게는 열 명 넘게 참여하는 회의에 들어간다.
팀원 피드백의 경우도 보통 필자가 말을 많이 하는 편이고, 회의에 들어가면 필자는 우리 팀의 입장을 대표해서 말을 해야한다.
말을 조금만 많이 해도 입이 아픈(실제로 통증이 있다) 나로써는 이 자리(리더)가 나에게 맞는가에 대해 종종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물론 필자 나름대로 리더로서 피드백을 할 때나 회의에 참가할 때마다 최선을 다하려고 애쓰지만, 종종이런 고민이 들 때가 있다.
‘나는 왜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하게 못 하지?’
‘어떻게 말해야 팀원들을 잘 이끌 수 있는 거지?’
‘언제 누구와 어디서 얘기해야 오해받지 않고 원하는 바를 잘 전달할 수 있지?’
그래서일까.
필자가 I형 인간의 팀장생활이라는 책을 꺼내든 건 어쩌면, 필자가 가진 그런 고민들이 나만의 고민인지 아니면 좀 더 보편적인 고민인지 알고 싶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진서연 팀장’은 필자와 많은 부분이 닮았다.
완성형 인물이 아닌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생각이 아주 많다.
생각이 많다보니 행동이 빠르게 나가지 못하고, 만약 생각 정리를 다 하지 못하고 행동이 바로 나가는 순간 실수를 하는 등 미끄러지기 일쑤다.
또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보니 생각이 많아지고… 그런 악순환이 반복된다.
인간관계에서 문제 해결이라는 게 별거 있나. 툭 꺼내서 툭 주고받을 수 있으면 그걸로 된 것이다. 고민과 고통을 상처로 받아들이는 것도 나의 몫이고, 아무렇지 않은 자국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도 결국 내 몫이다. 나는 내 몫에, 내 결정에 충실하기로 했다.
『I형 인간의 팀장생활』 中
그런 필자에게 위로가 되었던 건 바로 위와 같은 진서연 팀장의 독백이었다.
문제 해결이라는 게 별거 있나. 툭 꺼내서 툭 주고받으면 된 거다.
생각이 많아지는 건 신중해지기 위함이다.
그런데 그건 어쩌면 예의와 격식, 우회적인 어법과 젠틀한 태도를 내세우다보니 문제의 본질에서 더 멀어지게 되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생각이 많아지고 말이 길어질수록 나와 너의 대화는 진솔함과 멀어지는 게 아닐까.
그래서 그냥 나는 내 생각과 말과 표현에 충실하기로 했다는 말이 참 좋았다.
진서연 팀장은 I형 팀장임에도, 각 팀원들과 진솔한 소통을 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모든 팀원들이 진서연 팀장에게 마음을 열게 되면서 진서연 팀장은 자신이 원하는 꿈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진다.
이는 진서연 팀장이 E형 팀장이어서가 아니라, I형 팀장임에도 자신의 소신을 지키며 꾸준히 진심어린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클로징
필자는 이번 글을 작성하며 책에 있는 내용 일부를 발췌했다.
발췌를 위해 한번 읽었던 책을 다시 읽었는데도 참 흡입력 있게 재미있게 읽힌다.
진서연 팀장이 해결해야하는 문제는 위에 언급한 ‘팀원 뒷담’ 사례 말고도 여러 가지 있다. (팀원이 셋이니, 최소 세 개는 된다.) 그리고 하나하나 모두 너무 공감하기 좋은 내용이었다.
필자가 나중에 ‘신입 팀장’이 된 어떤 사람에게 책을 추천해줘야 한다면 아마 이 책을 추천해줄 듯하다.
재미있고, 유익하기 때문에.
그리고 인간미가 너무 절절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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