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는 글
필자는 이전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류 합격 여부는 포트폴리오로 갈린다.”
그렇다면 포트폴리오까지 통과한 다음은? 이제는 진짜로 회사로 찾아가는 면접이다.
이번 이직 기간 동안 필자는 판교의 A사, B사, C사, 그리고 서울의 D사까지 이렇게 네 곳의 면접을 봤다. (회사명은 밝히지 않는다. 특정 회사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면접이라는 관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네 곳 모두, 지원할 때만 해도 자신이 있었다. 몇 년 차 경력에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 그리고 면접관을 맡았던 경험까지 있으니, 한 두번의 면접으로도 합격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 했던가. 3번의 탈락의 고배를 마신 뒤 결국 가까스로 합격하면서 ‘면접관을 했다고 해도 면접이 쉬운 건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A사 면접은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는데 면접이 30분 만에 끝났다. 결과는 탈락이었다.
B사는 1차 면접까지는 봤지만, 면접 결과 연락이 바로 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탈락의 느낌이 강해졌고, 면접 본 날로부터 1주일이 되던 날 기계적인 ‘탈락 문자’를 받게 되었다.
C사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가고 싶었던 회사였던 만큼 굉장히 준비를 많이 하고 갔다. 특히 그 회사의 게임도 플레이하고 스토리는 영상으로 공부했으며 그 회사 IP를 기반으로 한 ‘저격 포트폴리오’까지 만들었다. 그럼에도 1차 면접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세 번 연속으로 이런 결과를 받으면 자신감이 바닥을 친다. 몇 년 차 경력자든, ‘내가 시장에서 원하는 인재가 맞나’ 하는 의심이 스멀스멀 올라올 수밖에 없을 거다.
다행히 마지막 D사에서는 실무 면접(1차)과 임원 면접(2차)을 모두 통과해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서류를 넣고 3일만에 1차 면접이 잡혔고, 그 다음 날 면접. 그리고 약 일주일 뒤 2차 면접을 보고 약 1주일 뒤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 약 2주가 조금 더 걸린 여정으로서 마침내 ‘구직자’ 신세를 벗어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네 번째 회사의 면접에서는, 앞서 다른 ‘세 번의 탈락’과는 어떤 것이 달랐던 걸까? 물론 환경(회사, 면접관)도 달랐지만, 필자의 ‘면접 전략’ 또한 앞서 경험했던 세 번의 면접보다는 좀 더 탄탄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잘 다듬은 면접 전략이 아니었다면 네 번째 회사에도 결코 합격하지 못했을 거다.
이번 글에서는 필자가 실제로 겪은 면접에서 나온 질문들, 그리고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하면 좋은지 실제 면접 경험을 기반으로 몇 가지 팁을 정리해보았다.
시행착오 — 이렇게 답하면 감점이다
질문의 의도를 벗어난 답변
최근 AI 활용 능력과 사례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번 4번의 면접 중 3번을 ‘AI 활용 여부와 사례’에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예를 들어, B사 면접에서는 “AI를 실무에 이용해본 경험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 필자는 ComfyUI를 이용해서 협업 부서와 논의하기 용이한 레퍼런스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답했다.
돌이켜보면 이건 게임 기획자로서 좋은 답변이 아니었다.
ComfyUI로 이미지를 뽑는 건 어디까지나 협업 부서와의 소통을 돕는 부수적인 능력이지, ‘게임 기획’ 역량를 더 강화하는 수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면접관이 저 질문을 통해 실제로 확인하고 싶었던 건 “이 사람이 AI로 본업(시나리오, 설정, 퀘스트 등 핵심 역량)을 더 잘, 더 빠르게 해낼 수 있는가”였을 것이다.
질문을 받으면 그 질문이 ‘왜’ 나왔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질문에 등장한 단어(AI, 실무)에만 반응해서 아무 경험이나 갖다 붙이면, 필자가 그러했듯 방향이 어긋난 답변이 나온다.
그래서 필자는 다음 면접을 보기 전, 내 AI를 이용해 내러티브 기획서 작성 속도를 어떻게 빠르게 할 수 있었는가를 증명하는 AI 역량 포트폴리오를 새로 추가했다. 가령 AI의 도움 덕택에 하루가 걸리는 일을 2시간 이내로 축소시킬 수 있었다는 주장과 함께, 그 결과물을 함께 첨부하는 식이었다. 시나리오와 설정 기획이라는 핵심 역량과 관련된 AI 활용 능력을 말 그대로 ‘증명’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춘 셈이었다.
C사의 ‘퀘스트 기획자 채용 공고’에서는, 그 회사 IP 중 하나를 선정하여 그 게임의 퀘스트 디자인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퀘스트 구조 설계 AI 파이프라인’을 만들어서 지원했다. 특히 퀘스트 구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용이하면서도, json이나 xlsx처럼 실무에서 흔히 사용하는 포맷으로 export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자 면접관도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그 질문 하나만큼은 이전보다 나은 답이었다는 뜻이다.
비록 C사의 면접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D사에서도 유사한 질문을 받았고 C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잘 답변할 수 있었다. D사에서는 최종 합격까지 이어졌다.
실무자의 시선이 아닌 관리자의 시선으로 답하기
D사 임원 면접에서 면접관이 “재밌는 게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필자는 “기획자뿐만 아니라 프로젝트의 모든 구성원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서 수렴할 수 있는 조직, 개발자가 스트레스받지 않고 덕업일치하는 조직에서 만든 게임이 재밌는 게임일 것”이라고 답했다.
질문에 아예 어긋난 답은 아니었지만, 곱씹어보면 적절한 답변은 아니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질문은 아마도 ‘실무적으로 게임을 재밌게 만드는 방법’을 묻는 것이었을 거다. 그런데 필자는 조직 문화와 환경을 강조하며, 마치 관리자가 실무자를 어떻게 대해야하는가에 가까운 답을 해버리고 만 것이었다.
먼저 자신이 생각하는 ‘재미의 본질’을 실무자의 시선과 언어로 정의하고, 그다음에 그런 게임이 나오려면 조직에서 어떤 지원을 해주면 좋은지처럼 시선을 점차 확장하는 형태로 답변했다면 훨씬 인상적인 답변으로 남았을 것이다.
임원 면접이라고 해서 질문의 수준마저 ‘조직’이나 ‘경영’ 쪽으로 치우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임원이기 이전에 회사에서 가장 오래 게임을 개발하거나 다뤄온 사람이기 때문에, 순수하게 게임개발자의 시선으로서 지원자의 생각을 더 궁금해했을 수 있다. 상대의 직함만 보고 지레짐작해서 관리자의 언어로 답을 옮기지 말고, 질문 자체가 무엇을 물어보고자 하는지 부터 다시 확인하자.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대략 아래와 같이 답변할 것 같다.
“제가 생각하는 재미는, 플레이어 자신의 선택과 행동이 게임 세계에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든다고 느끼는 데서 나옵니다. 내러티브 관점에서는 캐릭터의 목표와 갈등이 플레이어의 행동 동기와 이어져야 하고요. 그리고 그런 게임이 꾸준히 나오려면, 여러 직군이 이 기준을 초기에 공유하고 반복해서 검증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재미를 정의하고, 자신의 직무가 거기에 어떻게 기여하며, 그것을 가능케하려면 조직이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 순서로 답을 할 것 같다.
퇴사&이직 관련 질문, 어떻게 준비/답변해야 하는가
경력자의 경우, 면접 자리에서는 흔히 ‘이직 사유’를 질문받게 된다. 그런데 퇴사 사유를 질문받게 되면 어디까지 솔직하게 답해야 하는지 고민되는 순간이 있다.
특히 퇴사를 하게 된 이유가 나 때문이라기보다는 사람이나 조직 등 비자발적인 요인이 섞여있는 경우라면 그 사람이나 조직을 비판해도 되는지 면접 자리에서 판단하기가 어렵다.
핵심은, 퇴사에 이르기까지 있었던 일을 거짓으로 말하거나 숨기기보다는 오히려 담담하고 진실되게 이야기하는 게 낫다는 거다.
없었던 일을 지어내는 게 아니다. 나의 책임과 타자의 책임을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그때 내가 그렇게 행동한 것에 대한 회고를 함께 섞어서 답변한다면, 면접관은 그 답을 진실된 것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단, 여기에는 팁과 주의사항이 함께 붙는다.
- 팁: 사실관계는 왜곡하지 않되, 프레임은 나의 성장 방향으로 잡는다. “회사가 나를 내보냈다”보다는 “그 시점에 내가 원하던 방향과 회사가 갈 수 있는 방향이 갈렸다”는 식으로 정리하면, 같은 사실이라도 느껴지는 인상이 달라진다.
- 주의사항: 면접관을 속이려고 하지 말자. 아무리 그럴싸한 이야기를 하더라도, 면접관은 끝까지 의심을 거두지 않을 것이며, 이것은 당신이 아무리 100점짜리 답변을 한다고 해도 결국 떨어지게 만드는 치명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그 어떤 면접관도 ‘거짓말쟁이’는 뽑지 않는다.
결국 면접관의 날카로운 질문을 막아낼 수 있는 건 ‘진솔함’이라는 방패다. 필자는 서류에 쓴 퇴사 사유 말고도, 실제로 퇴사를 하기까지 어떤 상황이었고 회사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으며 그것이 어떤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는지를 실제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답했다. 처음에는 감추고 싶은 비밀을 드러내는 것 같아 부끄러웠지만, 다 말하고 나자 오히려 면접관이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얘기했을 때, 이번에는 답변을 잘 했다고 생각했다.
다만 진솔함이라고 해서 모든 사실을 세세히 공개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특정 인물의 문제나 회사의 내부 의사결정을 시시콜콜 설명하기보다는, 자신이 맡았던 역할과 그 안에서 지속적으로 채워지지 않았던 조건, 그리고 다음 조직에서 찾고 싶은 방향을 중심으로 말하는 편이 안전하다.
성공 전략 — 이렇게 준비했더니 통했다
예상 질문에 우선순위를 매긴다
면접 준비를 할 때, 모든 질문을 다 대비하려고 하면 오히려 준비가 산으로 간다.
필자는 이렇게 우선순위를 나눴다.
- 자기소개 (모든 면접 공통, 첫인상 결정)
- 지원 동기 (왜 이 회사, 왜 이 직무인가)
- 포트폴리오 설명 (실무 면접 필수)
- 장르·프로젝트 이해도
- 자기소개서 기반 꼬리질문
- 최근 화두(AI 활용 등) 관련 꼬리질문
- 역질문
1번부터 순서대로, 확실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부터 다졌다. 뒤로 갈수록 나올 수도, 안 나올 수도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실제 면접에서는 자기소개서 기반 질문보다 포트폴리오 기반 질문이 훨씬 많이 나온다. 자기소개서는 첫인상과 지원동기를 확인하는 정도지만, 포트폴리오는 실무 역량과 사고방식을 직접 검증하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우선순위는 어디까지나 ‘무엇부터 준비할지’의 순서일 뿐, 지원자가 진짜로 얻어내야 하는 결과물은 따로 있다. 바로 ‘나’라고 하는 본인 스스로에 대한 확실한 이해다. 자기소개, 지원 동기 같은 질문을 하나씩 준비해나가는 과정 자체가, 결국 나라는 사람을 마치 지도를 그리듯 스스로 이해해나가는 과정으로 작용한다.
‘나’라고 하는 지도가 완전히 밝혀지고 나면,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들어와도 답할 수 있게 된다. 질문 하나하나에 맞는 답을 암기해둔 게 아니라, 나라는 존재를 스스로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면접에서도 계속 스스로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나’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이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모든 질문에 완벽한 문장을 미리 써두려 하기보다, 질문 유형별로 답이 흘러가야 할 뼈대만 잡아두는 편이 실전에서 더 유용했다. 경험을 묻는 질문이라면 ‘어떤 문제가 있었는가 → 무엇을 했는가 → 무엇이 달라졌는가 → 이후 어떤 원칙으로 남았는가’ 순서로, 역량을 묻는 질문이라면 ‘어떤 역량인가 → 실무 어느 단계에 쓰는가 → 그 결과를 어떻게 검증하는가’ 순서로 답하면, 즉흥적으로 들어온 질문에도 답의 구조가 무너지지 않는다.
포트폴리오 질문은 ‘내용’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답하라
D사 면접에서는 필자가 제출한 포트폴리오를 면접관 앞에서 직접 설명하는 순서가 있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면접관은 이미 그 포트폴리오를 읽고 들어왔을 텐데, 왜 굳이 다시 설명해보라고 할까.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검증이다. 포트폴리오를 정말 본인이 작성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대필한 페이지가 있다면, 정작 그 페이지를 만든 본인이 설명할 때 티가 날 수밖에 없다.
둘째, 이게 진짜 핵심인데, 면접관은 ‘그 페이지를 어떤 사고방식으로 준비했는가’를 보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에 ‘합격한다면 이런 부분을 해결(공헌)하고 싶습니다’라는 페이지가 있다고 해보자. 면접관이 궁금한 건 그 페이지에 적힌 ‘내용’ 자체가 아니다. 그 페이지를 쓴 사람이 어떤 생각과 의도로 그 결론에 도달했는지, 즉 ‘생각하는 힘이 있는 사람인가’를 검증하려는 것이다.
실제로 D사 2차 면접에서 면접관이 이렇게 말했다.
“내용을 다 읽을 필요는 없고, 그 페이지를 어떤 생각과 의도로 썼는지 위주로 설명해주세요.”
이 한마디로 확실해졌다. 포트폴리오 설명은 ‘내가 무엇을 만들었는가’를 되풀이하는 자리가 아니라, ‘왜 그렇게 만들었는가’를 보여주는 자리다.
그러니 포트폴리오를 준비할 때부터, 각 페이지마다 ‘이 페이지를 왜 이렇게 구성했는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결과물만 예쁘게 만들고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면접관은 당신을 자기 생각 하나 말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오해할지도 모른다.
협업 갈등은 사실 그대로 말하기, 그러나 안전이 제일 우선
“다른 부서와 협업하다가 어려움을 겪은 적 있는가, 어떻게 극복했는가”라는 질문은 실무 면접에서 자주 나온다.
이 질문에 대한 전략은 갈등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정말 사소한 마찰 정도였다면, 굳이 ‘갈등 경험이 있었다’고 사실을 부풀릴 필요는 없다. 다만 “갈등이 아예 없었다”고 잘라 말하는 것도 위험하다. 경력직에게 그런 대답은 오히려 ‘갈등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인가’,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만 하는 사람인가’ 하는 의심을 살 수 있다. 이럴 때는 “회사 내에서 타 부서와 크게 소통할 일이 크게 없어서 갈등이 만들어질 계기가 없었던 것 같다”는 식으로 답하는 편이 안전하다.
반면 실제로 부딪힌 경험이 있다면,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낫다. 다만 솔직하기만 해서는 부족하고, 반드시 두 가지가 함께 붙어야 한다. 그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같은 갈등이 재발하지 않도록 어떻게 하고 있는지다.
필자는 이렇게 답했다.
“게임의 특정 구간을 설계할 때, 회의를 할수록 각 부서가 이해하는 형태가 달랐습니다. 말로 설명하면 각자 다르게 이해하는 게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회의 자리에서 직접 전체 구간을 시각화해서 보여줬습니다. 같은 그림을 보고 얘기하니 대화가 단순해졌고, 전원이 합의한 기획안을 빠르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협업이 필요한 사안은 말로 설명하기 전에 먼저 시각 자료부터 준비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고, 같은 유형의 마찰은 다시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 답이 먹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어려움이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해결한 방법’과 ‘재발 방지’까지 한번에 답하기 때문이다. 갈등만 말하고 끝내면 불안한 인상을 주지만, 해결과 재발 방지까지 붙으면 오히려 신뢰가 쌓인다.
즉흥 실무 질문 —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보라는 요구
C사 면접에서는 “자사 IP를 잘 아는가”라고 묻더니, 곧바로 그 IP의 세계관·설정을 바탕으로 캐릭터와 스토리를 즉흥적으로 구상해서 설명해달라는 요청이 이어졌다.
순발력은 기본이고, 그 IP를 평소에 제대로 파악해두지 않았다면 제대로 당하고야 마는 그야말로 ‘킬러 문항’이다.
이런 질문은 미리 준비한 답변으로 때울 수 없다. 지원하는 회사의 대표작이나 신작 관련 IP가 있다면, 면접 전에 최소한 한 번은 플레이해보고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을 머릿속에 넣어두는 편이 좋다. 급하게 위키 문서만 훑어보는 정도로는, 즉흥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보라는 요구 앞에서 밑천이 드러난다.
필자의 경우 그 회사의 대표 IP 게임의 스토리를 유튜브 영상으로 모두 시청하고 갔다. 그 덕택에 세계관/설정에 어긋나지 않은 캐릭터 설정/스토리를 즉시 준비해서 답할 수 있었다.
“이직이 잦다”는 지적에 대한 답
회사에서 가장 불안해하는 것 중 하나는 ‘기껏 사람을 뽑았는데 오래가지 않고 금방 이직하는 경우’이다.
특히 필자는 매 회사마다 재직 기간이 약 1년밖에 안되는 터라, 면접을 볼 때마다 굉장히 진땀을 뺐던 기억이 있다.
먼저, 필자는 ‘이직이 많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이는 이력서에도 드러나는 사실이며, 숨길래야 숨길 수 없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합격 이후에 회사에서 재직증명서를 떼오라고 하는데 거짓말을 하면 결국 탄로날 수밖에 없다.)
필자가 준비한 전략은 바로, ‘자발적 이직’과 ‘비자발적 이직’을 분리해서 답변하는 것이었다. 이직을 하기는 했지만 내가 원한 이직은 많지 않다고 ‘프레임’을 바꾸는 식이다.
예를 들어, 회사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달라지거나, 근로 조건이 바뀌었거나, 프로젝트가 드랍되는 등, 다양한 사유로 내가 일하는 환경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그 결과가 ‘나의 이직’이 되더라도 그것은 내가 비자발적으로 이직한 것이니 나의 잘못이 아닌 것이다.
반면, ‘자발적 이직’의 경우는 대답을 굉장히 잘 해야한다. 가령 ‘상향 지원’처럼, 크게 설명하지 않아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웬만해서는 면접관은 기존 조직에서의 ‘부적응’ 등을 걱정할 것이다.
결국은 ‘진솔함’이 정답이지만, 여전히 면접관의 ‘이직 우려’를 씻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한 가지 농담을 준비했다. 당분간 결코 이직하지 않을테니, 차라리 이직불가 조항을 이력서에 쓰고 ‘사이닝 보너스’를 받을 수 있냐는 식이었다. 물론 ‘가벼운 농담’식으로 던진 것이라서 서로 웃고 넘기는 수준으로 넘긴 것이지, 필자 입장에서는 대단한 도박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 도박에 걸어야 하는 각오로 ‘이직이 많다는 결점’을 씻어낼 필요가 있었다. 재밌는 건, 결국은 그 회사에 최종 합격하게 되어 그러한 각오를 증명해야만 하게 되어버렸다.
그 외 팁
실무 면접과 임원 면접은 다르게 준비한다
실무 면접에서는 포트폴리오와 직무 역량이 중심이다. 임원 면접까지 올라갔다면, 이미 실무 역량은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봐야 한다.
임원이 보고 싶어 하는 건 실무 스킬보다 “이 사람이 우리 조직과 방향이 맞는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다. 한 마디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인가’라는 점만 잘 보여줄 수 있다면 충분하다. 하지만 만약 실무 면접에서 ‘의심을 많이 샀다면’ 임원 면접에서 그 부분이 딥하게 질문이 들어올 수 있으니 실무 면접에서 본인이 잘 답변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그 취약점을 미리 준비해놓고 임원 면접에 들어가야 한다.
(1차 면접에 들어온 면접관은 2차 면접관에게 지원자로부터 느낀 점을 상세히 전달한다. 그 과정에서 지원자의 우려스러운 점도 함께 전달되곤 하는데 이 부분은 2차 면접관이 반드시 물어볼 질문으로 연결된다.)
압박 질문 앞에서는 잠깐 시간을 벌고 답변한다
질문이 날카롭게 들어오면 패닉이 올 수 있다.
면접이라는 생각에 무작정 뇌에서 생각나는대로 답변하기보다는, 일단 생각해보겠다고 하고 멘탈을 회복시킨 뒤 천천히 말하는 편이 낫다.
버벅거리는 것보다 “잠깐 생각하고 말씀드려도 될까요”라고 양해를 구하는 게 훨씬 낫다. 우려되는 지점을 면접관이 묻기 전에 먼저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이력서만 보면 걱정되실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거 압니다”라고 먼저 말하면, 방어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
옷차림과 태도
깔끔한 비즈니스 캐주얼이면 충분하다. 잘 모르겠으면 그냥 ‘평소 출근룩’의 두 단계 더 포멀한 인상의 옷이라고 생각하고 착장하고 면접에 임한다.
임원 면접이라고 해서 너무 격식을 차리기보다는, 지나치게 차려입어서 어색해지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본인다운 차림으로 가는 게 낫다.
면접관에게 하면 안 되는 질문
면접이 끝날 때쯤 면접관이 “뭐든 물어보세요”라고 하는 건 거의 모든 면접에서 나오는 순서다.
그런데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정말 아무거나 물어보면 곤란해질 수 있다.
필자는 C사 면접에서 “이 신작이 그 회사의 유명 전작 후속작이 맞느냐”고 물었다가, 면접관이 “대답하기 곤란하다”며 표정이 굳는 걸 보고 실수했다는 걸 바로 느꼈다.
D사 면접에서도 “회사가 나중에 이전하게 되면 처우나 복지가 달라지나요?”라고 물었다가 후회했다. 아직 합격 여부도 모르는 사람이 마치 이미 합격한 사람처럼 구는 것 같아 건방지게 느껴졌을 것 같았다.
두 질문의 공통점은, 아직 지원자 신분에서는 답을 들을 자격도 물을 이유도 마땅치 않은 질문이라는 점이다. 미공개 사업 정보를 캐묻거나, 합격을 전제로 한 질문은 피하는 게 낫다.
역질문은 업무 관련 질문(팀 구성, 다음 스텝, 프로젝트 방향성 등)으로 하거나, 애매하다면 “합격하게 되면 그때 채용담당자님께 여쭤보겠습니다”처럼 무난하게 넘어가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결론
필자는 A사, B사, C사에서는 탈락했지만, D사에서는 실무 면접과 임원 면접을 모두 통과해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같은 사람이, 같은 경력으로 면접을 봤는데 결과가 갈렸다. 물론 결과가 오직 준비만으로 갈리는 건 아니었을 거다. 연봉 눈높이, 그 회사의 채용 우선순위, 함께 경쟁한 다른 지원자의 경력처럼 필자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도 분명 있었다. 다만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은 준비였고, 마지막 면접에서는 그 준비가 이전 세 번보다 훨씬 단단해져 있었다.
면접관도 결국 사람이다.
완벽한 증명을 원하는 게 아니라, 이 사람과 일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원한다. 그 확신은 화려한 답변이 아니라, 질문의 의도를 정확히 짚고 담담하게, 구체적으로 답하는 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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