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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복귀 시스템 개선주안점 들여다보기 – ‘붕괴 3rd’ 역기획서 작성해보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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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저번 시간에는 가상의 붕괴3rd 플레이어, 치즈크림빵 씨의 페르소나를 설계했었다.

가상의 인물, ‘치즈크림빵’ 씨는 1년만에 복귀하는 플레이어이다.

당연히 최근의 붕괴 3rd 트렌드는 잘 모르는 상태이다.

그렇다면 이 플레이어가 게임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서 ‘개선주안점’을 두어야 할까?

[Example] User Persona for Game UX Design
@Geunbae “GB” Lee, Dribbble.com

이번 글에서는 저번에 함께 살펴본 사용자 여정 맵을 통해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역기획서에 적을 요소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경험의 이해(Insights)


각 복귀 시스템에서 사용자가 느낀 감상을 다시 한번 복기해보도록 하자. 긍정, 부정, 그리고 의문으로 분류해보도록 하겠다.

치즈크림빵 씨는 복귀후 첫 로그인 화면에서부터 로비씬 진입하는 그 순간까지, 최신 업데이트 영상과 복귀 스토리 등을 확인하였다. 이 과정에서 치즈크림빵 씨는 신규 업데이트 콘텐츠를 확인하고, 신규 픽업 캐릭터를 알 수 있으며, 콘텐츠를 즐김으로써 얻을 수 있는 보상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복귀 스토리가 있음으로써 복귀 플레이어만을 위해 준비된 스토리가 있음을 인지하게 되어, 자신이 복귀 플레이어라는 사실이 시스템적으로도 설정된 사실까지 실감하게 되었다.

이어지는 복귀 (플레이어) 페이지에서도 복귀 플레이어만을 위해 준비된 보상과 설문까지.

이러한 다양한 복귀 경험을 통해, 치즈크림빵씨와 유사한 페르소나의 플레이어는 플레이어 자신이 게임으로부터 대우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긍정(Positive)

  • 복귀 보상을 받아서 좋은 인상을 받음
  • 복귀 플레이어로서 대우를 받는 듯한 느낌
  • 구매 시 획득 가능한 보상이 만족스러움(가성비가 좋음)
  • 복귀한 플레이어가 뭘 하면 될 지 안내받는 느낌
  • 개발사가 플레이어 피드백을 받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

나는 여기서 ‘긍정’으로 꼽은 요소야말로, 이 ‘복귀 시스템’의 진짜 목적(기획의도)이라고 생각한다. 기획의도가 있음으로써, 그것을 목표로 삼아서 이 시스템을 설계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위에 긍정으로 꼽은 세부 요소들은 복귀 시스템의 다양한 기획의도 중에서도 그 ‘목적’을 달성한 항목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역기획서에서는 위의 긍정으로 꼽은 요소들을 ‘기획의도’로 재정의하도록 하겠다.

이번에는 복귀를 하며 그가 느낀 부정적인 느낌들도 한번 살펴보자.

부정(Negative)

  • 복귀 재화의 사용처에 대한 안내 피드백이 신속하지 않음
  • 상점에서 구매 가능한 아이템의 매력도가 떨어짐
  • 반복적으로 과금 관련 화면을 보게 되어, 결제를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받음

앞서 긍정적인 경험도 있었던 반면, 부정적인 경험도 있었다. 가령, 복귀 재화(이름: 아이쨩 코인)의 사용처를 알고 싶어도, 그 사용처를 구체적으로 알게 된 것은 나중이었다. 사용자의 의문에 대한 늦은 피드백은 그만큼 사용자가 답답하게 느끼게 만든다. 또한 복귀 재화로 구매 가능한 상품이 굉장히 제한적이며, 이것이 복귀 재화를 열심히 모아야겠다는 동기를 일으키기에는 아쉬운 편이었다. 복귀 페이지 내에 과금 관련한 세부 항목이 여러 번 등장하는 만큼, 결제를 해야 원하는 보상을 받게 된다는 부정적인 인상마저 느끼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복귀 시스템을 기획할 때부터 위의 부정 요소가 발생하게 놔두면서 개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기획자가 미처 생각을 못 했을수도 있고, 아니면 기획의도와는 달리 그 효과가 미미하여 실질적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지 못한 것일수도 있다. 이러한 점은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므로, ‘개선주안점’으로 재정의할 수 있다.

의문(Pending)

  • ‘BP 경험치’라고 하는 붕괴3rd만의 고유 개념이 생소함.
  • 복귀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도, 어느 버튼으로 접근해야 원하는 콘텐츠로 갈 수 있는지 알 수 없음.
  • 현금성 재화 상품의 정확한 가치 판단 및 예상 결제 금액을 유추하기가 어려움.

긍/부정의 인상을 남길 만큼의 경험은 아니지만, 플레이어가 위의 사용자 여정을 거치며 위와 같은 부분에서 물음표를 띄웠을 것이라고 보고 정리해보았다.

BP 경험치란 일종의 ‘공헌도(기여도) 경험치’의 개념이다. 특정 콘텐츠를 즐김으로써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고, 이것이 축적되면 가치가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은 미호요 게임(붕괴3rd, 원신) 등에서 주간 퀘스트, 월간 퀘스트 등으로 잘 체계화되어 있는 MAU 시스템이다.

붕괴 3rd의 BP를 대량으로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콘텐츠 - '무한 심연', '기억 전장', '과거의 낙원' 등.
붕괴 3rd의 BP를 대량으로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콘텐츠 – ‘무한 심연’, ‘기억 전장’, ‘과거의 낙원’ 등.

하지만 ‘BP 경험치’라는 용어만을 보고, 어떻게 해야 이것을 얻을 수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기는 어렵다. 아마 높은 확률로, 복귀하고 나서 여러 가지 콘텐츠를 하다보니 어느 새 쌓여 있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알아챌 확률이 높다.

또한, 복귀 콘텐츠(초끈 공간 등)의 진입 가능 경로가 바로 안내되어있지 않아 플레이어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 신규 플레이어는 오히려 사정이 낫다. 게임을 하며 차츰차츰 가이드를 따라서 콘텐츠의 접근 경로를 배우면서 학습할 가능성이라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복귀 플레이어는 ‘망각’을 돌이킬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한 그저 다 눌러보며 찾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것으로부터 불편함을 크게 느끼는 플레이어라면, 이 ‘의문’이 ‘부정’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 따라서 나는 이 ‘의문’단계의 Pending 요소 또한 ‘개선주안점’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중요도는 ‘부정’보다는 조금 낮을 것이다. 따라서 ‘잠재적 개선 요소’라고 이름을 붙이겠다.

위의 세 가지 분류(긍정/부정/의문)을 다시 정리하면 아래와 같은 이름이 될 것이다.

개선주안점 정리


기획의도(Positive)

  • 복귀 보상을 받아서 좋은 인상을 받음
  • 복귀 플레이어로서 대우를 받는 듯한 느낌
  • 구매 시 획득 가능한 보상이 만족스러움(가성비가 좋음)
  • 복귀한 플레이어가 뭘 하면 될 지 안내받는 느낌
  • 개발사가 플레이어 피드백을 받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

개선주안점(Negative)

  • 복귀 재화의 사용처에 대한 안내 피드백이 신속하지 않음
  • 상점에서 구매 가능한 아이템의 매력도가 떨어짐
  • 반복적으로 과금 관련 화면을 보게 되어, 결제를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받음

잠재적 개선 요소(Pending)

  • ‘BP 경험치’라고 하는 붕괴3rd만의 고유 개념이 생소함.
  • 복귀 콘텐츠를 즐기고 싶어도, 어느 버튼으로 접근해야 원하는 콘텐츠로 갈 수 있는지 알 수 없음.
  • 현금성 재화 상품의 정확한 가치 판단 및 예상 결제 금액을 유추하기가 어려움.

중용의 이해(Balance)


개선주안점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여기에서 아래의 두 항목은, 플레이어가 느끼는 구체적인 불편함보다는 플레이어 입장에서의 아쉬움에 가까운 감상이다.

  • 상점에서 구매 가능한 아이템의 매력도가 떨어짐
  • 반복적으로 과금 관련 화면을 보게 되어, 결제를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받음

이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왕이면 100연차보다는 200연차를, 3%의 확률보다는 5%의 확률을 원한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편익을 추구하는 건 자연스러운 경제 섭리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한 방향으로만 매번 게임을 업데이트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게임의 균형(경제 밸런스 등)이 흔들리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복귀 상점에서 살 수 있는 아이템 중에서 1년 내내 열심히 해도 얻을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는 고급 아이템이 있다고 해보자. 복귀 플레이어는 간단하게 이 보상을 얻는 반면, 1년 내내 열심히 한 플레이어는 이 보상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된 경우, ‘기존 플레이어’ 입장에서 느끼게 될 상대적 박탈감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하자. 게임사 입장에서는 복귀 플레이어가 게임을 재밌게 즐겨주는 것도 좋지만, 기왕이면 복귀 플레이어로부터 더 많은 매출을 창출하여 수익성을 개선하고 싶다.

그렇다면 게임사는 복귀 플레이어가 가진 ‘돈을 안 쓰고 게임을 하고 싶다’는 관성을, 어떻게든 돈을 쓰도록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복귀 플레이어에게 과도한 과금 유도를 했다간 바로 떠나 버릴 수도 있다.(심리적 매몰비용이 적기 때문에) 돈은 벌고 싶지만 플레이어를 잃고 싶지는 않고.

이러한 균형의 싸움은 오늘도 수많은 게임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벌어지고 있다.

#10. 복귀 시스템 개선주안점 들여다보기 - '붕괴 3rd' 역기획서 작성해보기 시리즈 표지
게임 밸런스는, 위처럼 굉장히 복잡하고 섬세한 영역의 충돌 안에서 가장 합리적인 답을 찾아야하는 과제이다.

다시, 복귀 시스템의 존재 이유와 목적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위의 개선주안점을 보자.

    • 상점에서 구매 가능한 아이템의 매력도가 떨어짐
    • 반복적으로 과금 관련 화면을 보게 되어, 결제를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받음

여기서 꼽을 수 있는 이 두 가지 요소는 사실, ‘기존 플레이어’, 그리고 ‘개발사’와의 관계 사이에서의 말하지 못할 사정 때문에 이런 결과가 벌어졌을 수도 있다. 따라서 위의 두 개선주안점은 사실 굳이 말하자면 ‘개선사항’으로 꼽기 민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게임 회사 면접 자리에서 무조건 복귀 유저를 위한 보상 책정량을 높여야한다고 주장한다면, 기존 유저 또는 개발사의 수익 사이에서 고민해봤냐는 역질문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개선주안점은 반드시 그 보완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나는, 위의 두 가지 요소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개선사항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개선점’으로 꼽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개발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고객을 모험을 하면서까지 모객하기보다는, 기존의 고객이 떠나지 않게 하는 것이 훨씬 가성비가 좋다. 기존 사용자가 ‘복귀 보상을 받아야겠어!’라고 생각할 만큼 복귀 보상이 좋아져 버린다면, 모든 기존 사용자가 복귀 보상을 받기 위해 게임을 자주 접었다가 복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웃지못할 촌극을 벌일 바에야, 복귀 보상량 자체를 다소 검소하게 편성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복귀 플레이어 입장에서 복귀 보상이 너무 적다면 복귀 매력도가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오래 붙들어놓을 수 있게 복귀 보상을 1회가 아닌 다회에 편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개발사 입장에서는 유리할 것이다. 그래서 복귀 출석 보상을 7일에 걸쳐 받게 설계가 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복귀 미션을 보면, 일일 미션을 최대 열흘에 거쳐서 수행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복귀 출석을 7일차까지 정상 진행한 복귀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사흘만 더 게임을 하면 복귀 미션 보상도 다 받을 수 있으니 이득이다. 이미 이쯤 왔으면 게임에 대한 감을 충분히 잡았을 테니, 복귀 시스템의 목적도 달성하면서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망각한 게임 시스템의 이모저모를 다시 상기하기에 충분한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 복귀 시스템의 궁극적인 존재 이유(개발 목적)를 유추할 수 있다.

복귀 시스템이란,

복귀 플레이어가 우리 게임에 복귀를 할 수 있게 충분한 동기를 제공함과 동시에 기존 플레이어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보상이 책정된 한정된 시간 내 진행 가능한 시스템이다.

“‘붕괴 3rd’ 역기획서 작성해보기 시리즈”를 마치며


붕괴 3rd의 복귀 시스템을 역기획하기 위해, Step 1부터 Step 10까지 약 2주에 걸쳐서 살펴보았다.

자료수집

먼저, 붕괴 3rd의 복귀 시스템의 뼈대를 파악하기 위해, 모든 복귀 시스템 관련 페이지의 캡처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테이블 분리

이어서, 단순히 나열된 데이터를 나름대로 ‘데이터 정규화’를 할 수 있도록 Key를 부여하거나 테이블을 분리하는 과정을 진행하였다.

데이터 정규화

정규화된 데이터는 서로 참조구조가 성립하므로 이것을 바탕으로 더 생산성 높은 데이터 구조가 성립되게 되었다. 아마 이 구조는 실제 붕괴3rd의 테이블과는 차이는 있겠지만 그 뼈대는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페르소나 설정 & 사용자 여정 맵

이어서 본격적으로 복귀 플레이어가 경험할 복귀의 여정을 분석하기 위해, UX 디자인을 소개하며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사용자 여정 맵을 함께 만들어보았다. 이 과정은 ‘가상의 플레이어’의 시뮬레이션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지만, 충분히 여러 가지 인사이트를 얻어냄으로써 유의미한 결과물을 낳았다.

개선주안점 발굴

마지막으로, 이러한 사용자 경험을 긍정/부정/의문으로 정리하였으며, 그 안에서 우리는 기획의도와 개선주안점, 잠재적 개선 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침내 우리는 ‘복귀 시스템이 무엇인가’를 한 마디로 정의내림으로써 복귀 시스템의 역기획의 대단원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글을 작성하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내가 게임 개발자 지망생 시절, 게임 업계에 진입하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찾기 위해 정말 오랜 시간을 사용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책, 참고 자료, 인터넷 게시글들은 모두 너무 피상적이거나 그 완성된 포트폴리오(결과)만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내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 고민의 흔적과 과정이 필요했고, 특히 ‘왜’그렇게 했는지 알고 싶었지만 그런 역기획서는 찾을 수 없었다. 다행히 좋은 기회를 얻어 업계에 들어온 뒤로 다양한 배경지식과 관찰력을 키우게 된 뒤로는 기획서를 쓰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지만, 그때 느꼈던 그 아쉬움을 언젠간 해소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100명의 퍼블릭이 아니라, 이런 도움이 필요한 1명을 위해 쓰게 되었다. 나 또한 이 글이 정답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 아님을 알기에, 누군가는 이보다 더 탄탄하고 아름다운 글을 남기기를 바라 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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