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스트 디자인 6편] - 퀘스트 기획 실무 가이드 III - 표지](https://subculturegamer.com/wp-content/uploads/2026/03/무제-1-1024x1024-png.avif)
들어가는 글
퀘스트를 만들다 보면, 각 퀘스트를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별문제가 없어 보이는데 실제로 플레이해 보면 흐름이 잘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대사 한 줄이나 연출 한 컷을 뜯으며 디테일에서 문제를 찾기보다는, 플레이어가 주요 정보를 어떤 순서와 간격으로 받는지, 즉 거시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나는 퀘스트 기획자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첫 작업은 전임자의 작업물을 발전시키는 것이었는데, 이미 어느 정도 구성된 퀘스트를 이어받아 다듬어야 했다. 전임자의 결과물을 다 부정하고 폐기하기보다는 그가 어떤 경험을 주고자 했는지 먼저 플레이테스트를 해서 흐름부터 파악했다.
여러 차례 플레이테스트를 하고 느낀 건, 필요한 퀘스트는 전부 들어가 있지만 짧은 시간 내에 여러 정보가 한번에 전달되면서 그 흐름을 따라가기 힘들었다는 점이었다. 이제 막 회사에 들어가 가장 ‘유저시각’에 가까운 나였기에, 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반대로 말하자면, 대부분의 유저들은 나처럼 플레이 도중 혼동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라이브 서비스가 시작되어 이 문제가 드러나기 전, 폴리싱 가능한 시기에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고 싶었다.
그래서 퀘스트 흐름을 다른 방식으로 정리해 보기 시작했다.
이러한 작업을 정확히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몰라서, 작업용 시트에는 일단 정보전달흐름이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이곳에 퀘스트 흐름을 정리하게 되었다. 이것이 오늘 소개할 ‘정보전달흐름’ 시트이다.
이 글에서 말하는 정보전달흐름은 대단한 이론이라기보다, 퀘스트 플레이 경험을 좀 더 잘 보기 위해 내가 만든 작업 방식을 소개하는 것에 가깝다.
핵심은 단순하다. 플레이어에게 중요한 정보를 한 지점에 몰아넣지 말고, 퀘스트 전체 구간에 걸쳐 적절한 간격으로 나눠 배치하는 것이다.
1. 문제: 인지 범위를 넘어서는 과잉 정보 전달
왜 이런 정리가 필요한가
플레이어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접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 UX디자인에는 ‘매직 넘버 7’이라는 개념이 있다. 쉽게 말해, 인간의 단기 기억력은 7개의 덩어리(청크) 이상을 기억하기 어려워한다는 거다.
예를 들어 현재 퀘스트 목표를 이해해야 하고, 새로 등장한 인물 이름도 기억해야 하고, 지역 이름이나 사건명, 조직명 같은 고유명사도 같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해 보자. 그러면 몇 개의 고유명사만 나와도 단번에 매직 넘버 7을 초과해버린다.
물론 기획자 입장에서는 전부 필요한 정보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그 모든 것이 단기간에 우르르 밀려오기 때문에 단숨에 버거운 느낌을 느낀다.
그러면 플레이어는 “무언가 많이 떠들긴 하는데 뭐라는지 기억이 안 난다”는 감각을 받게 된다. 그야말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셈이다. 최악의 경우, 일단 지금 스토리는 ‘스킵’하고 나중에 천천히 이해해보자는 생각으로 게임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흐름이 반복되면 ‘정보 부채’가 쌓이게 되어, 나중에는 전혀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는 단계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유저와 실무의 눈높이의 차이
어떤 플레이어들은 이렇게 불평한다.
많은 게임들이 초반부터 너무 많은 고유명사를 억지로 떠먹이는데, 개발자 본인들은 이해가 되는지 말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개발자들은 게임 대사를 세심하게 다 읽으면서 게임 플레이 테스트를 하지 않는다. 대부분 더 큰 버그(프리징 현상, 잘못된 데이터 연결, 트리거 미동작 등)를 찾는데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용어’ 경험에 관한 사용성 테스트는 가장 후순위다.
또한, 퀘스트 기획자 본인은 이미 본인이 그 내용에 너무 익숙해져있기 때문에 독자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이러한 ‘용어의 쓰나미’가 온다고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비극은 ‘나쁜 평가’라는 피드백으로 돌아온다. 게다가 이러한 부정적인 사용자 경험은 잘 정제된 어떠한 구체적인 피드백이 아니라, 그냥 싸잡아서 ‘게임 스토리가 구리다’고 날아온다. 물론 큰 틀에서 ‘나쁜 경험을 주었으니’ 구리다는 평가는 틀린 말은 아니겠으나, 퀘스트 기획자는 그러한 ‘구린 스토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이러한 문제는 반복되게 된다.
2. 해결책: 정보의 선별과 분산
정보 분산 전략의 필요성
좋은 퀘스트는 재밌는 스토리와 훌륭한 보상을 제공하면서, 플레이어의 인지한계를 시험하지 않아야 한다.
나는 정보의 과잉 문제와 그 해결책을 고민하면서, 퀘스트 흐름도 하나의 리듬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때 필요한 것은 설명을 더 “친절하게” 양을 늘리는 일이 아다. 정보를 보여주는 순서와 간격을 다시 조정하는 일이다.
내일 아침 산에 올라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스위스의 마테호른처럼 깎아지른 듯한 뾰족한 산을 오르는 게 쉬울지, 아니면 비록 오래 걸어야하지만 완만하게 경사가 이루어진 산을 오르는 게 쉬울지. 그것은 굳이 산을 오르지 않아도 뻔할 것이다.
퀘스트도 마찬가지다. 뾰족한 산처럼 한 구간에 정보를 몰아넣기보다, 능선처럼 길게 펴서 적절한 간격으로 배치하는 편이 플레이어가 이해하기 용이하다.
퀘스트 리스트의 한계
![[퀘스트 디자인 6편] - 퀘스트 기획 실무 가이드 III - 퀘스트 리스트](https://subculturegamer.com/wp-content/uploads/2026/03/image-29-1024x528-png.avif)
퀘스트 리스트란, 특정 퀘스트 시퀀스를 성립시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퀘스트’의 집합이다.
예를 들어, 위쳐 3의 ‘피의 남작’ 퀘스트는 퀘스트의 시작부터 종료까지 수십 개의 하위 퀘스트가 존재한다. 이러한 ‘하위 퀘스트’를 기획서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게 바로 퀘스트 리스트다.
퀘스트 리스트는 퀘스트의 순서와 대략적인 흐름을 관리하기에는 좋다.
하지만 플레이어 경험의 흐름까지 한눈에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주로 퀘스트 타입과 목표가 기재되어있을 뿐, 플레이어가 어떤 정보를 받아들이는지는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메인 퀘스트’와 ‘지역 퀘스트’가 서로 섞여있는 경우에는 좀 더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정보전달흐름 시트는 일반적인 퀘스트 리스트에서는 한눈에 보기 어려운 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아래 같은 부분이 훨씬 잘 드러난다.
- 어떤 인물 이름이 너무 이른 시점에 몰려서 등장하는지
- 중요한 키워드가 특정 구간에 집중되는지
- 지역 컨셉이 설정에는 강한데 실제 플레이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는지
- 긴장감을 주는 강적이나 보스가 너무 오랫동안 등장하지 않는지
- 메인 퀘스트에서 던진 정보가 이후 퀘스트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가령 초반 퀘스트 몇 개 안에 인물 이름, 조직 이름, 지역 이름, 사건명이 연달아 쏟아진다고 해 보자.
문서상으로는 다 필요한 정보처럼 보여도, 실제 플레이에서는 꽤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중요한 키워드를 한 번 꺼내 놓고 오랫동안 언급되지 않는다면, 플레이어는 이미 망각했을 수도 있다.
정보전달흐름 시트의 강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텍스트를 읽으면서 감으로 느끼던 문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바꿔 준다.
정보전달흐름 시트 만들기
정보전달흐름 시트는 퀘스트 전체 구간에서 어떤 정보가 어디서 등장하고, 어떻게 이어지고, 어디서 다시 환기되는지를 보기 위한 시트다. 구성은 단순하다.
퀘스트 순서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길게 펼쳐 놓는다.
하나의 퀘스트는 셀 하나다.
각 퀘스트에서 다뤄지는 요소를 따로 적는다. 그리고 어떤 인물이나 키워드, 컨셉이 어느 구간에서 언급되거나 체감되는지를 색이나 셀 표시로 기록한다.
![[퀘스트 디자인 6편] - 퀘스트 기획 실무 가이드 III - 정보전달흐름 시트 1](https://subculturegamer.com/wp-content/uploads/2026/03/image-30-png.avif)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가로축에는 퀘스트 순서를 적는다.
- 세로축에는 조력자, 빌런, 핵심 키워드, 지역 컨셉, 보스, 도전형 퀘스트 같은 요소를 적는다.
- 특정 요소가 언급되거나 체감되는 구간을 연결해서 표시한다.
- 조우했거나 동행하는 경우는 ‘윗줄’에 표기한다.
- 단순 언급 정보는 ‘아랫줄’에 표기한다.
예를 들어 아르넨이라는 인물이 M1에서 언급되고, M10-1에서 실제로 만난다고 해 보자.
이 경우 나는 퀘스트 M1부터 M10까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보고 색으로 이어서 표시했다. 이어 M10-1부터는
그러면 플레이어 입장에서 아르넨이라는 조력자가 어떤 구간 동안 언급되고 언제부터 동행하는지, 그 사이에 맥락이 끊기지는 않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특정 지역의 핵심 컨셉이 폐허라면 그걸 설명만으로 전달할 필요는 없다.
퀘스트 25부터 30, 그리고 35부터 40 사이에 폐허와 관련된 몬스터, 배경, 연출, 대사를 반복 배치하면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이 지역이 독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다.
가장 아래에는 ‘누적 정보량’이라는 행을 둔다. 1번이라도 조우한 인물 또는 언급된 정보는 ‘노란셀’로 칠했다면, 누적 정보량 행에서는 노란셀을 ‘열(column)’ 기준으로 더한다. 이 숫자가 유난히 높은 곳은 별도의 색상으로 표기해두고, 나중에 이 구간을 중점적으로 테스트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숫자 2는 정보량이 2에 불과해 플레이어가 이해하기 어렵지 않은 수준이나, 정보량 4는 플레이어의 인지에 조금 부하가 걸릴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이 숫자는 개발자마다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수치를 정하면 되나, UX디자인의 제안에 따라 한 번의 퀘스트 내에 전달되는 정보량 숫자가 7이 넘지는 않게 주의하자.
3. 시기: 언제 필요할까?
정보전달흐름 시트는 폴리싱 도구다
정보전달흐름 시트는 분명 퀘스트 디자인 단계에서 유용하지만, 퀘스트를 이제 막 짜는 기획 초반 단계에서는 그리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초기 기획 단계는 그 어떤 순간보다도 퀘스트 순서가 바뀌고, 등장인물 비중이 달라지고, 대사와 연출도 계속 수정된다.
그 상태에서 정보전달흐름 시트까지 동시에 관리하면 수정할 때마다 손이 많이 간다.
내가 추천하는 시점은 아래와 같다.
- 퀘스트의 큰 구조를 한 번 정리한 뒤
- 스크립트 초안을 어느 정도 작성한 뒤
- 실제 플레이테스트를 해 본 뒤
- 흐름을 폴리싱해야 하는 단계에서 만들기
이 시점이 좋은 이유는, 퀘스트가 아직 충분히 수정 가능한 상태이면서도 실제 문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이르면 유지 비용이 크고, 너무 늦으면 손대기 어렵다.
그래서 내 기준에서 정보전달흐름 시트는 초기 설계 문서라기보다, 플레이테스트 이후 퀘스트 흐름을 다듬기 위한 폴리싱 도구에 가깝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하면 될까?
정보전달흐름을 분산하는 건 좋은데, 첫 삽은 어떻게 뜨면 될까?
먼저, 퀘스트 스크립트나 동선을 통해, 플레이어가 ‘보고 듣는 것’을 모두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해당 퀘스트 시퀀스 내의 주요 키워드를 정하고 구분할 수 있다.
‘네르윈’이라는 인물이 스토리에서 주요 ‘조력자’로 등장한다면, 네르윈은 이 퀘스트 내의 주요 인물 중 하나다.
예를 들어, NPC가 D3 퀘스트에서 ‘네르윈 님이 곧 오신대요’ 같은 대사를 했다면, D3 퀘스트에 ‘네르윈’ 언급 항목을 칠하는 식이다.
정보전달흐름 시트에는 인물뿐만 아니라 주요 사물이나 지형지물도 함께 기재하는 것을 권한다.
전투 흐름을 같이 보고 싶다면, 일정 구간마다 플레이어 긴장감을 끌어올릴 만한 강적이나 보스가 들어가 있는지도 표시할 수 있다.
플레이 경험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최대한 함께 보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나는 정보전달흐름 시트에 아래 항목들을 함께 관리했다.
- 주요 인물(조력자/빌런)
- 보조 인물(2회 이상 등장 NPC)
- 핵심 사건 키워드
- 지역 컨셉(예: 독, 화염, 폐허 등)
- 도전형 퀘스트(필드 기믹, 보스 전투 등)
- 메인 보스전
- 메인 퀘스트와 지역 퀘스트의 배치 순서
이렇게 관리해두면, 퀘스트의 흐름뿐만 아니라 플레이어가 어떤 타이밍에 전투를 하거나 어떤 지역에 진입하는지 구분하기 용이하다.
나는 퀘스트 10개마다 최소 1번 정도는 중간보스나 필드보스급 전투 요소가 있는지 같이 확인하는 편이었다.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다만 긴장감이 너무 오랫동안 빠져 있지는 않은지 점검하는 기준으로는 꽤 유용했다.
물론 위에 기재한 것 외에도, 특정 프로젝트나 장르는 더 많거나 적은 정보량이 필요할 수 있다.
이는 해당 기획자가 적절한 기준을 선별해서 시트를 유연하게 조정하면 된다.
위에 적은 내용이 무조건 정답이 아님을 염두에 두자.
또 한 가지. 고르게 분포하는 것 자체가 항상 정답은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몰려오는 적 부대와 연전을 해야 하는 구간이라면, 일부러 강한 전투를 연달아 배치하는 편이 더 적절할 수 있다.
그래서 정보전달흐름 시트는 모든 요소를 균등하게 나누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내가 의도한 흐름이 실제로 그렇게 보이는지 확인하는 도구에 가깝다.
유연함, 최고의 강점
내가 이 시트를 특히 유용하다고 느낀 이유는, 추가 대응 요청에 대응하기 쉽다는 점이었다.
실무에서는 퀘스트 기획자 혼자서만 퀘스트를 만들지 않는다.
폴리싱을 하다보면 레벨 디자이너 등 협업 부서의 요청으로 새로운 인물을 넣어야 할 수도 있고, 특정 지역의 컨셉이 달라질 수도 있다.
보스 위치를 바꾸거나 어떤 주제를 더 강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정보전달흐름 시트가 있으면, 요청을 단순히 감으로 끼워 넣는 대신 플레이어 경험이 어떻게 달라질지 같이 보면서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새 인물을 추가하면 기존 인물 흐름과 충돌하지 않는지
- 특정 키워드를 앞당기면 초반 정보량이 과해지지 않는지
- 지역 컨셉 변경이 다른 퀘스트의 맥락을 해치지 않는지
- 보스 위치를 바꾸면 긴장감의 리듬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시트가 있으면 변경 전부터 경험 흐름의 변화를 예측하면서 이야기할 수 있다.
이 시트가 없으면 많은 경우 “일단 중간에 넣고 테스트해 보자”는 식으로 흘러가기 쉽다.
그래서 정보전달흐름 시트는 혼자 보는 정리 문서이기도 하지만, 협업 부서와 함께 흐름을 논의하는 공용 문서로도 쓸 수 있다.
4. 마무리: 경험의 완성
메인 퀘스트와 지역 퀘스트 연결
![[퀘스트 디자인 6편] - 퀘스트 기획 실무 가이드 III - 정보전달흐름 시트 2](https://subculturegamer.com/wp-content/uploads/2026/03/image-31-1024x348-png.avif)
위 시트의 ‘녹색 셀’은 지역 퀘스트가 메인퀘스트와 병렬적으로 배치된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M1~4 퀘스트 뒤에 M5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지만 동선 상 D1 퀘스트가 배치되어 있어 함께 진행할 수 있다.
이 방법은 메인 퀘스트와 지역 퀘스트를 따로 분리해 적되, 실제 플레이 순서대로 함께 배치할 때 특히 효과가 좋다.
메인 퀘스트에서 먼저 어떤 용어, 인물, 주제를 제시했다면, 바로 뒤에 이어지는 지역 퀘스트에서 그것과 연관된 내용을 배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M1~4 퀘스트에서 ‘독에 오염된 몬스터가 있다’는 내용이 전달된 뒤, D1 퀘스트에서 ‘독 지형’에서 ‘독 몬스터’를 상대하는 식이다.
그러면 플레이어는 방금 접한 정보를 곧바로 다른 맥락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그만큼 기억이 강화된다.
이렇게 하면 같은 정보를 길게 반복 설명하지 않아도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그 지역의 성격을 이해하게 된다.
정보전달흐름 시트에서는 플레이어가 진행하는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기에 메인 퀘스트와 지역 퀘스트를 좀 더 연결성이 강한 구성으로 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마지막까지: 정보 과잉 유의하기
퀘스트 기획자는 정보를 많이 넣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정보가 쏟아지지 않게 조절해야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정보의 총량을 줄이는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정보를 어떤 속도로 받는가다.
그래서 나는 정보전달흐름 시트를 볼 때 아래와 같은 기준을 두고 지속적으로 체크하곤 했다.
- 플레이어가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많은 고유명사를 받고 있지는 않은가
- 중요한 인물이나 키워드가 너무 오래 비어 있지는 않은가
- 지역의 핵심 컨셉이 실제 플레이 안에서 충분히 체감되는가
- 긴장감을 주는 전투 요소가 너무 오랫동안 빠져 있지는 않은가
- 메인 퀘스트와 지역 퀘스트가 서로의 정보를 보강해 주고 있는가
퀘스트 기획을 하다 보면, 기획자의 욕심으로 더 많은 정보를 넣고 싶어질 때가 많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그 모든 정보를 기획자가 의도한대로 정리해서 받아들이지 않는다.
특히 고유명사가 짧은 구간에 몰리면, 플레이어는 내용을 이해하기보다 쏟아지는 정보에 지쳐 나가떨어지게 된다.
퀘스트의 이해도를 높이려면 무엇을 넣을지뿐 아니라, 언제 보여줄지, 얼마나 떨어뜨려 보여줄지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글을 마무리하며
처음부터 모든 퀘스트를 이 방식으로 짤 필요는 없지만, 플레이테스트 이후 흐름을 다듬는 단계에서는 꽤 강력한 도구가 된다.
특히 일반적인 퀘스트 리스트만으로는 잘 보이지 않던 부분, 예를 들어 어떤 정보가 너무 몰려 있거나 반대로 너무 오래 다시 등장하지 않거나, 특정 컨셉이 실제 플레이에서 약하게 느껴지는 문제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좋다.
퀘스트 기획자는 퀘스트를 잘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플레이어의 시선’에서 퀘스트를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정보전달흐름 시트는 내가 퀘스트 흐름을 좀 더 잘 정리해 보기 위해 따로 만든 작업 방식이다.
분명 독자분들 가운데에는 이보다 더 나은 퀘스트 디자인 방식을 알고 있거나 고안해낼 수 있는 분이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한 퀘스트 디자인 지식과 경험이 계속 모이고 공유된다면, 앞으로 우리도 위쳐 시리즈나 그 이상의 훌륭한 퀘스트를 만드는 노하우가 축적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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