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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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레일 반디」를 중심으로 한 컨셉 아트 8요소 분석

들어가는 글


스타레일 반디 포트레이트
스타레일 반디

서브컬처 시장이 이렇게 성장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모에한 그림체’를 빼놓고는 서브컬처 시장의 성장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모에한 그림체’란, ‘서브컬처풍’이나 ‘2차원게임’이라고 불리는 재패니메이션 스타일의 아트 디자인을 일컫는다.

너도나도 원신의 후계자 자리를 넘보며 서브컬처풍 컨셉과 캐릭터로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눈에 띄는 몇 가지 서브컬처 프로젝트들이 존재한다.

(물론 원신의 후계자가 되겠다는 건 높은 확률로 게임 경험이 아니라 그 게임의 매출을 노리는 경우일 것이겠지만.)

특히 눈에 띄는 건, 붕괴: 스타레일(이하 스타레일)의 캐릭터 디자인이다.

스타레일의 차별화된 요소

스타레일은 2024년 현재 서브컬처 시장을 주도하는 게임 중 하나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다.

원신과 대조되는 스타레일의 차별화된 강점은 바로 ‘비율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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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레일의 Mar.7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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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신의 각청

원신과 스타레일의 상하체 비율, 그리고 캐릭터가 가진 디자인적 아름다움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하지만 스타레일과 원신을 동시에 비교해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 두상의 크기
  • 어깨의 너비
  • 골반의 너비
  • 얼굴의 크기(면적)

상체와 하체의 비율이 거의 1:1에 가까운 원신은, 캐릭터의 ‘귀여움’을 부각시키는 데 유리한 특징을 띤다.

웬만한 여성 캐릭터는 ‘섹시’하기보다는 ‘귀여운’ 성향을 띤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표적으로, ‘감우’와도 같은 누님 성향 인기 캐릭터조차도 로리 캐릭터가 흔히 보유하는 모에 코드를 많이 갖고 있다.

반면, 스타레일의 Mar.7th는 각청과 비교했을 때 두상이 조금 더 작고, 얼굴의 면적도 조금 좁아졌다.

어깨가 좁지는 않지만 조금 더 목에 가깝게 탄탄하게 받쳐주는 느낌이며, 골반 또한 더 여성적인 너비로 넓어졌다.

이처럼, 신체 비율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몇 가지 디테일에서 ‘원신’은 ‘스타레일’과 차이가 존재한다.

필자는 이러한 차이점을 대조하여 스타레일의 디자인이 우월하다는 것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원신과 스타레일의 아트 컨셉 차이 정도는 캐치할 수 있어야, 실제 실무에서 더욱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을 뿐이다.

캐릭터 디자인 과정에는 게임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아트 퀄리티에 신경을 쓰는 게임 PD나 AD, 컨셉 디자이너가 긴밀하게 협업과 논의를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 누구도 이러한 통찰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결국 캐릭터 디자인은 산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 책임에서 컨셉 기획자(캐릭터 컨셉을 설정하는 직무를 맡은 사람)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a cartoon of a woman with pink hair
StellarToon for Goo Engine

비주얼이나 테크니컬 아트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니라면 게임을 비교할 때 ‘그래픽이 좋다, 나쁘다’ 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

개중에는 그나마 그 차이를 언어로 구분지을 수 있는 표현들(비율, 색감, 밀도, 조화 등)은 존재하나, 그것이 정확히 어떤 원리에 의해서 차이를 발생시키는지에 대해서 묻는다면 답하기 쉽지 않다.

필자는 3D UDP(Universal Render Pipeline) 프로젝트에 재직하면서 ‘셰이더’라는 표현을 처음 접했다.

이전까지는 2D 그래픽이 주가 되는 프로젝트에 있다보니 3D 퀄리티에 영향을 주는 ‘셰이더’라는 표현은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 셰이더 렌더링 기술이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 개념인지 비 기술직군, 소위 말하는 기획자나 아티스트가 굳이 알아야하는 이유가 뭘까?

그건 바로 셰이더의 품질에 따라서 게임 비주얼의 퀄리티가 천차만별로 좌우되기 때문이다.

셰이더를 얼마나 ‘잘’ 쓰느냐에 따라 스타레일에서 볼 수 있었던 아래의 요소들이 추가로 구현된다고 볼 수 있다.

  • 머리카락의 밀도감
  • 눈동자(아이리스)의 파스텔 그라데이션 색감
  • 조금 더 선명한 캐릭터의 윤곽선 (특히 턱 인근)
  • 캐릭터 퍼스널 컬러의 다양화

만약 컨셉 디자이너가 ‘스타레일’처럼 해달라고 해도, 그 요청의 성패는 같은 프로젝트의 TA(Technical Artist), AD(Art Director), TD(Technical Director)가 셰이더를 스타레일급으로 끌어올릴 수 있냐없냐에 달린 문제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셰이더’에 통달한 개발자는 국내에서도 몇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게, 아트에도 조예가 깊으면서 기술적으로도 굉장히 탁월한 실력을 가진 사람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

소위 말하는 ‘좌뇌형, 우뇌형’ 어느 한 쪽에 속한 게 아닌 ‘양뇌형 인간’을 구하려는 것인 만큼, TA라는 직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정말 그 프로젝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어 인력이라고 볼 수 있다.

スガタ, 핀터레스트, '반디 SD'
スガタ, 핀터레스트, ‘반디 SD’

만약 새로운 프로젝트에서 ‘스타레일’같은 컨셉과 아트를 원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스타레일을 많이 플레이해보고, 그저 그 스토리와 배경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새 프로젝트의 아트 품질이 보장될까?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게임을 많이 플레이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게임의 디테일을 얼마나 많이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는가 또한 그 게임의 노하우를 습득하는 필수 요소처럼 느껴졌다.

게임을 잘 만들려면 잘 만든 게임을 잘 ‘공부’해야한다. ‘비율감’과 ‘셰이더’에 대한 개념도 가져야 한다.

그런데 ‘비율감’과 ‘셰이더’는 기획자, 내지는 컨셉 디자이너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요소이다.

왜냐하면 기획자가 맡은 일은 셰이더를 통해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설정한 컨셉이 무사히 아트로 구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컨셉 아트 시트’라면 얘기가 다르다.

컨셉 디자이너가 준비한 컨셉과 설정이 어떤 형태로든 컨셉 아트 시트에 잘 반영되게 하는 건 컨셉 디자이너가 신경 쓸 수 있고 신경을 써야만 하는 일이다.

캐릭터의 외양도 내러티브 완성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서브컬처 게임이 주류가되면서, 기존의 ‘전형적인 캐릭터’들은 점차 모습을 감추고 있고, 4차원의 성격이라든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반전의 과거를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캐릭터 설정은 이제 캐릭터의 외양에서부터 잘 드러나야 한다는 과제가 남게 되었다.

이스터 에그인줄 알았던 설정이 맥거핀으로 드러나고, 맥거핀으로 보였던 요소가 사실 게임의 핵심 설정과 긴밀히 이어져있다는 점이 밝혀졌을 때, 비로소 설정 기획자가 짜놓은 ‘완벽한 한 판’이 드러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번 스타레일 반디라는 캐릭터에게서 그러한 ‘놀라움’을 느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 필자가 주로 다루고자 하는 소재는 바로 ‘스타레일 반디’다.

스타레일 반디의 컨셉 아트 시트를 분석하며 컨셉 디자이너가 챙겨야할 부분이 어떤 게 있을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스타레일 반디의 컨셉 아트 시트 분석

스타레일 반디 메인 표지
스타레일 반디 컨셉 아트 시트

호요버스 캐릭터의 컨셉 아트 시트는 핀터레스트 등에서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스타레일 반디뿐만 아니라, 원신이나 붕괴3rd의 컨셉 아트도 찾기가 어렵지 않다.

필자가 이번에 분석하려고 하는 캐릭터 ‘반디’의 컨셉 아트 시트는 위와 같다.

스타레일 반디의 이모저모를 따지기 위해 각 요소를 캡처해서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다.

페이스

a cartoon of a woman with long hair
a cartoon of a person with blue eyes

반디의 페이스 포트레이트는 ‘천연 속성’의 느낌이 나는 부드러운 인상이다.

인상 자체에서 특이할 것은 없으나, 얼굴에서 단연 눈길이 가는 곳은 바로 ‘눈동자(아이리스)’다.

캐릭터의 눈동자 색상은 과거의 서브컬처 작품에서는 크게 중요한 요소로 취급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각 캐릭터의 아이덴티티를 나타내는 하나의 요소처럼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반디의 위의 눈동자 컬러 조합은 스타레일의 다른 캐릭터에게서는 볼 수 없는 톤으로 되어 있다.

반디의 신체 전체를 통틀어 가장 눈에 띄는 건 강렬한 대비색을 이루는 눈동자다.

눈동자 정가운데는 채도가 높은 하늘색이 사용되었고, 눈동자 위부터 아래로 블루 -> 레드 계열의 그라데이션 컬러가 조화를 이룬다.

게임 내에서 반디는 개척자를 이끄는 신비(와 의혹)의 존재로 등장한다.

이러한 눈동자 색상은 반디의 캐릭터성을 더욱 종잡을 수 없는 미스테리적 분위기를 풍기는 장치로 활용된다.

또한 반디의 회색 계열의 머리칼 색상은 반디의 반짝이는 눈동자의 색에 대비되어, 눈 색상이 더욱 강렬하게 인식되게 한다.

헤어 스타일

a cartoon of a woman with long white hair
a back view of a cartoon character

반디의 헤어 스타일은 앞머리, 옆머리, 그리고 잔갈래 머리와 투톤 그라데이션으로 블렌드되는 뒷머리로 구성된다.

앞머리를 살펴보면 앞머리가 눈동자 사이 미간을 가리고 있어 캐릭터가 다소 소극적인 성격처럼 보이게 한다.

여성 캐릭터의 앞머리 유무는 캐릭터의 성격을 나타내는 모에 속성으로도 활용된다. (차분한 캐릭터 계열)

마찬가지로 캐릭터의 눈썹이 둥근 것, 그리고 목 장식이 곱상한 것은 반디가 ‘얌전한 캐릭터’일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반디가 머리에 착용하고 있는 액세서리 머리띠는 반디의 옆머리 가르마를 만들어낸다. 반디라고 하는 캐릭터가 가진 몇 가지 특징 중에 ‘머리띠’ 액세서리만큼은 반디만의 트레이드 마크다.

옆머리는 부드럽게 귀를 감싸며 내려와서 반디의 귀를 숨기는 기능을 하는데, 이를 통해 캐릭터의 인상에서 귀가 지나치게 부각되는 걸 막아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캐릭터의 귀가 없음으로써 언캐니 밸리가 느껴질 수 있는 여지까지 예방하는 훌륭한 장치로써 기능한다.

옆머리 살짝 뒤에는 ‘잔갈래 머리’가 위치한다. 위 그림으로 보면 나뭇잎 색의 머리핀과 푸른색의 리본이 묶이는 위치다. 바디가 머리띠를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잔갈래 머리에 있는 액세서리가 없었다면 헤어 디자인이 다소 심심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작은 머리카락의 파츠 하나하나에도 캐릭터의 매력을 돋보이게하기 위한 세심한 디테일이 엿보인다.

뒷머리를 보면, 반디의 정수리부터 반디의 머리칼이 끝나는 지점까지 거의 균일하게 색상 그라데이션이 적용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정수리는 회색질에 가까운 잿빛이지만, 머리카락 끝은 낮은 채도의 청록색 계열의 색상이다. 반디의 퍼스널 컬러는 하나로 정의하기가 어려운데 전반적으로 ‘낮은 채도’와 ‘블루 계열’이다. 그런데 이 머리카락의 컬러는 반디의 머리 색상이 퍼스널 컬러와 어울릴 수 있으면서도 반디의 투톤 컬러 헤어가 지나치게 튀지 않게 조화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헤드 액세서리

a cartoon of a woman

반디의 헤드 액세서리는 앞머리의 머리핀, 그리고 잔갈래 머리에 달린 리본과 머리핀으로 구성된다.

액세서리 자체가 어떠한 큰 의미를 내포하고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그건 바로 반디의 이름(반디;firefly)이 반디의 헤어핀과 컨셉이 어우러진다는 점이다.

반디의 바디를 보면 마치 ‘날개’와도 같은 디테일한 디자인이 자주 보인다.

스타레일 메인 스토리에도 포함되어 있는 스타레일 반디 스토리를 쭉 본 사람들이라면, 반디에게 왜 ‘날개’ 컨셉이 부여되어있는지 뒤늦게 알아채는 즐거움을 깨닫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상체 바디(옆모습)

a cartoon of a woman in a dress
a woman with long hair and a blue dress

반디의 상체를 보면 생각보다 복잡한 형태의 의상을 입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먼저, 속옷(브래지어)이 없다고 가정하고, 반디가 입고 있는 옷은 블라우스 느낌의 얇은 셔츠다. (만약 브래지어를 하고 있다고 하면 브래지어를 했음에도 가슴 크기가 굉장히 작게 디자인된 캐릭터로 보인다.)

목에 달린 쵸크는 반디가 입은 블라우스와 분리되어 있다.

하얀 블라우스는 허벅지 위까지 원피스같은 형태로 내려오는데, 골반 부분부터 스커트와 블라우스가 서로 분리되어 투피스 형태로 구분된다.

반디의 하얀 블라우스 위에는 커피 원두 색상의 조끼와 카디건의 중간 형태의 윗옷이 반디의 블라우스를 감싼다. 이 의상은 반디의 가슴과 어깨는 감싸지만, 반디의 팔은 이 윗옷에 연결되어있지 않고 따로 빠져나오는 형태로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반디의 팔을 감싸고 있는 요소들을 보자.

반디는 장갑을 끼고 있는데, 가운데손가락과 손바닥(손등) 전체를 감싸는 검은 색 장갑을 착용하고 있다. 반디의 팔은 피부 노출이 최소화된 투톤 블라우스가 감싸고 있는데 이 블라우스의 색상은 반디의 ‘연두색’ 퍼스널 컬러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손 끝에서부터 살색(손가락), 검은색(장갑), 흰색(옷소매), 고동색(리본), 연두색 및 흰색(블라우스), 고동색(카디건)으로 이어지는, 화음과도 같은 색채의 조화는 반디의 모든 퍼스널 컬러가 어느 하나 튀는 것 없이 차분하게 어우러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상체 바디(뒤, 옆), 스커트, 겹옷 구조

a cartoon of a dress
a cartoon of a woman's dress

반디의 스커트는 연두색과 청록색의 투톤이 조화를 이루는 색감으로 되어 있다.

스커트의 디자인 자체가 유난히 독특한 건 아니지만, 이 스커트 위에 ‘얹어지는’ 반디의 블라우스의 디자인이 스커트의 색감과 잘 어울린다.

‘반딧불이’, 내지는 ‘나비’를 연상시키는 이 부드러운 색깔의 의상은 반디의 눈동자에서 전해지는 신비로운 인상과도 일관적으로 읽히는 포인트다.

반딧불이는 ‘자유’, ‘불꽃’, ‘짧은 수명‘, ’차가움‘, 그리고 ‘부드러움’을 상징한다. 이러한 반디의 의상이 가진 색감은 반디가 말 그대로 반딧불이라는 생명체가 가진 특질을 디자인적으로 잘 묘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반디의 컨셉을 살펴보면 ‘반딧불이’라는 곤충보다는 오히려 ‘나비’를 연상시키는 요소도 적지 않게 보인다. 특히 나비의 날개 그물같은 디자인의 의상 디자인이 그렇다.

만약 반디가 반디라는 이름 대신 ‘나비(버터플라이)’라고 지어도 크게 어색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왜 이런 나비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들어가게 된 걸까?

반디(firefly)라는 생명체 자체는 불빛을 낼 때는 아름답지만, 반딧불이라는 생명체 자체가 인간이 예쁘다고 인식하기에는 다소 고약하게(?) 생겼다. 미적으로 예쁘게 해석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반딧불이는 아니지만 반디라는 캐릭터를 더 예쁘게 해주기 위한 다른 곤충으로서 ‘나비’가 채택된 게 아닐지 추정된다.

대신에, 반딧불이의 몸체 색깔인 ’고동색‘은 반디의 의상에 중요한 컬러로써 다양한 부분에 반영되어 있다. 보면 볼수록 반디라는 캐릭터의 컨셉 디자인을 위해 수십 가지의 고민이 들어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체 바디(옆모습)

cartoon legs of a woman wearing high heels

반디의 다리 또한 허벅지 영역, 종아리에서 발목까지 이어지는 레깅스 영역, 그리고 아킬레스건에서부터 발끝까지 이어지는 신발 영역으로 세 파츠로 나뉜다.

스타레일 여성 캐릭터들의 공통점 중 하나를 꼽아보자면, 캐릭터 허벅지에 다른 캐릭터와 중복되지 않는, 그 캐릭터만의 아이덴티티를 디자인으로 형상화한 요소를 넣고 있다는 점이다.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우리는(특히 남성은) 여성의 허벅지에 눈이 가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 허벅지가 단순히 살색으로 비어있는 것보다, 저렇게 어떤 ‘인상’을 남길만한 요소가 있다면 우리가 허벅지를 보고 느끼는 ‘존재감’은 더욱더 배가된다.

허벅지에 어떠한 액세서리를 붙여 시선을 끌고자하는 대표적인 시도가 바로 ‘가죽끈’이나 ‘가터벨트’다.

이제는 너무 나이브(naive)하다고까지 여겨지는 이러한 요소들은 이제, 스타레일에서는 또다른 형태로 변주를 이룬다.

하지만 스타레일은 12세 이용가이고 그런 과한 섹시어필 요소는 넣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반디의 허벅지에는 연두색 ‘네잎클로버’모양의 귀여운 디자인이 들어가 있다.

허벅지 바로 아래부터 이어지는 레깅스 영역 또한 매력적인 그라데이션 디자인이 돋보인다. 특히 ‘하얀색’으로 시작되는 레깅스의 장식이, 이어지는 ‘검은 계열’의 컬러와 대비되는 색감의 조화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마치 코랄 해안의 바닷물처럼, 푸르른 얕은 영역(허벅지)부터 아래로 침잠할 수록 점차 짙고 깊어지는 심연의 색감은 프로이트가 말한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의 연속성을 내포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무의식의 끈 저편은 그리스 신화 아킬레우스가 치명상을 입은 바로 그 아킬레스건으로 연결된다. 반디의 약점이 아킬레스건은 아니겠지만, 귀여운 리본 장식이 화려한 반디의 신발을 꾸미는 이음새로 들어가 있다.

반디의 짧은 부츠는 특별히 어떤 컨셉이 들어가있는 것 같지는 않으나 반디의 퍼스널 컬러를 돋보이게하는 데 약간의 보탬이 된다.

하체 바디(내의)

a woman's legs with a design on them

배꼽 아래부터 종아리 위까지 이어지는 ‘하체’의 내부를 살펴보면 위와 같은 형태의 구조로 되어 있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네잎클로버를 연상시키는 문양의 디자인이 바라보는 방향에서 오른쪽 허벅지에 잘 각인되어 있다.

그런데 그 문양은 반디의 팬티 디자인과도 어느 정도 디자인적 유사성이 보인다.

팬티 디자인은 다소 과한 디테일감이 있기는 한데, (어차피 플레이어에게는 안 보이는 영역이므로) 컨셉적으로는 일관성 있는 디자인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놀라운 건, 생각보다 허벅지의 길이가 꽤 길다는 점이다. 삼각 팬티에 가까운 디자인은 장식을 제외하고는 꽤 파격적인 노출량을 자랑하는데, 그만큼 허벅지가 더욱 길게 노출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무릎 위에 이어지는 토끼 귀 같은 문양은 반디의 의상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디테일 파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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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의 헤드와 페이스와 바디를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그 사이사이에 디테일 파츠가 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머리띠에 들어가는 ‘모래시계’ 같은 문양의 디자인 패턴이다.

반디의 눈동자를 자세히 보면 가운데의 동공은 단색의 하늘색이지만, 강렬한 대비의 라이트핑크가 홍채의 색상에 대비를 이룬다.

그리고 반디의 가슴 리본에 해당하는 노란 색의 리본 끈은 내부에 하얀 색의 다이아몬드 테두리가 그려져 있다.

이러한 세부 디테일은 굳이 기획자가 지정할 필요는 없으나, 일부 캐릭터의 설정이 반영되어야하는 부분이 있다면 챙겨야 한다.

위의 디테일 가운데 기획자가 굳이 요청할 부분이라면 ‘등 뒤의 방울 장식’ 정도일 것이다.

여담인데, 스타레일 반디라는 캐릭터 하나에 이렇게 많은 디테일이 들어간다는 점이 놀라울 뿐이다.

마무리하며

a cartoon of a woman with long hair
성혼 6 – 모든 게 끝나는 내일 피어나리

캐릭터 아트 품질을 결정짓는 건 결국 아트 디렉터나 아티스트의 몫이다. 하지만 그들이 방향성을 잃지 않고 오로지 퀄리티만 생각하며 작업할 수 있게 돕는 건 기획자의 역량이다.

스타레일 반디도 이러한 기획자와 아티스트가 원활하게 협업한 결과 만들어진 ‘볼수록 매력있는 캐릭터’가 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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