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최근 서브컬처 게임이 우후죽순 출시되는 가운데, 일약 돋보이는 게임이 있다.
바로 호요버스에서 출시한 ‘붕괴: 스타레일’이다.
출시 초기에는 한발짝 늦는 업데이트, 그리고 부족한 콘텐츠 볼륨 등으로 다소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매력적인 캐릭터, 한국어 더빙, 매끄러운 턴제 RPG의 진행과 매력적인 스페이스 오페라 세계관까지 맞물려 꾸준히 흥행의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이번 글의 주제는 미호요에서 2023년 출시한 『붕괴: 스타레일』을 중심으로 한 ‘필살기 연출 분석’이다.
필살기 연출 분석 주안점
필살기에 관한 고찰
필살기라는 표현의 언어적 정의에 따르면 ‘적을 반드시 죽이는 기술’이다.
영어로는 Special Move, Finish Move 등으로 번역되는데, 이 또한 적을 쓰러트리기 위한 ‘강력한 한 방’을 상징한다.
이처럼 필살기는 적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는 공격인 만큼, 대전 액션 게임을 비롯해 대다수의 액션 게임에서는 필살기 연출 제작에 굉장히 공을 들인다.
사실 필살기는 이제 ‘적을 반드시 죽인다’라는 본질적인 의미는 어느 정도 퇴색되었다.
만약 필살기를 쓰기만 하면 무조건 상대방이 죽는다면, 그 게임의 룰은 ‘누가누가 필살기를 먼저 쓰나’의 경쟁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러한 방향성은 게이머도 원하지 않고, 게임사에서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게임 수명이 짧아지고 단조로워지므로)
하지만 명색이 ‘필살기’라는 멋진 이름이 붙은 만큼, 어느 정도 위력적인 모습은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서 최근 게임의 소위 말하는 ‘필살기’는 필살기의 위력 자체는 적당히 강하게 설정하되 일반 스킬보다 ‘과장된 연출’을 넣어, 흔히 말하는 ‘뽕이 차오르는 연출’을 보여주는 쪽으로 제작 방향이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과장된 연출을 보여주게 되면 캐릭터의 개성을 극한까지 끌어내야하므로 개성 요소도 잘 보여줄 수 있고 ‘마케팅’용으로 뭔가 보여줄 거리도 확실하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필살기는 적을 반드시 죽이는 ‘필살’ 본연의 의미보다는, 그 필살기를 구사하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을 한껏 뽐내는 일종의 Signiture Move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필살기의 흐름
필살기의 용어적 정의가 모호한 것처럼, 하나의 필살기를 구성하는 요소들도 정확히 어떻게 되어 있다고 정의하기 어렵다.
각 게임마다 필살기의 흐름이 조금씩 다르며, 같은 게임이라도 캐릭터의 개성이나 직업군(검사, 마법사, 힐러 등)의 필살기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필살기의 흐름을 보면 어느 정도 필살기의 구조는 유사한 점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필살기의 흐름을 크게 ‘준비 연출’, ‘효력 연출’, ‘피니시 연출’, ‘필살기의 결과’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필자가 기준으로 삼은 각 용어가 가진 의미는 아래와 같다.
- 준비 연출: ‘효력 연출’을 발동시키기 위한 준비 동작이다. 예를 들어, 마법 공격을 하기 위해서 마법진을 그리는 단계를 말한다.
- 효력 연출: 본격적으로 필살기를 발휘하는 단계이다. 공격 연출이라면 적이 공격을 받기 시작하는 단계이며, 버프 연출이라면 아군에게 이펙트가 생기는 단계이다.
- 피니시 연출: 필살기 시전자가 필살기를 마무리하는 단계이다. (생략될 수 있다.)
- 필살기의 결과: 필살기의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는 대상이 드러나는 단계이다. 적이라면 공격을 받아 실제 대미지를 입게 되는 단계이며, 아군이라면 힐이나 버프를 받아 실제로 어떠한 유리한 효과가 발생하는 단계이다. 엄밀히 말해 필살기의 흐름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생략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스타레일에서는 어떻게 필살기 연출을 어떻게 구성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캐릭터별 필살기 연출 분석
필살기 연출 분석 – 경류
경류의 필살기는 시전자 스스로가 높이 뛰어올라 여러 개의 검기를 적 다수에게 발사해 얼음 속성 대미지를 가하는 범위 공격이다.
경류의 필살기 흐름은 ‘준비 연출’ – ‘효력 연출’ – ‘필살기의 결과’ 구조로 되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이해를 돕고자 필살기 시전 ‘직전’의 준비 동작 자세부터 첨부하였다.
준비 연출
필살기 사용 전, 준비 동작을 취하는 경류. 왼 손으로 검을 들고 있으며 경류 주위에 눈꽃과 파란 색 한기 이펙트가 감싸고 있다.
어두운 밤, 개인 하늘에 몇 가지 구름이 드리우고 경류는 뒤를 바라보고 있다. 마치 달빛에 반사되듯 푸른 꽃잎이 경류 주위에 흩날린다.
경류는 빠르게 하늘로 솟구친다. 경류가 상승한 곳과 반대되는 방향으로 이펙트가 아래로 흩날려, 더 큰 속도감이 느껴진다. (특히 경류의 옷에 달린 붉은 끈이 늘어져 있어 경류의 속도감을 더욱 부각시킨다.) 카메라 앵글도 업 뷰로 전환되며 시야에 들어오는 하늘이 좀 더 광각으로 느껴진다.
솟구친 경류의 모습이 중력의 힘에 의해 느려지더니 마침내 멈추고, 경류의 뒤에 보름달에 가까운 하현달이 비친다. 뒤를 돌아본 채로 점프한 경류는 몸을 돌리며 점차 카메라 방향으로 몸을 부드럽게 회전시킨다.
공중에 체류하며 경류가 몸을 앞으로 회전하는 시간은 앞서 빠르게 솟구친 모습에 비해 훨씬 천천히 느껴진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기 전 덜컹덜컹 하늘 위로 향하는 그 긴장감이 느껴진다.
경류의 모습이 클로즈업 된다. 한편, 경류의 뒤에 비치는 달의 모습도 빠르게 하현달에서 그믐달을 향해 기울어 간다.
조금 더 앞으로 다가오는 경류의 모습. 오른팔을 카메라 방향으로 뻗으며, 시선을 정면을 바라보기 시작한다.
경류의 시선이 정면으로 고정되고, 신체의 회전이 점차 안정적인 구도를 찾아 간다. 화면 주위에 ‘집중선’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경류가 마치 카메라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오는 듯한 속도감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경류가 더 카메라에 가까이 다가왔다. 경류의 신체는 이제 지면과 평행한 수준으로 안정감을 되찾는다. 집중선의 길이가 더 길어졌다.
경류의 얼굴이 익스트림 클로즈업된다. 경류의 눈동자의 안광이 사라진다. (연출 핵심 포인트)
효력 연출
적을 공격하기 위한 효력을 발휘하는 연출이 생겨나는 시점이다. 경류의 필살기는 검기를 통해 적을 공격하는 유형이다. 따라서 적을 공격하는 이펙트가 발생하는 지점부터 효력 연출로 구분한다.
카메라는 익스트림 롱 숏으로 극적으로 멀어진다. 카메라에 비치는 경류의 모습은 거의 사라진다.
다시 달이 거의 완전히 그믐달로 기울고, 달을 중심으로 달을 감싸려는 듯 층층이 생긴 구름의 링이 1점 투시로 형성된다.
경류가 있던 위치에서 푸른 빛의 기나긴 검기가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내려온다.
검기의 모습이 클로즈업 되고, 검기의 칼날 이펙트 뒤로 마치 얼음이 언 것 같은 몇 가지 금이 가 있다. 검기 이펙트 주위로 검기 이펙트의 속도감을 높여주는 듯한 집중선이 형성된다.
커다란 검기가 지면에 충돌하고, 잇따라 크고 작은 다른 검기들이 지면에 우박처럼 쏟아져 내려온다. 카메라에 비치는 사물의 상이 흐릿해진다. 충돌 지점에서부터 하얀 빛 이펙트가 스트라이프로 뻗어 나온다.
적이 서 있던 대지에 잇따라 이펙트가 터져 나가고, 지면으로부터 강렬한 푸른 빛의 섬광이 일어난다. 경류의 공격이 ‘빙결 공격’임을 상징하듯, 눈송이 이펙트가 터져 나온다.
화면에서 색채가 완전히 사라지고, 흰 색과 검은 색의 대비만이 화면에 남는다. 화면에는 마치 크게 X자로 베어낸 듯 두 개의 큰 직선 이펙트가 생겨나고, 지면의 사물들은 거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다.
흰색과 검은색이 서로 반전되듯 커다란 폭발이 발생한다.
피니시 연출 (생략됨)
경류의 필살기 연출에는 피니시 연출이 없다.
필살기의 결과
경류의 필살기는 적을 공격하는 ‘광역 공격 스킬’이다.
따라서 적에게 대미지가 들어가는 시점부터 ‘필살기의 결과’ 연출 시퀀스에 해당한다.
지면에 금이 가며, 푸른 이펙트가 지면에서부터 터져 나온다.
그리고 지면의 적에게 ‘격파’라는 UI 텍스트와 실제로 적에게 입힌 대미지의 폰트 텍스트가 출력된다.
지면에서 터져나오는 이펙트의 크기가 줄어들고, 점차 지면에 쩍쩍 금이 간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마치 커다란 유리가 깨진 것처럼 공중에는 푸른 빛의 프리즘 입자와 눈송이 결정 이펙트가 흩날린다.
이펙트가 조금 더 잠잠해진다.
곧이내 카메라가 완전히 전환되고 위의 연출은 종료된다.
필살기 연출 분석 – 완ㆍ매
완ㆍ매(이하 완매)의 필살기는 아군 전체에게 버프를 주고, 아군의 공격이 적에게 ‘다시 핀 매화’라는 이름의 상태이상을 일으키는 버프형 스킬이다.
완매의 필살기 흐름은 ‘준비 연출’ – ‘효력 연출’ – ‘피니시 연출’ – ‘필살기의 결과’ 구조로 되어 있다.
준비 연출
카메라는 완매의 허벅지 아래를 클로즈업하고, 바닥의 물구름과 함께 투영되는 완매의 모습이 비친다. 살랑살랑 매화 꽃잎이 흩날리며 완매의 주변의 빈 공간을 채운다.
발을 옮길 때마다 완매의 발끝에서 파문이 잔잔하게 퍼져 나간다.
완매가 앞으로 걸어나오는 속도가 카메라의 패닝(panning)보다 빨라, 완매의 하체가 카메라에 점점 더 많이 비친다. 흩날리는 매화잎의 숫자가 늘어난다.
카메라는 완매의 바스트 아래, 완매의 손과 악기를 비춘다. 완매의 악기를 장식하는 나뭇가지, 그리고 완매의 의상 곳곳에도 매화가 보인다. (완매의 이름에 들어가는 ‘매’가 매화를 의미한다.) 악기의 현을 퉁기는 완매의 손이 강조되며 현의 색상이 완매의 손의 움직임에 맞추어 화려하게 빛을 낸다.
어떠한 멜로디를 연주하는 듯 손을 움직이는 완매. 떨리는 현의 모습은 두 개 이상으로 늘고,
연주를 마친 완매의 손은 마침내 현을 떠난다. 그리고 주위에 떠다니는 매화 꽃잎들.
효력 연출
완매의 필살기의 핵심 소재는 바로 ‘매화’이다. 앞서 완매가 걸어오는 것과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일련의 ‘전조’였다면, 완매가 불러낸 것 같은 매서운 매화 꽃잎의 바람은 뒤이어 아군에게 버프 ‘효력’을 일으킬 때 발생하는 이펙트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카메라는 이제 완매의 옆모습과 오른쪽 손가락을 비춘다. 조금 떨어진 원경은 안개에 의해 잘 보이지 않지만 마치 공허함이 느껴지는 듯한 앙상한 암석같은 조형물이 비친다. 완매의 눈동자는 정면 조금 위를 바라본다. 매화 꽃잎이 완매의 주위에서 하늘하늘 춤춘다.
완매의 시선이 조금 더 위를 바라보고, 완매의 앞에서 뒤로 바람이 불어오듯 완매의 얼굴 좌, 우로 매화 꽃잎이 빠르게 스쳐간다. 주변의 풍경은 아까보다는 조금 더 잘 보이지만 여전히 안개에 가려 있다. 완매의 손은 마치 멀어져가는 무언가를 잡으려다가 놓친 듯 아쉬운 듯이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피니시 연출
완매가 그동안 한 일련의 동작(걸어옴 -> 악기를 연주함 -> 먼 곳을 정처없이 바라봄)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온다. 이번 연출에서 그 결과는 바로 강하게 불어오는 ‘매화 꽃잎 바람’이다.
완매를 향해 불어오는 바람이 강해진다. 완매의 좌우로 매화 꽃잎이 빠르게 스쳐지나가고, 마치 강한 바람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어서 그런 것처럼 완매가 조금 고개를 숙이며 살포시 눈을 감는다.
완매의 연출에서 매화 꽃잎이 상징하는 바는 공격 연출에 빗대자면 ‘칼날’이다. 연출 초반부터 계속 등장했던 매화꽃은 완매의 매 순간의 동작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리고 완매의 서정적인 분위기를 잘 살리는 데도 일조한다. 이러한 매화 꽃잎이 가장 화려하게 바람과 함께 흩날리며 이 필살기 연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게 되는 것이다.
필살기의 결과
강하게 불어오는 매화 꽃잎들은 이제 완매뿐만 아니라 파티원 전체에게 영향을 미친다.
화면 전체를 꽉 채우는 매화나무의 나뭇가지와 이파리가 아군을 마치 지켜주려는 듯 사방에서 따뜻하게 감싼다. 아군 하나하나는 살포시 불어오는 봄바람이 휘감기듯 분홍빛의 이펙트가 살랑살랑 피어 오른다.
매화 꽃잎 바람의 향연이 한차례 지나가고, 마침내 꽃잎의 기세가 사그라들면 아군 하나하나를 감싸는 매화색 이펙트도 조금씩 기세가 줄어든다. 하지만 여전히 매화는 그 자리에 남아서 완매와 함께 남아 그 자리를 고요히 지킨다.
필살기 연출 분석 – 시간
앞서 붕괴: 스타레일의 두 캐릭터의 필살기 연출 분석을 통해 각 캐릭터의 연출 흐름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붕괴: 스타레일 필살기를 연출하는 데 드는 시간은 몇 초 정도 걸릴까?
위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장면 하나하나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만큼 이것을 모두 이어붙였을 때 두 캐릭터의 필살기 연출의 길이는 길 것 같다.
하지만, ‘준비 연출’부터 ‘필살기의 결과’ 단계에 이르기까지, 실제로는 연출 시간이 10초를 넘지 않는다.
경류의 초필살기를 보면, ‘준비 연출’ 단계까지 약 4초, 그리고 필살기가 멋지게 터지는 게 이어서 3초 정도를 차지하며 8초에 이르러서 필살기의 모든 흐름이 종료된다.
완매의 필살기는 경류의 필살기와 비교해 조금 더 짧다. 완매의 필살기는 ‘멋진 폭발 이펙트’가 없고, ‘준비 연출’과 ‘효력 연출’ 그리고 ‘피니시 연출’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완급의 변화가 크지 않다.
그래서인지 6초에 이미 필살기의 결과가 나타나며 마찬가지로 약 8초 정도에 이으러서 필살기가 종료된다.
붕괴: 스타레일에서는 필살기 연출에도 ‘배속 기능’을 지원한다.
‘배속’ 상태에서 플레이하면 위 연출 하나하나의 길이는 그보다 더 짧아져 그다지 필살기 연출 피로도를 느끼지 않게 된다.
실제로 붕괴: 스타레일 한 번의 전투에서 최대 4명의 파티원들이 번갈아가며 필살기를 ‘난사’하는 전투가 많은데도 필살기 연출 피로도를 호소하는 글은 그다지 찾아볼 수 없었다.
섣불리 일반화하기는 조심스러우나, 위의 두 캐릭터의 필살기를 비교했을 때 두 연출의 공통점을 바탕으로 그려낸 파이 그래프는 아래와 같다.
붕괴: 스타레일의 연출의 공통점은 약 ‘8초’ 정도의 러닝타임 내에 모든 일련의 절차가 끝난다는 데 있다. 그리고 8초라는 시간을 면밀히 살펴보면, 대략 위와 같은 비중으로 필살기가 진행되는 걸 알 수 있다.
‘준비 연출’ 단계에서는 캐릭터 하나하나의 ‘어트랙티브 컷(가장 매력적인 포인트)’를 잡아주는 것을 주안점을 두고 흐름이 이어진다. 캐릭터의 얼굴이나 기타 개성 넘치는 장면이 드러나야하기 때문인지 필살기가 실제로 위력을 발휘하는 데 걸리는 단계보다도 더 길이가 길다.
‘효력 연출’ 단계의 비중은 그에 비해 조금 짧다. 붕괴: 스타레일의 필살기 제작자 입장에서는 화려한 이펙트로 펑펑 터지는 멋진 액션도 중요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준비 연출’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주는 것 그 다음 순위에 해당하는 모양이다.
마지막으로 ‘필살기의 결과’는 약 1/8 정도의 비중을 차지했다. 필살기를 사용한 결과가 누구에게 적용되는지, 아군에게 버프를 주었는지 적에게 대미지를 가했는지 보여줄 필요는 있으니 아주 짧은 시간을 할애해서 보여줄 것은 보여준 것이다. 바로 그런 구간이다.
이처럼 필살기 연출을 비교해보았을 때 각각의 비중을 정리해보니, 약 4:3:1 비율로 나타났다.
정리하자면, ‘붕괴: 스타레일’의 필살기는 약 8초 동안 ‘준비 연출’ 단계에서 어트랙티브 컷을 보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며, 그 다음으로 필살기의 멋진 액션(효력), 그 다음으로 필살기가 적용된 결과(적 또는 아군) 순으로 보여준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는 앞으로 계속 더 많은 캐릭터를 분석하면 비율은 바뀔 수 있겠지만, 이 정도 분석 자료도 충분히 참고할 만한 인사이트가 있다고 느껴진다.
정리하는 글
이번 글에서는 ‘붕괴: 스타레일’의 필살기 연출 분석을 진행하였다.
전반적인 연출의 흐름, 그리고 연출 안에 포함되는 구성요소와 그 길이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는데, 만약 내가 필살기를 기획해야하는 기획자라면 충분히 참고할 만한 요소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붕괴: 스타레일의 필살기 연출에는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바로 ‘섹시 어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미호요에서 제작되는 게임들은 전반적으로 ‘섹시 어필’이 약하다.
이는 중국 내부의 선정성 검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여성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주는 데 있어 극히 일부분의 요소(주로 페이스)만을 활용하고 있는 점은 대표적인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한편, 필자가 예전 ‘브라운더스트 2’에 대해서 분석한 글에서도 살펴본 것처럼 이러한 ‘섹시 어필’이 지나친 나머지 다소 천박해보이는 지점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필자는 여성 캐릭터의 매력을 보여주는 가장 적절한 비율은 ‘원신 이상, 브라운더스트 2 이하’ 정도라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예쁨’과 ‘천박’ 사이다.
라이자의 아틀리에의 연출을 보면, (허벅지가 매력있기로 유명한) 라이자의 연출 곳곳에서 라이자의 신체 곳곳이 자주 등장한다는 점을 볼 수 있다.
개발자 스스로가 라이자의 매력 포인트가 무엇인지 가장 잘 알고 있으니, 이것을 연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반영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캐릭터 스스로가 ‘섹시 어필’을 하기 위해 가슴이나 엉덩이를 흔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라이자의 허벅지, 엉덩이, 가슴이 강조되는 이유는 카메라 앵글과 구도 때문이지, 라이자가 일부러 필살기를 쓰기 위해 선정적인 동작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카메라 구도는 앞서 소개한 ‘붕괴: 스타레일’에서도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임에도 그렇게 하지 않는 점은 서브컬처 게이머로서 참 아쉬운 부분으로 꼽고 싶다.
필살기 연출을 제작하는 과정은 어렵다. 캐릭터성의 극한까지 그 캐릭터를 이해하고 나서야 비로소 가장 ‘그 캐릭터만이 가질 수 있는 연출’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대해 애정이 생기고, 이 캐릭터를 더 멋지게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이 피어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필살기가 함께하는 멋진 동료분들과 함께 고퀄리티로 제작되어 출시되었을 때 그 반응 또한 좋으면 그게 바로 게임 컨셉 기획자의 낙이 아닐까 넋두리를 남겨 본다.
이상 필살기 연출 분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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