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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Note」가 끔찍한 10가지 이유

들어가는 글

회사에서 협업툴이자 데이터베이스로 OneNote를 채택한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OneNote는 MS에서 기본 제공하는 전자 필기장 앱으로, MS Office군을 사용한다면 높은 확률로 자동으로 깔려 있는 앱이다.

보통 개인의 전자필기장 용도로 사용하는 라이트한 프로그램이다.

대표적인 특징을 꼽아보자면 아래와 같다.

  • MS 이용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 개인의 기기별 자동 동기화를 지원한다. 즉, 저장이 없고 모든 수정사항은 자동 저장된다.
  • (공식적으로) 첨부 용량에 제한이 없다. 즉 전자필기장이 Gb 급으로 커지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첨부파일의 크기가 엄청 큰 건 업로드가 되지 않는 듯하다.)

이러한 점은 개인이 개인의 필기장으로 쓰기에 손색이 없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해외 사용자들도 원노트가 불편하다는 데에 공감하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OneNote를 1년 이상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으며, 아래와 같은 이유로 사용을 추천하지 않고 싶다.

대부분 ‘협업 상황’에서 발생한 예시임을 양해 부탁드리며, 개개인의 취향에 대해서 비난하려는 것이 아님을 먼저 양해 바란다.

(뭐든지 잘 사용하면 약이 되고, 잘 사용하지 못하면 독이 된다. 필자에게는 맹독이었을 뿐.)

1. 느린 동기화

OneNote의 동기화 속도는 정말 느리다.

내부에서는 전자 필기장이라고 하는 필기장 단위로 동기화를 실행하는데, 이 동기화는 ‘천천히’ 진행된다.

이 속도에 관한 관점은 주관적일 수 있다. 내가 말하는 ‘느린’의 기준은, 내가 지금 입력한 글씨가 옆의 동료에게 늦어도 3초 이내에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원노트는,

내가 노트에 내용을 작성

-> 내 OneNote에 동기화

-> 상대 OneNote에서 해당 전자 필기장의 수정사항 확인

-> 수정사항을 불러와 상대방의 OneNote에 동기화

-> 수정사항 반영

즉, ‘동기화’ 과정을 두 번 거치기 때문에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두 사람 이상이 한 문서를 동시에 편집 하면 높은 확률로 문서에서 충돌(Complict)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런 일은 정말 자주 발생한다.)

그래서 절대로 협업을 할 때 동시에 편집을 권장하지 못하며, 충돌이 발생하면 충돌을 해결하기 위한 공수가 추가로 발생한다.

당연히, 이러한 일은 업무 효율을 상당히 나쁘게 만든다.

2. 작성자 이름이 정상적으로 표기되지 않음

OneNote에서는 하나의 글에 편집자가 여러 명인 경우, 해당 편집자가 수정한 ‘행’ 기준으로 행 끝에 편집자의 이름이 붙는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편집자 이름이 제대로 표기가 안 되는 데 있다.

예를 들어 이름이 ‘김 철수’라면, 아래의 경우 중 하나로 이름이 나오게 된다.

  • 김철수
  • 김철(김 철수에서, 각 앞 글자 1글자씩만 이니셜을 따옴)
  • 철김(김 철수에서, 성과 이름이 반대가 되어 ‘철수 김’인 상태에서 앞 1글자씩 이니셜들 따옴)

위의 1번이 되면 다행이겠지만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 만약 사내 규칙상 이름과 닉네임을 병기한다고 해보자. 예시로 김 철수 [OneNote] 라는 이름이라면,

  • 김[
  • 철[

이런 식으로 표기된다.

원노트가 해외 어플리케이션이라서 그런 걸까? 그렇다고 하기엔 영문 이름도 쉽게 알아볼 수 없게 뜨는 건 마찬가지다. (Andy Lee -> AL)

협업 파트너의 이름을 알기 위해서는 굳이 그 편집자의 ‘비정상 닉네임’ 위에 마우스를 갖다 대, 풀네임을 확인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정말 바보같은 UX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3. 표 기능이 엑셀과 매끄럽게 호환되지 않음

표 기능은 정말 ‘최악’ 그 자체다.

다른 데서 복사한 표가 정상적으로 복사되지도 않으며, OneNote의 표가 다른 프로그램에서 호환되지도 않는다.

각 셀마다 편집을 할 수도 없으며, 표의 신규 생성, 수정, 삭제가 매우 불편하다.

자동 취합, 함수 기능, 셀 별로 다른 서식 지정들도 모두 지원하지 않는다.

엑셀을 이용한 업무 자동화도 당연히 포기해야 한다.

애초에 업무를 위한 정교한 툴은 아니다.

하지만 MS에서 만든 두 프로그램이 서로 호환이 잘 되지 않는 건 상식 밖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4. 로컬 필기장과 서버의(공용) 필기장이 서로 구분되지 않음

OneNote의 전자 필기장은 커다란 ‘덩어리’다.

로컬 필기장은 이러한 데이터를 한 데 모아, 특정 로컬 지점(예 : 하드 드라이브)에 저장한다.

따라서 전자 필기장을 불러오기 위해서는 이러한 필기장의 위치를 로컬 지점에서 찾아와서 불러와야 한다.

그런데 서버 필기장은 서버마다 그 로컬 경로가 달라, 필기장을 불러올 때 필기장의 경로가 여러 군데로 나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저장 위치가 굉장히 복잡하게 되어 있어, OneNote를 새로 불러오는 건 저장 경로를 찾는 싸움이나 다를 바가 없는 일이다.

이는 회사에서 전자 필기장을 새로 만들었거나, 또는 새로운 신입사원이 들어왔을 때 혼란을 일으키기 아주 쉽다.

5. 사실상 먹통인 검색창

검색창에 특정 단어(예 : 전자)를 검색하면, ‘전’까지만 검색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리고 특정 단어를 정상적으로 필터링해서 검색창에 불러온다고 해도, 만약 전자 필기장 내의 텍스트 양이 상당히 방대하다면, 내가 찾고자 하는 단어가 담긴 페이지를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6. 업데이트 되지 않는 프로그램

OneNote는 MS에서도 거의 사후지원을 하지 않는다.

이는 언제든지 이 프로그램의 사용이 갑자기 불가능해질 수 있으며, 이는 미래지향적으로 아카이브를 쌓아나가는 협업툴 차원에서는 굉장히 미래가 불투명한 프로그램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7. 프로그램의 파편화

현재 원노트는 두 가지 버전이 함께 공존한다.

  • OneNote(MS에서 다운받아서 사용하는 프로그램)
  • OneNote for Windows 10(윈도우 10 설치 시 자동으로 설치되는 프로그램)

이 두 가지 버전이 다른 탓에, OneNote를 설치(Setup)하라고 하면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은 반드시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위의 버전은 설치를 해야 하는 버전이므로 아래의 버전과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인식되는데다, 프로그램의 UI도 미묘하게 다르게 되어 있다.

또한, 개인이 사용한다고 해도 서로 다른 작성자로 수정이 일어나게 되므로 불필요한 중복 UI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다.

불필요한 프로그램 파편화를 일으키는 협업툴이 또 있다는 얘기를 필자는 들어본 적이 없다.

8. 사실상 유명무실한 포터블 앱

OneNote는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에서 사용할 때 조잡한 UI와 편의성 부족으로 사실상 ‘열람’ 기능밖에 할 수 없다.

그리고 동기화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집이나 사무실 밖에서는 동기화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방금 전 동료가 수정한 사항조차 OneNote에서는 확인할 수 없다.

심지어 모바일 앱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자 필기장을 로컬에 저장해야 하기 때문에 저장 용량을 상당히 많이 차지한다. (원노트 전자 필기장이 Gb인 점을 고려하면 수십 Gb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이는 ‘라이트한 전자필기장’이라는 자신들이 내세우는 표어를 사실상 무색하게 만든다.

9. 편의성 부족

OneNote는 맞춤법 검사를 지원하지만, 그 정밀도를 신뢰할 수가 없을 만큼 형편없다.

또한 ‘검토’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협업을 할 때 누가 어디까지 수정했는지 확인하고 피드백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리고 여러 사용자가 편집을 한 문서의 경우, 정확히 어디를 어떻게 고쳤는지 보여주지 않는다.

한편, 구글 스프레드시트는 각 셀마다 누가 몇분에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고쳤는지 보여준다.

OneNote는 각 페이지마다 버전을 지원하지만, 수정 범위의 파악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명무실하다고 볼 수 있다.

10. 사실상 의미 없는 원드라이브 지원

원드라이브는 굉장히 유용한 클라우드이지만 OneNote에서는 사실상 있으나마나한 개념이다.

굳이 말하자면 OneNote를 보관하는 장소 정도로밖에 사용할 수 없다.

원드라이브에 OneNote의 데이터를 보관한다고 가정한다면, 추후 다른 사용자와의 협업을 할 때 경로 설정이 복잡해진다.

클라우드에서 이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정리하는 글

이렇게 OneNote가 협업툴로써 끔찍한 10가지 이유를 꼽아보았다.

물론 필자가 정리한 내용이 모두 일반 사용자에게 적용되는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위에 꼽은 불편한 점 대다수는 ‘협업’을 할 때 정도만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요소일 뿐이다.

혼자서 메모장으로 쓸 때는 위에 필자가 꼬집은 불편한 요소가 그다지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개인 차원에서 원노트를 아이디어 뱅크로 사용하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PC 한정이며, 모바일로 괜찮은 아이디어 뱅크 툴은 얼마든지 많다.)

그러나 협업툴로서 원노트를 사용하려고 하는 조직이 있다면, 혈압약을 끼고 다닐 게 아니라면 그 조직에서 일하는 것을 재고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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