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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메인 스토리)
수련도, 휴식도 중요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요소를 이끄는 메인 스토리가 아닐까?
어드벤처와 트레이닝을 거듭하다보면 어느새 달이 바뀌며 ‘퀘스트’라는 버튼이 생긴 것을 볼 수 있다.
이 퀘스트 버튼이 바로 템페스트의 메인 스토리에 해당하며 샤른 호스트와 히로인들의 스토리를 계속 감상할 수 있다.
메인 스토리 초반부에서는 샤른 호스트와 새로운 동료의 합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처음에 샤른 호스트와 합류하는 히로인은 세 명이지만 퀘스트를 진행할 때마다 히로인이 합류해 8명까지 늘어난다.
히로인이 다 갖춰지면서 이야기는 점점 진지한 국면으로 접어든다.
다이얼로그
대화 화면은 2D 캐릭터 포트레이트 1인을 중심으로 대화창만 존재하는 간결한 UI를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20년도 더 된 게임이다보니 지금은 너무나 당연한 편의 기능(세이브/로드, 자동 읽기 등)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나마 위안을 삼자면 예쁜 캐릭터 원화를 이렇게 가까이 볼 수 있다는 점이랄까.
(시대가 지나 촌스러운 면도 있겠지만, 여전히 그 아름다움이 빛바래지 않은게 놀랍다.)
“템페스트”의 히로인은 8명이나 되다보니 캐릭터가 다소 헷갈릴법도 한데, 원화가 분이 캐릭터의 개성에 맞게 잘 구분되게 그려주었다.
제1 왕녀 엘리자베스는 금발 머리에 핑크 드레스, 제2 왕녀 메리는 갈색 머리에 깃털 장식이 달린 푸른 드레스를 입고 있다.
공주들 뿐만이 아니라 다른 히로인들도 서로 캐릭터성이 뚜렷하게 구분된다.
코델리아는 공주의 시종치고는 귀엽고 평범한 소녀이지만, ‘폭탄마’다. (원신 클레의 원조 격에 해당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하는 짓이 귀엽고 기특하지만 그녀가 주머니에서 언제 폭탄을 꺼내들지 항상 기대하며(?) 보게 된다.
제국에서 온 ‘앤’은 다른 히로인보다 더욱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는데 무려 게이시르 황제 ‘크리스티나’의 명을 받아 파견된 몸이다.
그래서 복장부터 게이시르의 복장이며 검은 금발과 세련된 제복 차림이 잘 어울린다.
위 스토리에서 앤은 샤른 호스트 일행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히로인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다른 히로인들도 좋든 싫든 샤른 호스트와 어떻게든 우연히 관계를 맺게 되면서 용자의 무덤의 히로인 대열에 자연스럽게 합류한다.
선택지 대사
“템페스트”의 주인공은 샤른 호스트다.
창세기전 2에서는 이올린과 G.S, 라시드를 꼽을 수 있고, 창세기전 외전 서풍의 광시곡에서는 시라노가 주인공 포지션이다.
이전까지의 작품에서는 3인칭 시점으로 주인공의 생각과 행적을 따라간 반면, 이번 작품은 샤른 호스트가 1인칭으로 묘사되는 장면이 꽤 존재한다.
그래서 주인공으로서의 몰입도도 다른 시리즈에 비해 훨씬 크게 느껴진다.
샤른 호스트 입장에서 선택지를 골라야하는 순간도 있다.
어떤 선택지를 고르든 스토리상 분기가 일어나지는 않으나 인물의 반응과 호감도에 약간의 변화가 발생하기는 한다.
템페스트의 결말 부분에는 지금까지 모아둔 호감도에 따라서 엔딩의 분기가 달라지게 된다.
예를 들어, 오필리어의 호감도가 가장 높으면 오필리어 루트로 진입할 수 있으며, 엔딩 또한 오필리어와 관계된 스토리로 진행된다.
(자세한 건 아래에서 후술하겠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은 ‘샤른 호스트’로 고정이다. 명실상부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만약 에밀리오로 고를 수 있었으면 어땠을까?)
시네마틱 영상
무려(!!) 창세기전 템페스트에는 아래와 같은 3D 시네마틱 영상이 다수 준비되어 있다.
게임 설치 후 오프닝 화면에서도 잠시 기다리다보면 이러한 시네마틱 영상을 볼 수 있다.
물론 3D 그래픽 퀄리티는 여러모로 아쉽지만, 그래도 20년도 더 전에 나온 그래픽 치고는 정말 훌륭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아래의 그래픽 퀄리티가 아쉬운 만큼, 그만큼 짧은 시간 안에 현재의 3D 그래픽 기술이 이만큼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전투
템페스트의 전투 방식
“템페스트”의 전투는 SD캐릭터를 이용한 3D 필드 전투이다.
SRPG 형식의 턴제 배틀이며 배경은 n(가로) x 3(깊이)의 격자 형태이므로 각 캐릭터는 상하, 좌우로 움직일 수 있다.
필드는 단일 필드이기도 하고 특정 좌표에 다다르면 강제 전이가 이루어지는 복합형 필드도 존재한다.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효율적으로 조작해, 적을 전멸시키거나 특정 승리 조건을 달성하면 전투는 마무리된다.
총체적 난국의 전투
안타깝게도 전투 시스템은 재미와 편의 어느쪽도 잡지 못했다.
적 턴 페이즈에서 적 캐릭터 간 시점 이동이 너무 오랫동안 어지럽게 진행된다.
2D 캐주얼 그림 스타일을 기반으로 SD 캐릭터로 전투 시스템을 구성한 건 좋았다.
그러나 아군이 적을 공격할 때 적이 없어도 스킬이 발동되는 등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아무래도 개발기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충분한 Fun QA 없이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부끄러운 사실을 고백하자면, 나는 다른 창세기전 시리즈와는 달리 템페스트는 치트 없이 깬 기억이 없다.)
호감도에 따른 엔딩 분기와 그 한계
“템페스트”는 장르적으로 ‘RPG’와 ‘연애 시뮬레이션’이 합쳐져 있다.
각 캐릭터는 수련이나 기타 활동을 하면서 성장시킬 수 있고, 샤른호스트의 행동에 따라 각 캐릭터의 호감도를 높여줄 수도 있다.
당연하게도, 나(플레이어)의 관심과 애정을 가장 많이 쏟은 애가 이 게임의 엔딩의 메인 히로인이 된다.
(예를 들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엘리자베스 팬드래건이면, 엘리자베스 엔딩이 되는 것)
그러나 이 게임의 메인 히로인 시스템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결정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 최애캐는 진 히로인이 아니다.
- 엘리자베스 엔딩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 하나씩 설명해보고자 한다.
최애캐는 진 히로인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미연시를 비롯한 연애 게임에서는 내가 가장 호감도를 많이 올려준 최애캐가 곧 이 게임의 진 히로인이 된다.
예를 들어, 내가 오필리어의 호감도를 최대로 찍어주었다면 오필리어와의 해피 엔딩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는 내가 오필리어든 메리든 누구를 선택해도 그녀와 맺어질 수 없다.(!)
선택의 순간이 되면, 템페스트의 진 히로인인 엘리자베스 루트로 무조건 진입한다.
더 비극적인 건, 내가 고른 히로인은 생사불명의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다른 히로인을 좋아하는 팬 입장에서는 엘리자베스가 천하의 나쁜 년처럼 느껴지게 되지만…
엘리자베스 루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엘리자베스 루트도 존재하지 않는다.
엘리자베스에게 아무리 호감도를 높여주는 노력을 한다 해도, 엘리자베스 루트 자체에 진입이 불가능하다.
만약 엘리자베스 호감도가 최대치라면 그 시녀인 코델리아 루트로 강제 진입한다. (강제로 취향 변경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사자인 엘리자베스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엘리자베스는 ‘리리스’라고 하는 여성으로 변모함으로써 사실상 기존의 엘리자베스는 소멸하고야 만다.
한마디로 템페스트는 밑도 끝도 없이 연애 시뮬레이션의 모든 공식을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더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다른 곳에서 스포일러를 보는 것을 권합니다.)
“템페스트” 활동
‘템페스트’라는 이름은 무엇 때문에 붙여졌을까?
템페스트(Tempest)란 사전적 의미로는 ‘폭풍우’라는 뜻이다.
‘템페스트’라는 이름의 유래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이름인 ‘템페스트’와 매직 더 개더링의 팩 이름인 ‘템페스트’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작중에서 템페스트는 뜻밖에도 죠엘이 구상한 미소녀 서커스단의 이름(!)이다.
엘리자베스를 비롯한 팬드래건의 왕녀들은 현재 왕국으로부터 쫓기고 있어서 신분을 드러낼 수 없는 처지에 있었다.
그러나 왕국 곳곳에는 현재의 왕인 리차드가 아니라 왕녀들을 옹립하고자 하는 세력도 존재했다.
왕국의 의심을 피하며 마을과 도시 곳곳을 순방할 수 있는 방법을 바로 ‘서커스단 순회’로 마련하고자 한 것이다.
그게 바로 서커스단 ‘템페스트’의 탄생 배경이다.
그렇다면 서커스단 ‘템페스트’에는 어떤 종목(미니게임)이 있을까?
미니게임 – 단검 던지기
출연: 앤(주연), 엘리자베스, 메리, 자드(조연)
내용: 엘리자베스, 메리, 자드는 회전판에 고정되어 있다. 회전판에는 사과, 폭탄, 그리고 히로인이 매달려 있다. 앤은 칼을 던져서 ‘사과만’ 맞혀야 한다.
난이도: ★★★☆☆(개인 주관)
칼을 던져서 사과를 맞혀야하는 미니 게임이다. 회전판의 회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며, 사과의 크기가 작아서 맞히기 정말 어렵다.
뒤에 후술할 다른 미니게임에 비하자면 이 정도는 쉽게 느껴진다.
미니게임 – 밧줄타기
출연: 엘리자베스(주연)
내용: 엘리자베스는 괴도가 되어 밧줄을 타고 건너편으로 이동해야 한다. 물에는 상어가 있으니 빠지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난이도: ★★★★☆(개인 주관)
엘리자베스를 조작해, 적절한 때에 점프해서 밧줄을 타고 우측으로 이동하면 된다.
이 미니게임의 백미는 바로 ‘점프 홀드’다. 한 자리에서 오래 머물면서 다음 밧줄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이상할 정도로 렉이 심한 데다, 밧줄 사이의 간격이 먼 관계로 이 미니게임도 이상하리만큼 어렵다(…).
미니게임 – 사자 쫓기
출연: 메리(주연), 사자(조연)
내용: 메리는 열심히 달려서 사자를 쫓아야 한다. 메리의 달리기가 느려지면 반대로 사자가 메리를 쫓아오니 주의해야 한다.
난이도: ★★★★☆(개인 주관)
메리가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마우스 클릭을 연타하면 되는 가장 ‘심플한’ 미니게임이다.
이 미니게임의 문제는 메리는 어짜피 폭탄에 맞아 느려지게 되어 있다는 점이다. (폭탄을 피할 방법따윈 없다.)
사자는 순식간에 메리의 뒤로 쫓아오게 되며, 이쯤 되면 마우스 연타도 슬슬 피지컬의 극한에 다다르게 되어 결국 게임 오버를 맞이하게 된다.
미니게임 – 링 던지기
출연: 자드(주연), 원숭이(조연)
내용: 자드는 원숭이가 던지는 링을 받아서 다시 원숭이에게 토스한다. 원숭이가 던지는 링이 늘어나지만, 떨어트리지 않고 계속 주고 받자.
난이도: ★★☆☆☆(개인 주관)
자드는 원숭이가 던지는 링을 ‘적시에’ 받아서 다시 보내면 된다.
링을 보내는 데 성공하면 원숭이는 링을 추가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쉽고 간단한 미니게임이지만…
링을 잡는 판정이 굉장히 이상하게 되어 있어서 성공률이 극악이다. 그래서 허무하게 게임 오버가 되기 쉽다.
혹시나 링을 잡는 판정을 잘 습득해두었다면, 난이도는 그만큼 내려간다.
미니게임 – 피아노 원숭이
출연: 오필리어(주연), 원숭이(조연)
내용: 오필리어는 피아노 건반 위를 오가며 점프한다. 원숭이는 오필리어가 ‘어떤’ 건반들을 오갔는지 정확하게 재현해야 한다.
난이도: ★★★☆☆(개인 주관)
오필리어가 귀엽게 점프하며 누르는 건반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똑같이 누르면 되는 ‘기억력 테스트’.
처음에는 5개 이하의 개수만 기억해도 되서 간단하지만, 10개 가까이 외워야하기 시작하면 슬슬 기억력의 한계가 실감난다.
틀린 순간부터 오필리어의 표정이 (‘ ^ ‘)으로 변하는 게 포인트.
기억력이 좋은 사람에게는 가장 쉬운 미니게임이겠지만 순발력을 요하는 미니게임을 선호하는 분은 이게 가장 까다로울수도 있겠다.
(피아노 건반음이 각각 도레미파솔 중에서 어떤 것과 대응하는지 바로 기억할 수 있다면 더 수월할 것 같다.)
템페스트 총평
템페스트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아쉬운 수준이다.
SRPG로써도 그렇고, 연애 시뮬레이션적 요소도 그렇다.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전투’ 측면에서도 도저히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그러나 “템페스트”에는 다른 게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매력적인 인물들이 끊임없이 뒤의 스토리를 궁금하게 만들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몇 가지 콘텐츠들이 조화를 이룬다.
비록 아쉬운 점이 많은 게임이지만, 조금만 더 만듦새가 괜찮았다면 시대가 지나도 명작으로 기억에 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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