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MDA 프레임워크가 무엇인가요?’
MDA 프레임워크란 게임 기획자(게임 디자이너)가 게임을 분석하는 도구 중 하나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게임을 세 가지 구성 요소로 쪼개, 각각 M(Mechanics; 역학), D(Dynamics; 동역학), A(Aesthetics; 미학)으로 분류하는 게임 디자인 방법론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아직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렇다면,
- MDA 프레임워크가 왜 필요할까?
- 세 가지 구성 요소가 뭘까?
- 세 가지 구성 요소는 서로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걸까?
이번 글에서는 위의 질문들에 대해 하나씩 답을 하는 게 목적이다.
MDA 프레임워크가 왜 필요하지?
모든 게임 개발자가 MDA 프레임워크라는 표현을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사실 이 표현을 몰라도 게임을 만드는 데 전혀 지장은 없다. 이 방법론이 생겨나기 전에도 명작이라고 불릴 좋은 게임이 밤하늘의 별만큼 많이 출시되었다.
이 방법론은 이 글이 작성된 2024년으로부터 약 20년 전, 2000년대 초반에 탄생했다.
MDA 프레임워크라는 개념을 창시한 세 명의 게임 개발자는 이 이론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MDA(프레임워크)는 게임을 이해하기 위한 공식적인 접근 방식으로, 게임 디자인과 개발, 게임 비평 및 기술적 게임 연구 사이의 격차를 메우려는 시도입니다.
이 방법론은 게임 개발의 반복적인 프로세스를 더 명확하게 하고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우리는 이 방법론이 게임 개발자, 학자, 연구자를 막론하고 게임 디자인과 게임의 구성 요소의 광범위한 범주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Robin Hunicke, Marc LeBlanc, Robert Zubek
‘MDA: A Formal Approach to Game Design and Game Research‘
MDA 프레임워크의 효용성
즉, MDA 프레임워크는 게임 디자인, 그리고 게임을 분석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런 도구(툴)로 이해할 수 있다.
게임을 분석하는 툴로 활용하는 건 다른 게임 개발자가 만든 게임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내가 지금 개발하고 있는 게임을 분석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가령, ‘지금 제작하는 게임의 재미가 어디에서 올까?’ 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다. (왜 답할 수 있는지는 뒤에서 설명한다.)
대다수의 게임 디자이너는 개발자이자 플레이어이다. 그러나 게임을 개발하다보면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괴리가 발생한다. 게임을 바라보는 입장이 다르다보니, 게임을 플레이하는 건 동일하더라도 게임을 플레이하며 느끼는 감상과 시선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괴리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게임 개발자와 게임 플레이어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대체 왜 만들어놓은 대로 플레이하지 않는 거지? 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멍청해!’
‘대체 왜 여기를 이따구로 만들어놓은 거지? 개발자가 여기 이 스테이지 테스트는 해보고 만들었나?’
개발자와 플레이어의 인식의 괴리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게임 개발자는 플레이어로부터 좋은 호응을 받기 어려워질 것이다.
비단, 개발자와 플레이어만의 인식이 아니다. 개발자와 협업 파트너, 예를 들어 ‘아티스트’라든지 아니면 게임 개발을 지원하는 그룹(운영팀, 사업팀 등), 심지어 같이 일하는 게임 디자인 동료들과도 인식의 차이가 생길 수 있고 이것을 바로잡아야할 수 있다.
이 어렵고 험난한 과정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 손을 마구 휘저었을 때, 한 줄기 빛이 되어줄 수도 있는 지푸라기가 바로 MDA 프레임워크다.
MDA 프레임워크가 왜 필요할까?
게임 개발자가 게임 플레이어(또는 다른 협업 파트너)와 인식의 괴리를 최소화하며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
MDA 프레임워크의 정의
게임은 게임 개발자가 만든다. 게임 개발자가 만든 ‘게임’은 플레이어에 의해 소비(플레이)된다.
이것을 조금만 더 구체화해보자.
게임 개발자는 게임의 ‘규칙(Rules)’을 만든다. 이것은 게임 ‘시스템(System)’에 반영된다.
게임 플레이어는 게임의 규칙과 시스템은 전혀 모른 채, 게임을 구매(또는 다운로드)하고 플레이한다. 잘 만든 게임이라면 게임을 플레이하는 ‘즐거움(Fun)’을 느낀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규칙’, ‘시스템’, 그리고 ‘즐거움’이라는 개념은 추상적이다. 사람들마다 이 개념에 대해 대강 어떤 그림이 그려지기야 하겠지만, 이것이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규칙’인지, 어떤 ‘시스템’인지, 그리고 어떤 ‘즐거움’인지 받아들이는 모습은 전부 다를 것이다.
여기에서 한 발짝 더 들어가, 게임의 구성요소를 3가지로 분류한 것이 바로 MDA 프레임워크다.
여기에서 Mechanics, Dynamics, 그리고 Aesthetics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이 세 가지 용어의 앞글자만 따서 조합하면 MDA, 즉 MDA 프레임워크가 된다.
각 용어에 관한 정의는 아래와 같다.
- Mechanics(역학): 게임의 기본 구성요소. 게임의 규칙, 난이도, 밸런스 등.
- Dynamics(동역학): 게임 도중 플레이어의 입력에 따라 작동하는 역학과, 상대(PC, CPU 등)의 반응(피드백)
- Aethetics(미학): 플레이어가 게임 플레이 도중 느끼는 ‘이상적인’ 감정적 반응
역학 – 동역학 – 미학이라는 표현이 다소 낯설기는 하나, ‘규칙’, ‘시스템’, ‘즐거움’이라는 정의보다는 더욱 엄밀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세 가지 구성 요소가 뭘까?
Mechanics(역학) – Dynamics(동역학) – Aesthetics(미학)
MDA 프레임워크의 관계성
이 세 가지 구성 요소는 서로 긴밀한 관계성을 맺고 있다.
디자이너는 역학(M)을 통해 동역학(D)을 생성하며, 여기서 생성된 동역학은 미학(A)의 경험으로 전달된다.
반대로, 플레이어의 관점에서는 미학(A)으로부터 게임의 느낌(톤)이 전달된다. 미학은 관찰가능한 동역학(D)에 의해 생성되며, 이 동역학은 역학(M)에 의해 창발된다.
이것을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게임 디자이너는 게임 플레이어와 인식의 괴리가 생기기 쉽다. 그 이유는 게임 개발자는 M(역학)을 통해 게임의 경험이 전달된다고 오해하기 쉬우나, 실제로 플레이어가 게임을 경험하는 건 A(미학)을 통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괴리를 최소화하는 데는 게임 디자이너도 플레이어가 게임을 바라보는 방향처럼 A(미학) – D(동역학) – M(역학) 순으로 게임을 바라보는 게 도움이 된다.
세 가지 구성 요소는 서로 어떤 연관성이 있는 걸까?
게임 디자이너는 M -> D -> A 방향으로 게임을 인식한다. 게임 플레이어는 A -> D -> M 방향으로 게임을 인식한다. 게임 디자이너도 게임 플레이어가 게임을 경험하는 것처럼 A -> D -> M 순으로 게임을 설계하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재미를 설명하려는 시도
MDA 프레임워크는 게임 디자이너와 게임 플레이어의 ‘인식의 괴리’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이 방법론의 존재 이유는 그저 ‘인식의 차이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전부일까?
게임 개발의 궁극적인 목적, 즉 ‘대전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게임 디자이너가 게임을 만드는 이유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재미’라는 표현은 모호하다. 같은 게임을 두고도 누구는 재미있다고 생각해도 누구는 전혀 재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재미’라는 게 도대체 뭘까?
이것을 설명하는 데에도 MDA 프레임워크가 도움이 된다.
게임 디자이너는 게임을 M-D-A 순으로 인식하기 쉽고 플레이어는 A-D-M 순으로 게임을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얘기했다.
여기에서 A(Aesthetics)에 해당하는 ‘미학’이 바로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느끼는 ‘재미’의 영역이다.
MDA 프레임워크는 ‘미학’이라는 개념을 8가지로 쪼개 각각이 더 정확하게 재미를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MDA 프레임워크의 8대 미학과 한계
이 방법론에서 말하는 미학의 8대 요소는 다음과 같다.
- 감각 (Sensation; 감각-쾌락으로서의 게임) : 플레이어는 비주얼-오디오 감각으로 게임을 즐긴다.
- 판타지 (Fantasy; 환상으로서의 게임) : 플레이어는 환상 속 이야기 세계로 떠나 게임을 즐긴다.
- 내러티브 (Narrative; 드라마로서의 게임) : 플레이어는 내러티브 속에서 서사가 있는 게임을 즐긴다.
- 도전 (Challenge; 장애물 코스로서의 게임) : 플레이어는 장애물을 만나 그것을 뛰어넘는 게임을 즐긴다.
- 유대감 (Fellowship; 사회적 체제로서의 게임) : 플레이어는 게임 속 사회의 일원이 되어 게임을 즐긴다.
- 발견 (Discovery; 미지의 영역으로서의 게임) : 플레이어는 밝혀지지 않은 미지를 탐험하며 게임을 즐긴다.
- 표현 (Expression; 자기발견으로서의 게임) : 플레이어는 게임 속 세계에 아바타를 만들거나 꾸미며 게임을 즐긴다.
- 순응 (Submission; 취미로의 게임) : 플레이어는 게임 속 제약을 이해하며 게임을 즐긴다.
MDA 프레임워크에 따르면 재미라는 용어는 이렇게 8가지로 더 구체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즐기며 최소한 위의 8가지 요소 중 한 가지를 게임으로부터 경험할 수 있으며 그것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다면 더 즐겁게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 방법론에 따르면 즐거운 게임일수록 8대 미학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8대 미학 요소를 모두 만족한다고 해서 게임성이 더 뛰어나거나 더욱 재밌거나 더 가치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재미있다’라는 느낌은 그렇게 간단하게 공식화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령, 미학 요소 중 ‘내러티브 – 감각 – 표현’이 연결된 게임을 재밌어하는 플레이어가 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이 게임에서 갑자기 ‘유대감’이 추가된다면, 그것이 오히려 기존에 느낀 즐거움을 방해할 수도 있다.
어떤 플레이어는 8대 미학 요소 중 특정 요소로부터 불쾌감을 느껴, 오히려 즐거움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B급 감성의 게임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는 지나친 고퀄리티의 비주얼이 오히려 게임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MDA 프레임워크의 응용
게임 개발자는 6개월 안에 새로운 시스템-콘텐츠를 만들기로 했다. 개발자는 컨셉 단계에서 아이디에이션을 진행중이다. 개발자는 플레이어가 '카드'를 이용해서 PVE를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기로 한다. '카드'를 선택한 이유는 기존에 있는 2D 리소스를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 배틀 특유의 전략성이나 덱 싸움이 아니라, 본질은 캐릭터 게임이나 캐릭터를 카드로 표현한 것 뿐이다. 그리고 카드는 육성 단계에서 게임 내에 유의미한 스테이터스의 랜덤 요소를 부과하는 아이디어를 짰다.
게임 개발 스튜디오에서 한 기획자가 하고 있는 고민의 예시를 가져와보았다.
위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듯, 게임 개발자의 고민은 게임 메카닉스, 즉, M(역학)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만약 위 개발자가 이러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다고 플레이어에게 말한다면, 아마 플레이어는 구체적으로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게 될 지 머리속으로 상상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렇다면 MDA 프레임워크 방법론에 입각해, 위 개발자에게 아래의 세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고 가정하자.
- M(역학)이 아니라 A(미학)을 먼저 고려해볼 것.
- A(미학)의 8대 요소를 고려하여 어떤 즐거움을 주고 싶은지 정해볼 것.
- A(미학)이 D(동역학)과 어떻게 연결될지 구상해볼 것.
위 3가지 조언이 적절한가를 떠나, 일단 위 3가지 틀에 맞춰 위 게임 개발자의 고민의 방향성을 수정해보았다.
1. M(역학)이 아니라 A(미학)을 먼저 고려해볼 것.
게임 개발자가 플레이어에게 주고자 하는 미학은 ‘카드 배틀’이다.
2. A(미학)의 8대 요소를 고려하여 어떤 즐거움을 주고 싶은지 정해볼 것.
아직 구체적으로 카드 배틀이 어떤 재미를 줄 지는 모르겠지만, ‘감각 – 내러티브 – 도전 – 표현’이다. 카드 배틀에서는 미려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고, 적을 공격할 때 이펙트가 터지는 등 타격감을 느낄 수 있다. 카드 배틀은 내러티브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플레이어가 스토리에서 어떤 선택지를 골랐는지에 따라 카드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카드 배틀은 전략성을 갖고 있어서, 플레이어는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느 정도 고민과 도전을 해야 한다. 카드 안에는 미려한 일러스트가 그려져있지만, 카드의 테두리나 카드 뒷면 디자인 또한 카드 배틀에서 승리하거나 스토리의 진행에 따라서 교체가 가능하다.
3. A(미학)이 D(동역학)과 어떻게 연결될지 구상해볼 것.
- ‘감각 – 타격감’의 미학을 성립시키기 위해 동역학에서는 ‘카드의 흔들림, 효과음, 이펙트’ 등을 개발한다.
- ‘내러티브- 분기’의 미학을 성립시키기 위해 동역학에서는 스토리에 선택지를 고르는 시스템을 구비한다.
- ‘도전 – 난이도’의 미학을 성립시키기 위해 동역학에서는 ‘턴 제한’과 ‘체력’ 등 난이도 요소를 갖춘다.
- ‘표현 – 꾸밈’의 미학을 성립시키기 위해 동역학에서는 ‘카드 교체’ 페이지에서 카드 외관을 변경할 수 있게 한다.
지금 제작하려는 게임의 재미가 어디에서 오는가?
타격감, 선택지 분기, 난이도, 그리고 꾸밈 요소
글을 마무리하며
필자는 방법론을 ‘절반만 신뢰’하는 유형의 사람이다.
백날 방법론을 가지고 토론해봐야, 현장에서 실전에 응용할 수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
하지만 그 방법론이 무용지물이 되는 진짜 이유는 방법론이 무용하거나 방법 자체가 틀렸기 때문은 아니다.
실전에서 그 방법론을 어떻게 응용해야 하는지 실제 성공 사례를 포스트모템한 경우를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애자일 방법론이 아무리 유용하다고 해도, 애자일 선언문을 고스란히 지켜서 성공한 프로젝트가 있다는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유용한 방법론이 있다고 해도 실무에서 어떻게 성공했는지 그 귀중한 ‘사례’를 보기는 참 어렵다.
MDA 프레임워크는 필자가 실무에서 적용해보고자 노력했던 결과 실제로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준 방법론이다.
그렇기에 이 방법론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응용할 수 있는지 소개하고 싶었다.
이 글이 게임 디자인 과정에서 벽에 부딪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 단 한 분의 개발자께 도움이 되기를 바라 본다.
인용 및 참고
- https://users.cs.northwestern.edu/~hunicke/MDA.pdf
- https://en.wikipedia.org/wiki/MDA_framework
- https://dogy3045.tistory.co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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