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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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쿡앱스 1차 면접 후기

정들었던 회사를 퇴사하고, 약 2개월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슬슬 직장인보다는 대학생에 더 가까운 생활을 살고 있다.

요가를 하고,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고, 밥을 먹고, 생각을 글로 옮기는 그런 일상들.

하지만 마음 한켠에서는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는, 나와 궁합이 잘 맞는 회사의 공고가 언제쯤 올라올지 마음이 불편했었다.

그리고 이제 오랜 기다림을 깨고, 마침내 ‘쿡앱스’라는 회사에 지원을 하게 되면서 1차 면접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쿡앱스?

쿡앱스(CookApps)는 판교테크노벨리에 위치한 모바일 게임 회사 중 하나다.

페이스북 게임을 시작으로 회사가 성장했으며, 현재까지도 한국 내수용 게임보다는 해외 시장에 더 집중해서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그래서 리니지라이크 등의 게임을 개발한 전적이 없다.)

특히 ‘신입도 연봉 5천부터’, ’주 35시간제‘, ’게임잼’ 등, 독특한 회사 문화를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페이스북 게임 개발을 시작으로 해외에 수출하는 게임을 많이 만든 덕분(?)인지 한국 기업치고는 꽤 드문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느껴졌다.

비록 회사 규모는 3N에 한참 못 미치지만 2023년 현재도 꾸준히 다방면에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미래가 기대되는 회사이다.

쿡앱스의 대표 게임

Tailed Demon Slayer, 무명기사단, Merge Manor:써니하우스 등이 있다.

쿡앱스에서 출시한 게임들이 대부분 구글플레이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높은 인기를 얻었다.

그 덕분인지 회사에서 다작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준수한 매출 성적을 내는 듯하다.

주로 ‘북미풍 캐주얼 스타일’ 게임을 출시하고 있으며, 전반적으로 짧은 개발기간임에도 높은 성과를 내는 게 특징이다.

내가 쿡앱스에 지원한 이유

앞서 소개했듯이, 쿡앱스는 북미풍 캐주얼 게임을 주로 출시한 회사다.

쿡앱스를 상징(?)하는 대표 캐릭터들. 확실히 서브컬처 디자인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에 올라온 공고를 보니 서브컬처 장르의 게임을 개발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미 서브컬처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는 우리나라에도 이미 수십 군데가 있다.

하지만 그곳들은 공통적으로

  • 완전히 서브컬처 작가 포지션을 뽑거나
  • 성공 노하우가 있는지 잘 모르겠거나
  • 지원자에게 정보를 거의 주지 않는 등 불친절했다.

나는 게임 디자이너(기획자)가 되고 싶었지, 게임 시나리오 작가라고 불리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회사 내부의 정보를 꽁꽁 숨겨놓거나, 원화 한 장 보여주지 않는 회사도 지원하기가 꺼려졌다. 서브컬처 게임의 생명은 바로 ‘아트’인데, 아트를 숨긴다는 것은 스스로의 퀄리티에 자신이 없다고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앞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프로젝트’에서 뛰어내렸기 때문에 기왕 출사표를 낸 이상 나와 최대한 궁합이 맞는 회사를 가고 싶었다.

쿡앱스는 내가 위에서 꼽았던 아쉬운 점들이 가장 적었던 유일한 회사였다. 하지만 내가 처음 공고를 알게 되었을 당시에는 내부 원화 정보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쿡앱스도 지원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래와 같은 티저 이미지가 채용 공고에 포함이 되었다.

나는 이 티저 이미지 한 장을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지원했다. 공고 확인부터 지원까지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쿡앱스가 이런 서브컬처 디자인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기지가 않았다.

그동안 북미풍의 캐주얼 게임 위주의 개발을 하던 회사였기 때문에 서브컬처 프로젝트로 개발을 하게 될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일단 지원을 하고 난 뒤, 나는 티저 이미지를 천천히 다시 스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그림에서 세 가지 특징을 캐치했다.

  • 현재 한국에서 개발중인 서브컬처 게임 중에서 가장 우수한 아트 디자인 퀄리티
  • 캐릭터 포트레이트의 내러티브 디스크립션이 (이미) 굉장히 뛰어나고 잘 어울림(조화로움)
  • 캐릭터의 뒤편에 있는 디오라마가 가지고 있는 맥락(우주)이 기존의 수집형 게임과 차별화되는 설정으로 느껴짐

지금까지 게임잡에 차곡차곡 모아놓은 다른 회사의 공고들은 대부분 위 이미지만큼 강렬한 인상을 보여주지 못했었다.

그래서 그동안 15군데 가까이 스크랩을 해 오면서도 한 군데도 지원서조차 넣기 않았던 나였다.

하지만 이 이미지 한장이 내가 이 회사에 지원하게 만드는 결정적 한 방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쿡앱스에 지원하기 – 서류전형과 과제전형

나는 쿡앱스에 4월 말에 지원하였는데, 이때 하필 쿡앱스의 워크샵 일정이 끼어 있어서 서류 연락을 받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쿡앱스는 자기소개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지만 포트폴리오가 굉장히 중요하며 전형도 최대 4단계를 거쳐야 최종 합격할 수 있다.

워크샵 종료 후 약 이틀만에 서류 합격 메일을 받게 되었고, 이어서 과제 전형 안내를 받았다.

과제의 내용은 특정 주제에 관해 개발자로서 그 주제에 관해 거시적인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 그리고 논리적으로 나름의 관점을 갖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묻는 내용이었다.

기한으로는 약 1주일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회사 재직 중이라든지 다소 과제 수행이 어려운 상황인 경우 기한을 조금 더 타협해볼 수 있는 듯했다.

처음에는 과제를 보고 한숨만 나왔다. 처음에는 마치 ‘도전! 골든벨’에서 답을 모르는 최후의 학생처럼, ‘얘들아 미안해’같은 글이라도 보내야 하나 진심으로 고민했다.

그런데 쿡앱스의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점점 이 과제에 살을 보탤만한 내용이 뭉게뭉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과제의 첫 삽을 뜰 수 있게 되었고, 차츰 내가 가진 지식과 관점을 담아서 과제를 수행할 수 있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과제를 제출하고 초조하게 그 결과를 기다렸다.

만약 과제에서 떨어져도 크게 미련은 없었다. 할 수 있는것은 다 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약 이틀 뒤에 과제 전형 합격 사실을 전화로 듣게 되었다. 과제가 무사히 패스되어 기쁜 마음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이제부터가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면접일을 잡았는데, 합격 통보일 바로 다음날 면접을 진행하게 되었다.

면접 당일

아침 11시가 되자 카카오톡으로 면접 리마인드 메시지를 받았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회사에 오는 법을, 아예 회사에서 촬영을 해서 첨부를 해준 점이었다.

지금까지 다녀본 회사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위 이미지를 누르면 쿡앱스 찾아가기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회사 주소마저 틀리게 기재하는 곳도 있는데, 쿡앱스는 아예 회사에 오는 방법을 동영상으로 친절하게 안내해주었다.

덕분에 초행길인데도 헤메지 않고 면접장에 잘 도착할 수 있었다.

인사팀(PX팀)의 안내를 받아 면접장까지 이동하면서 회사 내부를 쭉 둘러볼 수 있었다.

좋은 채광. 간접 조명이 비치는 은은한 사무실. 파티션이 없는 책상. 음료와 간식이 어지러이 놓여 있는 책상들. 블라인드나 반투명 필름지가 붙어 있지 않아 회의실 내부에 누가 있는지 보이는 창문. 긍정적인 문구가 붙어 있는 회의실 이름. 스탠딩 회의가 가능한 바 테이블. 마치 밤늦게 외국의 카페에 온 것처럼 빛나는 CookApps 네온사인등까지.

실리콘벨리에 가본 적은 없지만 만약 실리콘벨리에 가게 된다면 이런 분위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국적이었다.

회의실에서도 딱딱한 의자만 있는 게 아니라 소파와 쿠션 등이 구비되어 있어서 회의실에서 담소를 나누기도 좋아 보였다.

이어서 면접관 분들이 들어오셨고, 면접관 분들이 먼저 스스로를 소개하시면서 면접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면접 질문

1차 면접에서 나는 면접을 굉장히 길게 진행한 편이었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고 부드러웠지만 질문 하나하나는 즉흥적이라기보다는 엄선된 느낌이었고 날카로운 편이었다.

기억나는 면접 질문을 조금 적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쿡앱스 면접 질문지(일부)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작성하신 포트폴리오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 포트폴리오에 ~~하게 적으신 부분에 대해 추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 (면접관 생각에는) 이러한 부분이 조금 생각의 차이가 있는 듯한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학교에 진학해서 배우신 것은 무엇인가요?
  • 퇴사 사유가 어떻게 되실까요?
  • 퇴사하실 때 기존에 작업하신 게 아깝지는 않으셨나요?
  • 게임의 재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밖에도 굉장히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대부분 실무에 대해 내가 가진 지식이나 생각을 묻는 질문이었다.

면접을 10이라고 한다면, 그중에서 4~5의 비중으로 내가 말한 것과 작성한 것에 대한 검증 질문이 차지했던 것 같다.

나머지는 면접관 분들이 미리 준비해오신 질문(실무 지식 관련)하시면, 그것을 최대한 내가 생각하는 것대로 답변했다.

면접관 분들이 자신들이 가진 가치관을 강요하거나 사견을 바탕으로 내 생각을 부정하거나 무시하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대체로 화기애애하게, 개발자 대 개발자로서 의견을 나누는 자리에 가깝다는 느낌이었다.

면접 후

면접이 종료되자 시간이 꽤 많이 흐른 뒤였다.

그런데 아직 그렇게 늦은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이미 모니터가 꺼진 자리가 꽤 눈에 띄었다.

워라밸 우수기업이라더니, 정말 그런 모양이었다.

합격 여부는 약 1주일 이내에 결과를 알려주신다고 하시고,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건물을 나서게 되었다.

귀가하며

처음에는 쿡앱스에 지원한 것이 티저 이미지 1장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조금 더 그 이유가 늘어날 것 같다.

비록 집으로 가야하는 거리가 만만치 않았지만, 발걸음이 무겁지는 않았다.

또 다시 이곳에 올 수 있기를 바라며 가벼운 마음으로 집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 1차 면접 합격/불합격 소식을 듣기 전, 최대한 객관적으로 글을 쓰고자 지금 시기에 이 글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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