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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앱스 1차 면접 불합격 포스트모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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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불합격의 쓰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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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회색으로 보인다…

쿡앱스 1차 면접 불합격 메일을 받은 것은 5월 16일. 나는 지금까지도 꽤 심각한 면접 후유증을 겪고 있다.

면접을 본 날은 5월 11일 목요일. 그때 당일만해도 나는 면접 결과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고, 1시간 반이 넘는 꽤 긴 면접을 치렀기 때문에 내가 누구인지 충분히 어필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다가올 2차 면접을 앞두고 ‘통곡의 벽’이라고 불리는 경영진 면접을 어떻게 돌파하면 좋을까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오만했다고 생각한다.

기다리던 5월 12일 금요일. 합격 메일이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때부터 긴 긴 기다림이 시작됐다.

5월 15일 월요일. 아마 한 주의 시작 요일이기 때문에 그분들도 다른 일을 처리하시느라 바쁠 것이라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주말 동안 기다리며 내 마음속에서는 점점 1차 통과라는 내적 확신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당장에 합격을 할 사람이었다면 진작에 연락을 주지 않았을까?’ 이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 들었다.

5월 16일 화요일. 슬슬 나는 지쳐가고 있었다. 얼른 어떤 형태로든 이 기다림이 끝나기를 바랐다.

불합격 메일을 받다

쿡앱스 불합격

마침내 결과 메일이 도착했다. 의심이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그래. 내가 합격자였다면 면접 다음날에라도 연락을 줬겠지.

나는 불합격될 운명이었다. 쿡앱스 입장에서는 너무 이르지도 너무 늦지도 않은 애매한 타이밍에 내게 함께할 수 없음을 담담히 전하고 있었다.

친구나 전 직장동료, 그리고 가족에게 이미 서류와 과제 전형을 패스했다고 기뻐했었는데, 조금 섣불렀던 것 같다.

탈락, 그 이후 가장 힘들었던 점

가장 힘든 점은 그때 면접관 분들께 질문을 받았을 때 하나같이 형편없이 대답했던 기억이 자꾸만 떠오르는 거다.

게임을 할 때도. 샤워를 할 때도. 밥을 먹을때도. 길을 갈 때도. 나는 그 면접 자리에 앉아 있는 거다. 그리고 똑같이 면접을 망치는 대답을 한다. 이미 날아간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겠지만, 지나간 과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남아서 나를 힘들게 한다.

처음에는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면접관 분들이 내게 지금 제작중인 게임의 아트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보여주셨을 때의 그 기쁨과 설렘이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직 붙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만약 떨어트릴 사람을 앞에 두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굳이 그런 대외비적인 자료를 보여주려고 했을까?

나는 떨어졌다. 이건 변치 않는 사실이다. 이제 쿡앱스의 그 매력적인 프로젝트에 갈 방법은 없어졌다.

내가 ‘불합격’ 포스트모템을 하는 이유

하지만 이겨내야한다.

여기서 그저 좌절한 채로 낙담만하고 있다가는 다음 번의 면접에서도 똑같이 실패하게 된다. 나는 이 패배주의에 휩싸이는 느낌이 너무 싫다. 다시는 이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때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기는 정말 괴롭지만, 나는 그때 면접을 보면서 받았던 질문들, 그리고 내가 어느 지점에서 공격받았으며 그것을 왜 방어하는 데 실패했는지 포스트모템하려고 한다.

오직 그것만이 내가 이 아픔을 딛고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 줄테니까.

내가 이 글에서 다룰 이야기들


  1. 포트폴리오 답변 중 아쉬웠던 것들
  2. 과제 답변 중 아쉬웠던 것들
  3. 내가 가진 약점에 대해 방어를 실패한 것들
  4. 그밖에 대답을 잘 못했다고 생각한 질문들

1. 포트폴리오 답변 중 아쉬웠던 것들

회사에 제출하는 이력서 및 포트폴리오에서 답변한 것 중에서 답변에 아쉬움이 있었던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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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시간에 관해

질의 1: ‘얼리버드’라고 하셨는데, 보통 몇 시에 출근하세요?

답변: 보통 8시에 출근하는 편입니다. 8시 이전에 출근하기도 하지만 시업시간이 8시부터라서요. 재택근무를 한창 할 때는 7시 반부터 일하기도 했습니다.

포스트모템:

면접관들은 위의 답변을 듣고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그래서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의 대답도 말리는 느낌이었다.

내 경우 첫 회사(넥슨네트웍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실무자나 관리자가 보통 10시~12시에 출근했다. 내가 회사에 가장 먼저 출근해서 회사 문을 연 적도 수없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 명제가 문제가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아마 쿡앱스에서는 8시 출근은 흔한 풍경인 것 같다. 차라리, 가장 먼저 출근해서 회사 문을 열었다는 이야기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좋았을 것 같다.

자기 PR 내용과 내 답변 사이의 모순

질의 2: ‘노 병목, 노 라이프’라고 하셨는데, 본인 일보다 모두의 일을 우선한다고 하면 본인 일은 언제 하시는거죠?

답변: 제가 위처럼 적은 것은 적어도 제 일을 모두 마치고 나서 돕는다는 얘기였습니다. 그게 기본적인 책임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제가 할 일을 모두 마쳤다고 해도 그것으로 그치지 않고 팀원을 위해 도와줄 수 있는 작업을 하는 편입니다. 매뉴얼을 만든다거나 업무 효율을 위한 문서 작업 등을 만듭니다. 그렇게 해서 업무를 하는 데 4시간이 걸리는 일을 2시간으로 줄이기도 하고 이런 효율화를 위해 신경을 쓰는 편이었습니다.

포스트모템:

부끄럽게도 내가 쓴 글 때문에 내 답변이 완벽히 모순되는 상황을 만들고야 말았다. 내 일보다 남의 일을 우선한다면서, 내 일을 먼저 처리한다니. 정말 후회되는 답변의 순간이다. 내가 위의 노 병목을 중시한다는 이야기는 애초에 ‘협업’이 필요한 경우라는 이야기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협업’의 예를 들고, 그 사례를 잘 풀어서 답변했으면 문제 없이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위의 질문을 다시 한번 받았다고 생각하고, 더 좋은 답변을 한번 써 보도록 하자.

“저는 제 일을 한 번도 주어진 마감을 어긴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제 일을 먼저 마침으로써 다른 팀원이 제 작업물을 바탕으로 원활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그게 협업의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다른 사람의 일이 지연됨으로써 제가 해야 할 일이 미뤄질 수 있습니다. 저는 팀원 모두가 원활한 일정 수행이 가능하도록, 팀원들의 일이 지연되는 것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항상 노력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그 팀원의 일을 제가 나눠서 처리해주기도 하고, 자동화 문서를 만들어서 단순 반복 업무를 조금 더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보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팀 전체의 퍼포먼스가 높아졌고, 갑작스럽게 업무량이 크게 늘어나도 무리 없이 일정을 소화해낼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감사하게도 입사의 기회를 얻는다면, 팀 전체가 일정적으로 더 원활하게 돌아가게 만드는 데 공헌하고 싶습니다.”

2. 과제 답변 중 아쉬웠던 것들

내가 지원한 공고에서는 과제 전형이 있었다. 1주일의 기한 내에 주어진 주제에 대해 과제를 내야 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과제까지 했는데도 떨어져서 그런지 더 충격이 큰 것 같다. (과제비도 1원도 못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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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현지화 기획 제안서) 내의 내용 일부

떨어진 것에 대한 아쉬움은 뒤로 하고, 과제 답변 중에서 기억나는 것들을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았다.

용어 선정, 그리고 답변 내용에 대한 아쉬움

질의 1: ‘원신’을 하드코어하게 파내려가는으로 분류하셨는데 그 이유가 있으신가요? 원신은 경쟁 콘텐츠라고 해봐야 나선 비경밖에 없는데요.

답변: 제가 원신을 이렇게 분류한 것은 경쟁 콘텐츠 때문에 분류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하드코어하게 파내려가는’으로 분류한 기준을 매일 플레이해야하는 플레이어의 피로감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예를 들어 원신에서는 모든 숙제를 다 하면서 그 마일스톤에 진행해야 하는 콘텐츠를 다 하려면 하루에 1시간 이상이 걸립니다. 반면 블루 아카이브는 5분이면 숙제를 다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플레이타임으로 분류했습니다.

포스트모템:

  1. 먼저, X축의 우측에 있는 항목을 ‘하드코어하게 파내려가는’으로 분류한 것이 실패했다. 저 용어 안에는 무수히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나는 플레이타임이나 피로도 측면에서 접근했지만, 면접관 입장에서는 경쟁 콘텐츠의 유무로 이해한 것 같다. 지금 이것을 고치자면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 투자해야하는 노력’으로 고쳤을 것 같다.
  2. 플레이타임만 설명하고 답변을 마치면 안 되었다. 내가 애초에 우측 상단에 저 게임들을 분류한 것은 게임 콘텐츠의 ‘난이도’, 그리고 능숙해지기까지 게임에 투자해야하는 ‘학습시간’ 등의 개념도 함께 담겨 있었다. 하지만 답변에서 이런 내용을 이야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위 그래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을 것이다.

지원 회사 게임에 대한 섣부른 판단

질의 2: 자사 게임 ‘무명기사단’을 ‘미소녀동물원계’로 분류하신 이유가 있나요? 미소녀동물원에 대해 제가 아는 개념과 조금 다른 것 같아서요.

답변: 먼저 미소녀동물원계에 대한 제가 생각하는 용어 정의를 말씀드리겠습니다. 미소녀동물원이라는 용어가 가진 개념은 미소녀가 잔뜩 등장하고 갈등이 거의 드러나지 않고 일상물에 대한 내용을 전개하는 작품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반면, 반대되는 축에 있는 개념인 ‘깊은 내러티브’는 여러 개의 갈등이 복잡하게 얽혀있고 서사가 복잡한 개념으로 접근했습니다. 무명기사단의 이야기 흐름은 갈등 구조가 복잡하지 않고 서사가 왕도물에 가까운 평이한 구조이기에 깊은 내러티브와는 반대의 축에 가깝게 위치시켰습니다.

포스트모템:

  1. 무명기사단을 애초에 저 축에 위치시킨 것이 큰 실수였다. 애초에 무명기사단은 위의 ‘서브컬처’ 게임 축에 위치시킬 수 없었다. (아예 다른 범주의 게임이라는 의미로) 따라서 저 그래프에서는 빼 버리고, 스텔라나이츠만 메인 타깃 시장을 위처럼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것이다. 무명기사단에 대한 포지셔닝이 애매하게 들어가게 됨으로써 공격받을 빌미를 주고 말았다.
  2. 미소녀동물원계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되었다. 이 표현은 서브컬처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지만, 내면에는 약간의 비하하는 듯한 뉘앙스가 담겨 있다. 굳이 표현하자면 ‘이해하기 쉬운 왕도물’같은 대체용어를 쓰는 게 좋지 않았을까. 반대축도 ‘깊은 내러티브’보다는 ‘갈등이 복잡한 이야기물’ 정도로 표현해도 충분했을 것 같다.

3. 내가 가진 약점에 대해 방어를 실패한 것들

내가 가진 강점은 ‘마감엄수’, ‘높은 퀄리티’, ‘준수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책임감’ 등이다.

나는 우리 게임을 위해 필요하다면 더 많은 일을 만들어서 진행한다. 그리고 그것의 필요성을 어필할 수 있고, 설득할 수 있으며, 완료까지 원활하게 진행시킬 수 있다.

나의 업무 스킬 또한 다양하다. 시나리오 라이팅, 시나리오 연출을 시작으로 시스템 기획이라든지 외국어 능력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까지도 가능하다.

반면 내가 가진 약점은 ‘잦은 퇴사’, ‘(라이터로서) 라이팅을 많이 하지 않음’, ‘불필요한 야근을 지양함’ 등이 있다.

이번 면접에서 불합격한 뒤, 내 실패 요인을 찬찬히 되돌아보았다.

내가 한창 면접을 꼼꼼하게 준비하던 몇 년 전 저연차 시절에 비해 이번 면접에서는 최소 두 가지를 놓쳤던 것을 깨달았다.

첫 번째는 바로 ‘면접은 취조다’라는 면접을 대하는 기본 기조,
그리고 두 번째는 면접에 들어가기 전 나의 강점을 어필할 충분한 ‘준비’였다.

이번 면접에서 나는 내 단점이 거의 다 드러난 반면, 내 장점은 잘 살리지 못했다. 이것은 가장 큰 패인이다.

나는 단점을 숨길 수 있으면 숨겨야 했고, 숨길 수 없다면 합리적인 이유나 근거로 그것을 설명해야 했다. 그 답변 속에서 어떻게든 장점을 어필하려고 해야 했다. 기억나는 면접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적어 본다.

잦은 퇴사에 대해

질의 1: 퇴사가 잦으신데, 이전 회사에서의 작업물이 아깝지 않으셨나요?

답변: 작업물이 아까웠던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때 ‘~회사’에 가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판단을 내렸습니다.

포스트모템:

위 질문은 단순히 작업물이 아까운지에 대한 질문이라기보다는, 한 회사에 오래 다니지 못하는 데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묻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회사’에 가고 싶었다는 이유로밖에 답변하지 못했다. 그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이 답변은 내가 가고싶었던 바로 그 회사를 퇴사하게 되면서, 내 선택과 판단이 경솔하게 비치는 결과를 낳았다.

매번 내가 퇴사를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조직문화’였다. 나는 서브컬처 경력을 계속 쌓고 싶었고, 덕업일치가 되는 회사에 가면 모든 게 해결될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고 결국 그렇게 가고 싶었던 직전 회사도 퇴사하게 된 것이다. 그 회사에서 어떤 작업을 했는지는 내게는 그리 중요치 않았다. (그래서 작업물이 아까웠느냐는 질문에 나는 다소 당황했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성의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면 아래와 같이 답변할 것 같다.

“작업물이 아까웠습니다. 지금도 제가 그때 어떤 작업을 했었고, 어떤 캐릭터를 기획했고 어떤 스토리를 썼는지 기억이 납니다. 그 회사에서 진행한 모든 업무는 제게는 굉장히 소중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는 더 성장하고 싶었습니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었고, 더 많은 기회를 받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제게 더 많은 일을 주기보다는 그냥 하던 일이나 무던하게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제 연차가 쌓여가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이 늘지 않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저연차일 때 도전하고 실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업무 영역에 대해

질의 2: 시나리오 기획자로서 어떤 업무를 하셨는지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듣고 나서) 하신 업무 영역이 좁다고 느껴지는데 맞을까요?

답변: 시나리오 기획자로서 저는 시나리오가 더 재밌게 느껴질 수 있도록 제작하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주로 시나리오 라이터가 쓴 글을 연출하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SFX나 배경 발주도 담당했습니다. 그 외에도 시나리오 맥락적으로 필요한 것을 기획하는 일을 함께 진행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템 이름을 정한다든지 그런 일입니다. 그리고 라이터가 쓴 글에 대한 검수도 도맡아 진행했습니다. (추가 질문에 대해) 그런 것 같습니다.

포스트모템:

질문에 맞게 답변을 하기는 했지만, 다소 잡캐같은 느낌을 준다. 뭔가 한 일이 많아 보이기는 하는데 딱히 중요해보이지는 않는다. 솔직히 아이템 기획같은 일이 그렇게 대단한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면접관에게 내가 한 일을 상상할 수 있게 큰그림을 먼저 보여주고, 그것의 디테일을 설명해야 했다. 시나리오 기획자로서 나는 시나리오 라이팅, 캐릭터 설정 기획을 제외한 모든 업무를 담당했다. 시나리오를 더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시청각적인 요소 모두를 설계하고 연출하는 업무였다. 지금이라면 아래와 같이 답변할 것 같다.

“저는 게임의 내러티브를 디자인하는 일을 담당했습니다. 라이터의 글에 맞게, 어떻게하면 더 좋은 체감을 줄 수 있을지 설계하는 일이었습니다. 적절한 배경과 이모티콘,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방법 등을 통해 유저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제가 포트폴리오에 적은 것처럼, 제가 담당했던 대표 이벤트들은 블루 아카이브 유저들에게 굉장히 호평을 들은 스토리들입니다. 저는 같은 팀 내의 실장님을 비롯해 모든 라이터 분들의 라이팅 개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협업을 했고 이것이 성공했다는 방증입니다. 저도 시나리오 라이팅을 좋아하지만, 시나리오를 더 재밌게 제작하는 일도 자신이 있고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4. 그밖에 대답을 잘 못했다고 생각한 질문들

면접 때 받았던 질문들 중에서 몇 가지는 정말 예상치도 못한 질문들이 있었다.

생각나는 것을 몇 가지 적어보았다.

  • 시스템과 콘텐츠의 차이가 무엇일까요?
  • 게임의 재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 A 시즌 이벤트 콘텐츠를 만들 때 최소 몇 명의 사람이 필요할 것 같으신가요?
  • 자사 게임의 ~~캐릭터에게 성우를 붙여준다면, 어떤 성우가 어울릴 것 같으신가요?
  • 시나리오의 재미는 무엇일까요?
  • 왕도물의 재미는 어디에서 올까요?
  • 캐릭터의 매력은 어디에서 올까요?

정답이 정해진 질문은 아니지만, 평소에 이런 점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당시에 무난하게 대답했던 것 같지만, 역시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준비해 갔다면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글을 맺으며

나는 면접에 앞서 보통 면접 스크립트를 준비해 가는 편이었다.

면접 스크립트란, 예상 질문을 마련하고 그것에 대해 가장 잘 정돈된 답변을 미리 정리한 것이다. 예를 들어 ‘본인의 단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라든지, ‘야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와 같은 질문에 대해서 미리 답변을 준비하는 것인데, 어느 순간부터 준비하지 않게 되었다.

면접 스크립트를 꼼꼼하게 준비할수록, 그 면접에서 불합격한 순간 느낄 허탈감을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크립트를 준비하지 않게 되었다. 한때 몇 시간씩 챙겨보던 면접 준비 영상도 이번에는 한 번도 시청하지 않았다. 그저 나라는 인간이 누구인가 맨몸으로 부딪혀보자는 심산이었다.

돌이켜보자면 정말 후회되고 경솔한 짓을 한 것 같다. 이번 면접에서 내 단점이 너무 많이 드러났고, 내 장점은 거의 어필하지 못했다. 만약 스크립트를 준비했다면 최소한 몇 가지 단점을 숨기거나 오히려 장점을 부각할 기회로 삼을 수 있었을 텐데…

모든 질문을 스크립트로 준비할 수는 없다. 정말 예상치도 못한 질문도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크립트 무용론에 대해서 약간은 공감한다.

어차피 이미 면접 불합격 통보를 받았으니 앞으로는 스크립트를 정말 꼼꼼하게 준비해 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