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적
현업/포트폴리오로 쓰기 위한 “캐릭터 에피소드 기획서” 양식을 공유하기 위함이다.
필자가 현업에서 ‘내러티브 디자이너’로서 일하면서 필자는 상사나 동료로부터 ‘질서형 인간’이라는 소리를 듣는 편이었다.
필자는 일할 때 어떠한 정해진 양식을 두고 그것을 채우는 방식을 선호한다. 매번 백지부터 시작하는 것보다 내게는 더 잘 맞았다.
여러 스토리 작법서의 내용들, 그리고 실무를 하며 필요하다고 느낀 몇 가지 요소들을 합쳐 하나의 포맷으로 정리한 게 바로 이 문서다.
이 기획서는 스토리의 시놉시스부터 시작해, 협업 부서와 소통을 위한 ‘필요 리소스 정리’까지 망라하고 있다.
포맷 안의 세부 내용만 다 채워도 협업 부서와 미팅할 때 대략적인 스토리의 흐름과 필요한 리소스 목록까지 기획서 한 장으로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필자와 비슷한 업무 스타일을 가진 분께는 이 기획서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캐릭터 에피소드 기획서?
최근 서브컬처 게임에서는 특정 캐릭터 1인과의 스토리에 포커싱을 둔 인연 스토리(시나리오)를 제작하는 경향이 있다.
캐릭터 에피소드 기획서는 ‘캐릭터 스토리 기획서’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내가 굳이 캐릭터 ‘에피소드’ 기획서라고 부른 이유는, ‘스토리’라는 용어가 에피소드라는 용어보다는 조금 더 넓은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에피소드라는 표현은 ‘1화’, ‘2화’ 등, 몇 개의 화로 스토리가 나뉜 스토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기획서는 한 명의 캐릭터가 몇 개의 작은 이야기(에피소드)들의 유기적인 연결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캐릭터 에피소드 기획서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조금만 폼을 수정하면 ‘연속 퀘스트 형식의 퀘스트 기획서’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이 기획서를 사용하는 방법
이 기획서의 제목은 ‘캐릭터 에피소드 기획서’다.
특정 캐릭터 1인을 중심으로, 그 캐릭터와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기획하기 위한 포맷이다.
하나의 로그라인, 하나의 플롯으로 여러 개의 에피소드를 기획하는 것이므로, 각 화는 서로 연관성이 있다.
예를 들어, 1화에서는 캐릭터의 소개나 그 캐릭터의 매력, 동기 등을 다룬다면, 4화에서는 캐릭터의 고민이나 깊은 내면을 이야기하는 식이다.
‘사자에상 시공(모든 에피소드가 서로 시간이나 공간적 연관성이 없이 독립적으로 전개되는 방식)’의 에피소드에서는 이 양식이 적합하지 않다.
이하 내용은 이 기획서의 각 세부항목에 대해 설명한 것이다.
문서에는 각 세부항목에 대한 예시 텍스트를 적어두었으니, 아래의 설명과 더불어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시놉시스
시놉시스란, 이 스토리를 쓰는 이유나 스토리를 요약한 내용을 말한다.
주제와 소재, 테마 등을 통해 이 이야기가 대충 무엇을 모티프로 삼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제가 ‘권선징악’, 소재가 ‘검투사 대회’라면, 악한 챔피언을 상대로 분투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임을 유추할 수 있다.
‘왜’ 이 스토리를 쓰게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항목으로, 상급자(직책자)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
상급자는 이 스토리가 재미있는가보다는, 다른 스토리와 겹치지는 않는지, 지금 이 스토리를 기획하는 게 적절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그러므로 이 시놉시스 부분만 문제 없이 통과된다면 웬만해서는 이후의 내용이 반려될 일은 크지 않을 것이다.
문서 순서상 가장 위에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 지 정해지지 않았다면 일단 넘어가는 것을 권한다.
캐릭터 구상 – 주인공 설정하기
이 이야기의 주인공, 그리고 주인공을 둘러싼 빌런이나 조력자를 설계할 차례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플레이어’가 아니다. 플레이어는 관찰자로서 함께하는 사람일 뿐,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캐릭터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메피스토펠레스(에버소울)’, ‘히나(블루 아카이브)’, ‘하루 우라라(우마무스메)’가 되어야 한다.
주인공이 정해졌다면 그 캐릭터의 ‘동기’, 내지는 ‘사건’을 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캐릭터의 동기가 ‘중요한 발표를 무사히 마치는 것’이라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그 캐릭터가 마주할 사건은 ‘중요한 발표’이며, 캐릭터의 결점은 보나마나 발표를 앞두고 너무 긴장하는 ‘성격’일 것이다.
에피소드를 구성할 때 1, 2화에서는 캐릭터의 고민을 들어주고 무언가의 노력을 하는 것으로, 3, 4화에서는 실제 발표를 하는 내용과 결점의 극복을 그려낼 수 있다.
결말은 항상 ‘해피 엔딩’이어야 하며, 캐릭터는 이 이야기를 통해 성장하거나, 과거와 마주보거나, 플레이어와의 호감도가 상승하는 등의 정서적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
캐릭터 구상 – 적대자와 조력자 설정하기
캐릭터의 ‘내적 성장’을 다루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캐릭터와의 관계 속에서의 이야기를 풀어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캐릭터가 누군가에게 강도를 당해 소중한 귀중품을 빼앗겼다는 이야기는 어떨까?
이 경우, 이 캐릭터는 귀중품을 돌려받는 것이 동기가 되며, 적대자는 이 귀중품을 빼앗아 간 강도가 될 것이다.
적대자가 나타난 만큼 캐릭터 혼자 힘으로는 이 사건을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조력자를 등장시키면 이야기를 조금 더 풍성하게 이끌 수 있다.
예를 들어, 목격자를 등장시켜 사건의 실마리를 알려줄 수도 있고, 캐릭터와 동행하며 같이 싸울 수도 있다.
단, 조력자를 등장시킨다고 해도 이 이야기를 매듭짓는 건 어디까지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스토리 구상 – 3막 구조 설계
나는 3막 구조를 신봉한다.
정말 아무 알맹이 없는 일상물을 쓰는 게 아닌 이상, 3막 구조와 플롯은 반드시 존재해야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이 기획서에도 3막 구조에 기반한 텍스트를 적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3막 구조에 익숙하지 않거나, 구체적으로 무엇을 적어야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계실 듯하여 아래와 같이 가이드 텍스트를 적어두었다.
나는 이 흐름대로 스토리를 구성한다면 스토리가 산으로 가거나 엉망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스토리 한줄요약은 시놉시스에서 적은 ‘로그라인’과 정확히 같은 내용이 되면 된다.
만약 로그라인에 문구를 적어두었다면 이하의 ‘스토리 한줄요약’에서도 내용이 자동 생성될 것이다.
그리고 이 3막 구조에서는 5단계(발단 ~ 결말)을 채택하였는데, 각각 한줄씩만 적어도 훌륭한 플롯 텍스트로 활용할 수 있다.
스토리 구상 – 에피소드 플로우
3막 구조에 맞게 이 에피소드의 전반적은 플롯까지 짰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줄거리’를 짤 시간이다.
이 ‘에피소드 플로우’가 바로 이 양식의 백미에 해당한다.
하나의 행(Tuple)은 하나의 에피소드가 된다. 만약 행이 5개라면 총 5화의 에피소드라고 볼 수 있다.
한 편의 에피소드에는 ‘제목’, ‘배경’, ‘등장인물’, 그리고 ‘줄거리’가 필요하다.
게임에 따라서는 에피소드에 별다른 제목을 지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만약 이 기획서를 제출용 포트폴리오로 활용한다면 적어주는 것을 권한다.
그리고 어떤 게임은 인연 스토리 내에 전투가 있는 경우도 있다. 블루 아카이브가 그런 게임 중 하나다.
전투가 있는 게임의 경우, ‘전투 전’ 에피소드와 ‘전투 후’ 에피소드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1화 (전투 전) 에피소드와 1화 (전투 후) 에피소드로, 1화 안에서도 스토리가 2개를 작성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1화에 해당하는 에피소드를 두 개 만들면 된다.
그리고 전투는 전투 도중 스토리가 나오는 것이 아닌 이상 별도로 줄거리 등을 작성할 필요는 없다. (위 양식을 참고하면 이해가 쉽다.)
위 양식에서는 전투가 있는 게임 스토리라고 가정하고 작성하였으니, 이 점을 참고 바란다.
(위의 ID는 에피소드 ID 내지는 퀘스트 ID이나, 프로젝트마다 ID 부여규칙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법한 ID를 적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필요 리소스 정리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작성한 내용에 대한 필요 리소스를 정리해야 한다.
신규 스토리를 만들면서 기존 리소스만 활용한다면 이 항목은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번에 제작하는 것이 ‘신규 업데이트 스펙’에 해당한다면, 높은 확률로 필요 리소스 중 일부가 아직 제작중이거나 제작이 필요한 상태일 수 있다.
이럴 경우를 대비하여 기획서 안에 이 스토리를 구현하기 위한 리소스를 정리해둔다면 협업할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필요한 리소스를 유형별로 분류하고(캐릭터인지, 배경인지, 사운드인지 등), 그것에 대한 설명과 중요도를 적어주면 좋다.
특히 중요도를 적어준다면 반드시 이 스토리에 필요한 프리팹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좋다.
만약 일정이 빠듯한 개발 환경이라면 반드시 제작 필요한 건인지 아닌지 알려주는 것은 좋은 협업 파트너라고 여겨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글을 마치며
이 양식은 몇 년 전 X사에 재직하던 도중 내가 업무를 하며 만든 양식을 조금 변형한 것이다.
그리고 이 문서 안에 작성한 모든 예시 텍스트 샘플은 내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다. (특정 회사의 결과물과 무관함을 미리 밝힌다.)
스토리 디자인이라는 것이 겉으로는 특정 기술이나 스킬을 요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재미있게 쓰는 것은 정말 어렵다.
주니어 시절에는 나도 ‘재밌는 스토리가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실무에서는 항상 정해진 일정이나 퀄리티와 타협해야 했다.
그렇기에 주어진 일정 내에 최대한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생산성’에 주목하게 되었고 이 문서는 내가 일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을 주었었다.
이 문서를 통해 나와 같은 고민을 하던 누군가가 큰 도움을 받는다면 기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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