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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러브리체』와 미연시 시스템 분석

미연시 시스템 표지

게임 소개

「금빛 러브리체(金色ラブリッチェ)」는 18금 미연시 전문 제작 브랜드 SAGA PLANETS에서 2017년 출시한 미연시다.

이번 미연시 시스템 포스트에서 다룰 핵심 소재 게임이다.

(링크)

공략 가능 히로인 대다수가 금발이라는 파격적인(?) 금발 쏠림 경향을 자랑해서 ‘금빛 러브리체’인가 싶지만, 게임 제목이 금빛인 이유는 따로 있다고 한다.

굳이 이 게임을 이번 분석글의 소재로 삼은 건 지 게임이 미연시로써 갖춰야 할 기본적인 기능이 탄탄하기 때문에 선정하게 되었다.

미연시는 글과 그림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다양한 기능이 있어야 게임을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금빛 러브리체’를 중심으로 미연시 시스템(미연시에는 최소한 어떤 기능들이 갖춰져야 하고, 또 어떤 기능이 있으면 좋은지)에 관해 살펴보겠다.


미연시 시스템 – 기본기능

금빛 러브리체 ‘타이틀 화면’의 버튼들. 정통파 미연시들의 타이틀 화면은 보통 이런 구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미연시도 게임이므로 게임을 ‘시작’할 수 있는 시작 버튼이 필요하다.

시작 버튼은 보통 게임의 ‘첫 시작’을 말하는데, 일부 게임은 시작 버튼만 눌러도 이전까지 플레이한 곳을 자동으로 불러오기도 한다.

학습적 UX로는 시작 버튼이 의미하는 게 ‘게임의 첫 시작’이라는 인지가 더 강하므로 시작 버튼은 게임의 첫 시작인 게 더 자연스럽다.

따라서 90% 이상의 미연시는 ‘시작’ 버튼이 곧 게임의 첫 시작을 암시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PROLOGUE와 같이 프롤로그를 일부러 나누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게임은 프롤로그를 구분하지 않는다.

위 게임에서 프롤로그 버튼과 START 버튼을 나눈 이유는 게임 진행상 ‘공통 루트’가 끝날 때까지를 PROLOGUE로 구분하므로 위처럼 굳이 나눠둔 것 같다.

미연시에는 '공통 루트'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보통은 미연시 초반부를 공통 루트라고 부르는데, 연애 서사보다는 이 게임 내 세계에 대한 배경 설명과 인물 소개에 할당되는 부분이다.
공통 루트 내에서도 3막 구조에 기반한 탄탄한 스토리라인이 드러나는 게임도 존재한다.
드물지만 이런 경우도 있으며, 이 경우 플레이어들로부터 '히로인 공략보다 공통루트가 더 재밌었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어떠한 히로인과도 맺어질 수 있는 단계라는 의미로도 통한다.

어떤 게임에서는 시작 버튼을 3개 이상 두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프롤로그’, ‘(메인) 스토리’, 그리고 ‘최종장’ 등의 구분을 나눠두는 것이다.

보통의 플레이어는 게임 진행 시 타이틀 화면에서 로드 버튼으로 게임을 바로 진행하기 때문에 이 경우 게임사는 ‘가짜 엔딩’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화이트 앨범 2에서의 CODA 버튼, Key社의 Rewrite의 Moon, Terra 버튼 등이 이에 해당한다.)

가짜 엔딩이란, 게임의 특정 스토리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는 하지만 이야기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일부 플레이어는 이 연출에 낚여서 ‘아 스토리 다 봤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때 타이틀에 ‘최종장’ 등의 버튼이 생기면서 이야기가 이어지는 식이다.

여기서 실제로 게임의 엔딩이 난 줄 알고 게임을 삭제해버리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지만…

웬만큼 미연시를 많이 해본 플레이어들은 ‘진 엔딩’이라는 시스템에 대한 개념이 있기 때문에 보통은 낚이지 않는다.

미연시(비주얼 노벨) 장르 특성상 시스템적으로 루프물의 성격을 띠기가 쉽기 때문에 다른 게임과 달리 이렇게 구성하는 경우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게임을 이어서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미연시 시스템 기능을 꼽자면 뭐가 될까?

바로 ‘세이브’다.

게임을 하던 도중에 세이브를 하지 않고 꺼버리면 불러올 수 없으니 당연히 저장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다면 저장한 데이터를 불러오는 건 어디서 할 수 있을까?

보통 미연시들은 타이틀 화면에서 게임을 이어하기 기능을 지원하며 게임 도중에 LOAD 버튼 등으로 이전 시나리오를 불러오는 게 가능하다.

저기의 CONTINUE 버튼은 직전까지 내가 플레이하던 시나리오를 이어서 하는 버튼이다.

이 버튼은 게임 도중 튕기는 등 세이브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동작하기 때문에 굉장히 유용하다.

로드 페이지의 구성. 생각보다 많은 정보량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을 축약하기 위해 존재하는 게 바로 ‘빠른 불러오기’와 CONTINUE 버튼이다.

정통적인 방식으로 SAVE, LOAD를 하게 된다면 보통 위와 유사한 로드 페이지를 보게 된다.

로드 화면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한 페이지 안에 10개의 로드 슬롯이 있는데, 로드 슬롯 하나 안에도 많은 디테일이 포함되어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하나의 로드 슬롯을 가져와보았다.

우측 상단에는 해당 로드 슬롯이 모든 로드 데이터 중 ‘몇 번째’인지 숫자가 적혀 있다.

가운데에 있는 페이지는 세이브를 막 실행했을 때의 화면을 촬영한 스냅샷(Snapshot)이다.

촬영이라고 해서 플레이어가 직접 찍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게임 도중 SAVE 버튼을 눌렀을 때 자동으로 위 화면의 사진을 찍어서 로드 슬롯에서 불러온다는 의미이다.

스냅샷 좌측 하단의 원형의 아이콘과 스냅샷 바로 아래의 텍스트는 위 세이브 시점에서 캐릭터가 한 말(대사)와 포트레이트다.

위 대사는 남주인공이 한 대사이기 때문에 히로인이 아니라 새(마스코트) 이미지로 노출되었지만 여주인공은 SD 이미지로 포트레이트를 보여준다.

아이콘 하단에는 ‘시간’을 나타내는 Timer 픽토그램, 그리고 해당 세이브를 한 시간(YYYY/MM/DD HH:MM)이 표시된다.

로드 슬롯 우측 하단에는 아이콘이 세 종류가 보인다.

‘…’ 이라고 된 아이콘은 ‘코멘트’다. 이 버튼을 누르면 하단에 있는 ‘여기에 코멘트를 작성할 수 있습니다.’ 텍스트 위치에 코멘트를 적을 수 있다.

그 우측에 있는 ‘열린 자물쇠’ 버튼은 이 파일을 삭제하기 못하게 잠그는 기능을, 그보다 우측의 아이콘은 이 세이브 파일을 ‘삭제’하는 기능을 위해 존재한다.

로드 슬롯의 배경을 잘 보면 마름모꼴의 체크무늬 배경이 옅게 깔려있으며, 로드 슬롯 뒤에는 약 1~2px의 그림자 처리가 된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로드 슬롯 버튼 하나만 해도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게 많은 디테일이 숨어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로드 페이지의 우측 상단을 보자.

로드 페이지는 한 페이지에 보통 10개 내외의 로드 슬롯이 위치하는데 보통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이 정도 세이브 슬롯은 부족하다.

로드 페이지 위의 ‘슬라이더’는 이러한 로드 페이지를 좌, 우로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삼각형 형태의 좌, 우 버튼을 누르면 다음 로드 페이지로 이동하며 가장 마지막 페이지인 10번째 페이지까지 이동할 수 있다. 이때 슬라이더도 함께 움직인다.

좌, 우 버튼 옆에는 첫 페이지 이동, 마지막 페이지 이동 버튼이 위치하고 있어서 이 버튼을 누르면 한 번에 처음이나 끝 페이지 이동도 지원한다. (◀ 또는 ▶가 2개 겹쳐진 버튼)

슬라이더 좌측을 보자.

여기서 NEW라고 적힌 부분은 텍스트 버튼으로, 눌렀을 때 특정 기능을 수행한다.

이 버튼을 누르면 가장 최근에 SAVE 버튼으로 저장한 로드 슬롯이 있는 로드 페이지로 이동한다.

반면 NEW라는 버튼의 반대편에 위치한 QL이라는 버튼은 Quick Save된 세이브 데이터만 모아놓는 로드 페이지로 이동하는 버튼이다.

퀵 세이브 데이터도 한 번 저장하면 앞서 퀵 세이브로 저장했던 데이터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이렇게 퀵 로드 페이지에서 불러올 수 있도록 별개의 페이지에 격납된다.

페이지 하단을 보면 좌측과 우측에 또 다른 버튼이 있는걸 볼 수 있다.

좌측 하단에는 플레이어가 실수로 데이터를 잘못 불러오거나 삭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옵션 버튼이 위치한다.

기본 상태는 ‘체크(enabled)’이며 번거롭더라도 실수를 방지하는 데 더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우측 하단에는 ‘세이브’, ‘로드’, ‘돌아가기’, ‘종료’ 버튼이 있는데 이 중에서 ‘돌아가기’, ‘종료’ 버튼만 활성화되어 있다.

여기서 ‘세이브’와 ‘로드’ 버튼은 인게임에서 SAVE 버튼을 눌러 저장 페이지로 갔을 때만 한시적으로 노출되며 지금처럼 ‘LOAD’ 버튼을 눌렀을 때는 비활성화 처리된다.

미연시 시스템은 저장과 불러오기 기능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 군데에 버튼을 두어 플레이어가 저장을 하지 못하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UI/UX가 설계되어 있다.

미연시 시스템 – 오마케

미연시에서 스토리를 다 보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연시에서 스토리를 제외하면 ‘이미지’와 ‘사운드’가 남는다.

미연시 개발사들은 미연시가 엔딩을 맞이해 게임의 수명이 다하게 된 경우 EXTRA나 ‘오마케’라는 이름으로 리소스를 개방한다.

‘금빛 러브리체’에서도 당연하게도 이러한 미연시 시스템의 기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오마케 기능이 잘 갖춰져 있다.

인형놀이의 미연시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스탠딩 CG 감상’
금빛 러브리체는 아쉽게도(?) 전라 스탠딩 CG를 세우는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스탠딩 CG 감상은 마치 인게임처럼 캐릭터를 세워두고 임의의 대사(“사랑해” 등)를 입력해 그것으로부터 만족을 느끼게 하기 위한 콘텐츠다.

인게임의 구조를 고스란히 활용한 미연시 시스템으로, 플레이어들이 본인 마음대로 캐릭터들을 세우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금빛 러브리체에서는 특이하게도 캐릭터뿐만 아니라 배경 프레임이나 캐릭터 SD 스탬프도 찍을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이 감상 기능을 하다보면 이 게임에서는 캐릭터를 어느 위치에 세우는지(거리), 포즈는 몇 개나 지원하는지(A,B,C 타입), 복장은 몇 개인지 모두 노출된다.

어찌보면 개발사 입장에서는 이번 게임에 들어간 미연시 시스템의 구조와 미연시에 투입한 리소스의 ‘밑천’이 드러나는 셈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CG 감상 기능을 지원하는 건 이 기능이 그만큼 보편적으로 많이 지원하는 기능인데다 시스템적으로 구현이 간단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캐릭터에게 애착을 갖기 굉장히 유용한 기능이어서 특정 캐릭터에 굉장히 호감을 가진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이 기능이 반드시 필요할 수도 있다.

(일러스트를 제외한 배경은 이러한 스탠딩 CG 감상에 함께 포함된다.)

아무리 1인 개발에 퀄리티가 형편 없는 미연시라도 반드시 지원해야하는 미연시 시스템이 있다. 바로 ‘CG 감상’이다.

‘CG 감상’ 페이지에서는 미연시 플레이 도중 한 번이라도 본 일러스트를 모아두고, 다시 볼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한다.

모든 CG를 볼 수 있는 건 아닌데, 스토리에서 아직 본 적 없는 CG는 볼 수 없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에는 ‘누키게(오직 성욕 해소만을 위한 미연시)’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다 보지 않아도 CG를 모두 개방하는 기능을 지원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오마케는 게임 처음부터 열려있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의 미연시는 게임사에서 준비한 엔딩 중 최소 1가지(배드 엔딩 제외)를 본 뒤에야 이 페이지가 열리는 게 암묵적인 룰이다.

그래서 H씬을 다시 보고 싶어도 엔딩을 아직 보지 않았다면 엔딩부터 보고와야하는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만약 엔딩을 보기 전 이 EXTRA 페이지를 개방하고 싶다면 아래의 공략 사이트에서 ‘오마케’를 다운받아 적용하면 CG 100% 개방된 상태로 페이지 해금이 가능하다.

https://seiya-saiga.com/
미연시 공략 + 미연시 오마케를 제공하는 사이트.

예전에 티스토리를 운영할때 사이트 이용 방법을 정말 꼼꼼히 쓴 글이 있었는데 블로그와 함께 날아갔다… 언젠가 누가 요청하는 날이 오면 다시 쓰게 될지도 모르지만.

‘금빛 러브리체’에서 장면 회상이라고 부르는 시스템은 바로 ‘H씬’을 다시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위의 CG 회상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미연시가 지원하는 기본적인 미연시 시스템 중 하나다.

사실 이 페이지는 보통 전라의 이미지가 많아서 첨부가 어려운 화면이지만 다행히(?) 아직 개방한 H씬이 많지 않아서 일부 이미지만 살짝 가려 블로그에 올릴 수 있었다.

‘장면 회상’은 CG 회상과 달리 캐릭터의 대사와 보이스 하나하나까지 완전히 다시 재생하기 때문에 이미지만 보고 싶다면 CG 회상이 더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H씬 한편을 통째로 감상하면서 느껴지는 특유의 ‘친밀감’은 CG만 봐서는 재현할 수 없는 그런 감각이 있다.

(그래서 미연시를 삭제하고 CG만 소장하는 게 생각보다 그리 좋은 생각이 아님을 비교적 최근에서야 깨달았다.)

우측에는 DISK라는 이름으로 ‘음악 감상’ 페이지도 CG 회상, 장면 회상 버튼에 함께 포함되어 있다.

미연시 시스템에는 이처럼 사운드 감상 기능도 지원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사실 사운드는 약간 뒷전이라 이렇게 끼워팔기처럼 UI가 붙어있는 경우도 흔하다.

이 UI는 보통 MUSIC 플레이어를 연상시키는 직관적인 UI라서 사용하는데 특별히 기능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다.


미연시 시스템 – 설정(Config)

미연시 시스템의 꽃, 설정 페이지에서는 게임을 쾌적하게 플레이하기 위한 다양한 옵션을 설정할 수 있다.

미연시의 UX는 크게 ‘조작 UX’, ‘텍스트 UX, 그리고 ‘사운드 UX’로 나눌 수 있다.

‘금빛 러브리체’에서는 위 UX를 각각 ‘SYSTEM’, ‘TEXT’, ‘SOUND’ 탭으로 구분하고 설정할 수 있게 구분했다.

시스템 설정에서 조작할 수 있는 옵션은 아래와 같다.

  • 화면 설정: 화면 해상도 조정
  • 우클릭 시 조작: 마우스 우클릭 조작 시의 편의 기능 설정
  • 무비 설정: 영상 재생 여부 옵션
  • 확인 다이얼로그: 해당 버튼의 행위를 할 때 다시 한번 확인 팝업을 띄울지에 대한 옵션
  • 사이드 바 설정: 인게임 UI 중 사이드 바 표시 옵션. 사이드 바는 세이브, 로드 기능을 지원하는데, 이것을 보여줄지에 관한 옵션.
  • 기타 설정: 위 카테고리에 포함하기에는 애매하지만 필요 시 지원하는 옵션

위 옵션은 건드리지 않아도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크게 지장은 없으나, 아예 지원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은 수준이다.

보통 미연시 시스템이 지원하지 않는 옵션 중 하나는 바로 ‘해상도 옵션’이다.

금빛 러브리체에서는 위와 같은 팝업으로 해상도 옵션을 구체적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해상도 옵션을 지원하지 않는 게임을 4K 등 고해상도 모니터로 구동하면 게임 화면이 손바닥만한 크기로 작게 나오는 문제가 발생한다.

풀스크린으로 플레이하면 화질이 나빠보이는 등 문제가 발생해서 해당도 조정 옵션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다행히도 금빛 러브리체에서는 ‘상세 설정’에서 해상도를 원하는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다.

미연시 시스템 설정 중에서 그밖에 다른 기능들은 일반적인 플레이를 한다는 전제 하에서는 웬만해서는 건들 필요가 없다.

위 시스템 기능 중에서 아쉬운 점을 하나 꼽자면 ‘옵션 초기화’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미연시 시스템 설정 중 그나마 빈번하게 드나들 옵션 페이지가 바로 ‘텍스트 옵션’이다.

문자 속도를 조정하거나 오토 모드, 스킵 모드 등의 주요 옵션들이 바로 이 페이지에 위치한다.

문자 속도 조정은 ‘후커’와 같이 번역 프로그램을 함께 구동할 때 특히 중요한데 후킹 과정에서 텍스트를 불러오는 시간이 지연되면 번역이 나빠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다행히 웬만한 미연시에서는 문자 속도 조정 기능을 지원하는데다 슬라이더 형태로 미세 조정 기능까지 지원하기도 해서 문제는 없다.

오토 모드는 말 그대로 게임 화면을 클릭하는 등 키 입력 없이 자동으로 게임이 진행되게 하는 편의 버튼이다.

엔터나 마우스 조작으로 일일히 화면을 넘기지 않고 마치 영화 보듯이 보고만 있는 사람에게 유용한 옵션이다.

물론 H씬 감상 도중 손의 사용이 자유로워야하는 상황에서도 유용한 기능이다.

그리고 ‘미기독문 스킵'(읽지 않은 텍스트도 스킵) 기능도 자주 쓰는 옵션 중 하나다.

보통 미연시에서는 Ctrl 키를 누르는 동안 미기독문 스킵 기능을 지원하는 한편 아예 스킵 버튼을 눌렀을 때는 스킵이 되지 않게 막아둔다.

미기독문 스킵 옵션을 켜고 스킵 버튼을 누르면 따로 키입력을 하지 않고 편하게 스토리를 원하는 위치까지 스킵할 수 있다.

일반적인 플레이를 할 때는 스킵 버튼을 활용할 일이 없지만, 스토리는 모두 스킵하고 H씬만 보고 싶거나 엔딩까지 스토리를 먼저 밀고 싶을 때 유용한 버튼이다.

보이스가 정말 거슬리는 캐릭터들은 보이스를 끄는 기능을 지원하는 건 이제 기본이다.
(아니면 미연시를 하는 스트리머가 그 캐릭터의 보이스를 흉내내기 위한 기능으로 활용하기에도 훌륭하다.)

‘사운드 옵션’을 설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표적인 경우는 ‘음성 재생 설정’이다.

이 옵션은 보이스 재생 도중 클릭했을 때 보이스를 끊을지, 아니면 다음 대사까지 보이스가 나오게 할 지 처리하는 기능이다.

만약 보이스 1번이 나오는 동안 클릭해서 보이스 2번이 나오는 상황이면 보이스 1번이 자동으로 끊기겠지만, 보이스 1번이 나올 때 클릭한 뒤의 대사가 보이스가 없는 경우 보이스를 계속 재생할 지 말 지에 관한 기능이다.

이 기능은 보통 H씬과 같이 히로인과 주인공의 대사 비중이 거의 엇비슷할 때 유용하다.

이 페이지를 이용하는 경우는 바로 남자 주인공 또는 남자 엑스트라 캐릭터의 보이스를 끄기 위해서다.

미연시 도중에 남자 보이스가 나오는 것 자체를 용납할 수 없는 예민한(?) 분들을 위해서 준비된 기능으로, 최근 미연시는 대부분 지원하는 기능이다.

사운드 옵션은 이처럼 볼륨을 키우고 줄이는 것보다는 보이스 재생과 관련해서 디테일한 조정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일반 보이스 외에도 BGM, SE, H씬 보이스 등의 볼륨을 조작하기 위해 각각 슬라이더 기능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스피커를 끄거나 줄이는 게 더 간단하니 더욱 이용할 일이 없다.


미연시 시스템 – 인게임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버튼이지만 마우스를 화면 하단에 갖다대면 편의 버튼이 생겨난다.

미연시마다 UI는 다를 수밖에 없지만 인게임 편의 버튼의 위치나 구조는 거의 비슷하다.

저장, 불러오기 등의 기능은 앞서 설명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더 언급하지 않겠다.

대표적인 인게임 기능 중 하나 중에는 ‘백로그’ 기능이 있다.

위 화면에 있는 jump 버튼을 클릭하면 ‘선택한 대사로 이동하시겠습니까?’라는 팝업과 함께 Yes, No 선택지가 나타난다.

백로그 기능이란, 내가 방금까지 읽은 대사 목록을 불러오는 기능이다.

내가 방금까지 본 스토리 중에서 실수로 대사를 놓쳐서 다시 확인하고 싶거나 대사를 다시 듣고 싶을 때 유용한 기능이다.

로그 기능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는데 이제는 백로그 화면을 이용해 이전 대사로 jump하는 기능도 지원하는 추세이다.

이처럼 미연시 시스템은 ‘회귀’라는 개념이 SAVE, LOAD뿐만 아니라 BACKLOG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미연시 시스템 – 노벨 씬

심플한 화면이지만 이 안에도 수많은 연출 구성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미연시 화면의 구성요소는 크게 캐릭터, 배경, UI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다.

캐릭터는 말 그대로 미연시에 등장하는 캐릭터 및 히로인들이다.

캐릭터는 살아있는 인물이다. 따라서 표정이 변화하거나 ‘훌쩍’ 등의 이모티콘으로 감정이 드러나거나 ‘점프’와 같은 액션을 할 수도 있다.

보통의 비주얼 노벨은 ‘동인 게임’이라고 불릴 정도의 저예산 게임이 아니고서야 보이스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미연시 보이스는 보통 ‘일본어’라는 통념이 있지만 최근에는 ‘스토브인디’ 등의 인디게임으로 출시되는 한국 미연시들도 있고, 이들 게임은 한국어 보이스를 지원하기도 한다.

캐릭터는 한 명만 등장할 수도 있지만, 한 화면에 최대 4~5명까지 세우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캐릭터 여러명을 세웠을 때 캐릭터 각각이 풍기는 개성에 의해 화면이 산만해보일 수 있으니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캐릭터는 하나만 세우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 ‘라스트 오리진’의 화면 구성을 굉장히 싫어한다.
캐릭터 비율, 구도, 크기도 모두 제각각인데다 디오라마가 너무 커서 캐릭터들이 서로를 가리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세울 때는 화면의 균형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캐릭터 한 명만 세울 때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정중앙’ 외의 위치는 지양하는 게 좋다.

캐릭터 하나만 세울 때 좌, 우측에 캐릭터를 세우면 화면이 불안정하게 느껴진다.

캐릭터 두 명을 세울 때는 화면의 좌측, 우측 각각 한 명씩 세우는 게 좋다. 만약 중앙에 한 명, 우측에 한 명 세우면 좌측이 비어보여 화면이 불안정하게 느껴진다.

캐릭터를 등장시킬 때는 상황이 다르다.

중앙에서 ‘뿅’ 하고 등장하기보다는 좌측 또는 우측에서부터 캐릭터가 들어오는 연출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캐릭터의 성격에 따라서 ‘쭈뼛쭈뼛’ 등장할지, 아니면 ‘방방뛰며’ 등장할지는 연출자가 캐릭터성과 연출 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진행해야 한다.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이모티콘을 쓸 지, 효과음은 어떻게 할 지, 그리고 BGM 선정은 어떻게 할 지도 모두 고민이 필요하다.

이 모든 연출 요소는 우리 게임의 ‘캐릭터성’을 가장 잘 드러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연출 요소들이다.

이런 식으로 캐릭터 하나만으로도 연구해야할 부분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이와 관련된 추가 내용은 다른 글에서 설명한다.)

(링크)
하늘 배경은 현재 이야기가 벌어지는 무대의 무드, 시간대를 결정하고 이야기의 흐름을 환기하는 등 연출적으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배경은 현재 이야기가 벌어지고 있는 장소다.

캐릭터에 비해 배경이 덜 중요하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배경의 양과 질은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무대의 크기를 결정짓기 때문에 중요하다.

만약 배경이 ‘방’ 배경 하나만 있다면, 그 캐릭터는 방에서 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된다.

대부분의 배경은 캐릭터(포트레이트)가 서 있을 때 어색하지 않은 높이 정도로 묘사된다.

만약 캐릭터를 세우기 위한 배경이 아니라 특정 지역을 넓게 조망하는 배경이라면 ‘뷰(view)’라는 용어로 따로 구분하기도 한다.

배경은 게임 특유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배경의 색감이나 조화, 구도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미연시의 중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미연시의 UI는 간단한 편이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UI는 존재해야 한다.

그건 바로 화면 하단의 ‘대사창’이라고 불리는 영역이다.

대사창에는 캐릭터 이름과 캐릭터의 대사가 같이 출력되는 게 일반적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블루 아카이브’ 등과 같은 게임에서는 이름, 대사 말고도 ‘소속’이라고 하는 별도의 용어가 표시되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그리고 UI 영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바로 대사창 우측 하단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Active’ 버튼이다.

이 버튼의 역할은 화면이 멈춰 보이지 않게 만드는 간단한 UX 장치로 볼 수 있다.

Word 등 워드프로세서를 실행했을 때 커서가 끊임없이 깜빡이는 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주얼 노벨에서는 이러한 ‘커서’ 같은 기능을 하는 게 바로 저 아이콘이다.

금빛 러브리체에서도 빛이 천천히 계속 깜빡이며 화면이 현재 활성 상태임을 알려준다.


글을 마무리하며

기능 소개와 별개로 ‘금빛 러브리체’는 순애물 장르로써 충분히 추천할 만한 괜찮은 미연시다.

지금까지 ‘금빛 러브리체’를 중심으로 미연시 시스템 기본 기능을 살펴보았다.

미연시의 화면은 전반적으로 심플하다.

캐릭터를 띄우고 대사창을 보여준다는 대전제만 달성할 수 있다면 동작하는 게 바로 미연시(비주얼 노벨)이다.

그러나 이 간단한 시스템을 동작시키는 데도 이렇게 많은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야 비로소 ‘게임’이라고 불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정통적인 PC 상의 미연시 시스템은 이제 어쩌면 슬슬 박물관에 전시될 지도 모르는 운명에 처해 있다.

많은 비주얼 노벨 게임들도 점차 ‘모바일’ 환경으로 옮겨가는 추세인데다, 비주얼 노벨 자체가 다른 게임의 하위 시스템으로 흡수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페르소나’와 같은 JRPG 게임 내에 있는 비주얼 노벨 형식의 대사와, 일반 미연시에서 나오는 비주얼 노벨과 어떤 기능적 차이가 있는 걸까?

그 때문인지 미연시 시장은 갈수록 파이가 작아지고 있으며 기존의 미연시 유명 제작자들도 점차 다른 영역으로 본진을 옮겨가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PC 미연시 시스템 중에서는 이제 모바일 미연시 상에는 존재하지 않게 된 기능도 많다.

그럼에도 미연시 시스템을 알아본 이유는 이러한 미연시의 기능들이 지금의 게임 제작에 어떠한 영감을 줄 수 있는 기능도 있지 않을까에서다.

앞으로도 많은 미연시들이 나올테고 위의 시스템과는 사뭇 다르겠지만, 분명 위 시스템 중에서 어떠한 요소를 ‘계승’한 형태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미연시의 황혼기에 접어든 시기이지만, 이 미연시 시스템들은 다른 장르에서라도 계속 살아갔으면 하는 소소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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