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하나연금닥터로 연금을 이전하라! (이직 ver.)
최근 하나은행에서 ‘이직’을 소재로 한 광고를 내보낸 적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광고 멘트를 싫어한다.
이직이 자리를 바꾼다는 말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이직은 자리를 바꿀 ‘뿐’이라는 단 한 개의 조사가 거슬린다.
이 ‘한 글자’는 이직이라는 행동이 인생에 끼칠 방대한 가능성의 세계를 부정한다.
필자는 하나의 회사를 오래 다니지 않는다.
필자는 인턴십을 포함해 지금까지 6개의 회사를 거쳐 지금에 다다랐다.
곧 7번째 회사에 합류해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재밌는 게임을 만들 생각에 기대가 부풀어 있다.
처음에는 막연한 ‘정의감’으로 회사를 옮기는 선택을 했던 적이 있었다.
그 이후 이직부터는 프로젝트의 방향성, 리더에 관한 신뢰 여부, 커리어의 성장 가능성 등을 복합적으로 판단하고 커리어 맵을 그려왔다.
쉽게 말해, 필자가 이직을 선택한 이유는 매 순간 그 이유가 달랐고 단순하지 않고 복합적이었다.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필자 스스로가 조직에 문제를 일으키는 유형의 사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필자 자신이 ‘반강제’로 이직을 해야했던 상황은 프로젝트 폭파 상황을 제외하고 없었다.
매번 필자 스스로의 선택으로 사직서를 썼고,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이직 결정도 후회한 적이 없다.
필자는 나 자신의 경험이 마치 인생살이의 진리인 양, 이 글을 읽는 모든 독자분들에게 일반론처럼 강요할 생각은 없다.
단지, 이렇게 펜을 들게 된 이유는 ‘이직’이라고 하는,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중요한 터닝포인트에 관해 누군가는 ‘아! 이런 생각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인사이트를 공유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 번이라도 지금 회사를 다니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이직이 항상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이직도 실패할 수 있고, 큰 후회를 남길 수도 있다.
이때 자기 스스로의 ‘이직의 철학’을 확고히 하고 신중하게 판단하고 움직인다면, 그 선택으로 말미암은 후회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 이번 글에서는 이직이라는 ‘불편한 이름’이 가진 진실을 조명하고, 나아가 우리가 이제 이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관해 논해보고자 한다.
이직의 철학ㆍ과거편
이직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두 가지 상반된 감정
필자는 사람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한다.
필자는 좁은 인간관계 속에서 친한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야기를 많이 해보지 않은 사람들과도 어떠한 주제로 열띤 토론을 하는 것을 즐기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정답이 없는 이야기 – ‘이직’이라든지 ‘팀장의 역할’ – 과 같이, 정답은 없지만 누구나 한번쯤 고민해보았을 법한 주제에 관해 갑론을박할 때가 가장 즐겁다.
정답이 없다는 건 그만큼 그것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양하기 때문이며, 특히 토론하는 두 사람이 서로 상반된 생각을 할 때 그것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정반-합’의 결론이 도출되는 과정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항상 불꽃튀는 설전만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
“당신은 이직을 하고 싶습니까?”
라는 물음을 던졌을 때, 대부분 토론이 벌어지기보다는 그 사람 내면 깊숙이 잠재되어 있던 그 사람의 ‘이직관’을 엿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다양한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며, 위와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 필자는 보통 두 가지 감정의 파장을 감지했다.
그 두 가지 감정이란 바로 ‘선망’, 그리고 ‘공포’였다.
선망이란, 현재의 자신이 이룰 수 없는 어떤 것에 관한 욕구나 질투, 갈망을 뜻한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 1번: ‘나도 다른 회사로 이직해서 연봉을 더 올리고 싶어.’
- 2번: ‘나도 다른 회사로 이직해서 내가 만들고 싶은 거(예: 게임) 만들고 싶어.’
- 3번: ‘나도 다른 회사로 이직해서 이 회사의 불만사항(개같은 점)을 떨쳐내고 싶어.’
한편, 필자가 인터뷰이로부터 ‘공포’의 파장을 느낀 대표적인 답변은 아래와 같다.
- ‘내가 나가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일을 떠넘기게 되는데 미움받지 않을까?’
- ‘내가 나가면 사람들이 내 커리어가 꼬였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 ‘내가 나가면 더 좋은 회사(더 좋은 조건)에 갈 수 있기는 할까?’
「선망」: 갈망하기만 할 뿐 반복되는 일상에 안주하다
seven-sins-by-alexey-malina
‘이직하고 싶다’
– n년 m개월째 고민중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어떠한 결정적인 ‘트리거’가 없는 이상 잘 움직이지 않는다.
현재의 상태에 불만(또는 결핍감)은 항상 갖고 있는 상태로,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는 인식하고 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대체로 수동적이다. 이직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내가 엉덩이가 들썩이게 만들 정도의 어떠한 트리거(방아쇠;계기)가 필요하다.
이직의 트리거로는 긍정적인 계기도 있을 수 있고 부정적인 계기가 있을 수 있다.
긍정적인 계기는, 과거 함께 일했던 사람이 새롭게 일을 시작해보자고 하거나, 아니면 헤드헌터나 다른 회사로부터 매력적인 연봉을 주겠다며 오퍼를 주는 경우 등이 있다.
반면 부정적인 계기는, 상상할 수 있는 온갖 직장 내 부조리와 괴롭힘, 그리고 자기방황과 멘탈붕괴 등 다양한 비극으로부터 발생한다.
어떤 계기가 되었든, 이러한 외부 변수(트리거)가 없다면 현재의 상황에 대해 상대적으로 큰 불만없이 살아갈 수 있는 유형이다.
어쩌면 이직에 관해서는 가장 덜 ‘스트레스’받는 유형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필자는 이런 유형은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어디를 가도 무던하게 잘 적응할테니까.
다만, 이런 유형의 사람이 조직 대다수를 차지하게 된다면 이때부터는 득보다는 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성장’에 대한 갈망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소위 ‘물경력’이라고 부르는, 연차만 많고 업무 전반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조차 없는 ‘연봉왕’들을 우리는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어쩌면 이들은 주위에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일도 못하는데 일도 많이 안하고(못하면 보통 많이 안 시킨다) 돈은 많이 받으면서 떵떵거릴 입재간 또한 있기 때문이다.
조직의 매니저라면 조직에 해가 되는 이런 유형이 다수를 차지하지 않게 경계해야 한다.
더 쉽게 말하자면, 이런 유형의 사람은 ‘이직할 수 있게’ 배려해주는 게 서로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갈망하기만 할 뿐 일상(현실)에 안주하는 것으로부터, 게임 회사의 창조력의 엔진은 서서히 느려지고 마침내 멈춰버리기 때문이다.
「공포」: 사회의 인식, 재직 기간에 매몰되어 변화를 단념하다
‘하나의 회사에 오래 다니지 못하다니, 이 사람 문제있는 거 아냐?’
– ???(실체 모를 공포로부터)
위와 같은 인식은 현재 우리 사회에 여전히 팽배해 있는 선입견이 가져오는 공포다.
잦은 이직을 하는 사람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
그리고 끈기가 없는 사람이라는 선입견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는 ‘그래도 n년은 채워야지’라는 말 속에는 위와 같은 공포를 무의식 안에 안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필자는 믿고 있다. (퇴직금과 별도로)
이렇게 공포에 결국 져 버린 채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마모될대로 마모되어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게 되어버린’ 이 시대의 회색도시에 드리우는 그림자와도 같은 낯빛을 하고 회사를 다닌다.
그렇다면 n년을 채우게 되면 얻는 건 뭐고, 잃게되는 건 뭘까?
먼저 얻는 것.
n년치 퇴직금과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위로 휴가를 받을 수 있다. 혹시 모를 어떤 회사는 장기근속에 따른 현물성 상품이나 보너스를 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잃는 것은?
그 n년이라는 고정된 기간 동안 내가 움직이지 않게 되면서, 어쩌면 내가 거머쥘 수도 있었을 수많은 가능성과 기회가 다른 사람들에게로 넘어간다.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게임과 방향성이 같은 프로젝트가 존재한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현재 재직기간이 아직 ’10’개월에 불과해, 1년을 채우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고 치자.
이 경우 고민하다가 결국 재직기간 1년은 채워야 세간의 인식(공포의 근원)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면, 그 2개월을 더 채워야한다는 믿음은 안타깝게도 내가 그 프로젝트에 면접을 보거나 이직해 연봉을 올리는 등의 기회를 영영 사라져버리게 만든다.
만약 그 회사에 이직 성공한다면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 확률을 높일 수 있는데도 말이다.
멀찍이 떨어져서 보면, ‘2개월’이라는 시간을 더 버티겠다는 목표가, 게임회사에 와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보다도 더 우위에 있는 목표처럼 여겨진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게 정말로 본인이 행복해서(2개월이 즐거울 것이라서)가 아니라, 세간의 인식(그래도 1년은 채워야지)이라는 형태조차 없는 공포의 대상에 의해 잠식당해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이렇게 안타까운 일이 또 있을까.
남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마시라.
1년 6개월을 채운 사람도 3년 7개월을 채운 사람도 똑같이 ‘n년’이라는 날짜 강박에 빠지기 쉽다.
오직 몇 개월을 더 버티겠다는 생각 때문에 원치 않는 개발 환경에서 묵묵히 제 할 일만을 하다가 결국 터지기 십상이다.
이런 경우도 있다.
‘연봉 협상까지만 있다가, 연봉 협상 하고 나서 생각해볼게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하루이틀 본 게 아닌 회사는 연봉협상 시기를 최대한 뒤로 미루거나 은근슬쩍 다른 제도를 도입하며 연봉 인상 기간을 최대한 뒤로 미뤄버린다.
그래야 이 사람이 나갈 확률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지출을 줄이려는게 당연하다.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일이긴 한데 이해는 한다는 이야기이다.)
헌데, 회사 구성원들이 전부가 수동적인 입장으로 ‘연봉 협상만 기다려야지’하고 있다가는 영영 그 날(n년만 채우고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얻고 이직해야지)은 오지 않게 된다.
남이 시키는 대로만의 게임을 만들어주는 것. 그게 이 업계에 들어온 나의 궁극적인 목표인가?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 그리고 그 확률을 높이기 위해 움직이는 거야말로 자신의 인생에 한점 부끄럼 없이 능동적으로 게임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허나 필자가 지금까지 현업에서 스쳐 지나온 인연 중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안타깝게도 세간의 인식 또는 어떠한 비논리적인 이유로 남의 인생을 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않냐는 말과 함께.
나의 꿈, 희망, 체력, 건강, 그 모든 것은 이미 한참 전에 마모되어 사라졌다는 ‘부끄러운 핑계’와 함께.
이직의 철학ㆍ현재편
Pixabay,Jang Hoon SON
대부분은 정말 힘든 일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힘들게 들어온 직장을 떠나는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때로는 이러한 판단과 결정이 더 좋은 약속된 환경으로 갈 기회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할 지라도, 필자는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분들의 선택과 판단을 존중하고 싶다.
이처럼 필자가 안타까워하는 유형은 바로 한 번도 이직한 적 없는 분들이 아니다.
몇 번의 이직을 거치며 자신의 커리어가 점점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까 불안해한 나머지, 점점 새로운 터전을 찾을 열정과 동력이 사라져가는 분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필자는 ‘선망’, 그리고 ‘공포’ 사이 어딘가에서, 더 이상 이직으로 인해 상처받고싶지 않은 분들과 소통하고 싶은 것 뿐이다.
- 기껏 이직했는데 실패한 경험들 탓에 새로운 이직이 두렵다거나,
- 최소한 ‘n개월’이나 ‘n년’이라는 시간을 못박고, 어떻게든 버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거나,
- 파트장이나 팀장, 또는 그에 준하는 직책으로 인한 책임감 때문에 이직을 자제하거나,
- 연봉이나 처우, 그밖에 다양한 이유로 현재 회사에 아쉬움을 느끼는 경우라거나,
- 그밖에도 다양한 이유로 이직을 고민하지만 주저하는 분들이 많을 것을 안다.
결론부터 말하면 위와 같은 고민은 새 회사로 이직을 성공적으로 성사시켰을 때 해소되곤 한다.
현재 회사에 어떠한 형태로든 불만이 있고 그것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을 때, 위와 같은 고민의 거품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거품이 결국 맥없이 꺼져버리는 이유는 대부분, 현재 이 회사에 들어오게 된 이상 최소한 ‘n개월’이나 ‘n년’이라는 시간을 못박고, 어떻게든 버티겠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인생 최대의 기회를 날릴 수도 있음을 감지조차 하지 못하고 말이다.
막간: 필자의 그동안의 ‘퇴사사유’
필자는 지금까지 인턴십을 포함하여 여섯 군데의 회사를 거쳤다.
그리고 그 각 회사의 퇴사 이유는 아래와 같다.
- A사(인턴십)
- 요약: 인턴기간 종료 및 희망 직무 불일치 (QA <-> 게임 디자인)
- 설명: 2달 간의 인턴십을 진행하였고 나름 성과를 냈으나, ‘쭉 QA를 하고싶냐’는 물음에 ‘게임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 밝힘. 결국 인턴십 연장되지 않고 계약 종료.
- 키워드: #직무불일치, #계약기간종료
- B사(첫직장)
- 요약: 상사, 그리고 회사의 부도덕함으로 인해 회사의 미래가 어둡다고 확신하고 퇴사
- 설명: 상사는 A팀원을 성희롱하거나 B팀원을 집중 괴롭히는 등 보스형 관리자였음. 회사는 직원이 도움과 중재를 요청하였으나 묵살하고 끝내 상사의 의견대로 피해자를 당일 권고사직처리했음. 그밖에도 추가근로수당 등을 주지않거나 휴가사용 제한, 크런치 모드 등 복합적인 이유가 프로젝트 환경을 악화시켜 이런 정의롭지 않은 환경에서는 프로젝트의 미래가 어둡다고 판단하여 퇴사.
- 키워드: #보스형 상사, #부도덕한 회사, #크런치모드
- C사(가장 짧은 근속기간)
- 요약: 프로젝트 드랍 및 권고사직(자발적인 권고사직)
- 설명: 90% 공정률을 달성한 프로젝트가 사업적인 판단에 의해 드랍됨. 이후 ‘사업실장’ 출신의 PD가 부임하였는데, ‘리니지라이크’를 통한 캐시카우 게임을 만들겠다는 방향성에서 필자의 게임 개발 철학과 맞지않다고 판단하여 고민 끝에 자발적 권고사직으로 퇴사.
- 키워드: #비전불일치
- D사(만족도가 가장 큰 프로젝트)
- 요약: E사로 ‘이직’하기 위해 퇴사
- 설명: E사는 당시 서브컬처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프로젝트였고, D사를 간 이유 또한 E사를 가지 못한 탓에 대안으로 D사를 택했던 것인 만큼 E사에 대한 호감이 있었음. 재직중에 회사를 옮기는 데 성공한 케이스이나, 사실 D사의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은 가장 컸음. 그만큼 포기해야한 것도 컸다고 느낀, 아쉬운 퇴사였음.
- 키워드: #상승욕구, #성장욕구, #재수(떨어진 회사 다시 도전)
- E사(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프로젝트)
- 요약: ‘성장’의 한계를 느껴 퇴사
- 설명: 회사 내부에서 개발 프로세스 개선, 업무 효율화 등은 뒷전인 채 매번 새로운 프로젝트와 콘텐츠 스펙이 추가되며 쉴 틈이 없이 바빴고, 그 와중에 매번 루틴대로 반복되는 라이브 서비스 기획을 하다보니 ‘기획자’가 아니라 ‘작업자’로서 일하는 느낌이 장기화되면서 커리어의 성장 가능성의 문이 좁아지는 느낌을 받아, 이 환경에 계속 안주하기보다는 커리어적으로 도전할 필요성을 느껴 퇴사를 결심함.
- 키워드: #성장가능성결핍, #크런치에준하는스케줄(라이브)
- F사(가장 업무범위가 넓었으며 주도적으로 업무를 주도한 프로젝트)
- 요약: 건강 악화, 프로젝트 ‘비전’의 한계, 추천 이직 등 복합적 이유로 퇴사
- 설명: 프로젝트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필자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다는 것을 점차 느끼게 되었으며, ‘보스’가 리드하는 마이크로피드백이 게임 개발 방향성 및 사내 문화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느낌을 감지함. 건강이 악화되어 휴식하려던 차에, 지인 추천으로 G사를 알게 되어 면접을 보았고 프로젝트 방향성과 비전 측면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어 G사 입사를 위해 퇴사.
- 키워드: #비전불일치, #건강악화, #추천이직, #크런치모드(개발), #크런치에준하는스케줄(라이브)
필자가 퇴사를 결심한 이유를 키워드로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비전불일치, #성장가능성결핍, #크런치(에 준하는 스케줄), #건강악화, #상승욕구, #성장욕구, #정의관(부도덕한 상사, 부도덕한 회사의 태도)
반대로, 필자가 회사를 고를 때 기준은 아래와 같다.
#프로젝트의 비전과 개인의 비전이 일치하는가, #대표는 비전을 가진 사람인가, #매니저가 크런치모드 또는 야근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개개인의 자율성은 어디까지 보장되는가, #성장할 수 있는가(또는 성장의 자율성을 보장하는가), #미소녀 서브컬처 프로젝트인가, #같이 일하는 동료 중에 전문가가 있는가
함께 일하는 사람을 존중(조직 분위기)하고, 같이 하나의 방향을 향해 일한다는 느낌(프로젝트&개인의 비전 일치)을 느낄 수 있는가
– 한줄요약-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대안을 모색하다
누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런 회사가 도대체 어디에 있겠냐고.
또한 누구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회사를 가려면, 당신이 회사를 차리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당신이 하는 말은 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즉, 이상주의입니다’라는 말을 조금 더 완곡하게(또는 직설적으로) 반박하는 그분들의 말씀은 틀린 게 하나 없다.
돈도 주고, 성장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프로젝트에서, 자율권을 마음대로 행사하며,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그러면서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안정적인 회사.
그런 완전하고도 완벽한 회사는 안타깝게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가 말하고싶은 건, 그런 완벽한 회사를 가야한다는 게 아니다.
그리고 창업이나 어떠한 방법을 통해 회사의 오너로서 그런 복지를 누려야한다는 게 아니다.
필자가 던지고 싶은 화두는 단 하나다.
본의이든 타의이든 간에, 이 다음에 이직해야하는 순간이 닥치게 되면 우리는 무엇을 등불(기준)로 삼아 앞으로 나아가야하는가?
연봉이라는 이름의 경제적 풍요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성장이라는 이름의 매번 새로운 환경을 개척하고 도전하는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아니면 어떠한 기준으로 일반화할 수 없이, 우리는 모두 각자가 그저 ‘그때 상황 맞춰서’ 이직하는 게 최선인 것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이 그런 식으로 돌아간다고 믿지 않는다.
필자는 묻고싶다.
그렇다면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얼마나 치열하게 당신의 미래, 나아가 이 업계에서 적자생존하기 위한 나은 선택이 무엇이 있을까에 관해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를.
연봉과 커리어 패스, 성장, 인맥, 또는 그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고민해보았는가를.
이상론을 이상주의로 치부하지 않고, 진지하게 당신의 미래에 빗대어 “은퇴 이후”에 대해 생각해보았는가를.
필자는 묻고 싶다. 그리고 당신이 내린 당신만의 해답을 듣고 싶다.
당신의 이직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이직의 철학ㆍ미래편
사람들이 이직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뭔가를 얻는 게 아니라 (인생에서 처음으로) 뭔가를 버려야 하기 때문이라네. 그것도 스스로의 결단으로 말이야.
『이 회사 계속 다녀도 괜찮을까? 中』
이직을 향한 바람직한 태도는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또다시 독자분들의 몫으로 돌리고 만 필자의 부끄러움은 뒤로 한 채, 이제 미래에 관해 논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세상에 ‘정답’과 ‘오답’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넓은 그레이 존 – 정답과 오답 사이 – 의 어떤 지점에, 정답에 가까운 답도 존재하고 오답에 가까운 답도 존재한다고 믿는다.
필자가 찾고자 하는 답은 바로 ‘정답에 가까운 답’이다.
그리고 그 ‘정답에 가까운 답’이 실제로 현실에서 동작하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야말로, 바로 그것이 ‘이직의 정답’이었음을 방증하는 순간이라고 믿는다.
필자는 이직의 사고법에 관해 커리어 컨설팅 경력을 가진 ‘키타노 유이가’라는 작가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
특히 이 작가의 ‘자신의 시장가치 측정법’이라는 표는 필자에게 커리어를 어떻게 쌓아나가면 좋을지 방황할 때마다 흔들리지 않는 가치관을 형성하게 해 주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이 자리를 빌어 시장가치 측정법을 인용해보고자 한다.
자신의 시장가치를 측정하기 위한 세가지 기준과 아홉 가지 질문
자신의 시장가치?
현재 회사에서 보는 가치가 아니라, 세상이 나에게 세상이 매긴 가격표를 말한다.
고용도 하나의 ‘거래’다. 시장가치를 이해하려면 자신을 시장에 나온 상품이라고 여겨야 한다.
첫 번째 – ‘전문성 자산’
전문성 자산?
‘가치 있는 기술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의 역량. 전문성과 (실무)경험으로 구성된다.
- 다른 회사에서도 가치 있을 만한 전문성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
- 그 전문성의 유통기한은 언제까지인가?
- 다른 회사에서도 통용될 만한 ‘흔치 않은 경험’을 얼마나 했는가?
- 그 경험에 대한 가치는 얼마나 높은가?
취업시장에 나설 때, 대부분의 우리들은 그 회사에서 원하는 가장 적절한(fit) 인재라는 사실을 어필하게 된다.
첫 취업 과정에서 보통 어필하게 되는 것은 바로 자신이 그동안 만들어온 ‘인맥’이나 ‘생산성’이 아닌, 그 일을 다른 경쟁자들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전문성’을 어필하는 일이다.
정육점 직원을 뽑을 때 과일가게 출신 아르바이트를 뽑을 수 없듯이, 기업에서는 그 회사가 해야할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적절한 인재를 물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채용후보자의 ‘스펙’을 보고 그것에 허위는 없는지 면접에서 ‘검증’하며 그 사람과 자사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어긋나지 않았는지 교차검증하게 된다.
사회초년생은 ‘전문성’이라고 해봐야 내세울 게 자신의 포트폴리오, 그리고 ‘학벌’과도 같은 간접적인 요소밖에 없다.
하지만 어느 정도 커리어를 쌓게 된 30대 이후가 되면 점차 그 ‘전문성’의 추는 학벌이나 출신보다는 어떠한 경험을 거쳐왔는가로 옮겨가게 된다.
가령, 게임회사에서는 ‘서울대’를 나왔다는 인재보다, ‘당신 회사의 게임을 해보고 팬 게임을 만들어 보았습니다’라는 경험을 어필하는 인재가 훨씬 매력적이다.
다른 경쟁자보다 유독 눈에 띄는 이런 전문성을 가진 사람은 면접관의 눈도장을 찍게 되고 원하는 곳으로의 이직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두 번째 – ‘인적 자산’
인적 자산 = 인맥
- 회사를 옮겨도 나를 기꺼이 도울 사람이 현재 회사에 몇 명인가? 그들에게 의사결정권이 있는가?
- 일에 있어서 나를 기꺼이 도울 사람이 회사 밖에서는 몇 명인가? 그들에게 의사결정권이 있는가?
처음 업계에 발을 디딜 때, 필자의 친척 중에 업계 선배가 있어 입사하기 전부터 게임 업계의 전반적인 느낌과 업무 방식 등을 미리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 알아둔 지식은 실제로 업계에서 적응하는 데 큰 보탬이 되었다.
세상은 불공평하다. 그리고 그 불공평 속에서 내가 가진 무기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자산이 된다.
혹시 필자에게 질투를 느끼시는 분께 조금은 위로(?)가 되실까 하여 첨언의 말씀을 드리자면, 필자의 인맥 풀(pool)은 그로부터 한참동안 성장하지 못했다.
외향적인 성격이 아닌 탓도 있었겠지만, 조직 문화 자체가 서로 업무상 필요한 것 이상으로 친해지는 것을 경계하는 환경 또한 존재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인맥을 키우기가 정말 어려워진다.
인맥과 이직은 서로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잦은 이직은 인적 자산을 늘리기에 기회가 되기도, 방해가 되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에는 필자가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동료들로부터 인정받을 때부터 인적 자산 풀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만약 업계 첫 걸음부터 인적 자산이 없어도 괜찮다.
주어진 환경, 제자리에서 반짝임을 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사람들은 절로 모이게 되어 있다.
그때부터는 오로지 내 몫이다.
그 다음에는 그 사람과의 관계를 ‘회사 바깥에 나가도 이어지는’ 관계로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내가 얼마나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들은 내 편이 되어줄 수도, 떠날수도 있다.
진심어린 마음은 결국 통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언젠가 그 믿음이 나를 ‘공고조차 없는 회사’에 추천 이직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 되어줄 것이다.
세 번째 – ‘업계 생산성’
업계 생산성?
해당 업계 종사자가 평균적으로 창출하는 일인당 가치. 즉, 일인당 매출 이익이다.
가령 삼성전자 신입사원은 중소기업 부장보다 연봉이 더 높을 수 있다.
처음부터 업계 생산성이 낮은 필드에 진입한다면, 그 차이를 뒤집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 내가 속한 시장의 ‘일인당 생산성’은 얼마나 되는가?
- 내가 속한 시장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있는가?
- 향후 ‘내 시장가치’의 성장 가능성은 얼마나 되겠는가
게임업계는 ‘문화콘텐츠산업’ 중에서 처우와 연봉이 나쁘지 않은 편이다.
애니메이션 회사, 캐릭터 회사 등은 아무리 그 결과물이 세계구급이라고 해도 여전히 저임금과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고 한다.
만약 똑같은 애니메이션 기술을 배웠다고 해도, 애니메이션 회사에 가는 것과 게임회사에 가는 것은 결국 연봉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업계의 연봉 테이블은 그 시장의 규모와 성장 가능성에 좌우된다. 그러한 외부변수를 뒤집는 건 개인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오직 한 가지.
이 업계가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그리고 일인당 매출액이 높은지, 내가 그 시장에서 충분히 시장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지 분석하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 그곳에 진심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키타노 유이가의 ‘이직의 사고법’을 게임업계에 적용한 다섯 가지 인사이트
위와 같은 시장가치이론을 두고, 게임업계에서 이직을 하는 경우에 대입해보면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업계생산성’이 나쁘지 않은 프로젝트나 회사를 선택한다.
- 내가 선택한 회사가 ‘쇠퇴’하는 장르의 게임을 만든다면 내가 아무리 용을써도 회사가 망하거나 처우가 개선되기 어려울 수 있다.
- 내가 선택한 시장이 ‘성장’하는 장르의 게임을 만든다면 내가 보통의 역량만 발휘해도 내가 발휘할 수 있는 능력 이상의 연봉인상이나 처우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 내가 가진 무기를 잘 확인하고 평소에도 꾸준히 갈고 닦아라.
- 내가 만약 인적 자산(인맥)이 풍부하다면, 인맥을 통해 입사하거나 추천을 통해 연봉이나 처우, 영향력 등의 딜(deal)을 해보는 것이 좋다.
- 내가 만약 인맥 없이 이직을 해야한다면 오로지 내가 가진 포트폴리오로 승부를 봐야한다.
- 그렇다고 인맥은 약방의 감초가 아니다. 인맥을 관리하려는 꾸준한 노력이 동반되어야 하며, 지금의 위치나 회사를 떠나더라도 나와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그런 인맥을 만들어야 한다.
- 반대로, 내가 앞으로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눈여겨보는 것도 필요하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은 나 혼자 만들 수 없으며, 업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실력자들을 모아 하나의 ‘사단’을 형성해야 비로소 그 가능성이 열린다. 하루라도 젊었을 때부터 인맥풀을 넓히는 것이 커리어의 미래 자산을 형성하는 데 유리하다.
- 내가 하고 있는 / 할 수 있는 일의 ‘기한’을 확인하라.
- 내가 아무리 cocos 엔진 전문가, maya의 전문가라도, 업계에서 unity와 3ds max만을 취급한다면 내 역량은 평가절하될 수밖에 없다.
- 반대로, 내가 아무리 업계를 선도하는 ‘틈새시장’의 스킬을 습득했더라도, 업계에서 그것의 필요성을 아직 인지하지 못한 상태라면 내 역량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 내가 가진 스킬과 역량을, 내가 가고자 하는 회사에 핀 포인트로 꽂힐 수 있게 전략적으로 발달시킬 필요가 있다.
- 포트폴리오는 항상 갱신해야하며, 업계의 트렌드에 뒤쳐지는 것은 과감히 쳐내는 게 좋다.
- 모두가 할 만한 경험이 아닌, 누구나 ‘탐낼 만한’ 경험을 하라.
- 게임 출시 경험과 라이브 서비스 경험은 업계에서 인정해주는 ‘유의미한’ 경험이다.
- 업계의 모든 트렌드를 주도하는 게임을 개발해본 경험은 아무나 쌓을 수 없는 ‘값진’ 경험이다.
- 업계에 어떤 이름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게임을 개발했다 하더라도, 그 프로젝트에서 본인이 주도해서 진행한 것이 있고 유저들에게 인정을 받았다면, 그것 또한 ‘유의미한’ 경험이 될 수 있다.
- 한편, 모두가 ‘오~’하는 게임의 개발자 출신이라고 해도, 그 게임의 숲이 아닌 나무만 본 사람은 생각보다 이직할 때 그것이 장점보다는 약점이나 공격받기 쉬운 취약점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하라.
- 회사에서 쉽사리 대체불가능한 인력이 되어라.
- 내가 제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더라도 내가 하는 일을 누구나 할 수 있다면 내 경험은 아무 쓸모가 없다.
- 내가 비록 일개 팀원이라고 할지라도, 내가 하는 일을 그 누구도 똑같이 할 수 없다면 내 영향력은 팀장 이상이 될 수도 있다.
- 내게 쏟아지는 기대 대비, 내가 가진 역량을 주위로부터 인정받는다면 내가 이직할 때 어마어마한 인적 자산을 획득할 수도 있다.
현재 회사가 위 다섯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보장된다고 느껴지지 않는 환경이라면 연봉이나 처우, 그밖에 어떠한 매력적인 조건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직을 고려하라.
존 손메즈의 ‘커리어 스킬’과 은퇴로 향하는 길
모든 사람은 결국 자신의 커리어와 영영 작별하는 ‘이직’을 하는 날이 온다.
‘은퇴’는 모두가 두려워하기에 쉽사리 대화 소재로 언급하기 겸연쩍은 용어다.
하지만 언젠가 우리는 모두 죽음을 맞이하듯이, ‘은퇴’하는 순간 또한 오기 마련이다.
갑자기 은퇴를 언급하는 이유는 이직이 은퇴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직’을 통해 은퇴 시기를 앞당길수로, 은퇴 시기를 최대한 뒤로 미루거나 영영 은퇴하지 않는 삶을 만들 수도 있다.
필자는 ‘조기은퇴’가 목표다. 존 손메즈는 프로그래머로서 30대 때에 이미 조기은퇴를 하였으며, 은퇴 이후에도 업계에서 굉장히 영향력 있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사람이다.
조기은퇴란, ‘금전적 자유’가 동반된 ‘시간의 자유’를 획득한 순간을 말한다.
은퇴의 또 다른 말은 ‘연금 받는 삶’이다.
내가 하루 8시간(또는 이 상)씩 어느 회사에서 일하지 않아도 내게 일종의 연금에 가까운 성격의 수익이 들어온다면 나는 은퇴할 수 있다.
소위 말하는 ‘건물주’나 ‘집주인’이 바로 은퇴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토지가 없는 사람은 은퇴할 수 없을까? 그렇지 않다.
존 손메즈의 ‘커리어 스킬’이라는 책이 바로 우리가 가진 기술을 바탕으로 조기은퇴의 삶으로 가는 방향성을 제시한다.
우리가 은퇴하는 순간을 상상해보자.
그때 우리가 박수를 받고 있을지, 아니면 고요히 누구의 배웅도 없이 사라지게 될 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다만 그때 우리가 어떤 장면을 맞이하게 될 지는 어쩌면 지금, 바로 현재에 달려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우리가 찬란한 과거를 보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멋진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를 등한시한 채 다른 시간대를 살고 있다면 우리는 영영 나의 인생을 살 수가 없게 된다.
현재를 산다는 건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한 달에 50시간씩 야근을 하며 충성심을 과시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또한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거하며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둠가이와도 같은 피비린내나는 전장의 승리자가 되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바로, 내가 가진 역량 포텐셜을 주위의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다.
역량 포텐셜이란, 내가 가진 역량, 그리고 그 잠재력을 일컫는다.
가령, 내가 아직 주니어 개발자라면 아직 내가 가진 역량이 업계 필드에 내놓기에 아직 아쉬울 수도 있다. 그러나 꾸준히 정진한다면 언젠가 내가 가진 역량이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내 역량을 성장시키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가능성을 최대한 키우는 것이야말로 역량 포텐셜의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주말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역량 포텐셜을 기르는 좋은 방법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처럼 매 주 1회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역량 포텐셜’을 기르기 위한 자기수행이다.
다만 이렇게 기른 역량을 혼자만의 힘으로 이뤘다고 착각하면 곤란하다.
사람은 혼자서 성공할 수 없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거인이 쌓아올린 위대한 업적이 긍정적인 영향력이 되어 우리가 더 멀리 앞을 내다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나 혼자의 노력으로 쌓아올린 역량을 공유하기 아깝다고 해서, 모든 자신의 노하우와 지식을 혼자만이 독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과적으로 본인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세상은 ‘꽁꽁 숨기는 사람’을 알아서 알아봐줄 만큼 자비롭지 않다. 오히려 부족하더라도 꾸준히 자신의 사상을 드러내고 어떠한 결과물을 내놓는 개발자를 사람들은 알아봐준다.
지식의 독점이 법적으로, 또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러한 ‘독점’은 결국 자기 스스로를 우물안 개구리로 만드는 위험한 길임을 경고하는 것일 뿐이다.
필자는 업계에서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업계 사정이나 노하우도 가능한 한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바로 이 블로그를 통해서.
사실 필자가 이렇게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것도, 바로 그러한 가르침을 준 ‘존 손메즈’ 씨의 적극적인 어필 덕분이었다.
무엇보다 온라인에 존재감부터 드러내라.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좋다.
「커리어 스킬」中
개발자라면 블로그가 있어야 한다. 개발자로서의 경력이 많든 적든 상관없다. 자신이 배운 내용을 공유하고 자신이 주력하기로 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 대한 글을 써라.
경력이 있든 없든, 말할 내용이 있든 없든 그냥 만들어라. 적어도 블로그는 운영자가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 열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 배우기를 좋아하고 배운 내용으로 다른 사람을 돕기도 좋아한다는 걸 보여준다.
자신의 이름을 구글에서 검색해 무엇이 뜨는지 확인해보라. 회사에 어떤 이력서를 냈는지 모르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그게 진짜 이력서다.
물론 당신이 존 손메즈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필자 또한 존 손메즈 씨의 모든 생각에 동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필자가 그의 가르침에 동의하는 이유는, 그가 조언하는 방향성이 논리적으로도 개인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목표를 최대한 널리 알려라.
개발자가 되겠다는 꿈을 동료들에게 알려라. 목표를 위해 무엇이든 할 용의가 있다고 상사나 관리자에게 말하라. 자신이 프로그래머(등)으로 일하면 회사에 어떤 도움이 될지 이야기하라. 당신이 이 사실을 널리 알릴수록 현재 직군에 묶여 있던 사람들의 선입견이 더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라.
「커리어 스킬」中
말로는 부족하다. 언젠가 개발자가 될 것이라며 공부를 등한시한다면 사람들은 가망 없는 몽상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자신이 한 말을 행동으로 뒷받침하라. 승진하고 싶다면 승진의 조건을 묻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을 갖춰라.
당신의 비전은 무엇인가?
목적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목표는 무엇인가?
그 목표를 주변 사람들은 알고 있는가? 만약 알고 있다면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는가?
당신의 비전은 다른 돈, 명예, 그밖의 어떠한 ‘가치중립적’ 사물을 획득하는 것인가, 아니면 이 업계에 어떠한 족적을 남기는 것인가.
당신이 은퇴하는 순간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은가.
은퇴한 뒤 필자는 ‘교육자’로서 제 2의 인생을 살고 싶다. 업계에서 쌓아온 지식, 그리고 필자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미래에 이 업계를 이끌어갈 인재들을 양성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필자는 ‘블로그’를 통해 나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으며, ‘회사’에서는 나의 전문성 자산과 인적 자산을 키우기 위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한편, ‘업계생산성’이 나에게 어떠한 마이너스 영향력을 미치지 않도록(소위 말해 역행하지 않도록) 게임 산업 전반의 흐름이나 성장 추이를 보며 시장이 원하는 게임을 만들 수 있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리니지라이크는 업계생산성이 높은 장르이지만, 그 미래는 어둡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안다.
한편, 서브컬처 시장은 현재 중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기도 언젠가 종말을 맞이할 수도, 또는 앞으로 더한 황금길을 맞이할 수도 있다.
앞으로도 인디 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실험적이고 차세대 비주얼을 뽐내는 게임들이 꾸준히 출시될 것이다. 또는 복고를 재탕하거나 그저 캐시카우로 활용하기 위한 파쿠리 게임도 여전히 출시될 것이다.
정글의 법칙은 냉정하다. 게임 시장은 자정작용이 가능한 시장이다. 그러니 이 시장도 ‘변화’에 적응하는 자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그러지 못한 자는 결국 도태되는, 적자생존의 열대우림화가 될 것이다.
‘이직’은 내가 은퇴한 뒤 목표를 이루게 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이다.
나는 이직을 통해 그동안 늘 봐오던 동료들이 아닌,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인적 자산을 확보할 가능성의 문을 열게 된다.
새로운 회사에서 지금까지의 회사와는 또다른 개발 문화를 접하고, 낯설지만 유용한 기술을 습득하며 전문성 자산을 기를 가능성 또한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업계의 흐름을 꾸준히 관찰한다면 그 안목은 내가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 역량 포텐셜을 발휘할 수 있는 회사를 선택할 가능성을 높여줄 것이다.
이직은 도피가 아니라 도전이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능동적인 움직임이다.
환경을 바꿔라. 그리고 그 변화를 사랑하라. 받아들여라.
멋지게 은퇴하기 위한 주춧돌을 쌓아올려라.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진정 우리의 삶에 주인의식을 갖고 살아가게 만드는 ‘유력한’ 해법일 것이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전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키타노 유이가, 「언제든지 이직 할 수 있는 능력」- 『이 회사 계속 다녀도 괜찮을까? 中』
모든 직장인이 ‘언제든 이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직장 문화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이 사회까지 바뀐다고 진심으로 믿습니다.
이 글에 영향을 준 감사한 존재들
[서적]
[인물]
- 에크하르트 톨레
- 키타노 유이가
- 존 손메즈 – 심플 프로그래머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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