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 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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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페이지 컨셉 기획서」로 만들고 싶은 게임 청사진 그려보기

들어가는 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열정만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라이트노벨 ‘시원찮은 그녀를 위한 육성방법’ 주인공, ‘아키 토모야’는 미소녀 게임을 만들고 싶은 열정이 다분한 소년이다.

그러나 같이 게임을 만들자고 꼬신 ‘카스미가오카 우타하’, 그리고 ‘사와무라 스펜서 에리리’에게 극한의 까임(?!)을 당하고 나서 현실의 벽을 깨닫는다. 메인 히로인 ‘카토 메구미’가 팀에 합류하면서 상황이 점차 나아지기는 하지만, 고집있는 성격 탓에 자꾸만 트러블을 일으키고야 만다.

게임 개발에 있어서 위 주인공같은 성격은 주위의 모두를 힘들게 만든다. 아마 이 작품의 원작자도 게임 개발을 해봤던 만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만든 게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그렇다. 게임 개발은 혼자서 할 수 없다. 어떤 형태로든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 되어 있다.

내가 게임 개발의 전권을 쥐고 있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내 게임을 만든다고 해도 어떠한 형태로든 도움을 받아야하는 부분이 있다면,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이 무엇인지 이해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아무도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게임을 만드는 건 정말 막막할 것이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게임을 남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열정만으로는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없다. 구체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이것이 ’10 페이지 컨셉 기획서 쓰기’ 포스트를 쓰게 된 이유다.


  • 내가 만들어야하는 게임이 뭘까?
  • 내가 잘 만들 수 있는 게임이 뭘까?
  • 내가 만들고 싶은 OR 좋아하는 게임이 뭘까?

위 세 개의 물음을 답하는 데에서부터 컨셉 기획이 시작된다.

게임 개발의 첫 순서는 이렇게 ‘원점(제로)’에서부터 다시 내가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좋아하는지를 찾아가는 시간이다.

Re-Zero 상황.한 마디로 ‘버겁다’. 어떡하면 좋을지 항상 실마리가 필요하다.

보통의 개발자는 ‘내가 만들어야하는 게임’을 만들게 된다.

회사가 원하는 방향성과 내가 자신있는 개발영역,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게임 스타일이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행복한 게임 개발 환경이 간신히 성립된다.

만약 내가 아무리 특정 게임 개발에 자신이 있더라도, 회사가 원하는 방향성과 정 반대라면 개발을 추진하기 힘들다.

이 경우 아무리 그럴싸한 기획을 해 가더라도 ‘다시 해오세요’라는 피드백을 듣기 십상이다. 회사가 원하는 방향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방향을 바꾸는 건 정말 어렵다.

이 사실을 빨리 깨달을수록 좋다. 회사(또는 개발 전권을 위임해주는 분)가 원하는 방향성을 먼저 캐치해야 한다. 그 방향 내에서 내가 잘 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을 실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회사와 내가 서로 Win-Win하는 길을 찾는 게 기획자의 생존 전략이다.

10 페이지 컨셉 기획서 개요


이 글은 필자 나름대로 다양한 ‘게임 디자인 전문 서적’을 보면서 습득한 지식을 필자의 스타일로 정립한 것이다.

필자가 아래에 소개하는 가이드라인은 최소한 ‘들어가야할 것이 빠지지는 않는’ 것을 목표로 했다.


’10 페이지 컨셉 기획서 쓰기’는 ‘시놉시스’로부터 시작한다.

아마 대부분의 컨셉 기획 첫 머리는 시놉시스로 시작할 것이다. 이유가 있다.

대다수의 독자는 기획서의 첫 머리부터 어떤 구체적인 ‘게임 피처 기획’으로 시작하는 걸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독자는 게임 스토리가 무엇이고 주인공은 누구인지, 게임 플레이는 어떤 식인지 가능한 한 빨리 알고 싶어한다.

이 ‘법칙’은 단순히 우연이거나 기분탓이 아니다.

오늘도 후원자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텀블벅’에서는 수많은 페이지가 첫 시작을 ‘시놉시스’로 시작하는 걸 볼 수 있다.

시놉시스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내용은 바로 ‘키 비주얼’과 배경이 되는 ‘사건(해결해야 할 사건)’이다.

배경이 되는 세계관(중세, 근대, SF 등)이나 작품의 핵심 소재(‘마력석’, ‘뱀파이어’, ‘세계멸망’ 등)가 드러나도 좋다.

시놉시스 단계에서 기승전결을 포함한 구체적인 스토리가 포함될 필요는 없다. (이건 뒤의 ‘배경 스토리’에서 다룬다.)

키 비주얼도 만약 준비하기가 어렵다면 장르나 게임 플레이, 그림체가 유사한 게임의 키 비주얼을 첨부하는 방법도 좋다.

이것만 봐도 ‘대충 ~~랑 비슷한 거구나’라는 느낌이라도 받을 수 있어야하고, 독자 입장에서 ‘아, 이거 재밌겠는데?’라는 느낌이 들면 유리한 첫인상을 주고 시작했다고 봐도 좋다.

시놉시스를 쓰는 방법에 관해서는 책이나 다른 블로그 포스팅에서도 많이 다루고 있으니 그쪽을 함께 참고하는 것도 좋다.

포켓몬스터를 아는 사람이라면 위 장면 이후 곧 어떤 경험을 할 지 상상이 가능하다.

‘경험 목표’는 한 마디로 게임의 ‘핵심 컨셉’이다.

이것이 게이머(플레이어) 입장에서 어떤 것을 경험하는지를 미리 정리한 것이 바로 ‘경험 목표(Experience Goal)’이다.

‘경험 목표’에서는 이번에 개발하는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어떤 ‘경험’을 줄 것인지 머리속에 그릴 수 있게 하는 게 목적이다.

경험 목표로 세울 키워드는 4~5개 정도가 적절하다.

‘육성, 사냥, 전투, 보스전, 길드전, 파밍, 캐릭터 수집, 월드 레이드…’

위 용어들은 경험 목표를 세울 때 떠올릴 수 있는 경험 목표 후보군들이다.

서로 유사한 경험 목표를 내세우는 게임은 수도없이 많다.

게으른 걸까, 안전한 길을 택한 걸까.

그런데 위 경험들은 ‘여타 수많은 게임에서 주는 경험’과 크게 다르지 않다. 틀렸다는 게 아니라 신선하지 않다는 의미다.

만약 위 용어들을 핵심 경험 목표로 선정한다면 기획서를 읽은 독자들은 ‘검은사막 만들자는 거네’, ‘리니지네’, ‘에픽세븐인가?’와 같은 색안경을 끼고 문서를 보게 된다.

실제로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실제로 만들려고 했던 게임이 독자들이 예상한 게임과 전혀 다른 게임이었다면 경험 목표를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한번 인식이 박히게 되면 그 이후에 인식의 틀을 전환하려는 아이디어를 덧붙이려는 노력(예: ‘아, 그게 아니고요, 검은사막에다가 말 육성을 하자는 얘기에요’)을 하더라도 독자의 선입견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포켓몬스터의 ‘경험 목표’중 하나는 몬스터 획득이다. 몬스터볼을 몬스터(포켓몬)에게 던져, 확률에 따라 획득할 수 있는 일련의 경험은 포켓몬스터만의 아이덴티티다.

경험 목표는 꽤 ‘디테일하면서도’ ‘쉬운 언어’로 독자들에게 경험 목표를 소개하는 게 중요하다.

‘말 경주 게임’보다는 ‘경마’가, ‘불가능한 장애물 뛰어넘기’보다는 ‘항아리를 타고 점프하기’가 낫다.

도저히 감을 못잡겠으면, ‘참신해 보이는 키워드’가 ‘흔해빠진 키워드’보다는 낫다.

‘사냥-육성-전투-레이드’ 보다는 ‘레이싱-연애-외제차-튜닝’이 더 기대되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 (실제로 이런 게임을 만들지와는 별개로)

경험 목표 정하기는 ‘게임 디자인 기둥 세우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설정할 수 있으니, 관련 문서를 읽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게임 디자인 기둥으로 게임개발의 틀 바라보기

‘디자인 목표’에서는 이번에 만들 게임의 ‘게임 디자인’ 관점에서 반드시 결정해둬야 할 부분을 소개해야 한다.

10 페이지 컨셉 기획서 전체를 통틀어 전하려는 내용(그래서 뭐 할건데?)이 가장 집약된 부분이 바로 이곳이다.

디자인 목표에서 반드시 다뤄야 하는 항목은 아래와 같다.

  • 게임의 제목
  • 게임의 개발명(제목이 미정일 경우)
  • 장르
  • 소재
  • 테마
  • 유사 게임(또는 경쟁 게임)
  • 예상 플레이 타임
  • USP(유니크 셀링 포인트; 이 게임의 강점)
  • 플레이 흐름 요약

적어도 위의 내용이 있어야 이 문서를 읽는 독자가 게임의 스케일, 그리고 개발에 필요한 인력과 자원(필요한 게임 엔진, 라이브러리 등) 등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이 게임을 개발하는 다른 개발자들이 게임의 방향성을 다르게 오해하거나 헷갈리지 않는다.

디자인 목표가 정해져 있다면 마케팅이나 운영에서도 게임 개발 방향성에 대해 빠르게 캐치하고, 이에 맞게 서비스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리니지라이크’ 장르의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수집형 RPG’에 더 적절한 운영을 하면서 손발이 안맞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백문이불여일견, 위의 9개의 항목에 대해서 임의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가안을 잡아보자면 아래와 같다.

디자인 목표 가안 – ‘Project eX’

  • 게임의 제목 : (미정)
  • 게임의 개발명(제목이 미정일 경우) : Project eX(eXpress)
  • 장르 : 미소녀 액션 레이싱
  • 소재 : 고대의 신수 ~ SF까지 이르는 모든 탑승 수단
  • 테마 : 대기권이 곧 무대?! 지구를 무대로 펼쳐지는 무한궤도 액션 레이싱! 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건 과연 누구?
  • 유사 게임(또는 경쟁 게임) : ??? (다른 레이싱 게임, 서브컬처 게임 등)
  • 예상 플레이 타임 : 스토리 볼륨 5시간, 인게임 볼륨 40시간
  • USP(유니크 셀링 포인트; 이 게임의 강점) : 판치라, 레이싱 걸 등 매력적인 미소녀. 남심을 자극하는 멋진 탑승물(신수부터 양자 마하 에어 바이크까지)
  • 플레이 흐름 요약 : 게임 타이틀 -> 스토리(루틴 시작지점) -> 경쟁 -> 인게임 플레이 -> 승리(루틴 종료지점) -> 최종 승리

프로젝트 목표의 정의

프로젝트 목표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앞의 ‘경험 목표’와 ‘디자인 목표’를 건너뛴 독자가 있다면 먼저 위의 두 항목을 읽고 이번 항목을 읽기를 권장한다.

(이번 포스트인 10 페이지 컨셉 기획서는 실제로 위부터 아래순으로 읽는 걸 권장한다.)

‘경험 목표’에서 이번 게임을 개발함으로써 플레이어에게 주고자 하는 경험을 소개했다.

‘디자인 목표’에서 이번 게임의 장르와 소재, 대략적인 플레이 흐름을 소개했다.

프로젝트 목표란, 앞서 소개한 ‘경험 목표’와 ‘디자인 목표’를 종합한 광의(廣意)의 목표이다.

앞서 ‘경험 목표’와 ‘디자인 목표’는 게임의 속성을 정의하는 데 주력했다면, ‘프로젝트 목표’는 게임의 ‘게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상품으로써의 목표에 가깝다.

‘경험 목표’와 ‘디자인 목표’가 게임 디렉터가 해야하는 고민의 영역에 해당한다면, ‘프로젝트 목표’는 게임 프로듀서(총괄 책임자)가 고민해야하는 영역에 가깝다.

  • 이번에 개발하는 게임은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을 갖출 것인가?
  • 이번에 개발하는 게임의 포지셔닝은 어떠한가?
  • 이번에 개발하는 게임의 잠재 고객은 누구인가?
  • 이번에 개발하는 게임의 필요 인력의 수과 필요 전문성은 어떤 것인가?

게임(프로젝트)이 시장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가가 바로 ‘프로젝트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프로젝트 목표가 가른 두 게임의 명암

‘캐시카우’로써 시장에서 돈을 쓸어담는 게 목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게임이 캐시카우로써 게임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다른 ‘경험 목표’와 ‘디자인 목표’가 서로 시너지를 내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게임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무엇보다도 ‘고객 분석’이 확실해야 한다.

트릭스터 온라인은 캐주얼한 아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방치형’이나 ‘수집형’이 더 어울린다.
후속작 트릭스터m도 ‘통제’나 ‘하드한 과금’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NC소프트에서 개발한 ‘트릭스터 M’은 귀여운 리니지라는 부제를 달고 시장을 공략했지만 실패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트릭스터 M의 프로젝트 목표가 ‘캐주얼한 게임성을 통한 고객층 외연의 확장’이 아니라 ‘집토끼 공략’이었기 때문이다.

트릭스터 M은 원작 IP(트릭스터 온라인)가 있는 게임이다. 만약 NC소프트 집토끼가 ‘원작 트릭스터 온라인 유저층’이었다면 이 공략은 성공했겠지만, 안타깝게도 트릭스터 원작팬은 ‘집토끼’가 아니었다. 반면, ‘집토끼’ 입장에서는 원작팬이 오히려 자신들의 플레이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불순물’에 가까웠다. 두 고객층은 서로 섞이며 공존할 수 없었고, 결국 게임은 출시 이후 줄곧 삐걱댈 수밖에 없었다.

‘트릭스터 M’의 프로젝트 목표가 집토끼도 잡고, 트릭스터 원작팬도 잡는 방향이었다면 결과는 지금과 판이하게 달랐을지도 모른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실제로 이러한 고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장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는 서브컬처팬 공략을 위해 한국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요스타’ 퍼블리셔를 끼고 일본 시장을 선 공략했다. 초반에는 운영 등 다양한 부문에서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며 불안한 시작을 했다. (실제로 김용하 PD 운영 초반 불안정한 서비스와 미흡한 운영 등의 이유로 진지하게 사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브컬처 시장에서 ‘우마무스메’와의 정면승부를 피하면서 천천히 ‘프리코네’의 파이를 빼앗아오면서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었고, 잇단 메인/이벤트 콘텐츠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결국 장기적인 흥행체제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만약 블루 아카이브가 ‘넥슨코리아’나 ‘넥슨재팬’ 퍼블리셔로 출시했다면, 비슷한 포지션의 ‘프리코네’가 아니라 ‘우마무스메’와 경쟁했다면, 아니면 초반의 운영 미숙이 끝끝내 해결되지 않았다면 지금 시장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성뿐만 아니라 감성에 닿는 목표를

그렇다면 프로젝트 목표는 이처럼 게임이 어떻게 ‘돈을 벌지’에 대해서만 떠드는 목표에 불과할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계산기(Mechanics)가 아니라 감성(Aesthetics)이다.

아무리 돈을 확실하게 버는 황금률같은 공식이 있다고 해도 시장을 감동시키지 못한 게임은 공허하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기억에 남는 건 그 캐릭터의 명대사, 그때 흥얼거렸던 멜로디, 그때 눈물을 흘렸던 장면이다.

이번 게임(프로젝트)은 플레이어에게 어떠한 ‘감성적인 경험’을 줄 것인가.

에버소울 1주년 OST

에버소울은 1주년 이벤트를 맞이해, 1주년 OST를 공개했다. n주년을 맞이한 게임이 신규 OST를 공개하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이번 OST가 특별히 필자의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있었다.

에버소울의 OST는 90년대-0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그때 그 시절’ 감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에버소울의 프로젝트 목표가 ‘그때 그 시절’ 사람들의 추억을 자극해, 게임에 신규 유입하게 하거나 복귀하게 만드는 것이었다면 필자는 그 목표가 성공적으로 동작했다고 본다.

10 페이지 컨셉 기획서에는 이와 같은 ‘감성’에 대한 부분이 가미되어도 좋다.

10 페이지 컨셉 기획서를 빽빽하게 장식하는 ‘비문학’ 지문 사이에서 유일하게 ‘문학’에 해당하는 게 바로 이 파트다.

  • 이번 게임의 메인 플롯은 무엇인가?
  • 주인공은 누구이며, 그를 방해하거나 도와주는 는 방해자와 조력자는 각각 누구인가?
  • 주인공의 고민은 무엇이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게임 스토리텔링에 관한 좋은 책은 수도 없이 많다. 따라서 이번 포스트에서는 어떻게 하면 재밌는 스토리를 전달할지에 대한 것보다는 최소한 어떤 내용이 ‘플롯’에 포함되어야하는지만 소개하는 선에서 넘어가도록 하겠다.

덧붙이자면, ‘기승전결’ 구조나 ‘3막’ 구조, ‘발단-전개-위기-결말-대단원’으로 이어지는 5단계 구조를 따르는 한 페이지 분량의 플롯이면 충분하다.

플롯만 읽어도 재미있으면 더욱 좋다.

아이디어를 모으고-정리하고-연결한다

10 페이지 컨셉 기획서를 읽는 독자들이 슬슬 ‘게임이 어떻게 진행될까?’를 궁금해하는 순간이 왔다.

장르 분류상 레이싱 게임이라고 해도 조작방법은 천차만별이다.

유로 트럭과 카트라이더는 차를 운전하는 경험은 동일하지만, 장르나 게임 운영 등에서 대단히 차이가 크다.

어떤 게임은 사실적인 운전 경험을 중시해, 게임의 기어 넣는 방법부터 차량의 무게에 따른 가속도까지 고려한 운전을 해야 한다.

반면에 어떤 게임은 차량의 질량이나 부피와 완전히 무관하게, 부스터 버튼만 눌러도 앞으로 질주하며 스피드를 느낄 수도 있다.

게임이 끝나면 스토리는 어떻게 될까? 스토리가 게임의 흐름에 개입하는지도 중요하다.

레이싱이 끝나면 보상은 어떻게 될까? 보상을 받아서 차량을 개조할 수 있을까? 아니면 운전자(파일럿)의 신체능력을 강화하는 시스템은 어떨까?

레이싱을 10번 이기면 레이싱 10회 승리 기념 트로피를 주는 아이디어는 어떨까? 단순히 기념하는 트로피가 아니라 새로운 차량을 주거나 차량의 잠겨 있던 기능이 개방되는 건 어떨까?

위에 나열한 것처럼 수많은 아이디어가 ‘게임의 흐름’ 파트에서 홍수처럼 쏟아져나올 수 있다.

이것을 잘 정리해서 하나의 ‘그럴듯한 콘텐츠’로 만들자. 그리고 이 콘텐츠를 서로 연결해보자.

게임을 켰을 때부터 게임을 끌 때까지 어떤 흐름이 될 지 정리해보자. 이 흐름을 형성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아이디어를 확보하자.

‘경험 목표’의 체

아이디에이션 순간은 게임 개발 과정에서 가장 ‘즐거운’ 순간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경계를 늦추면 안 된다.

좋은 아이디어라고 해서 우리 게임에 적절한 아이디어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경험 목표’를 떠올려보자. 만약 우리 게임에서 정한 경험 목표가 ‘액션 스피드’였다면 ‘사실적인 운전’ 아이디어는 잘 안 어울릴 수 있다.

우리 게임에서 정한 장르가 ‘소울라이크 라이딩’ 경험이라면, 캐주얼 장르에서 흔히 사용되는 ‘부스터’나 ‘미사일 쏘기’ 등의 아이디어는 어울리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에라토스테네스의 체.
앞서 정한 ‘규칙’에 따라 걸러낼 건 걸러내야 한다.

아이디어가 다양한 것은 좋지만, 우리 게임의 경험 목표와 디자인 목표, 나아가 프로젝트 목표에 어울리지 않는 아이디어는 체에 쳐서 옆에 잠깐 보관해두는 결정도 필요하다.

체에 걸러진 아이디어를 버리자는 게 아니다. 다음에 더 좋은 순간에 사용하기 위해 잠깐 ‘킵’해둔 것이다.

‘연결되지 못한 아이디어’의 체

경험 목표의 체에서 아이디어를 걸러냈다.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체에 걸러지지 않은 아이디어 중에서도 걸러내야 하는 아이디어가 여전히 있을 수 있다.

가령 이런 식이다. 레이싱에서 승리했을 때 승리포즈가 나온다는 아이디어를 생각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승리포즈는 누가 하는걸까? 레이서가 굳이 차에서 내려서 브이 포즈를 짓는 걸까? 이 흐름은 자연스러운가? 필자라면 이 흐름이 어색하다고 느껴서 승리 포즈 아이디어는 잠깐 옆으로 치워둘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를 연결해보면 된다.

모든 아이디어가 연결되는가? 아니면 연결될 자리를 찾지 못했는가?

게임의 흐름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도무지 다른 아이디어와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디어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도 아쉽지만 잠깐 옆에 치워둬야 한다.

그리고 다시 연결해보자. ‘연결’은 말 그대로 시각적으로 도식화하는 걸 추천한다.

‘마인드맵’, ‘플로우차트’ 등 시각적으로 흐름을 보여주는 좋은 방법이 많이 있다. 필자는 draw.io를 이용해 플로우차트를 그리는 방법을 선호한다. 어떤 방법이든 좋으니, 게임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한 번의 사이클을 그려보도록 하자.

키 비주얼 정립

10 페이지 컨셉 기획서에서 어쩌면 가장 중요한, ‘아트’를 확립해야하는 시간이다.

  • 배경이 되는 시대는 언제인가.
  • 사용하는 무기(또는 탈것 등)는 무엇인가.
  • 사람들의 복식은 어떠한가.

그리고 이런 것은 글로 적기보다는 아래와 같이 한 장의 그림으로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다.

DUNE의 키 비주얼. 포스터만 봐도 세계관의 많은 부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다른 게임과 유사한 세계관을 설정하는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은 될 수 있으나, 결국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만약 그 게임이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거나 자칫 ‘엉뚱한 컨셉’을 잡았다면 그것을 고스란히 베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중세 판타지’라면 그 시대에 맞는 ‘중세 판타지 레퍼런스 아트’가 필요하다.

중세 판타지 중에서도 극실사인지, 반실사인지, 캐주얼풍인지, 인체의 비율과 묘사의 정밀도는 어떠한지 결정해야 한다.

게임의 엔진이 언리얼, 유니티, 코코스인가에 따라서 이러한 비주얼도 달라질 수 있다.

왜 세계관 얘기를 하는데 ‘배경’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그런 바로,

백 가지의 세계관 설명보다는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한 장의 키 비주얼이 훨씬 유용하기 때문이다.

세계관 설명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건 먼저 ‘키 비주얼’이 될 만한 레퍼런스를 확립하는 일이다.

그 다음에서야 이 게임에서 어떤 스토리를 전개하고 어떤 캐릭터를 등장시킬 지 결정할 수 있다.

만약 반대로, 캐릭터와 스토리를 모두 정해놓은 뒤에 세계관을 설정한다면, 추후 어떠한 기술적인 이유 등으로 카메라, 이펙트, 뷰타입 등이 변경되었을 때, 기껏 정해놓은 게 못쓰게 될 수 있다.

심시티를 만들려고 했다가 방향을 틀어서 주 타이쿤을 만들게 될 수 있다. 그런데 동물을 만들어놓고 주 타이쿤을 만들려고 했다가 기술적 이유로 심시티로 개발하게 되었다면 동물은 모두 버려야 한다. 이는 프로젝트 수명에 굉장히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키 비주얼을 결정하고, 먼저 그것이 가능할지 내부에서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

그 다음에 개발 도중에 마주칠 수 있는 암초(리스크)를 하나하나 발견해가며 제거한다면, 무사히 원하는 지점에 다다를 수 있다.

한 마디로, 리니지 개발자만 모아놓은 스튜디오에서 젤다를 만들 수는 없다.

10 페이지 컨셉 기획서를 쓸 때는 그와 같은 스튜디오 내부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근간이 되는 설정 정립

우리 게임에서 월드맵을 보여줘야한다면, 월드맵은 ‘구체’로 생겼는가, 아니면 ‘지도형태’로 생겼는가.

위 물음에 어떠한 결정을 내려야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사소해보이지만 위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게임의 세계관적 배경이 어느 정도 짜여있어야 한다.

만약 ‘전지구적 사건’이 벌어지는 세계라면, 구체가 더 어울린다.

중세 판타지 세계관이나 국지적으로 일부 지역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다면 지도형태가 더 알맞다.

이런 설정을 풀어서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 창조 원리 설정: 신들의 시대인지, 아니면 인간문명의 시대인지
  • 시대 사조: 이 시대상은 몇 세기의 기술이 핵심적으로 드러나는가
    • (예: 사무라이가 등장하면 13~16세기 일본 느낌이 난다)
  • 배경 디자인: 유럽풍인가 아시아풍인가 이세계 중세풍인가.
  • 캐릭터 디자인: 복식 디자인의 발전은 어느 시대 수준인가. 빅토리아풍인가. 로코코풍인가.

쓰일 수 있는 아이디어 위주의 기획

스팀펑크는 매력적인 세계관이지만 게임으로 구현하기에는 예상되는 어려움이 많다.

‘증기기관 연료 정제 기술의 획기적인의 발전으로 말미암아 스팀 펑크의 시대가 도래하였고, 100미터가 넘는 비공정이 하늘을 나는 시대가 찾아왔다.’

위 설명에 따르면, 100미터가 넘는 비공정이 하늘을 날아야 한다.

하지만 그 세계관 설정 아이디어를 실제로 우리 게임에 구현 가능한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한다.

만약 구현 가능하다고 해도, 그 비공정의 목적은 무엇일까. 내부는 어떻게 생겼을까. 배치 가능한 프랍의 개수는 어떻게 될까.

자칫 잘못하다가는 비공정 하나 개발하려다가 프로젝트 모든 인력이 고통의 블랙홀로 빨려들어갈 수 있다.

비공정을 개발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경험 목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하늘을 날고자 하는 경험’을 주려고 했다면, 적당한 1인승 날틀도 충분하다. 이곳에 양력을 부여할 수 있는 작은 엔진을 달아도 충분할 수 있다.

‘스팀펑크’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목적이었다면, 개인용 총기에 ‘그럴듯한 장치’만 달아줘도 충분하다.

쓰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외한 모든 아이디어는 ‘쓰일 수 없으니’ 제거(kill it)해야 한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고 ‘약속’하기

10 페이지 컨셉 기획서의 모든 내용은 ‘변할 수 있다.’ 이것은 불편하지만 인정해야만 하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게임 개발 환경은 언제 어디서든 상황이 변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대처해야하기 때문이다.

경험 목표와 디자인 목표처럼 변치 않으리라 기대했던 튼튼한 기둥들도, 어떠한 불편한 이유로 바뀌어야할 수 있다.

그렇다면 모든 요소가 바뀔 수 있으니 우리는 어떠한 것도 기획하지 못한 채 그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걸까?

그렇지는 않다. 대전제로 다시 되돌아가자.

이 게임의 목표(프로젝트 목표, 경험 목표, 디자인 목표)가 무엇일까.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처음부터 스포츠카를 타려고 하면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바퀴와 프레임까지 만들었더라도 핸들을 못 만들면 스포츠카를 탈 수 없다. 너무 리스크가 크다.

처음 목표가 ‘탈 것’을 타는 것이었다면 스포츠카를 타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우리는 ‘바이크’를 탈 수 있다. 스포츠카만큼 멋있지는 않아도, 충분히 목적은 달성한다. 이것이 바로 개발에 임해야 할 우리의 태도다.

  • 스포츠카가 아니라 ‘탈 것’을 타자고 약속하기.
  • 위쳐 3같은 전투 시스템이 아니라, ‘마법을 쓰는 액션 전투’를 약속하기.
  • 발더스 게이트같은 다변수서사가 아니라, ‘선택지가 있는 스토리’를 약속하기.

위와 같은 ‘약속’은 최소한 약속이 틀어지더라도 우리는 어떠한 조그마한 성과를 거머쥘 수 있게 우리를 ‘보호’해준다.

이 관점에서 플레이어가 우리 게임에서 경험할 것들을 하나씩 기획서에 적어보자.

상상할 수 있게 하기

‘멋진 캐릭터 일러스트 감상하기’보다는 ‘아슬아슬하게 팬티가 보일 것 같은 아찔한 이벤트 일러스트’가 낫다.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의 전투’보다는 ‘SRPG로 화려하게 부활한 5 vs 100 전투’가 낫다.

‘딸을 육성하는 경험’보다는 ‘아르바이트도 보내고, 무사수행도 보내고, 바캉스도 보내며 건강하게 딸 키우기’가 낫다.

후자의 설명은 전자의 설명보다 우리가 훨씬 구체적으로 장면을 상상할 수 있게 한다.

플레이어 입장에서 이러한 설명은 ‘와! 그거 진짜 해보고 싶었는데’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개발자 입장에서도 좋다. 우리가 무엇을 개발해야 할지 머리속에 견적을 그릴 수 있게 돕기 때문이다.

물론 10 페이지 컨셉 기획서가 플레이어에게 공개되지는 않겠지만, 위 문구를 미리 적어두면 마케팅 카피 문구로 화려하게 재활용할 수도 있다.

10 페이지 컨셉 기획서는 문서 성격상 디테일한 무언가보다는 거시적인 개념의 방향을 설명하는 게 많다.

이번 항목에서는 미처 위의 다른 란에 적지 못했던 자잘한 아이디어들을 정리해볼 때다.

예를 들어, 보스 몬스터 아이디어로 ‘사신수’를 활용하는 방법을 적어볼 수 있다.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수집하는 ‘퍼즐’을 모아 맞추면, 일러스트가 개방되는 아이디어도 좋다.

BGM의 무드, OST의 녹음, 캐릭터를 선택하면 보이스가 나오는 기능 등 게임을 풍성하게 하는 아이디어는 모두 괜찮다.

그 대신,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10 페이지 컨셉 기획서 초반에 정리한 ‘목표’들과 어긋나서는 안 된다.

장르상 ‘레이싱 게임’인데 ‘미사일 아이디어’가 나오면 혼란스러울 수 있다. (실제로 미사일을 쏜다고 할 지라도)

일단 미사일 아이디어는 ‘탈 것’을 무엇으로 할 지 결정되고 난 뒤에 게임플레이 개선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것도 괜찮다.

그리고 놓치고 있는 게 없는지 다시 한번 검토하자.

예를 들어, 레이싱 게임인데 ‘레이싱 걸’ 의상 디자인 아이디어를 빠트렸는지 말이다.

10 페이지 컨셉 기획서 표지
블랙서바이벌 레이싱 모델 ‘이바’.
캐릭터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레이싱과 잘 어울린다.

여기에서 다루면 좋을 내용은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다.

  • 주인공 아이디어
  • 필드 기믹 아이디어
  • 적 목록
  • 적 유형
  • 소모품 종류
  • 장비 아이템 유형
  • 라이벌 아이디어
  • 게임 플레이 보상
  • 라이브 루틴 업데이트 아이디어
  • 미니게임 아이디어
  • BGM, OST 아이디어
  • 효과음 아이디어
Fate Stay Night의 플로우차트.
이 정도로 복잡할 필요는 없고, 반복되는 패턴을 캐치해서 추상화하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10 페이지 컨셉 기획서 대망의 10번째 페이지다.

앞서 6번째 항목에서 ‘게임의 흐름’에서 결정한 내용을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페이지다.

6번째 항목에서 이미 충분한 ‘레퍼런스’와 ‘플로우차트’를 선보였다면 이번 ‘게임 플레이 플로우’는 생략해도 좋다.

그러나 6번째 항목에서 ‘플로우차트’만 보여줬다면, 여기에서는 레퍼런스 이미지를 보여주자.

레퍼런스로는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나 경쟁사 게임이 좋다. (희망하는 비주얼과 스타일이 크게 달라도 문제는 없다.)

반대로, 6번째 항목에서 레퍼런스를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면 여기에서 플로우차트를 보여주도록 하자.

레퍼런스와 플로우차트, 그 어떤것도 중요도가 결코 다른 하나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마무리하는 글

마지막에 와서 사실을 고백하겠다.

위 모든 내용을 하나의 문서에 정리하면 분량은 이미 10 페이지를 훌쩍 넘어갈 수 있다.

‘게임 세계관’ 하나만 정리하는 데에도 3페이지 이상은 가볍게 차지할 수도 있다.

내용은 모두 빼 버리고, 아이디어를 모아둔 레퍼런스 이미지만 첨부해도 10 페이지를 넘어갈 수 있다.

필자가 이 포스트에서 10 페이지 컨셉 기획서라는 용어를 굳이 강조한 이유는, 문서의 절대적인 ‘분량’을 말하고자 한 게 아니라 10 페이지 안에 우리가 설명해야 하는 게 무엇이 있는지 짚고 넘어가기 위해서였다.

필자의 능력으로는 아직 이 모든 정보량을 축약하기에 10 페이지는 허들이 높다.

그러나 어떤 개발자는 10 페이지도 채 되지 않는 문서에 만들고자 하는 게임의 핵심을 모두 담을 수도 있다.

비트코인을 창시했다고 알려진 ‘사토시 나카모토’는 9페이지의 논문만으로도 비트코인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문서는 블록체인 역사를 뒤바꾼 혁명을 일으켰다.

이 문서는 분량이 적지 않은 글이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간결하다.

우리 기획자는 이 문서 한 장으로 우리가 만들 게임의 방향성을 정리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개발할 수 있게 힘을 실어줄 사람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 또한 대단한 사람이어서 이 글을 쓴 게 아니다.

필자가 바쁜 일상에 치여 망각하기 전에 노하우를 기록해두고, 다음에 두고두고 써먹으려고 글을 쓰게 되었다.

아무쪼록 독자분들에게도 부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더 기쁘겠다.

참고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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