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스트 디자인 5편] - 퀘스트 기획 실무 가이드 II - 표지](https://subculturegamer.com/wp-content/uploads/2026/03/questdesign-1024x1024-png.avif)
들어가는 글
이번 글은 저번 글(4편)에 이어서 퀘스트 기획 과정과 기획서를 작성하는 실무 가이드를 이어서 다룬다.
![[퀘스트 디자인 4편] - 퀘스트 기획 실무 가이드 I](https://subculturegamer.com/wp-content/uploads/2026/03/퀘스트-디자인-4편-퀘스트-기획-실무-가이드-i-150x150.png)
저번 글에서 다룬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다.
퀘스트 기획에 앞서 고민해야 할 것들
- 에피소드 목표 정하기
- 플롯 설계 & 필요 리소스 명시
- 경험 설계 & 완급 조절
실전 퀘스트 기획하기
- 에피소드 키워드 & 10줄 줄거리
- 이야기 구간 쪼개기 (시간/공간 단위)
- 플롯 기획 및 필요 리소스 결정
4편에서는 에피소드 전체의 뼈대를 잡는 데 주력했다면, 5편에서는 그 뼈대에 살을 붙인다.
즉, 구간별로 쪼갠 이야기를 실제 퀘스트 한 개 단위로 구체화하는 과정을 다룬다.
1. 퀘스트 타입
퀘스트 타입이란 무엇인가
퀘스트 타입이란, 플레이어가 퀘스트를 진행하면서 수행하는 행동의 종류를 정의한 분류 체계다.
퀘스트 기획자에게 퀘스트 타입은 일종의 연장통과 같다. 목수가 못을 박을 때는 망치를, 나사를 조일 때는 드라이버를 쓰듯이, 퀘스트 기획자도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려는 경험에 따라 서로 다른 타입의 퀘스트를 꺼내 쓴다.
연장통 안에 망치밖에 없다면 모든 문제를 망치로 해결할 수밖에 없듯이 퀘스트 타입도 마찬가지다.
타입이 한두 가지밖에 없으면 에피소드 내내 비슷한 경험만 반복될 수밖에 없고, 아무리 스토리가 탄탄해도 플레이어가 느끼는 체감 흐름은 단조로워진다.
퀘스트 타입, 왜 미리 정해야 할까
퀘스트 타입은 기획자 혼자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타입 하나를 구현하려면 클라이언트 개발자가 해당 타입을 처리하는 로직을 미리 만들어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Survival(생존)’ 타입 퀘스트를 만들려면, 일정 시간 동안 웨이브 형태로 몰려오는 적을 버티는 전투 구조가 사전에 개발되어 있어야 한다.
기획자가 갑자기 “이번 퀘스트에 Survival을 넣고 싶다”고 하더라도, 해당 기능이 구현되어 있지 않으면 쓸 수 없다.
이 때문에 퀘스트 타입은 에피소드 기획보다 먼저, 또는 적어도 병행해서 기획해야 한다.
또한 한번 개발한 퀘스트 타입은 기획자 한 명이 한 번 쓰고 끝나는 게 아니라, 팀 전체가 해당 퀘스트 타입의 존재를 알 수 있게끔 사전에 공유하고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저 아이디어로 던질만한 가벼운 구현 사항이 아니라면, 이러한 퀘스트가 어떤 퀘스트에서 등장하는지(중요도), 그리고 얼마나 자주 쓰일지(빈도) 등도 같이 설명할 수 있다면 좋다.
의외로(?) 개발팀 입장에서도 자신이 만드는 기능이 어떻게 쓰이는지 꽤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기획서에서 요청한 것보다 더 기능과 편의성을 강화해서 만들어주시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퀘스트 타입을 사전에 풍부하게 준비해 둔다면 퀘스트 기획자가 줄 수 있는 경험의 폭도 자연스레 넓어진다.
같은 스토리라도 플레이어가 ‘전투 → 이동 → 보호 → 생존 → 보스전’으로 경험하는 것과, ‘전투 → 전투 → 전투 → 보스전’으로 경험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긴다.
본격적인 콘텐츠 제작 전에 필요한 퀘스트 타입 목록을 한 번에 정리해 개발팀에 전달하면, 이후 작업에서 클라이언트 개발자의 도움 없이도 원하는 퀘스트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퀘스트 타입별 특성과 적절한 쓰임새
아래는 실무에서 자주 쓰이는 퀘스트 타입과 각각의 특성, 그리고 어느 상황에 배치하면 효과적인지를 정리한 것이다.
| 타입 | 플레이어 행동 | 주요 기능 | 적합한 배치 구간 |
|---|---|---|---|
| Move | A 위치에서 B 위치로 이동 | 분위기 환기, 다음 퀘스트로 이동 | 모든 구간의 연결고리 |
| Meeting | NPC와 상호작용(대화) | 정보 전달, 라포 형성 | 초반(도입), 후반(감정 절정) |
| Hunt | 적 처치 | 긴장감 상승, 전투 경험 | 전 구간 |
| Active | (필드) 오브젝트 상호작용 | 탐색, 기믹 퍼즐, 상황 변화 | 전투 사이 완충 구간 |
| Protect | NPC 보호 | 높은 긴장감, 책임감 유발 | 클라이맥스 직전 |
| Survival | 일정 시간 버티기 | 높은 긴장감. 압박감 | 긴장감 고조 구간 |
| Destroy | 특정 오브젝트 파괴 | 목표 달성, 필드 체감 강화 | 중반(목표 달성), 후반(클라이막스) |
| Collect | 아이템 수집 | 목표 달성, 필드 체감 강화 | 초반, 중반 |
| With | NPC와 동행 | 정보 전달, 라포 강화 | 중반, 후반 |
위 표에서 한 가지 타입이 에피소드 내에서 지나치게 반복된다면, 그것은 연장통에서 같은 도구만 꺼내 쓰는 것과 같다.
타입의 종류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순서로, 어떤 비율로 배치하느냐다. 이 내용은 3장 실전 섹션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복합 퀘스트 타입: 두 가지 경험을 동시에
실무에서는 단일 타입 외에 두 가지 타입을 조합한 복합 퀘스트도 쓰인다.
‘Hunt + Active’ 조합은, 하나의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서는 적을 처치하는 것과 특정 오브젝트를 조작해야 퀘스트가 완료되는 구조다.
복합 퀘스트로 ‘다가오는 적 처치’라는 퀘스트와 ‘적들이 숨겨둔 보물 훔치기’라는 퀘스트를 수행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퀘스트 앞뒤 맥락을 잘 모르더라도, 플레이어(나)가 적들의 보물을 훔치는 상황이고 그것을 저지하려는 적들을 물리친다(쫓아낸다)는 맥락의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복합 타입은 단일 타입보다 플레이어에게 더 다층적인 행동을 요구하기에, 게임 디자이너가 퀘스트를 좀 더 다채롭게 디자인하고 싶을 때 더 많이 쓰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의 퀘스트에서 ‘방패병 처치’와 ‘마법사 처치’라는 퀘스트가 있다면, 단순히 ‘방패병 처치’라는 퀘스트에 비해 다양한 병종이 섞인 적과 전투를 해야하기에 좀 더 완성도 높은 퀘스트를 만들 수 있다.
복합 퀘스트의 경우 여러 개의 퀘스트를 한 번에 수행하기에 ‘핵심 경험’을 중심으로, 서브 퀘스트를 곁다리로하는 스토리라인을 두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지금 눈앞을 막는 ‘방패병’을 처치하지만, 그들을 돕는 ‘마법사’도 겸사겸사 처리한다는 내러티브를 심어두면 플레이어도 스토리와 퀘스트가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을 좀 더 강하게 받을 것이다.
2. 퀘스트 시트 작성하기
필수 포함 요소 정의
퀘스트 시트를 작성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이번 기획 범위 안에서 반드시 플레이어에게 전달해야 하는 경험 요소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퀘스트를 기획할 때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개별 퀘스트를 재미있게 만드는 데 집중한 나머지 에피소드 전체에서 꼭 전달해야 하는 순간을 놓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에피소드에서 주요 조력자 캐릭터가 처음으로 등장하며, 위기에 빠진 플레이어를 극적으로 구해주는 장면이 있다고 해보자.
이 장면은 이후 서사에서 플레이어와 해당 조력자간의 신뢰 관계를 쌓는 기점이 되기 때문에, 아무 퀘스트에나 대충 배치해선 안 된다.
이 장면 앞에는 플레이어가 충분히 위기감을 느낄 수 있는 퀘스트가 먼저 배치되어 있어야 하고, 이 장면 뒤에는 조력자와 대화와 협력이 이루어지는 감정선을 소화할 수 있는 짧은 호흡의 퀘스트가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마찬가지로, 플레이어가 보스전을 치르는 장면을 만든다면, 보스전 직전에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퀘스트(Protect, Survival 등)가 배치되면 좋다.
보스전 이후에는 클라이막스에서 한창 고조된 긴장감을 낮춰줄 퀘스트(Meeting, Active 등)가 배치되면 흐름상 자연스러운 경험 연출이 가능하다.
이처럼 컨셉과 스토리라인에 따라 “이 요소는 꼭 보여줘야하는데, 그러므로 앞 뒤로 어떠한 퀘스트가 배치되어야 한다” 등의 기준을 먼저 잡아두면, 이후 퀘스트 개수 및 타입을 정할 때 흔들리지 않는 기준점이 생긴다.
퀘스트 개수와 타입 정의
필수 포함 요소를 정했다면, 이제 이번 기획 범위 안에 퀘스트가 총 몇 개 필요한지 대략적인 수를 정할 차례다.
퀘스트 수는 무조건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
퀘스트 하나를 만드는 데는 대화 다이얼로그, NPC 및 오브젝트 배치, 레벨 디자인, QA 등 여러 작업이 따라붙기 때문에, 현실적인 개발 일정과 리소스를 고려해서 범위를 잡아야 한다.
어느 정도 수량이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면 레벨 디자이너 등 협업 부서에 적정 수량을 묻거나, 이전 작업자의 기획서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수를 정했다면 앞서 정의한 퀘스트 타입에 맞춰 각 퀘스트를 분류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타입 분포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개의 메인 퀘스트 중 7개가 Hunt(전투) 타입이라면, 아무리 스토리가 좋아도 플레이어는 후반부로 갈수록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반대로 Meeting(대화) 타입이 과도하게 몰려 있다면, 플레이어는 “언제 뭔가 일어나나?”라는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물론 기획 의도가 ‘플레이어가 적진 한가운데에 들어가서 계속 연전을 펼친다’라면, Hunt 타입 퀘스트가 연달아 짜여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전투가 계속 이어진다고 해서 의도했던 경험이 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한 번의 전투에서 더 많은 적이 몰려오는 Survival 타입의 퀘스트가 기획의도를 전달하는 데 더 적절할 수 있다.
퀘스트 타입 분포는 4편에서 이야기한 기승전결 구조와 함께 생각하면 편하다.
‘기’ 구간에는 Meeting과 Move가 자주 등장하고, ‘승’과 ‘전’ 구간에는 Hunt와 Destroy가 늘어나며, ‘결’ 구간에서는 Protect·Survival 이후 다시 Meeting으로 마무리되는 식의 흐름이 전형적이면서도 효과적이다.
메인과 서브 퀘스트 분리
![[퀘스트 디자인 5편] - 퀘스트 기획 실무 가이드 II - 메인 퀘스트 배치](https://subculturegamer.com/wp-content/uploads/2026/03/image-24-1024x720-png.avif)
![[퀘스트 디자인 5편] - 퀘스트 기획 실무 가이드 II - 지역 퀘스트 배치](https://subculturegamer.com/wp-content/uploads/2026/03/image-27-1024x721-png.avif)
퀘스트 시트를 구성할 때, 메인 퀘스트와 서브 퀘스트는 처음부터 분리해서 관리하는 것이 좋다.
메인 퀘스트는 에피소드의 핵심 스토리 줄기를 담당한다. 플레이어는 메인 퀘스트를 따라가면서 주요 사건을 경험하고, 빌런과 대립하며,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메인 퀘스트에서 플레이어가 기대하는 것은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보다는, 긴장감이 흐르는 중후한 모험이다.
플레이어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으려면 메인 스토리 줄기는 무게감이 어느 정도 받쳐주는 퀘스트 목표와 흐름을 보여주는 게 좋다.
서브 퀘스트는 그 줄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가지에 해당한다. 서브 퀘스트는 메인 스토리와 직접 연결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메인 퀘스트에서 다루기 어려운 내용들을 담기에 적합하다.
메인 스토리가 분위기를 중후하게 가져가는 흐름이 계속되면 플레이어는 지속되는 긴장감에 지치거나 서사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서브 퀘스트는 메인 스토리 줄기와 분리되어도 되므로, 분위기를 환기시킬 수 있는 퀘스트를 배치한다면 적절한 텐션 관리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메인 퀘스트가 ‘마을 주민들을 약탈한 빌런 쫓기’라는 긴장감 넘치는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보자.
해당 메인 퀘스트를 진행하는 동안, 서브 퀘스트로 마을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거나, 조력자 캐릭터의 과거를 암시하거나, 세계관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퀘스트를 배치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빌런 쫓기’만을 하면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마을 사람들의 삶을, 서브 퀘스트를 통해 ‘이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구나’라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
이처럼 서브 퀘스트는 메인과는 결이 다른 이야기를 통해 세계관과 캐릭터에 깊이를 더한다.
서브 퀘스트를 배치할 때는, 서브 퀘스트의 시작과 종료 시점을 메인 퀘스트의 구간과 유사하게 맞추는 것을 권장한다.
메인 퀘스트가 A 지역에서 진행되는 동안 서브 퀘스트도 A 지역 안에서 시작되고 끝날 수 있게 설계하면,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두 퀘스트를 병행할 수 있고, 에피소드를 마쳤을 때의 완성도도 높아진다.
반대로 메인 퀘스트와 전혀 다른 지역이나 시점에서 서브 퀘스트가 시작되고 끝난다면, 플레이어는 메인 퀘스트 흐름을 이탈했다는 느낌을 받거나 아예 서브 퀘스트의 존재를 모르고 퀘스트 자체를 그냥 건너뛰게 된다.
3. [실전] 퀘스트 기획하기 II
퀘스트 타입과 완급 조절
퀘스트 타입을 정의하고 수를 정했다면, 이제 실제로 배치할 차례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같은 타입이 연속으로 쌓이지 않는가다.
Hunt 퀘스트가 3개 이상 연속으로 배치되면, 플레이어는 전투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Meeting 퀘스트가 2개 이상 연속되면, 게임의 호흡이 느려지면서 플레이어의 집중력이 분산될 수 있다.
이를 방지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두 퀘스트 사이에 ‘Move’ 타입 퀘스트를 연결고리로 넣는 것이다.
Move 퀘스트는 플레이어를 다음 장소로 이동시키는 단순한 구조지만, 그 짧은 이동 시간이 앞 퀘스트의 여운을 소화하고 다음 퀘스트에 대한 기대감을 쌓는 완충 역할을 한다.
또한 퀘스트 타입을 배치할 때는 에피소드의 감정 곡선과 함께 생각해야 한다.
긴장감이 높아져야 하는 구간에는 Hunt나 Survive처럼 긴박한 타입을 집중시키고, 감정적인 절정 이후에는 With나 Meeting처럼 호흡을 낮추는 타입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아래는 10개 메인 퀘스트 기준으로 타입을 배치한 간단한 예시다.
| 퀘스트 | 타입 | 역할 |
|---|---|---|
| M1 | Move | 에피소드 시작, 첫 지역 진입 |
| M2 | Meeting | 우호적 NPC 등장, 상황 설명 |
| M3 | Hunt | 첫 전투, 긴장감 유발 |
| M4 | Move | 다음 지역으로 이동 |
| M5 | Active | 단서 탐색, 상황 파악 강화 |
| M6 | Hunt + Active | 전투 + 해로운 오브젝트 파괴 |
| M7 | Protect | 조력자 보호, 긴장 고조 |
| M8 | Survival | 웨이브 전투, 클라이맥스 직전 |
| M9 | Hunt (보스전) | 최종 전투 |
| M10 | Meeting | 후일담, 다음 에피소드로 연결 |
이 배치에서 눈에 띄는 점은 Hunt가 3회 등장하지만, 사이사이에 Move, Active, Meeting이 완충재로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전투가 반복되어도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퀘스트 선행 조건과 메타 플로우 기획
퀘스트 수량과 타입, 목표 등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작업이 하나 있다.
바로 퀘스트 간 선행 조건을 정의하는 것이다.
선행 조건이란, ‘이 퀘스트는 특정 퀘스트를 완료한 뒤에만 시작할 수 있다’는 규칙이다.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이것이 제대로 설계되지 않으면 실무에서 꽤 골치 아픈 문제가 생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플레이어가 앞 퀘스트에서 특정 NPC A와 처음 만났고, 그 인물이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는 장면이 있었다고 해보자.
그런데 플레이어가 어떤 이유로 해당 퀘스트를 완료하지 않은 채 다음 퀘스트로 넘어가 버렸다. 그리고 다음 퀘스트에서 만난 다른 NPC, B가 “아까 NPC A가 말해줬잖아요”라는 대사를 하면,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맥락이 어색해진다.
이런 서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기획자는 퀘스트 시트 안에 선행 조건(Qprior)을 명시해두어야 한다.
선행 조건을 설계할 때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첫째, “이 퀘스트가 시작되려면 무엇이 완료되어 있어야 하는가”
앞서 예시로 든 것처럼, 특정 NPC를 만난 퀘스트가 완료되어야 다음 퀘스트의 대사가 자연스러워지는 경우가 있다.
또는 특정 지역에 진입하는 퀘스트(Move 타입)가 완료되어야 그 지역 안의 퀘스트가 활성화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연결 관계를 기획서 안에 명시해두면, 개발 단계에서 구현할 때도, QA 단계에서 검증할 때도 기준이 명확해진다.
둘째, “이 퀘스트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으로 넘어갔을 때 충돌이 생기는가”
모든 퀘스트가 선행 조건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서브 퀘스트처럼 스토리 맥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경우에는 선행 조건 없이 자유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두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반면 메인 퀘스트는 서사의 흐름이 이어지기 때문에, 이전 퀘스트를 건너뛰었을 때 맥락이 어색해지는 구간을 미리 파악하고 선행 조건으로 묶어두어야 한다.
선행 조건 설계가 잘 된 퀘스트 시트는 마치 지하철 노선도와 같다. 퀘스트들이 어떻게 이어지고 갈라지며 만나는지 선명하게 시각화되기 때문이다.
이 흐름 전체를 다룬 문서를 실무에서는 ‘메타 플로우 (시트)’라고 부른다.
메타 플로우가 잘 설계되어 있다면 플레이어가 언제 어떤 순서로 퀘스트를 플레이하더라도 플레이어가 서사를 받아들이는 게 자연스러워진다.
퀘스트 시트 완성하기
지금까지 다룬 내용을 종합해서, 아래에 간단한 가상의 퀘스트 시트 예시를 정리해두었다. 필자가 과거에 사용했던 기획서 양식을 변형해 가상의 데이터로 재구성한 것이다.
| 퀘스트 이름 | 타입1 | 타입2 | 선행 퀘스트 | 퀘스트 제공자 | 퀘스트 목표 |
|---|---|---|---|---|---|
| M1 | Move | — | — | — | 에피소드 시작, 마을 진입 |
| M2 | Meeting | — | M1 | 조력자 카엘 | 상황 설명 듣기, 의뢰 수락 |
| M3 | Move | — | M2 | — | 검은곰동굴 이동 |
| M4 | Protect | — | M3 | 조력자 카엘 | 카엘 보호하며 동굴 진입 |
| M5 | Hunt | — | M4 | — | 동굴 입구를 지키는 적 처치 |
| M6 | Hunt | Active | M5 | — | 경비병 처치 & 약탈품 회수 |
| M7 | Move | — | M6 | — | 동굴 내부 이동 |
| M8 | Survival | — | M7 | — | 웨이브 방어, 보스전 직전 |
| M9 | Hunt | — | M8 | — | 보스 처치 |
| M10 | Meeting | — | M9 | 조력자 카엘 | 후일담, 다음 에피소드 암시 |
| D1 | Hunt | — | M2 | — | 마을 주변 몬스터 소탕 |
| D2 | Active | — | M2 | 마을 NPC | 우물에서 식수 나르기 |
| D3 | Collect | — | M3 | — | 동굴 입구 아이템 수집 |
이 시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포인트는 세 가지다.
첫째, M1부터 M10까지 선행 퀘스트가 순서대로 연결되어 있어, 플레이어가 메인 스토리를 건너뛰는 상황은 원천 차단된다.
둘째, D1·D2·D3처럼 서브 퀘스트(D퀘스트)는 M2 이후부터 시작 가능하도록 묶여 있어, 메인 스토리 초입부를 마친 뒤 자연스럽게 병행할 수 있는 구조다.
셋째, M6에만 복합 퀘스트 타입(Hunt + Active)이 쓰였다. 적을 처치하면서 약탈품을 회수하므로, 적이 마을을 ‘약탈’했다는 서사를 간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퀘스트 시트가 완성되었다면, 이후에는 가데이터와 임시 리소스를 활용해 실제로 플레이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기획서에서는 흐름이 자연스러워 보여도,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의도와 다르게 느껴지는 구간이 반드시 나온다. 퀘스트 타입의 배치가 생각보다 단조롭게 느껴지거나, 선행 조건이 너무 엄격하게 설정되어 있어 플레이어의 탐색 흐름을 막는 경우도 있다. 이 단계를 거쳐야 기획서가 비로소 실제 퀘스트로서 검증된다.
글을 마치며
4편과 5편에 걸쳐 에피소드 단위의 퀘스트 기획 과정을 전반적으로 훑어보았다.
뼈대를 세우고, 구간을 나누고, 퀘스트 타입을 배치하고, 선행 조건으로 흐름을 잡는 일련의 과정이 퀘스트 기획 실무의 큰 틀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 글에서는 조금 다른 결의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바로 정보 흐름 통제다. 플레이어에게 어떤 정보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 것인지를 설계하는 일은 퀘스트 기획자가 가장 신경 써야 하는 작업 중 하나이면서도, 생각보다 체계적으로 다루어지지 않는 영역이다.
다음 글에서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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