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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로서 우리는 잘 하고 있는걸까


들어가는 글

경기는 선수만 할까?

『관리자』로서 우리는 잘 하고 있는걸까ㆍ협업 시리즈 #1

재밌게 본 영화중에 만년 꼴찌 팀이었던 오클렌드 클리블렌드를 20연승의 쾌거를 이루게 만든 실화 기반 영화, ‘머니볼‘이라는 야구 영화가 있다.

기존의 야구는 ‘머니볼(money ball)’이라는 이름이 상징하듯, 돈이 많은 구단이 리그에 있는 비싼 선수를 최대한 많이 기용하면 그것이 곧 승률로 연결되고 우승 후보가 되는, 그야말로 승리를 돈으로 사는 게 당연시되던 구조였다.

안타깝게도 주인공의 구단은 비싼 선수를 기용할 돈이 없다. 이대로는 이번 해에도 만년 꼴찌 팀이라는 처지를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주인공은 돌파구를 모색한다.

그 돌파구는 바로 통계학이었다. 현대 야구팀은 이미 모두 ‘세이버매트릭스’라고 불리는 이 통계학 기법을 도입하게 되었을 만큼 통계학은 이제 야구를 상징하게 되었다. 쉽게 말해, 모든 선수의 역량을 통계적으로 수치화한 뒤, 구단에서는 매번 가장 승률이 높아지는 경우의 수를 택해 경기를 치르는 방식이다.

이런 개념이 아직 존재하지 않던 시절, 오클렌드는 세이버매트릭스를 도입해 순식간에 20연승의 기록을 가져오는 강팀이 된다.

이 영화는 20연승의 쾌거를 이룬 건 비싼 선수 덕분이 아니라 선수 개개인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기용할 수 있었는가하는 ‘구단’의 판단력, 그리고 새롭게 받아들인 시스템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경기는 선수만 하는 게 아니다. ‘손흥민’이나 ‘박지성’ 같은 스타플레이어의 공헌도도 물론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야구처럼 특정 선수의 기량보다는 팀 전체의 기량이 중요한 스포츠는 더더욱 선수 개개인보다 구단 전체의 역량이 승패에 영향을 미친다.

이제 영화 이야기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그것도 회사의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야구는 통계의 스포츠이다. 그래서 통계를 지배하는 자가 곧 승률을 지배한다.

그렇다면 회사도 야구처럼 정량적 지표(가령 야구에서의 통계학)를 바탕으로 더 나은 가치 창출을 할 수 있을까?

『관리자』로서 우리는 잘 하고 있는걸까ㆍ협업 시리즈 #1

어떤 사람(가령 대표)이 전사적으로 OKR 등의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회사가 창출할 수 있는 가치의 크기가 커지는 게 가능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아래의 예시를 먼저 생각해보도록 하자.

A는 1달에 100의 성과를 내고,
B는 1달에 200의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렇다면 A가 B를 따라잡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누구는 이것을 개개인의 역량 차이라고 말한다.

가령, A가 B를 따라잡으려면 A가 열심히 노력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노력’은 곧 개인의 노력, 즉, 자기계발을 의미한다.

A가 열심히 노력한다는 건 학위 취득이나 자격증 공부 등을 비롯해 개인의 하드 스킬 전반을 향상시켜야한다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A가 B보다 못난 이유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의미로도 읽힌다.

냉정하게 말해 실제로 A가 B보다 노력이 부족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A는 B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을 해야할 것이며, B또한 앞으로도 200의 성과를 낼 수 있게 자신의 퍼포먼스를 유지해야 한다.

필자의 의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개인이 생산해낼 수 있는 성과가 100인 사람은 어느 조직에 가도 똑같이 100의 성과를 낼까?

그렇다면 여기에서 한 가지 외부 요인을 덧붙여보도록 하자.

만약 A가 100의 성과를, B가 200의 성과를 내고 있는 조직에서, A와 의 환경이 바뀌면 어떻게 될까?

만약 A와 B가 동시에 다른 회사에 이직했다고 가정했을 때 어떤 조직에 가서는 50을, 150을, 아니면 250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만약 A가 다른 회사에 가서 기존에 100을 하던 것이 250이 된다면, 그 조직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머니볼’의 교훈처럼, 어떤 조직은 그 사람이 가진 잠재치(포텐셜)을 끌어낼 수 있는 곳도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 조직도 100의 성과를 내던 사람을 250의 성과를 낼 수 있게 만들 수 있는 어떠한 방법이 있지는 않을까?

회사 = 대표 + 관리자 + 실무자

『관리자』로서 우리는 잘 하고 있는걸까ㆍ협업 시리즈 #1

이제 이 논제의 규모를 개인의 역량이라는 작은 범위에서 회사가 창출해낼 수 있는 가치에 빗대 규모를 확장시켜 보자.

가령, 개인의 성과 100을, 회사가 창출하는 가치 100과 1:1 비율로 동등하다고 점수를 매기는 거다.

A 회사는 1달 동안 100의 가치를 내지만, B사는 1달 동안 200의 가치를 창출한다.

물론 이 두 회사가 창출하는 가치 총량에 미치는 요인은 앞서 예시로 들었던 두 사람(A, B)보다는 더욱 많을 것이다.

일단은 우리가 앞서 개개인의 역량 차이를 ‘하드 스킬’이라는 단일 변수에서 왔다고 생각했었으므로 회사도 마찬가지로 회사의 ‘하드 스킬’ 차이가 가치 총량의 차이라고 가정해보도록 하자.

만약 1달 동안 두 회사가 낸 가치가 차이가 난다면, 이것도 순전히 회사가 가진 하드 스킬의 문제일까?

그렇다면 회사의 ‘하드 스킬’은 뭘까.

회사원 모두를 서울대 출신으로 채우면 그 회사는 미래가 창창한 비전있는 회사일까?

회사가 가진 역량 외에도 다른 요인, 가령 외부 요인이 있지는 않았을까?

만약 그 ‘요인’을 알 수만 있다면 앞서 필자가 개개인의 역량을 이야기할 때 지목했던 것처럼, 어떤 환경에서는 50을, 150을, 250의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지 않을까?

개개인이 모두 250을 할 수 있는 회사가 된다면, 회사도 자연히 250 또는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앞서 ‘머니볼’이라는 실화 기반 영화의 예시를 보며, 단순히 비싼 선수(사람으로 비유하면 서울대 출신 역량)가 많다고 해서 꼭 우승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만년 꼴찌하던 가난한 팀이 20연승을 거두게 된 것은 선수 개개인의 역량보다는 선수단 전체에 미친 변수(세이버매트릭스의 도입)임을 알게 되었다.

필자가 주목한 건 바로 이 지점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조직 구성원 전체를 엘리트(비싼 선수)로 채울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회사의 전망이 어두울 수밖에 없을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건 ‘관리자’의 ‘관리 역량’이다.

실무자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끌어내고, 원활하게 협업하며, 오롯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는 것만으로도 그 조직은 그렇지 못한 조직에 비해 생산성이 월등히 높을 것이다.

그런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건 다른 누구도, 회사의 대표도 아닌 ‘관리자’의 몫이다.

만약 필자의 주장이 옳다면,

왜 ‘관리자’는 회사가 창출해낼 수 있는 가치를 이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걸까?

회사란, 조직이며, 조직이란 개개인의 집합이다.

개개인은 대표도 있고 관리자도 있으며 실무자도 있다.

회사를 대표하는 건 ‘대표님’이겠지만, 회사를 실질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건 ‘관리자’와 ‘실무자’다.

그렇다면 회사의 상대적 다수를 차지하는 ‘실무자’들이 회사가 창출하는 가치를 변동시킬 만큼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실무자 한 사람은 이런 환경을 만들어낼 수 없다.

대표 한 사람도 회사의 가치를 단번에 몇 배로 뻥튀기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은 방향성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100% 이상 발휘할 수 있게 그에 방해되는 장애물을 치우는 거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건 대표가 제시한 방향성에 맞게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피고용인이기 때문이다.

만약 대표가 여기에서 실무자와 관리자가 답답하다고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고 개입하기 시작하면 회사는 나락으로 가기 시작한다. 이에 관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으니 굳이 더 언급하지 않겠다.

『관리자』로서 우리는 잘 하고 있는걸까ㆍ협업 시리즈 #1
서점에는 팀장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관한 ‘자기계발서’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서점에는 팀장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관한 ‘자기계발서’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논리적으로 두 집합 어느쪽도 아닌 ‘관리자’만이 이 수수께끼의 유일한 해답으로 남는 그룹(집단)이다.

그렇다면 관리자란 무엇일까.

관리자는 대표의 권한을 일부 위임받아, 회사의 방향성을 수호하고 회사의 구성원들을 관리하며 프로젝트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책임과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을 일컫는다.

관리자의 권한과 책임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대개 조직의 허리를 차지하며 프로젝트의 명운을 가를 판단과 결정을 내리는 중요한 요직을 맡는다.

관리자의 KPI는 우수한 관리 역량으로 측정된다.

우수한 관리자라면 100의 성과를 내는 사람이 200의 성과를 내게 만들어야한다.

마찬가지로, 100의 가치를 내는 회사를 200의 가치를 내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상과는 달리 실제로 현실에서 그런 역량을 발휘하는 관리자가 존재하는가에 관해서는 의문이다.

경험에 기반해서 지켜본 관리자들 중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관리자’를 필자는 아직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그저 ‘연차가 높다’는 이유로 선임 실무자가 하루아침에 관리자가 되어 무한한 책임을 떠맡게 된 뒤 결국 흑화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내가 본 대개의 관리자의 제1 목표는 자신의 ‘생존’이지 팀 전체의 ‘공존’이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정치’가 생겨나는 건 결코 이상하지 않았다.

“(중간)관리자는 서럽다.”

여기서 ‘중간’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지만, 이건 큰 조직에서는 중간 관리자라는 계층이 있는 것뿐이지 (중간) 관리자가 곧 관리자라고 이해해도 이하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그다지 문제는 없다.

필자는 대표와 실무자를 제외한 모든 회사 구성원을 관리자라고 통칭할 것이다.

관리자의 고충에 관한 기사는 잊힐만 하면 보일 정도로 흔히 다뤄지는 주제다.

꼰대, 아니면 호구라고 불리는 관리자들과, 그들 아래에서 신경전을 벌이는 X~α세대를 주제로 한 세대론은 이제는 혈액형 심리학만큼 흔히 다뤄지는 주제이다.

위에서는 불가능해보이는 일정과 업무량을 소화해내기를 바라고, 아래에서는 성과기준에 한참 미달되는 결과물을 가져와 결국에는 관리자가 양쪽 사이에 끼어 있어 힘들다는 것이다.

반대로, 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이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판단하기 어렵고, 자신(대표)의 숙제를 대신 처리해 줄 똑똑할 관리자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부분 주니어가 많은 ‘실무자’들 입장에서는, 관리자가 자신에게 가르친 것도 별로 없으면서 맨날 못한다고 핀잔만 주는 것이 불만일 수 있다.

이렇게 사회신분적 계층이 불러오는 서로간의 입장 차이는, 서로 입고 있는 옷(직책)을 바꿔본다고 해서 서로가 더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질 지조차 의문이다.

『관리자』로서 우리는 잘 하고 있는걸까ㆍ협업 시리즈 #1

관리자는 왜 서러운가.

한 마디로 말해,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이면서, 그들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생각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일이 잘못되면 그것은 내 책임이오, 일이 잘 되면 그건 윗선 관리자(또는 대표)의 덕인 것이 관리자다.

아랫사람이 만약 일정을 펑크내거나 돌발행동을 한다면 그것을 어르고 달래는 일도 관리자의 몫이다.

혹여나 실무자 퍼포먼스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실무자가 없는 자리에서 윗선에게 문책을 당하기도 한다.

아랫사람을 챙기고 윗사람을 떠받을며 팀을 관리하고 자신의 실무까지 함께 챙기는,

그래서 한 사람에게 허락된 시간만으로는 부족해 야근이 일상화되는게 관리자에게는 흔한 일이다.


이런 ‘독이 든 성배’같은 역할을 맡아야하는 게 관리자의 본래 직무인 걸까?

위에서는 계속 성과를 내라고 부추기고, 아래에서는 어떻게든 일을 안하려고 드는(소위 반항하는) 이 두 가지 족속들을 이끌고 어떻게든 삐걱대며 앞으로 나아가는 게 관리자의 원래 해야 할 일이라면, 이 세상에서 그 누구도 관리자를 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관리자가 진짜로 해야하는 일이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관리자는 회사가 똑바로 앞을 보며 서있을 수 있게 만드는 ‘코어 근육’을 담당한다.

그런데 ‘머리’나 ‘발’이 문제를 일으키는 걸 자꾸만 자신이 대신하게 된 나머지, 자신이 원래 코어로서 해야하는 중요한 역할을 망각하게 되어버린 게 아닐까.

『관리자』로서 우리는 잘 하고 있는걸까ㆍ협업 시리즈 #1

회사의 비전은 대표가 제시해야하지만, 프로젝트의 비전은 관리자가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관리자는 ‘코어 근육’으로써, 프로젝트가 탄탄하게 유지될 수 있게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렇다면 ‘맡은 바 책임’이란 대체 무엇인가.

윗선(대표 및 상급 관리자)이 안심하고 그 사람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신뢰를 주어야 한다.

아랫사람(실무자 밑 하급 관리자)이 혼란에 빠지지 않고 눈치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이 두 가지만 제대로 할 줄만 알아도 위와 아래 어느쪽에서도 인정받는 관리자가 될 것이다.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이 이미 모두 출중한, 소위 말하는 ‘타고난 관리자’ 유형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가령 5년을 실무자를 하다가 하루아침에 관리자가 된 사람은 어떻게 하면 ‘인정받는 팀장’이 될 수 있을까?

앞에서 질문한 것처럼, 100을 하던 관리자가 어떻게 하면 150, 200, 250의 역량을 보이게 할 수 있을까?

‘협업툴’, 그리고 ‘파이프라인’

복잡해진 논의를 환기하기 위해, 잠깐 머리도 식힐 겸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서 생각해 보자.

한번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도로에 깔린 수많은 기호들은 누가 정했을까. 그리고 왜 그런 기호체계가 만들어지게 된 것일까?

처음 차가 생겨났을 땐 도로에 어떠한 기호도 없었을 것이다.

차가 많아지면서 아마 많은 차들이 원치 않는 충돌과 사고를 냈을 것이고, 그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신호등’과 ‘차선’이 생겨났을 것이다.

1886년 처음 차가 발명된 뒤 약 100년이 넘는 역사가 흘러, 이제는 이런 도로교통에 관한 기호체계는 드라이버 라이센스를 보유한 운전자들이 공유하는 일종의 공통된 기호로써 기능한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처음 회사에 들어가면 신규 입사자는 그 회사에서 이미 만들어져 있던 양식과 규칙, 내규와 관습을 습득하게 된다.

그러한 규칙은 원활한 회사생활을 위해 모두가 약속하는 것이다.

만약 누구는 9시에, 누구는 12시에, 누구는 3시에 출근한다면 하나의 회사라고 해도 다같이 만나서 무언가 회의하거나 협업하기가 굉장히 곤란해질 것이다.

관리자는 조직의 혈관을 설계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조직이 원활하게 굴러갈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하고, 다듬으며, 더 나은 협업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

잘 짜여진 규칙은 갑작스런 일정 부하, 인원 이탈 등의 이슈가 발생해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관성을 갖게한다.

좋은 관리자는 자신이 일을 하지 않아도 조직 구성원 모두가 야근하지 않으면서 100%의 퍼포먼스를 뽑아낼 수 있게 만들 줄 아는 사람이다.

팀의 역량 그 이상의 일을 만들어 팀원 모두를 허덕이게 하거나, 팀의 역량보다 한참 모자란 일만 가져와 일부 인원이 일이 없어 놀게 만든다면 어느쪽도 결국 회사에 손해를 끼친다.

그렇다면 “어떻게”해야 팀이 과부하가 걸리지도, 놀지도 않으면서 원활하게 굴러갈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필자는 ‘협업툴’과 ‘파이프라인’이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한 가장 근접한 답이라고 믿는다.


협업툴 (Collaboration Tools)

『관리자』로서 우리는 잘 하고 있는걸까ㆍ협업 시리즈 #1
『관리자』로서 우리는 잘 하고 있는걸까ㆍ협업 시리즈 #1
  • 팀원이 함께 작업하고 의사소통하는 데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 예시: Microsoft TeamsSlackNotionTrelloAsanaJiraGoogle Workspace 등

협업툴이라는 용어 자체는 낯설어도, 대다수의 회사에서는 이미 1개 이상의 협업툴을 사용한다.

위의 예시 외에도, MS Office를 비롯해 Google 스프레드시트, 네이버 웍스, 경리 프로그램 등도 협업툴이라고 볼 수 있다.

파이프라인 (Pipeline)

『관리자』로서 우리는 잘 하고 있는걸까ㆍ협업 시리즈 #1
  • 일련의 연속적인 단계로 구성된 프로세스
  • 예시: Git Merge Process(Branch Commit-Push-MR Writing-Master Merge)

협업툴과 파이프라인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서로 묶여있는 개념이다.

‘파이프라인’은 ‘업무 프로세스’라고도 부를 수 있다.

우리가 어떤 업무를 처리할 때, 그것이 시작부터 끝까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게 미리 마련된 규칙이다.

종이비행기를 접는다고 생각해보자.

  1. 종이비행기 접는 방법을 배운다.
  2. 종이를 가져온다.
  3. 종이비행기를 접는 방법에 따라 종이를 접는다.
  4. 종이 비행기를 날린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이 바로 파이프라인이다.

그렇다면 왜 필자는 ‘협업툴’과 ‘파이프라인’이 팀이 원활하게 굴러가게 할 키워드라고 생각할까?

그건 바로 두 개념이야말로 원활한 ‘협업’을 이루는 알파이자 오메가이기 때문이다.

원활한 협업을 위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해야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관리자’다.

협업툴을 쓰나 안 쓰나 어차피 100의 성과만 난다고 믿는 사람은 계속 예전에 일해오던 방식으로 일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조직에서는 A가 100을, B가 200을 내는 것을 두 사람의 역량 차이라고 믿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어떤 조직에서는, A가 200을, B가 300을 낼 수도 있다.

필자는 두 조직의 차이가 관리자가 자신의 팀원들을 이끄는 ‘용병술’, 즉 ‘협업툴’과 ‘파이프라인’을 얼마나 잘 활용하려고 했는가에 대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팀장이나 파트장은 자신이 맡은 부서의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되게 할 책임을 가지며, 조직의 원활하게 파이프라인이 진행될 수 있도록 개개인에게 업무를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관리자』로서 우리는 잘 하고 있는걸까ㆍ협업 시리즈 #1
Microsoft 365라는 이름으로 묶인 협업툴과 그 기능은 생각보다 많다.

원활한 협업을 위해 반드시 많은 협업툴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Slack이나 Notion, 또는 Microsoft 365만 활용하더라도 업무상 문제가 없는 조직이나 직군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굳이 복잡하게 많은 협업툴을 분산해서 쓸 필요 없이 하나만 잘 써도 많은걸 해결해주는 만능형 협업툴도 있다.

반면, 수십 개의 협업툴을 제공해주는 조직에 다니더라도 관리자가 그런 것들을 번거롭다고 생각하고 그냥 ‘하던대로 하자’고 하게 된다면 조직원 모두는 자신이 낼 수 있는 퍼포먼스를 더 높이는 게 쉽지 않게 된다.

필자 또한 과거 어떤 조직에서 ‘협업툴’을 도입하자고 주장했으나 관리자의 반대에 부딪혔던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 설득할 수 있었던 건 그런 협업툴이 가져올 미래가 우리 팀 전체에 더욱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100을 하던 사람이 200을 하게 만드려면 100을 하던 사람을 닦달하는 게 아니라, 200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지 조직 내에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정말로 ‘개인의 역량의 상한치’가 100이어서 조직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더 높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리자로서 개개인의 퍼포먼스가 오직 그 사람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폄하하는 건 자신의 책임을 오히려 팀원에게 전가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왜일까.

우리 모두는 어제보다 더 잘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길을 열어주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관리자’의 몫이다.

게임회사는 협업툴이 없으면 일이 안 굴러갈 만큼 협업이 일상이다.

협업툴을 제대로 활용하는 회사가 있는가하면, 협업툴을 제대로 쓸 줄 몰라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다면 협업툴을 사용하며 일을 한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

게임회사에서 가장 흔히 사용하는 협업툴들을 소개하는 겸, 어떤 회사에서 한 명의 실무자가 보낸 하루를 한번 같이 지켜보도록 하자.


A 게임회사에 다니는 기획자 B씨(실무자)

아침에 알람을 듣고 일어나, Slack을 열어본다.

Slack의 채널에서 Jira에 특별한 이슈가 보고되지 않은 것을 보고 안심하며 5분만 더 잔다.

지하철을 타고 회사를 가면서, 졸린눈을 비비며 Trello를 본다.

오늘 내가 해야 할 일은 3가지인데, 한 가지는 오늘 오전 안에 마쳐야 한다.

Trello앱에서 ‘To-Do’라고 된 일을 ‘In Progress’로 옮기고, Trello에 링크된 Google Drive에 첨부된 Google Slide 링크를 열어서 오늘 발표할 슬라이드 자료를 검토한다.

『관리자』로서 우리는 잘 하고 있는걸까ㆍ협업 시리즈 #1
협업툴 ‘플렉스(flex)’의 화면 중 일부

회사에 출근하고 PC를 부팅하자마자, flex를 열고 근태체크를 ‘출근’으로 설정한다.

Confluence를 열고 어제까지 작성하던 기획서를 마저 작성하고, 기획서 작성을 마치고 Confluence에 연결된 Jira를 열어 일감을 완료 처리한다.

일감이 완료 처리되자 Slack에서는 자동으로 Jira링크에 연결된 보고자(관리자)에게 멘션이 걸리고, Jira 일감이 곧 ‘확인 완료’되어 ‘마감’된다.

오후의 회의실 예약을 위해 Outlook을 이용해 회의실을 잡고, 회의 참여자에게 회의 참석 요청 메일과 회의 자료 링크를 발송한다.

회의 시간이 되자 Outlook에 embed되어있는 회의록을 열어 PPT로는 발표자료를, 개인 PC에서는 회의록을 작성하며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가 끝나고, 오늘의 회의록을 Confluence의 회의록 페이지에 새로 생성해 기록하고, Slack을 통해 연관 사람들에게 회의록을 공유한다.

이제 마저 Figma로 제작하던 UI/UX 디자인을 UI 디자이너와 협업하여 UX 프로세스를 피드백을 주고 일감을 마무리한다.

퇴근하기 전, Jira에 내게 할당되어 있던 In Progress의 일감 세 개를 Done으로 완료 처리를 하고, Jira에 연결된 Trello 일감도 자동으로 완료된 것을 확인한다.

flex를 열고 퇴근 체크를 하고 집으로 향한다.

아차. 집에 가서 쉬던 중에 Jira에 긴급한 버그가 발생해서 지금 바로 대응해야 한다.

flex를 열고 재택 출근을 시작한 뒤, 관리자에게 선보고 후조치로 멘션을 건 뒤 일감을 처리하고 완료 멘션을 한다.

flex로 재택 퇴근을 한 뒤, 오늘 일한 시간을 모두 flex에 기록하여 오늘 1시간의 추가 업무가 발생한 것을 확인한다.

오늘은 한 시간 더 일을 했으니 내일은 1시간 일찍 퇴근할 계획을 세운다.

Google Calendar에 내 Calendar를 열어 회사 동료와 간단한 번개 약속을 잡는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마무리 된다.


정리 및 예고

다음 글에서는 아래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자 한다.

  • 그렇다면 어떤 협업툴이 좋은 협업툴일까?
  • 우리 조직에 딱 맞는 협업툴이란 무엇일까?
  • 지금 우리 조직이 사용하는 협업툴은 문제가 없을까?
『관리자』로서 우리는 잘 하고 있는걸까ㆍ협업 시리즈 #1

얼마 전, 필자는 우리 조직이 사용하고 있는 협업툴, Trello를 Asana로 이전하는 일을 주도했다.

비록 20명 규모의 작은 조직에도 불구하고, 대표를 비롯해 모든 전사원을 일개 ‘팀원’이 설득해서 주도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다음 글에서는 ‘왜’ 필자가 그런 일을 주도했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소개하도록 하겠다.

다음 글 링크

(다음 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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