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 게이머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위하여


초단편 소설 쓰기ㆍ게임 스토리 응용편!

초단편은 근본적으로 ‘사건’이 있는 이야기다. 사건이 없다면 아무리 짧아도 초단편이 아니다. 이 지점이 엽편이나 장편과 미묘하게 다른 점일지도 모른다.

『초단편 소설 쓰기』 中
초단편 소설 쓰기 표지

제목: 초단편 소설 쓰기

저자: 김동식

출판년도: 2021년

출판사: 요다

“초단편”이란?

‘초단편’이란, 말 그대로 초(超)라는 말을 붙일 정도로 짧은 분량의 단편 소설을 말한다.

이 책의 저자인 김동식 씨는 책의 첫 문장에서부터 ‘초단편이란 사건이 있는 이야기이다’라고 정의한 바 있다.

약 1,000단어 내외의 짧은 소설이며 5분 안에 읽어낼 수 있는 부담없는 분량이 특징이다.

내가 초단편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형식이야말로 ‘현 시대의 모바일 게임 스토리텔링’에 적합한 포맷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초단편 소설 쓰기’라는 책의 서평이기도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스토리텔링 포맷을 정리한 글이기도 하다.

모바일 플랫폼과 초단편의 궁합

앞서 필자는 블루 아카이브의 시나리오 디렉터, ‘양주영 님’의 시나리오 라이팅 포스트모템 강연 리뷰를 포스팅한 적이 있었다.

(링크)

이 강연에서는 모바일 플랫폼의 특징을 아래의 세 가지로 분류했다.

  • 단선적 플레이 -> 플레이 흐름이 자주 끊긴다.
  • 작은 화면 -> 정보를 수용하기 힘들다.
  • 간단한 조작 -> 몰입하기 힘들다.

즉, 게이머는 모바일 기기(스마트폰, 태블릿 등)로 게임을 할 때 위와 같은 이유로 스토리에 몰입하기가 어렵다.

모바일 게임을 하는 공간은 집뿐만 아니라, 대중교통에서도, 또는 학교나 회사가 될 수도 있다.

콘솔이나 PC처럼 게이머가 특정 공간에 앉아 집중해서 30분씩 즐길 수 없다는 뜻이다.

한편 그 잠깐의 시간동안 게임을 즐기는 상황에서는 ‘초단편’은 아주 적절한 분량과 포맷을 지니고 있다.

모바일 게임 스토리텔링을 더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 ‘초단편’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까닭이다.

초단편 소설의 특징

위 책은 초단편 ‘소설’ 작법서이지, 초단편 ‘게임 스토리’ 작법서가 아니다.

초단편 소설 쓰기의 모든 특징을 차용할 수는 없고, 어느 정도는 (모바일) 게임 플랫폼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초단편 소설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아래에 나열해보았다.


한 호흡

초단편 소설은 한 호흡에 읽힌다. 1,000단어 내외의 분량이며 5분안에 다 읽을 수 있다.

독자가 계속 읽게 하려면 ‘흡입력’, ‘높은 가독성’, ‘절단 신공’, ‘떡밥’ 등이 필요하다.

짧은 분량이라고는 해도 독자가 계속 뒷 내용이 궁금해 읽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사건’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이니, ‘신선한 결말’이나 ‘반전’은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직진성

초단편 소설은 시간대가 심플하다.

등장인물이 시점이 휙휙 바뀌거나 시간대가 복잡한 것은 지양한다.

분량이 짧으므로 복잡한 서사를 담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떡밥도 적다. 짧은 텍스트 안에 필수 장면만 꾹꾹 담아 재미로 승부를 봐야 한다.

대중성

초단편은 장르소설이라기보다는 대중소설에 가깝다.

작가가 가진 취향이나 가치관은 초단편에서는 조금 눌러주어야 한다.

분량이 길지 않아 작가만 아는 어떠한 디테일에 많은 노력을 쏟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독자가 스트레스를 받을만한 요소(가독성이 나쁘거나, 묘사가 불쾌하거나 등등)도 피하는 게 좋다.

위에 언급한 세 가지 특징은 책을 읽으며 나름대로 초단편만이 가진 특징을 정리해 본 것이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짧은 분량이라고 하는 ‘제약’이 초단편 소설만의 개성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한 호흡에 읽힐 수 있을만큼 짧은 분량이지만 충분히 재미있어야 하므로 매 스토리에서는 ‘사건’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시점이나 등장인물이 왔다갔다하지 않으니 독자도 혼란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물론 누군가는 밋밋하다고 느낄 수 있다.)

특히 가독성을 중시하는 초단편은 남녀노소 누구나 읽기 편한 글쓰기 스타일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블루 아카이브로 보는 ‘초단편’ 스킬 응용편

‘블루 아카이브’는 이 글을 쓰는 2023년 기준, 가장 인기있는 모바일 서브컬처 게임 중 하나다.

이 게임을 콕 찝어서 정한 건 이 게임이 우리나라 서브컬처 게임 중에서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초단편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게임은 ‘메인 스토리’, ‘이벤트 스토리’, ‘그룹 스토리’, ‘인연 스토리’ 등으로 스토리를 분류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네 개의 스토리 유형은 분량, 등장인물의 수, 복잡성 등을 통해 아래와 같이 분류할 수 있다.

블루 아카이브 스토리 유형을 분류하자면 위처럼 나눌 수 있을 듯하다

필자는 여기서 큰 이야기로 ‘메인 스토리’, 그리고 ‘이벤트 스토리’를 분류하였다.

위 두 스토리 유형은 분량이 길고 등장인물도 많으며 서사에 특정한 주제가 내포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권선징악 등) 그래서 이 두 유형은 위의 책, ‘초단편 소설 쓰기’에서 언급한 글쓰기 방법과는 그다지 맞지 않는다.

반면, ‘그룹/미니 스토리’, 그리고 ‘인연(캐릭터) 스토리’는 ‘초단편’ 작법과 궁합이 잘 맞는다. 분량도 짧고 등장인물도 적으며(1명~4명 이하), 그저 재미를 위한 스낵컬쳐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주제보다는 소재가 우선시되는 이야기인 점도 초단편과 잘 어울리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연관글 목록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