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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4대 요소로 탄탄한 게임 개발하기

‘게임의 4대 요소’ 중 단 하나라도 갖추지 않은 게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Needy Girl Overdose

들어가는 글

필자에게 게임 개발은 업이자 즐거운 일이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게임들, 그리고 내가 즐겨 했던 게임들의 기억을 떠올리며 아이디어를 내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된다.

그러나 게임 개발이 언제나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솔직히, 즐거움이 20이라면, 80은 그 즐거움을 위해 견뎌야 할 고민과 고난의 시간이라고 보아도 될 정도로 개발 과정에는 난관이 많다.

최근 게임 디자인 도중 유난히 필자를 괴롭혔던 문제는 바로 ‘거시적 관점에서의 기획(Macroscopic Design)’이었다.

필자에게 있는 수백 가지 아이디어를 어떻게 해야 간결하고 세련된 표현으로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만드는 게 문제였다.

번뜩이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그 아이디어가 발산되는 과정에서 다른 아이디어와 서로 충돌하거나 모순되기 일쑤였다.

거시적인 틀이 제대로 잡히지 않으니 자연히 디테일한 기획은 하나마나한 문제로 치부되었다.

제대로 된 기획서 하나 없이 초기 제안서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마감기한이 성큼성큼 다가오니 시간이 갈수록 부담이 커져 왔다.

거시적인 눈으로 보는 데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 이유 중 하나가 필자 스스로가 가진 롤(role)의 특성 – 내가 아는 것만 잘 아는 ‘전문성(major)’의 함정 –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지금까지 커리어를 쌓아오면서 해온 일들 – 스토리, 퀘스트, 시나리오, 컨셉, 맥락 등 – 에 관해서는 자신이 있다.

그러나 게임 전체를 보고 개발 방향성을 결정하거나 스펙을 추산하는 경험을 한 적은 거의 없었다.

비유하자면, 코끼리의 다리만 만져본 사람이, 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스케치를 하는 일이었다.

미시적인 영역의 실무자가 거시적인 영역의 지휘자로서 하루 아침에 역량을 발휘하는 건 불가능했다는 게 필자가 내린 결론이었다.

필자가 내린 돌파구가 무엇이었는지 이제 독자분들도 감이 올 듯하다.

필자는 ‘게임의 4대 요소’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게임에 대한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필자가 게임 개발에 관해 알고 있는 지식은 ‘뾰족’하기에, 게임을 보는 눈을 넓혀주는 방법론은 필자의 약점을 보완해주었다.

‘게임의 4대 요소(정확히는 게임을 구성하는 4가지 기본 요소)’라는 개념은 추상적인 개념이며 어쩌면 이론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게임의 거시적인 틀을 잡는 데 굉장히 도움이 되었기에, 이번 글의 지면을 빌려 어떤 내용인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게임은 무엇으로 이루어지나?

많은 디자이너가 빠지는 함정을 조심해야 한다. 몇몇 디자이너는 게임 내부의 작동 방식만 계속 생각하다가 플레이어의 경험에 대해 잊는 경우가 있다. 다양한 게임 요소와 그 상호작용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들이 경험에 어떻게 관계되는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살(플레이어의 경험)과 뼈대(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를 같이 봐야 한다. 만약 살에만 신경을 쓴다면 경험이 어떤 느낌을 줄지는 생각해볼 수 있지만, 왜 그런지, 어떻게 그 경험을 발전시킬지 알 수 없을 것이다. 만약 뼈대에만 집중한다면 이론적으로 아름다운 게임 구조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는 끔찍한 결과를 낼 수도 있다.

제시 셀, ‘The Art of Game Design’, 66p

필자가 언급하는 ‘게임의 4대 요소’는 게임 디자이너 ‘제시 셀’의 구분법과 정확히 일치한다.

그렇다. 게임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는 사실 ‘4대 요소’뿐만이 아니라 그보다 더 적거나 많을수도 있다.

중요한 건 이러한 정의가 실제로 게임을 정의하는 데 충분히 ‘상호배제적이자 전체포괄적(MECE)’인 구분법인가하는 점이다.

게임의 4대 요소 - 미학, 메커닉스, 이야기, 기술
‘게임의 4대 요소’ – 위에 있을수록 눈에 잘 띄고 아래에 있을수록 눈에 잘 띄지 않음

제시 셀의 네 가지 구분법에 의하면, 게임을 이루는 근간은 네 가지 요소로 분류할 수 있다.

메커닉스, 미학, 이야기, 그리고 기술이다.

각 요소는 서로 상호배타적(겹치지않으며), 각 요소의 정의가 한데 모이면 게임이라는 대상을 정의하기에 충분한다.

필자도 게임 디자이너 제시 셀이 게임의 구성 요소를 이렇게 구분한 것에 관해 동의하기에 자연스럽게 이 정의법을 신뢰하게 되었다.

메커닉스? 미학? 각 요소가 정확히 어떤 것을 말하는지 다소 갸우뚱한 독자 분도 계실 것이다.

각 요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위쳐 3’에는 미니게임 중 하나로 ‘궨트’라는 카드게임이 존재한다. 이 콘텐츠의 재미가 특출났던 덕인지 추후 별도의 게임이 출시되기에 이른다.

게임의 4대 요소 중 가장 생소한 명칭을 하나 꼽자면 바로 ‘메커닉스’일 것이다.

메커닉스에 대해 용어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메커닉스(mechanics): 게임의 절차와 규칙. 메커닉스는 게임의 목표, 플레이어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그 행위를 시도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설명한다.

메커닉스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게임의 룰’이다.

모든 게임에는 크고 작은 룰이 존재한다. RPG라면 캐릭터를 육성해 적과의 전투에서 승리해야 한다. 육성 시뮬레이션은 캐릭터를 최대한 ‘잘’ 육성해야 한다.

그 목표를 위해서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그리고 그것의 디테일한 수치나 결과값 등이 바로 ‘메커닉스’에 해당한다.

메커닉스라는 용어의 정의 그대로, 마치 게임을 이루는 수많은 톱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개념이 바로 메커닉스라고 볼 수 있다.

아무리 매력적인 캐릭터와 멋진 스토리가 존재하더라도 게임 규칙이 불합리하고 보상이 형편없다면 잘 만든 게임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모든 게임이 메커닉스가 핵심 요소로 작용하는 건 아니다. 만약 ‘비주얼 노벨’ 게임이라면 메커닉스는 게임의 아주 조그마한 부분만 담당할 것이다.

반면 카드 배틀이라는 규칙을 게임의 핵심 룰 (메커닉스)로 정했다면, 이 게임은 메커닉스가 정말 중요한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야기(Story)

‘성인 게임’ 일수록 좋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건 의외로 굉장한 강점으로 작용한다.

이야기(story): 게임에서 펼쳐지는 일련의 사건.

게임의 4대 요소 중 하나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스토리’다.

물론 스토리가 ‘없는’ 게임이 존재한다는 건 안다. 스토리를 중시하지 않는 게임 개발자도 수두룩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 유명한 ‘둠 시리즈’의 아버지, 존 카맥(John D. Carmack II)은 스토리에 대해 아래와 같이 평가했다.

게임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그것과 같다. 있으면 좋긴 하지만,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스토리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게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팩 맨(Pac Man)은 자신을 쫓아오는 고스트들을 피해, 최대한 많은 코인(전리품)을 챙기는 이야기다.

디테일은 생략되었지만 스토리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바로 ‘도망치는 것’이다.

심즈 시리즈는 게임 속 세상에서 내 아바타에 해당하는 캐릭터를 자유롭게 육성하는 게임이다.

심즈 시리즈는 스토리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내 캐릭터가 어떤 삶을 겪는지, 그 과정에서 누구와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지 관찰하는 게 바로 스토리가 된다.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모든 게임은 스토리가 존재하지 않을 수는 있으나 어떤 형태로든 ‘스토리텔링’은 존재한다.

팩 맨의 스토리를 다시 생각해보자. 팩 맨이 도둑, 고스트가 경찰이라면, 이 게임은 순식간에 GTA로 변모한다.

팩 맨도 역사적으로 이름을 남긴 훌륭한 게임이지만 우리는 GTA가 얼마나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게임인지 모두가 알고 있다.

게임의 룩앤필만 봐도 어떤 게임인지 알 수 있는 것만큼 ‘개성’이 드러나는 일이 또 있을까?

게임의 4대 요소를 포스팅하기 위해 책을 여러 번 다독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뜻밖의 고민을 안겨준 건이 있었다.

그건 바로 원문의 Aesthetics라는 표현을 어떻게 정의하는 게 좋을지였다.

책에는 ‘미적 정서’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나는 이 용어가 오히려 읽는 사람(특히 필자)로 하여금 오히려 난해하고 복잡하게 여겨졌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미학’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결정했다.

미학(Aesthetics)이라는 용어는 예술대학 교재에 나올 것처럼 고상해보이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게임이 전달하는 경험이 주류문화가 생각하듯 ‘가볍고 무의미하며 무가치’하지 않기에, 미학이라는 용어를 붙이는 게 오히려 적절하다고 느껴졌다.

미학(aesthetics): 게임의 비주얼, 사운드, 촉각적 요소 등의 피드백 총체. 어떤 모습이나 분위기로 플레이어를 몰입시키려면, 그런 미적 정서를 기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확장하고 강화해줄 수 있는 기술을 선택해야 한다.

모든 좋은 게임이 아름답지는 않겠지만, 게임이 전달하는 경험이 풍성하고 다채로울수록 게임으로부터 전해지는 인상도 깊어진다.

게임은 ‘플레이하는 것’이며, 동시에 ‘감각을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게임을 하며 동시에 수많은 요소들을 지각한다. 그리고 때때로 게임 속 풍경을 ‘감상’한다.

게임은 소설처럼 허구의 세계이지만 허구라고 해서 아름답지 않은 건 아니다. 그 세계는 분명히 ‘살아있으며’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줄 때도 있다.

겉으로는 간단해 보이는 게임도 사실 알고보면 굉장히 ‘복잡한’ 기술적 처리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기술(technology): 만들고자 하는 게임을 가능하게 하는 재료나 상호작용 등을 말한다. 기술은 미적 정서가 나타나고, 메커닉스가 발생하는, 이야기가 전달되는 매체 그 자체이다.

모든 게임은 그 근간에 어떠한 기술적인 베이스가 존재한다.

비주얼 노벨 게임이라면 비주얼 노벨처럼 보이게 만드는 어떠한 요소들 – 대화창, 터치 입력을 받는 동작, 캐릭터 등장 연출 등등 – 이 존재한다.

실시간으로 클라이언트와 서버의 입력을 처리해야 하는 MMORPG라면 말할 것도 없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주요 매체가 보드 게임에서 PC 게임으로, PC 게임에서 콘솔이나 모바일 게임으로 이동하면서 기술 또한 마찬가지로 진화해 왔다.

플레이어라면 이런 기술이 눈에 당장 보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이 게임이 유니티 엔진인지 언리얼 엔진인지 구분하는 건 어렵다.)

하지만 게임 개발자라면 어떤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는 기본적인 개념은 알아두는 게 좋다.

게임의 근간을 이루는 기술이 무엇이냐에 따라, 게임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경험(의도)또한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의 4대 요소는 이처럼 서로 다른 영역에서 게임을 지탱하고 있다.

하지만 이 4대 요소가 모두 플레이어의 눈에 실시간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내가 조작하는 캐릭터(미학)가 점프를 하며(메커닉스) 좌우로 왔다갔다하는 건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는 요소들이다.

반면, 이 게임이 총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인지, 각 페이지에서 어떤 기능을 지원하는지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눈에 보이는 영역이 중요한 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 또한 중요하다.

물론 게임마다 어떤 요소가 조금 ‘더’ 중요해보일 수 있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게임 개발자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게임의 구성요소 네 가지를 모두 ‘동등하게’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우위의 함정

네 요소 모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두는 것이 좋다. 어떤 게임을 디자인하더라도 네 가지 요소 모두에 대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할 것이다.

제시 셀, ‘The Art of Game Design’, 63p

필자가 겪었던 경험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필자의 전문성은 ‘스토리’에 있다. 그렇기에 게임의 4대 요소 가운데 ‘스토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게 되었다.

중요한 건 ‘게임의 4대 요소’를 모두 동등한 입장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스토리를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할까? 스토리가 어떤 상황에 나올지(메커닉스), 캐릭터는 어떨지(미학), 그리고 어떤 UI/UX를 가질지 모두 결정이 필요하다.

반대로 말하자면, 아무리 스토리에 관해서 디테일하게 설정을 한다고 해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동안 무시했던 다른 요소들이 발목을 잡게 된다.

만약 필자가 소설 작가라면 소설이 재밌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라면 이 스토리가 빛을 내기 위해서는 다른 요소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었던 것이다.

게임을 개발할 때 어떤 아이디어가 적절한지 고려할 때는 한 가지 측면만을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4가지 요소, 즉, 전체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전체는 바로 위에서 정리한 네 가지 – 메커닉스, 미학, 이야기, 그리고 기술 – 이다.

필자는 위에서 ‘스토리’를 중시한 함정에 빠졌다고 고백했지만, 누군가는 미학을 우선할수도, 누군가는 기술을 우선한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만약 어떤 게임 개발자가 ‘카드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그 사람은 자연히 메커닉스(게임의 룰)에 먼저 신경을 쓰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즐거운 게임이 되기 위해서는 그 게임이 어떤 매체(모바일? PC? 아니면 아날로그)에서 진행할지 고려해야 한다.

각 카드에 어떤 매력적인 그림이 그려질지(미학), 그리고 그 카드를 가지고 왜 승부를 하는지(스토리) 설명하는 것도 게임에 몰입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카드 게임 하나를 만드는 데도 이러한 다양한 시각을 고려하는 ‘전체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을 뜨고 감은 여부는 추후 대단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글을 마무리하며

게임의 4대 요소는 게임을 구성하는 MECE(서로 겹치지 않고, 모두가 모여 전체가 되는) 정의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만을 중시한 나머지 나중에 서로가 발목을 잡는 리스크를 줄여주는 좋은 방법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이라면 게임의 4대 요소의 조화를 항상 신경 써야 한다.

글을 마무리하며, 게임의 4대 요소를 게임 개발에 더 자세히 응용하기 위한 ‘렌즈’를 소개하겠다.

이 렌즈를 사용하려면 게임이 정말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 각 요소를 부분적으로 그리고 전체를 한꺼번에 고려하라. 다음과 같이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라.

  • 게임이 네 가지 요소를 모두 활용하고 있는가?
  • 게임 요소의 질을 높이면 게임 디자인이 더 좋아질 수 있을까?
  • 네 가지 요소가 조화를 이루고 서로를 보조하며 상호작용하여 공통의 주제로 합일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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