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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게임산업’에 불어오는 세 개의 바람

들어가는 글


3월은 매년 새해를 맞이한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는 달이다.

내일이면 학교에 다니는 초중고, 그리고 대학생들은 겨울방학이 끝나고 새로운 학기를 맞이한다.

절기상으로도, 2월까지 이어진 겨울이 드디어 조금씩 날이 풀리며 2024년 봄이 시작된다.

필자는 대학교를 졸업하던 때까지, 3월이 되어서야 본격적인 ‘새해’라고 생각해왔었다.

직장인이 된 지금에야 1월 1일이 새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만, 3월이 되자 학교를 다니던 그 시절이 조금은 그립게 느껴진다.

2024년 게임산업 또한 새해를 맞이한 뒤 어느덧 3개월이 흘렀다.

이번 글에서는 2024년 게임산업에 대해 필자가 주목한 세 가지 사건에 대해 느낀 바를 공유해 보고자 한다.



2023년부터 이어진 고용한파가 2024년 봄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안 그래도 게임산업의 고용안정성은 낮은 편인데,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도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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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다미 기자, SBS Biz, 게임업계 칼바람 지속…소니 플레이스테이션, 900명 감원

소니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세자리수 감원을 단행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1월 25일 1,900명을 회사에서 떠나보낸 지 2달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해진 잇따른 해고 소식이다.

가장 안타까운 건 이러한 ‘개발 인원 감축 소식’은 여전히 많은 게임회사에서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필자의 회사에서도 프로젝트가 실패하자 전배를 온 분도 계시고, 반대로 다른 길을 찾아 나간 분도 계시다.

하나의 프로젝트가 개발 중단되면 그 프로젝트에 종사하던 개발자는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는다.

국내 게임산업에서는 공식적으로 ‘해고’를 하는 일은 드물다. 그나마 해외보다는 고용안정성이 보장되는 듯하지만, 그래도 선택지는 많지 않다.

다른 프로젝트로 ‘전환배치’를 하기도 하지마 대다수는 자발적인 ‘권고사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다.

프로젝트의 성패는 개발자 개개인의 탓이 아니지만, 고용한파의 찬바람은 항상 낮은 자리부터 매섭게 불게 된다.

‘정규직이 정규직의 고용안정을 보장받지 못하는’ 국내게임산업 특성상 고용안정성 문제는 항상 화두였다.

그런 고용불안조차 감싸안지 못하는 한국 게임산업이 한때 ‘게임강국’을 자처했다는 사실이, 필자와 같은 연차가 조금 쌓인 개발자 시선에서 보면 짓궂은 농담처럼 느껴진다.

한때 게임강국임을 자처하던 한국은 이미 10년도 더 전에 중국에 그 타이틀을 넘겨준 뒤 다시는 그 자리를 넘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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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최초 공개된 리니지 이터널의 모습. 이제 14년 된 그래픽이지만 그렇게 구려보이지 않는다.

2011년 지스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이터널’은 로스트아크보다 훨씬 먼저 기술적 완성도를 자랑하며 한국 게임의 별이 될 것처럼 국내외의 기대를 한껏 끌어모았으나 끝끝내 판교테크로밸리에서 이슬처럼 사라졌다.

지금 그 불명예스러운 오점을 계승할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게임으로 데브캣 스튜디오의 ‘마비노기 모바일’이 점쳐진다.

‘또 원작의 모바일 게임이냐’는 볼멘 소리에도 어쩔 수 없는 게,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상실한 게임산업은 이제 재탕의 맹탕만이 유일한 생존 전략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처음 프로젝트를 발표했을 때는 2~3년을 바라보고 모바일플랫폼답게 ‘가볍게’ 개발하려고 했겠지만, 마비노기 모바일은 이제 개발기간 8년을 바라보는 개발비 잡아먹는 괴물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2020년대가 되어도 2024년 게임산업 매출의 큰 파이를 차지하는 게임은 소위 말하는 2000년대에 출시한 게임이거나, 그때 출시한 게임 IP의 후속작의 비중이 크다.

물론 수많은 새로운 게임 개발이 시도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 초과노동을 뒤로한 채 사라졌을 것이다.

한편, 봄바람처럼 훈훈한 좋은 소식도 있다.

‘오타쿠 컬처’나 ‘서브컬처’라고 하는 장르적 코드가 마침내 업계의 주류 트렌드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귀멸의 칼날’이나 ‘최애의 아이’등 J-Anime는 지금 자라나는 초등학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끈다고 한다.

필자 또한 어릴 적부터 서브컬처 장르의 작품들을 좋아했던 나머지, 대학에 가서도 서브컬처를 학문으로써 심도깊게 탐구한 적이 있었다.

국내 3N은 이미 서브컬처 IP를 자체 생산하려 하거나 IP 라이센스를 체결하여 개발하기 시작했다. 오히려 국내 10대 게임개발사 중 ‘서브컬처 코드’가 빠진 회사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필자와 같은 ‘서브컬처 내러티브 디자이너’의 설 자리가 점점 더 넓어지는 건 필자에게는 좋은 일이다.

한편, ‘서브컬처’라는 이름 자체가 풍기는 ‘주변인(서브적 존재)’이라는 낙인은 그 용어가 가진 의미 자체부터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필자는 ‘서브컬처’는 ‘서브컬처’라는 근원적 인식이 바뀌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지만, 그에 대한 논의는 이번 글의 주제와 거리가 머니 논하지 않겠다.

그렇다면 서브컬처는 어떻게 2024년 게임산업의 주류 트렌드가 될 수 있었을까?

먼저, 중국 게임산업의 성장이 이차원게임의 성장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함께 고속성장해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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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MICATEAM에서 내놓은 ‘소녀전선(Girls’ frontline)’과 기술 오타쿠가 세계를 구한다는 표어를 내세운 Mihoyo의 ‘붕괴 3rd’는 중국의 이차원게임의 발전을 상징하는 고전이 되었다.

이들 게임은 이제 다른 중국 이차원게임 개발사들이 목표로 하는 이상적 지점이자,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는 기술적 모체가 되었다.

소녀전선은 이후 벽람항로나 명일방주등으로 이어지는 ‘캐주얼 이차원게임’의 궤적을 잇는 대표작이 되었다.

붕괴 3rd가 자랑하는 하이퀄리티 액션과 에반게리온을 연상시키는 SF 세계관을 계승하려는 시도는 고퀄리티 PV 영상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전세계적인 서브컬처 게임 퀄리티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이들 게임이 출시되던 때를 기점으로 중국 게임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바뀌었다. 당시, 중국 게임들은 저렴한 퀄리티에 국내 게임의 카피캣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있었는데, 이 시점을 계기로 서브컬처 진영에 한해서는 따라갈 수 없는 ‘초격차’가 발생하던 시기로 기억한다.

우리는 중국이 자국 문화산업에 대한 굉장히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고있음에도 한편으로 게임산업이 왜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정치적 맥락도 함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자국 내의 ‘정치적-문화적 검열’이 대단히 강하지만, SF 세계관에 대해서는 ‘꽤 너그럽다’.

‘맷 데이먼’ 주연의 SF 영화 ‘마션(The Martian)’에서는 중국의 과학굴기가 아낌없이 표출되며 필자의 시선을 찌푸렸던 기억이 있다. 중국의 기술력이 세계를 구한다는 무언의 정치적 프로파간다같은 메시지가 영화 후반부에 짙게 깔렸기 때문이다.

중국의 야욕은 단순히 동북공정을 위시한 영토분쟁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그들은 영화, 게임, 드라마 등 문화콘텐츠 전반에 대해 그들이 자랑하는 어떠한 ‘중국적인 무언가’를 강제로 집어 넣고 그것이 성공하게 만든다.

이러한 중국이 자국의 문화콘텐츠를 강력하게 검열하면서도 과학기술과 SF에 대해 자비로운 이유는, 이러한 작품이 많이 나와주면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간접적으로 전세계에 널리 홍보할 수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게임사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대외적으로 이미 자체기술력을 검증한 상황에서, 자국 내 문화적 검열도 피해갈 수 있었으니 13억 중국인을 내수시장으로 한 이들 게임사가 성장하는 건 불보듯 뻔한 일이었을 것이다.

이어서 미호요는 ‘(미)호요 (유니)버스’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표방하며 ‘원신’과 ‘붕괴: 스타레일’이라는 묵직한 타이틀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이제는 세계 시장을 흔들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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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조가 온다.
그리고 포스트 명조가 올 것이고, 게임산업에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한국인들이 ‘리니지라이크’라는 갈라파고스적 장르에 목매던 사이, 중국은 이제 ‘명조’를 비롯한 차세대 게임들이 ‘원신라이크’라는 장르의 정통적 계승자를 자처하듯 하나 둘 출격준비를 하는 모습이다.

2024년 게임산업에서 ‘리니지라이크’의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질 전망이다.

그건 ‘리니지’를 이끄는 엔씨소프트의 주가와 영업이익이 방증한다.

2021년 2월 새해를 맞아 한 주당 100만원을 노려보던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2024년 2월, 3년만에 20만원 언저리로 침몰하며 1/5토막이 났다. 엔씨소프트의 영업이익은 작년에비해 75.4%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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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선 기자, 한겨레신문, 엔씨소프트 영업이익 75.4%↓…“인수합병 고려중”

정부가 ‘확률형 아이템’에 관해 제도적으로 개입하게 되는 것도 2024년 게임산업에 빨간불이 들어오게 만드는 한 가지 요인이다.

게임사들은 이제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확률형 아이템’을 제공하는 모든 게임물의 아이템 유형과 확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보공개의 투명성은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이득이지만, 개발사 입장에서는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편법’을 쓰기 더 어려워졌음을 뜻한다.

모든 패를 까놓고 시작하는 확률형 아이템의 판매는, 이제 냉철한 소비자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2024년 게임사들은 이 제도가 가져오는 거대한 폭풍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면서 좋은 게임을 만들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

그렇다면 새롭게 떠오르는 해, 서브컬처 트렌드는 언제까지 지속될까?

이제 막 한국 게임사들이 헐레벌떡 뛰어가며 만들어도 ‘서브컬처’ 게임이 글로벌 히트하기는 쉽지 않다.

MMORPG라는 외길의 장르와 실사풍이 아니면 이단인 것처럼 취급하며 성장해 온 산업이, 하루아침에 오타쿠 장르를 선도하는 황금알을 낳을 리가 만무하다.

좋든 싫든, 이제 시장에는 수많은 ‘서브컬처 게임’이 출격하고 검증의 도마에 오른다. 올해에도 수많은 서브컬처 게임이 출시를 준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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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민 기자, GameToc, 2024년에도 서브컬처 신작은 쟁쟁하다

다양한 게임이 출시되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다. 이건 비단 ‘서브컬처 게임’이 많이 개발되어서가 아니라 게임 개발 생태계는 다양성에 의해 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변화가 가져올 미래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을 먼저 보낼 수밖에 없다.

2024년 게임산업은 양질의 서브컬처 게임을 만들 준비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결정적인 건 바로 그 게임을 만드는 ‘인력(자원)’이다.

서브컬처의 첫인상은 소위 말하는 ‘캐릭터의 외양’에서 첫 승부가 난다. 캐릭터를 보고 3초만에 그 캐릭터의 다양한 요소들(색감, 비율, 섹시어필, 페티쉬 요소 등)가 캐릭터를 바라본 사람들에게 인식된다. 그 3초가 지나서야, 사람들은 이제 ‘외양’이 아닌 ‘매력’에 관심을 갖게 된다.

매력은 캐릭터의 외양에서만 판가름나지 않는다. 캐릭터의 행동, 말투, 성격, 그것이 전달되는 매개체, 연출, 그밖에 다양한 시청각적 요소들이 매력을 결정짓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

그 매력을 주도할 사람, ‘서브컬처 개발자 인력’이 업계 전반에 너무도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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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요버스의 ‘붕괴 3rd’와 ‘붕괴:스타레일’에서는 캐릭터의 색감부터 시작해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아직 국내 게임에서는 이런 캐릭터를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력의 부족’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서브컬처 스타 개발자 ‘김용하 PD’는 이 문제를 타개할 해결책으로 AI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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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재 기자, 시사저널e, 넥슨 ‘블루 아카이브‘ 만든 김용하 PD, AI 활용 신작 제작

김용하 PD는 AI 기술을 활용해 짧은 개발기간 내에 새 서브컬처 작품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새로운 작품을 시도하고 있다.

AI 기술은 이제 어떠한 창조적 결과물을 생산하고 실무에 응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사람이 생산하는 데 5일이 걸리는 걸 AI는 1시간만에 처리할 수도 있다. 장기적인 시간으로 환산한다면 이러한 작업의 효율화는 김용하 PD가 말하는 것처럼 ‘제작 기간 감소’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AI 기술은 최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스테이블 디퓨전’등 그림을 그리는 AI를 비롯해서 글을 써주는 AI나 특정 프로그래밍 언어로 원하는 동작 알고리즘을 코딩하는 AI 기술도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아트’의 영역에서는 이미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부쩍 늘었고, 이제 곧 ‘차세대 비주얼’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실제로 AI 기술을 이용한 김용하 PD의 작전이 먹힐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게임산업 종사자들은 머지 않아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되는 걸까?

벌써부터 좌절하기는 이르다.

지금, 2024년 게임산업은 사실상 AI 활용을 두고 서로 눈치싸움을 하고 있는 군웅할거의 시대다.

스테이블 디퓨전을 비롯해 AI 기술을 실무에 접목해 실제로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는 기사는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다.

AI가 불러올 혁신적이고 환상적인 개발 환경이 경쟁사 그 누구보다도 빨리 도래할수도 있지만, 인간을 외면한 채 기술만을 채택한다는 회사에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을 거라고 전망하기 때문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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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나미 레이를 그린 AI의 세 가지 다른 그림들

필자는 AI가 실무에 투입되는 환경이 온다고 해도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위의 세 개의 그림을 보라.

위의 세 개의 그림 중 어떤 그림이 ‘차세대 비주얼’을 나타내는 그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만약 AI에게 결정권한을 준다면 AI는 어떤 그림이 차세대 그림이라고 판단할까? 애초에 판단할 수는 있는 걸까?

AI는 결과물을 제시할 뿐, 이 너머에 어떤 길로 나아가야하는지 길을 제시하지 않는다. 결국 판단은 사람이 해야한다.

이제 사람은 직접 ‘그리기보다는’ 어떤 그림이 올바를지 ‘판단해야하는’ 일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키오스크가 점원을 대체했지만 키오스크 관리자라는 직업을 만들었듯, AI는 디자이너, 아티스트, 코더를 대체하는 대신 그것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을 필요로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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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나아가야할 길.

2024년 게임산업에서 우리는 더 이상 침몰하고 있는 장르, 리니지라이크를 추종하지 않는다. 리니지라이크는 ‘성장하지 않는 장르’이다. 우리는 모두 알고있다. 새로운 리니지라이크가 출시될 때마다 그 닫힌 생태계에서 파이 나눠먹기가 될 뿐이라는 사실을.

당분간은 업계 전반이 계속 혼란스러울 것이다. 원신의 성공을 벤치마킹한 원신라이크냐, P의 거짓의 성공에 힘입은 소울라이크냐, 아니면 그동안 한국 게임업계에서 누적되어 온 유일한 노하우 장르인 MMORPG냐. 그러한 장르의 결정에 따라 누군가는 일자리를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다.

AI 기술은 우리의 일자리를 위태롭게 만드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것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우리가 거부한다해도, 누구는 AI를 이용해 게임을 만들 것이다. 만약 어떤 개발사가 AI를 이용해 짧은 개발기간 동안 고품질의 게임을 만들게 되면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게될 수도 있다.

이런 혼란스러운 시기일수록 ‘기본(basic)’을 지키되 ‘유행(trend)’에 예민해야 한다.

재미있는 게임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하되, 새로운 유행을 선도하는 게임의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고 기술을 배워야 한다.

필자가 생각하는 2024년 서브컬처 게임의 교재는 바로 ‘호요버스’의 게임들이다. 항상 ‘카피캣’이라는 악명을 자랑하는 호요버스이지만, 호요버스가 매번 선보이는 차세대적 세계관과 기술적 성취는 결코 무시할 게 못 된다.

솔직하게 말해보자. 이제 출시 4년이 되어가는 ‘원신’조차 우리나라에서는 만들어 내놓은 스튜디오가 없다. 우리는 원신을 만들 수 없고, ‘스타레일’을 만들 수 없다. 그러니 이제는 우리가 그들을 배워야할 때다. 지금은 꾹 참고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따라잡는 것만이, 언젠가 우리가 그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IP를 만들 수 있는 힘을 길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