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 소개
- 제목: 산나비(SANABI)
- 장르: 사이버펑크, 액션 어드벤처, 플랫포머
- 개발: 원더포션
- 퍼블리셔: NEOWIZ
- 출시일: 2023년 11월 9일
- 등급: 12세 이용가
- 한국어 지원: O
- 엔진: 유니티 엔진
추천 플레이어
- 액션 플랫포머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
- 국산 인디 게임 중 수작을 만나보시고 싶으신 분
- 반전이 있는 내러티브를 좋아하시는 분
- ‘아저씨와 소녀’ 클리셰를 좋아하시는 분
- 조선 문화 또는 사이버펑크 어느 한쪽이라도 좋아하시는 분
줄거리
기계팔로 무장한 퇴역 군인은 초거대 재벌의 부패한 사유 도시를 오릅니다. 도시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그리고 ‘산나비’를 찾아내 복수하기 위해.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역동적이고 스타일리쉬한 2D “사슬 액션” 어드벤처 플랫포머 게임, 산나비입니다.
들어가는 글

한국 인디 게임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궤적을 남긴 작품을 꼽자면, 단연 ‘산나비(SANABI)’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산나비의 성공 요인이나 인기에 관해서는 이미 유튜브를 비롯해 숱하게 많은 곳에서 언급하고 있는 터라, 굳이 이 블로그에서 다룰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수백 명이 매달려도 실패하는 냉혹한 게임 시장에서, 고작 5명의 대학생들이 만들어낸 이 기적 같은 성취는 무엇을 의미할까? 그럼에도 그 결과물은 기획과 아트, 내러티브가 정말 짜임새 있게 하나의 유기체처럼 맞물려 돌아간 점이 놀라웠다.
필자가 재직했던 회사에서는 내러티브팀 하나만 해도 10명 가까운 대인원을 꾸렸음에도 매번 일정에 허덕였던 게 생각이 난다. 아무리 인디 프로젝트라고 하나, 모든 인원이 올스타로 갖춰지기는 어려웠을텐데 어떻게 다섯 명이라는 적은 인원이 이런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이 글은 산나비의 성공을 기획이나 내러티브 ,아트보다는 ‘개발자’에 초점을 맞춰서 한번 살펴보고자 한다.
산나비 개발팀
팀 구성 및 팀원 정보
산나비를 개발했을 때 당시의 원더포션은 기획자 1명(유승현 님), 프로그래머 2명(정재윤 님, 한지윤 님), 아티스트 2명(허유지 님, 이수호 님)으로 이루어진 총 5명의 소규모 팀이었다.
팀원들은 2019년 스마일게이트 게임잼(스마일게이트 챌린지)에서 만나 ‘원더러스한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의지로 팀명을 정했다고 한다.
디렉터 – 유승현

유승현 씨(이하 유승현)는 1994년생(2023년 기준 29세)으로,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중학생 시절부터 게임을 만들고 싶었지만, 학업에 집중하다 포기했던 꿈을 군 전역 후 다시 불태웠다. 게임 개발을 재개하기 위해 게임잼에 참여하여 마음 맞는 팀원들을 영입했으며, 산나비에서 게임 디렉터, 기획, 전체 시나리오를 담당했다고 한다.
유승현은 개발 초기 1년간의 시행착오와 실패를 인정한다.
지금은 산나비의 내러티브가 훌륭하다는 평이 자자하지만, 개발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나보다. 텔링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스토리의 디테일을 완성도 있게 구현할 수 없었다.
‘무속 신앙을 사이버펑크로 재해석한 신감각 SF’라는 키 컨셉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은 어떤 인물인지?’, ‘무엇이 주인공을 움직이는지?’, ‘작중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와 같은 간단한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결국 인디게임 개발팀이 가장 결심하기 어려운 ‘처음부터 다시하기’라는 결정을 내렸다. 오직 남겨놓은 건 #조선, #사이버펑크, #로프액션, #플랫포머 뿐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산나비는 1년 간의 공백기가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1년의 실패 이후 유승현은 팀의 방향성을 더욱 확실하게 이끌었는데 그의 리더십이 성공한 셈이다.
그에 대한 다양한 인터뷰를 보면 그가 어떤 개발 마인드셋을 갖고 산나비 개발에 임했는지 알 수 있다.
- “팀을 꾸린 이상 뭐라도 만들어야 했고, 산나비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각자가 정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1
- “기술로 인해 인간성이 대체된 시대에서, 그 인간성으로 인해 사람이 구원받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2
- “우리 모두 게임개발이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산나비도 제작 중 적어도 세 번은 완전히 갈아 엎었습니다.”3
- “이 모든 과정이 ‘운이 좋았다’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사실상 새로이 만드는 과정에서 팀이 해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4
- “용감한 무지랭이라고 불러주고 싶습니다. 얼마나 큰 작업인지 몰랐기 때문에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5
메인 아티스트 – 허유지

허유지 씨(이하 허유지)는 원더포션의 메인 아티스트로, 환경과 배경 디자인, 맵 디자인, 캐릭터 디자인, 일러스트를 담당했다.
그는 한성대학교와의 산학협력 프로젝트인 ‘필로소마’ 개발에도 참여했다.
허유지는 산나비의 독특한 픽셀 아트 감성을 창출해낸 아티스트다. 2025년 GAME AICON에서 “소규모 개발 팀 아티스트로서의 아트 디렉팅”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세련되면서 예술적인 전통한국 세계관은 왜 나오지 않았을까 물음을 던졌다.
한복과 기와에 국한된 컨셉 너머 더 현대적이고 새로운 디자인을 원했다고 한다.
결국 자신이 원했던 아트 방향성을 참고하기에 좋은 레퍼런스를 찾기 어려웠던 건지, 게임에서 레퍼런스를 가져오기보다는 건축물과 패션 등에서 많은 영감을 받고 전체적인 배경 디자인을 구체화했다.
그가 가장 살리고 싶었던 감성은 바로 ‘장소의 세계관, 색감, 마주했을 때 들었으면 하는 감정, 구조와 컨셉’이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산나비 2와 신작 ‘낙원공방’에서 3D 배경 표현을 도입하면서도 픽셀 그래픽의 감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작업 중이라고 한다.
안타깝게도 프로그래머 2명과 다른 아티스트 1명에 대해서는 밝혀진 정보가 거의 없었다. 다른 아티스트 1명은 주로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담당했고, 프로그래머 2명은 로프액션 메커닉 구현과 물리엔진 튜닝에 집중했다고 전해진다.
개발 과정 및 주요 시행착오
초기 구성과 게임 기획
원더포션 팀원들은 2019년 신촌 카페에서 처음 모여 게임을 구상했으며, “조선 사이버펑크 로프액션 플랫포머”라는 야심찬 기획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전원 대학생이었다는 점, 그리고 팀원 모두 상용 게임을 만들어 출시한 경험이 전무한 상황에서 첫발을 떼게 되었다.
1차 위기: 로프액션 메커닉
첫 1년간의 개발은 실패였다. 유승현은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로프액션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막상 개발을 시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로프액션은 지옥과도 같았습니다. 어딘가에 갈고리를 걸어서 움직인다는 아이디어가 쉬운 것이 아니어서입니다.”
- “개발자 입장에서 피드백은 이해하기 어려운 ‘코스믹 호러’와도 같습니다. 조작 능력이 고일대로 고인 상태이기도 했고, 막연한 피드백을 보면서 게임을 고쳐야 했기 때문입니다.”
로프 액션과 관련해서는 처음에는 유니티의 물리엔진과 함수를 사용했던 듯하다. 물리엔진에서의 몇 가지 단점을 보여주지 않기 위한 결정이었으나, 실제 게임 상황에서 복잡한 형태와 변수로 인해 통제 불가능한 상태가 나오게 됐다.
이 때문에 함수 사용을 버리고 물리엔진을 튜닝해 사용하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외에도 조작과 관련된 300개가 넘는 수치들을 조정하면서 이전보다 조작감을 개선했다.
2차 위기: 스토리 텔링의 부재
로프액션 외에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초기 스토리는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만 있고, 게임 속에서 이를 어떻게 플레이어에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 “스토리 텔링의 과정이 고려되지 않아, 세계관이나 인물의 이야기 등 다양한 것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발이 진행됐습니다. 즉, 알맹이가 없는 스토리 만으로 1년 동안 게임을 만든 것입니다.”
- “정신을 차리니 감당이 되지 않았습니다. 기획이 정해지는 데에는 1개월이 걸렸지만, 문제점을 알게 되는 데에는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스토리는 완전히 갈아엎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게임 메커닉스를 비롯해 많은 부분이 ‘스토리-드리븐’ 게임으로써 연관성 깊에 얽혀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조선’, ‘사이버펑크’, ‘로프액션’, ‘플랫포머’ 같은 키워드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갈아엎었다.
이러한 결정은 주인공이 사슬잡이에서 퇴역군인으로, 히로인은 꼬마 무당에서 해커 소녀로 변경되어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다고 한다.
강연 막바지에 유승현은 이 모든 과정이 ‘운이 좋았다’고 요약했다.
모든 멤버가 게임을 처음 만드는데도 불구하고 팀이 해체되지 않았고 끝까지 개발에 함께했기 때문이다.
“개발 기간이 4년이 넘어갈 정도로 길어지면서, 다들 심리적으로 많이 지쳤다. 특히 가장 큰 것은 우리 게임이 정말로 재밌는지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스토리는 이게 맞는 것일까, 음악과 엔딩은 적절할까’ 등 사실상 확신은 제로에 가까워졌고, 불안감만 커졌다. 출시 직전에는 버그 제보글만 보였다. 그런데 막상 게임 출시 이후 정말 어마어마한 사랑을 보내주신 이용자들 덕분에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다.”6
그런데 유승현의 말대로 정말 이 모든 성공 신화가 단순히 ‘운’ 때문이었을까. 필자는 과연 그들이 어떤 성공 비결을 숨기고 있는 것인지 한번 분석해보고자 한다.
산나비의 성공
산나비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유승현은 산나비의 성공이 ‘운이 좋았다’고 평했지만, 산나비의 성공은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하기에는 많은 인디 게임이나 현업의 개발자가 참고할 만한 많은 시사점을 보여준다.
필자가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바로 그 지점이다.
1. 의사결정 효율화
“초기에는 회의를 거쳤지만, 무의미한 논쟁만 길어졌다. 그래서 저(유승현)가 총대를 매고 게임의 방향성을 이끌어가기로 결정했다.”
산나비의 구성원 중 기획자는 단 한 명이다.
물론 기획자 외의 다른 구성원들도 게임의 방향성이나 게임 디자인에 관한 의견이야 줄 수 있겠지만, 대외적으로는 기획자를 단 한 명으로 명시한 부분은 확실히 눈에 띄는 지점이다.
인디 게임의 본질은 ‘다양성’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적은 구성원이지만, 각자가 본인이 만들고 싶은 게임의 방향성을 가져와서 치열하게 논의하고 의견을 섞어가며 만드는 게 인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한 명이 독단적으로 게임을 주도하고자 한다면 게임을 완성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유승현의 위와 같은 발언은 사실상 인디 게임스럽지 않은 발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유승현마저도 자신의 이 결정이 인디 정신(모두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과 모순된다고 지적한다.
“모두가 자신이 만들고 싶은 걸 만든다는 ‘인디’의 방향성과 다소 다르지만, 좋은 경험을 주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가 인디의 방향성보다 우선했던 건 바로 (유저의) 좋은 경험이었다. 즉, 인디 게임이 추구해야 마땅한 가치인 다양성보다도, 그는 유저의 경험을 더 우선시하는 판단을 내렸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독불장군처럼 개발을 휘어잡았기 때문은 아닌 듯하다.
후술하겠지만 산나비 개발팀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섯 명으로 탄탄하게 유지되었으며, 도중에 멤버가 교체되거나 불화에 휩싸였다는 소식은 알려진 바 없다.
즉, 그의 이러한 판단과 결정은 팀 내 구성원들에게 ‘존중’받았을 확률이 높고, 나아가 그의 실력과 퍼포먼스를 팀원들이 인정하고 따랐다고밖에 볼 수 없다.
즉, ‘독단’이 아니라 그의 실력을 바탕으로 신뢰를 얻어 프로젝트 개발 총책임을 위임받았다고 볼 수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의 단일화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게임의 핵심 메커닉스나 내러티브, 방향성 등이 흔들리지 않는 결과를 낳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게임 개발을 ‘효율화’하는데 가장 크게 기여한 요소이다. 수십 명 규모의 조직에서도 리더십 부재와 잦은 방향 전환으로 리소스가 낭비되는 경우를 숱하게 봐왔다.
만약 의사결정 구조가 효율화되고 명확한 방향성만 유지되었더라도 이러한 안타까운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거다.
게임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명확히 하고, 자신의 실력으로 팀원들을 캐리할 수 있었기에 산나비는 효율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가질 수 있었다.
이는 게임 성공에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2. 팀의 응집력
“이제는 구성원 모두 대학을 졸업했지만, 이들은 여전히 함께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산나비 개발은 19년 신촌에서 모인 다섯 명의 대학생이 주도했다. 4년 동안 개발하는 데 한 명도 이탈하지 않은 점은 정말 놀라운 부분이다.
산나비 또한 개발하는 과정에 개발자에게 번아웃이 오기도 했고, 실제로 팀이 해체될 위기도 여러 번 겪었다고 한다.
2022년 정식 회사 설립 이후에도 그때 함께 개발을 시작했던 팀원들이 ‘귀신 씌인 날’ DLC와 ‘산나비 2’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산나비의 대단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그 멤버들이 취업이나 학업 같은 현실적인 문제로 팀을 떠나지 않고 계속 원팀으로서 개발에 임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1번 소제목에서 언급했듯, 유승현으로 일원화된 의사소통 채널은 게임 개발의 효율화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엄밀하게는 그에게로 판단과 결정이 일원화될 수 있었던 건 그가 가진 게임 개발의 비전과 철학이 같은 구성원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업계에 5년 이상 몸담은 필자에게도 게임 개발 과정에서 많은 부침과 힘듦이 있었지만, 가장 멘탈적으로 힘들었던 순간은 바로 ‘비전이 부재했던 순간’이다.
더 많은 돈, 더 많은 복지, 더 많은 권한. 이러한 달콤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비전이 부재한 팀은 함부로 가서는 안 되는 독이다. 무엇을 개발할 것인지 모두가 비전이 불일치한 조직은 무조건 표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나비의 개발은 4년이 걸렸다. 심지어 그 중 1년은 개발을 다시 뒤엎는다는 결정에 의해 사실상 제로에서부터 다시 개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성원이 이탈하지 않을 수 있었던 대단한 응집력의 근간에는 유승현의 명확한 비전과 철학이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얻었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물론 유승현의 리더십 하나만으로 모든 개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말하는 건 과도한 비약이다.
다행히(?) 산나비의 잠재력을 인정한 다양한 사람들과 목소리는 산나비를 직접 지원하거나 협업하거나 응원의 목소리를 보냈다.
실제로 산나비를 개발한 원더포션은 아래와 같은 대단한 기록들을 갈아치우며, 게임을 출시하기 전부터 이미 대박의 조짐을 보였다.
| 구분 | 내용 |
|---|---|
| 2021년 3월 | 1차 CBT 데모 출시 |
| 2021년 5월 | 텀블벅 펀딩 1446% 달성 |
| 2021년 9월 | BIC 2021 최고의 아트상 수상 |
| 2022년 | 대한민국 게임 대상 인디게임상 수상 |
| 2022년 3월 | 네오위즈와 퍼블리싱 계약 체결 |
| 2022년 6월 | 스팀 얼리액세스 출시 |
| 2023년 11월 23일 | 정식 출시 |
| 2024년 | 중국 ‘2024 인디게임 개발 어워드’ 최고의 게임 부분 수상 |
| 개발 기간 | 약 4년 (2019~2023) |
| 개발 엔진 | Unity (유니티) |
| 도쿄 게임쇼 | 호응 획득 |
| 스팀 평가 | 95% 이상 긍정 평가 (‘압도적으로 긍정적’) |
| 팀 구성 | 2019년 스마일게이트 게임잼에서 결성 |
정상적인(?) 개발자라면 이렇게 맑은 전망이 보이는 상황에서 굳이 팀을 이탈하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산나비 개발팀의 응집력은 첫째는 유승현에 대한 내부 신뢰, 둘째는 산나비를 둘러싼 외부에서의 응원과 지원이 이러한 산나비 개발을 성공으로 이끈 커다란 두 개의 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3. 명확한 우선순위
“우리 모두 게임개발이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많았다. 산나비도 제작 중 적어도 세 번은 완전히 갈아 엎었다. 원하는 것은 많았지만, 우리가 정확히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몰랐다.”
산나비의 높은 완성도의 비결은 안타깝지만(?) 게임 개발을 적어도 세 번 완전히 갈아엎은 판단과 결정에 있었다. (그 과정에서 무속 신앙 중심의 꼬마 무당 이야기 등도 현재의 사이버펑크 군인 서사로 바뀌었다.)
조선, 사이버펑크, 로프액션, 플랫포머.
이 네 가지 키워드를 제외한 모든 것을 다시 새롭게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한 다섯 명은 과연 어떤 심경이었을까? 아마 나였다면 프로젝트를 이탈하고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남아 함께 개발하고 끝끝내 훌륭한 완성도로 게임을 만들 수 있었던 건 바로 처음 그들이 만들고 했던 메커닉과 컨셉이 명확했기 때문이었다.
“저는 처음에 게임의 중심이 되는 게임 메카닉스를 정하고 나서 그 메카닉스에 맞는 주제나 스토리를 생각하는 순서로 게임을 개발합니다. 즉, ‘SANABI’에 경우는 먼저 ‘로프 액션’이라는 메카닉스로 결정하고, ‘사이버 펑크’라는 주제, 그리고 스토리를 결정해 나갔습니다.”
그들이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개발하기로 결정했음에도 그들이 남겨둔 ‘유산’은 그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와 같았다.
그렇기에 그 가치를 가장 잘 보존하고 극대화할 수 있는 형태로 나머지 살을 붙여나갔고, 그건 결과적으로 옳은 판단이었다.
필자는 ‘내러티브 디자인’이 메인 필드이지만, 유승현이 게임 메커닉스(사슬팔을 통한 로프액션 플랫포머)를 더 우선 가치로 두고, 그 이후에 내러티브를 입힌다는 우선순위 설정은 이론의 여지 없이 올바른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기존의 내러티브를 유지해야한다는 판단 탓에 사슬팔 로프액션이 없어지거나 기능이 퇴색되었다면 산나비의 아이덴티티는 많이 희석되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산나비는 도중에 게임을 몇 번이고 다시 갈아엎는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그들이 꼭 지키고자 했던 핵심 가치(메커닉과 컨셉)는 건들지 않았기에 원더포션은 그들이 원하는 결과물을 완성도 높게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4. 열정의 꾸준함
“사실 정말 어느 순간에는 마음의 연료가 떨어지고 열정이 사그라든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매일 꾸준히 일정 이상의 부분을 개발하던 습관이 있었기에 엔딩까지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팀의 비전이 명확하고 응집력이 훌륭하다고 해도, 4년이라는 개발 기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건 그들의 ‘열정’ 없이는 불가능했을 거다.
놀라운 점은, 그러한 열정이 사그라드는 지점을 극복할 수 있었던 방법으로 ‘습관’이라는 용어가 언급되었다는 점이다.
매일. 꾸준히. 일정 이상의 부분을 습관적으로 개발한다.
누군가가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고 성공이 100% 담보된 프로젝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게임 개발을 꾸준히 습관적으로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 답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그 갑갑함을 이겨낼 수 있던 것은 게임개발이 좋다는 열정이었다. 자신과 같은 방향을 바라볼 동료를 찾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던 경험, 게임 개발에 대한 열정, 그리고 힘든 부분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극복해나갔던 과정을 거쳐서 ‘산나비’는 완성될 수 있었다.”
그들은 게임 개발이 좋았다. 그리고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동료들과 함께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다. 그러한 그들의 열정은 많은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가장 든든한 체력이 되어 주었다.
열정은 감정의 영역이지만, 꾸준함은 시스템의 영역이다. 산나비 팀은 감정이 고갈되었을 때 시스템에 의지해 프로젝트를 완주할 수 있었다.
5. 일관된 철학: 게임은 경험이다
게임 디자인의 바이블로 통하는 『The Art of Game Design』에서 제시 셸(Jesse Schell)은 게임을 구성하는 네 가지 기본 요소—메커닉(Mechanics), 스토리(Story), 에스테틱(Aesthetics), 테크놀로지(Technology)—가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것은 이 네 가지가 단순히 공존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경험(Experience)’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느 한 요소가 과도하게 돌출되면 경험의 몰입은 깨지기 마련이다.
원더포션의 유승현 디렉터가 산나비를 통해 보여준 철학은 셸의 이론과 놀라울 정도로 맞닿아 있다.
“게임은 경험이다. 스토리도, 게임 메카닉스도 각각 중요하지만, 그것들 하나만으로는 작품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는 게임 메카닉스나 스토리나 아트 등으로부터 개인적인 플레이 체험을 받아들여, 그것을 쌓아 가면서 게임과 개인적이고 친밀한 관계를 쌓아, 최종적으로 자신만의 경험을 형성합니다. 이 개인적인 경험이야말로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7
산나비에서 ‘사슬팔’이라는 메커닉은 단순히 조작의 재미를 위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딸을 잃은 군인의 처절함(스토리)을 대변하고, 조선 사이버펑크라는 시각적 양식(에스테틱) 위에서 작동한다.
5명이라는 소규모 팀이 이토록 밀도 높은 결과물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은, 이들이 메커닉이나 스토리 중 어느 하나를 맹목적으로 돋보이게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플레이어가 느낄 경험’**을 최상위 가치로 두고 모든 요소를 그 하위 수단으로 정렬시켰기 때문이다.
제시 셸의 말처럼, “게임 디자이너는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경험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정리하는 글

덜어냄으로써 완성한 세계
산나비의 개발 과정은 끊임없는 ‘덜어냄’의 연속이었다. 불필요한 논쟁을 덜어내어 의사결정을 단순화했고, 맞지 않는 서사를 덜어내어 핵심 메커닉을 지켰다. 우리는 흔히 ‘더 많은 것’을 넣어야 성공한다고 믿지만, 5명의 원더포션 팀은 가장 중요한 ‘경험’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를 과감히 정리할 때 비로소 완성도가 높아짐을 증명했다.
지금 기획서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개발자가 있다면, 산나비가 던지는 질문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당신의 게임에서 끝까지 지켜야 할 단 하나의 경험은 무엇인가?”
각주
각 인터뷰 내용과 그 근거는 아래의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https://www.yna.co.kr/view/AKR20231103123400017 ↩︎
- https://plus.hankyung.com/apps/newsinside.view?aid=202311042672Y&category=&sns=y ↩︎
- https://v.daum.net/v/20240307104731972 ↩︎
- https://www.inven.co.kr/webzine/news/?news=295853 ↩︎
- https://m.ruliweb.com/news/read/155749 ↩︎
- https://v.daum.net/v/20240307104731972 ↩︎
- https://int-magazine.com/ko/interview/you-seung-hyeon-of-sanabi/ ↩︎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