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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디자인 기둥(Game Design Pillars)이란? 개념과 실전 활용법


Game Design Pillars 게임 디자인 기둥

‘게임 디자인 기둥(Game Design Pillars)’이 정해졌습니까?

필자는 앞으로 향후 1년의 업데이트 플랜을 계획하는 자리에서 업데이트 플랜의 발표를 막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그 자리에 앉아 계시던 대표님으로부터 위와 같은 질문을 듣게 되었다.

게임 기획을 5년 넘게 했는데, ‘이 게임의 기둥이 뭐예요?’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 것은 부끄러웠지만, ‘게임 디자인 기둥’이라는 말이 생소해서 계속 마음에 걸렸다.

게임 디자인 기둥이 뭘까?

그리고 그 자리에서 왜 ‘게임 디자인 기둥이 정해졌는가’라는 질문을 듣게 되었을까?

이 글에서는 게임 디자인 기둥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실제 게임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직접 분석한 사례와 함께 정리해봤다.


게임 디자인 기둥 알아보기

문명 시리즈는 ‘턴제’ + ‘시뮬레이션’ + ‘선택의 중요성’ + ‘전략’ 등의 다양한 요소가 복잡적으로 어우러져 훌륭한 게임 플레이 경험을 낳았다.
ⓒCivilization VI – Build A City

게임 디자인 기둥의 정의

게임 디자인 기둥(Game Design Pillars)이란 무엇일까?

말 그대로 게임을 떠받치는 기둥이다. 건물에 기둥이 없으면 지붕을 올릴 수 없고 무너지듯이, 게임 역시 기둥이 없으면 중심 없이 흔들릴 것이다.

게임 디자이너 Max Pears는 게임 디자인 기둥을 이렇게 정의했다.

“게임 디자인 기둥은 게임의 핵심 경험을 정의하는 메타적인 약속이다.

일반적으로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수립하게 되는데, 이 기둥들은 개발팀이 경험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가이드라인이다.”

한마디로, 게임 디자인 기둥은 “이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무엇을 경험하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프로젝트 구성원 전체의 합의 내지는 약속이다.

이는 게임의 ‘컨셉’이나 ‘장르’와는 사뭇 다른 개념인데, 예를 들면 기획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냈을 때 ‘이 아이디어가 우리가 예전에 세웠던 기둥에 연결되는가/위배되는가?’라는 기준으로 쓸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새로운 아이디어가 플레이어에게 경험하게 할 ‘기둥’과 거리가 멀다면, 그 아이디어는 제외하거나 개발 우선순위를 낮춰서 나중에 고려하는 식이다.

이처럼 게임 디자인 기둥은 팀원 모두가 각자 어떠한 판단을 내리거나 우선도를 정할 때 일종의 공통된 규약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게임 디자이너 Jesse N. Schell은 그의 저서 『The Art of Game Design: A Book of Lenses』에서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핵심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게임 디자이너로서 당신의 목표는 경험을 창조하는 것이다. 게임은 그 경험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이 두 게임 디자이너의 관점을 합치면 기둥의 본질이 더욱 선명해진다.

게임은 플레이어가 유희를 느낄 수단이고, 경험은 그 게임으로 하여금 플레이어가 경험하게 할 요소의 총합이다. 게임 디자인 기둥은 게임(개발자)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나침반인 셈이다.

게임 디자인 기둥의 구성

게임 디자인 기둥의 대략적인 개념을 이해했다면, 이제 어떤 기준으로 그 ‘기둥들’을 정하면 되는지 알아보자.

기둥의 소재는 크게 세 가지 유형 안에서 정할 수 있다.

  • 게임 메커닉스(M): 게임 경험을 만들어내는 핵심 시스템. 제작, 은신, 탐험, 전투 등
  • 플레이 스타일(D): 플레이어가 이 게임을 어떤 방식으로 경험하는가. 전략적 판단, 반응형 플레이, 스토리 감상 등
  • 플레이어의 감정(A):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는 동안 느꼈으면 하는 감정. 긴장감, 해방감, 뿌듯함, 공포 등

예를 들어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라면 ‘수집욕’, ‘캐릭터 애착’, ‘전투 전략’처럼 플레이어 경험을 중심으로 기둥을 선정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게임 디자인 기둥은 ‘MDA 프레임워크’ 개발 방법론과도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다.

MDA 프레임워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게임 디자인 기둥은 일반적으로 3~5개가 적당한데, 개수가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각 기둥을 팀원 전체가 이해하고 판단 기준으로 쓸 수 있을만큼 구체적인가가 중요하다.

“재미있는 게임”이나 “몰입감”처럼 너무 추상적인 표현은 기둥이 될 수 없다. 누구나 동의하지만, 아무도 그것으로 판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기둥은 단순한 컨셉 키워드나 장르 설명과는 다르다.

게임 디자인 기둥 간의 상호관계

기둥(pillars)은 여러 개가 함께 작동하며, 서로 완전히 독립적이지 않다.

잘 설계된 기둥들은 상호의존적이면서 동시에 상호보완적이다. 한 기둥이 강해질수록 다른 기둥도 함께 강해지는 관계가 이상적이다. 예를 들어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에서 ‘탐험’ 기둥과 ‘보물탐색’ 기둥은 서로를 강화한다. 탐험을 할수록 발견의 보상이 쌓이고, 발견의 재미가 탐험 동기를 다시 높인다.

하나의 기둥이 다른 기둥의 취약점을 대신 지탱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게임의 액션성이 부족하다고 해도 훌륭한 비주얼 이펙트와 환상적 세계관, 멋진 스크립트 연출이 게임의 취약점을 숨기고 강점으로 빛을 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둥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하나의 기둥이 다른 기둥을 위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캐릭터 수집형 게임에서 ‘캐릭터 애착’이 핵심 기둥인데, 캐릭터를 얻는 과정이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과금에 강하게 종속되는 순간 애착 기둥은 무너진다. 아무리 육성 시스템이 탄탄하고 스토리가 좋아도, 플레이어는 애착을 형성하기 전에 이탈하기 때문이다.

기둥 간에 충돌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액션 쾌감 전투’와 ‘캐주얼풍 비주얼’은 방향이 상충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두 기둥 중 어느 쪽이 더 핵심적인 경험인지 우선순위를 팀 차원에서 합의해야 한다.

게임 디자인 기둥은 모든 것을 담으려는 도구가 아니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선택하고, 그 선택을 팀 전체가 공유하는 도구다.

게임 디자인 기둥이 필요한 이유

기둥이 무엇인지, 어떻게 구성되는지 이해했다면 이제 현실적인 질문이 남는다.

“기둥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기둥이 있으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기둥은 단순히 기획 문서를 채우는 개념이 아니다. 개발팀이 함께 일하는 방식, 장기 프로젝트의 방향성, 그리고 매일 쏟아지는 아이디어를 처리하는 방법 모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게임 디자이너 Max Pears는 이 영향이 스튜디오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 측면에서다.

개발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채 협업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게임 개발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기획자, 아티스트, 프로그래머, 사운드 디자이너가 각자의 언어로 일하는 현장에서 “우리 게임의 방향”을 하나로 정렬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기둥이 없는 팀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회의에서 “젤다 같은 느낌”이라고 말하면, 기획자는 광활한 오픈 월드를 떠올리고, 아티스트는 셀 셰이딩 비주얼을 상상하고, 프로그래머는 물리 기반 퍼즐 시스템을 구상한다. 같은 말을 들었지만 각자 전혀 다른 게임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반면 “우리 게임의 핵심 기둥 중 하나는 ‘탐험하며 보물상자를 먹는 경험’이다”라고 정해두면 이러한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기획자는 탐험을 유도하는 퀘스트 동선을 설계하고, 아티스트는 탐험의 끝에 획득할 보물상자의 매력적인 비주얼을 구상하고, 시스템 디자이너는 보상의 매력과 밸런스를 고민하게 된다.

기둥은 수십 번의 회의보다 빠르게 팀의 시선을 하나로 모아주는 공통 언어다.

프린세스 메이커 시리즈는 ‘아빠가 딸을 육성하는 플레이’라는 기둥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디테일한 재미요소는 시리즈를 거쳐 달라졌지만, 그 근간은 지금도 여전히 건재하다.

게임 개발은 길다. 프로젝트 기간이 3년이든 5년이든, 그 사이에 팀원이 바뀌고, 상황이 달라지고, 외부의 피드백이 쌓인다. 아무리 탄탄하게 시작한 기획도 시간이 지날수록 방향이 조금씩 흔들리기 마련이다.

기둥이 있으면 이 흔들림을 최소화할 수 있다. 기둥 자체를 바꾸지 않는 이상, 세부 기획이 달라져도 게임의 핵심 경험은 유지된다. 인원 교체가 있어도 새로운 팀원이 기둥을 기준으로 빠르게 방향을 파악할 수 있고, 외부 피드백이 들어왔을 때도 “이 피드백이 우리 기둥을 강화하는가, 아니면 흔드는가”를 기준으로 수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결국 기둥은 일정 지연과 개발 방향성이 서로 충돌하는 리스크를 낮추는 가장 현실적인 도구다. 거창하고 껍데기만 있는 기획 철학이 아니라, 팀이 같은 게임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기도 하다.

비주얼 노벨 형식에 개성적인 캐릭터는 흔하지만 칵테일 섞기라는 범상치 않은 요소를 더해 깊은 인상을 남긴 ‘VA-11 Hall-A’. 기존 시스템과 잘 융화되어야 정말로 ‘좋은 아이디어’다.

개발을 하다 보면 아이디어는 끊임없이 나온다. 팀 안에서, 때로는 외부 플레이 테스트나 경영진 피드백에서도 쏟아진다. 문제는 좋아 보이는 아이디어가 항상 지금 우리 게임에 맞는 아이디어는 아니라는 점이다.

기둥은 이 판단을 빠르게 내릴 수 있는 기준이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이 아이디어가 우리 기둥과 연결되는가?”라는 질문 하나만 던져도, 검토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기둥과 접점이 없는 아이디어는, 아무리 매력적으로 보여도 지금 이 게임에 맞는 아이디어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무리하게 적용했다가 나중에 통째로 들어내야 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자주 일어난다.


명작 게임의 기둥들

지금까지 게임 디자인 기둥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살펴봤다. 이제 실제 게임에 적용해볼 차례다. 모든 게임이 명시적으로 ‘기둥’이라는 개념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면서 개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플레이어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명작’ 게임일수록, 분석해보면 공통된 경험의 축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아래 두 사례는 Max Pears가 분석한 내용을 우리말로 의역한 것이다. 실제 개발팀의 공식 기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기둥이 실제 게임 경험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기에 충분한 사례다.

『The Last of Us』는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를 배경으로 한 생존 액션 어드벤처다. 이 게임이 단순한 생존 게임과 다른 이유는, 서바이벌 메커닉스와 내러티브, 플레이어가 느낄 감정이 하나의 경험으로 촘촘히 엮여 있기 때문이다. Max Pears는 이 게임의 기둥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 크래프팅: 라스트 오브 어스 세계관에서 탄약은 한정적이다. 플레이어는 월드 곳곳에 흩어진 아이템들을 수집해 크래프팅을 하는 게 권장된다. 크래프팅의 결과물로 생성된 아이템들을 이용해 적의 주의를 끌거나 큰 대미지를 줄 수 있다. 디스토피아 세계관 특성상 언제나 물건이 희소한 환경이라는 점과 잘 어울린다.
  • 스토리: 라스트 오브 어스는 내러티브가 이끄는 선형적 구조의 스토리텔링 게임이다. 크래프팅과 마찬가지로 스토리도 라스트 오브 어스 세계관 곳곳의 요소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가령, 이 게임의 이야기는 플레이어가 써내려가는 스토리(Player-Lead)가 아니라 두 명의 메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간다는 점(Writer-Lead)이다.
  • 인공지능 조력자: 플레이어는 스토리에서 이끄는대로 여정을 진행하면서 잠깐이라도 함께 다니는 캐릭터들(대표적으로 엘리)과 함께 깊은 감정적 교감을 나누게 된다. 조엘이 엘리를 지키는 이유를 플레이어가 납득하게 되는 것은, 시스템이 아니라 이 관계가 쌓이는 과정 덕분이다.
  • 은신: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는 전투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매 전투에 ‘적극적’이라면 게임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는 플레이어가 은신 플레이를 하면 할수록 더 수월하게 이 세계를 헤쳐나갈 수 있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은 오픈 월드 게임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 게임이 특별한 이유는 방대한 세계 자체가 아니라, 그 세계를 탐험하는 모든 방식이 기둥 위에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Max Pears는 이 게임의 기둥을 네 가지로 분석했다.

  • 탐험: 플레이어는 월드를 탐험하며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 (심지어 튜토리얼을 이미 마친 곳도 갈 수 있다.) 암벽을 등반하거나, 수영하거나, 달리거나, 패러글라이딩을 하기도 하고, 다양한 이동수단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여정 도중에 환상적인 비주얼의 광경도 마주할 수 있다.
  • 보물상자: 플레이어는 월드를 돌아다니며 끊임없이 귀중한 물건을 발견하며 이를 획득한다. 주운 무기는 언젠가 무서질 것이며, 음식을 먹지 않으면 체력을 채울 수 없다. 야생의 숨결 세계관의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값진 ‘보물상자’를 계속 발굴해내야 한다.
  • 다양한 옵션: 야생의 숨결에서는 전투를 하거나 퍼즐을 풀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 단 ‘한 가지 방법’만 존재하지 않는다. 플레이어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의 다양한 행위를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플레이어는 눈앞에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다.
  • 전투: 다양한 무기 유형과 적의 특성은 매 전투를 새로운 경험으로 만든다. 불 속성 공격에 약한 적, 금속 무기를 쓰면 위험해지는 상황, 환경을 이용한 역전. 이 게임에서 전투는 정해진 패턴을 익혀 처치하는 과정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매번 새롭게 결정하는 과정이다.

플레이 경험이 있는 게임의 기둥 분석

‘The Last Of Us’나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은 누구나 인정하는 이 시대 최고의 게임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명작 게임’이 아닌 게임들은 기둥을 분석하기에 부적절할까? 그렇지는 않다.

기둥 분석은 명작 게임에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다. 장르나 규모에 상관없이, 직접 플레이한 게임일수록 기둥이 더 선명하게 보인다. 내가 플레이어로서 무엇을 느꼈는지가 기둥 분석의 가장 솔직한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은 독자 분들도 스스로 즐기고 계신 게임을 되돌이켜보며 ‘기둥들’이 무엇이 있을까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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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에 대한 소개와 연관글은 여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캐릭터: 이 게임의 주인공은 플레이어와 여주인공 ‘유나’다. 던전을 탐험해야하는 이유가 있는 유나는 이야기를 진전시키는 인물이며, 유나가 이 세계에서 하는 행동들은 플레이어가 하는 경험에 지속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준다.
  • 일러스트와 서비스씬: ‘나를 데려가 줘, 던전으로!!’는 매력적인 일러스트가 특징이다. 특히 온천에 몸을 담그고 있는 서비스씬이나, 라이브 2d를 지원하는 h씬 등은 이 게임의 일러스트를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 전략적 덱빌딩: 이 게임의 핵심은 카드 편성이다. 플레이어는 던전에 들어가기 전 자신이 가진 카드를 조합해 덱을 꾸리고, 적의 속성과 패턴에 맞는 전략으로 전투를 풀어간다. 화상, 독, 출혈 등 다양한 상태이상 덱 컨셉을 구성할 수 있으며, 마냥 무작정 전투에 임하면 금방 탈탈 털린다. 전략적 판단이 곧 생존과 직결되는 구조다.
  • 탐험과 발견: 던전 안에서 플레이어는 매 갈림길마다 최소 세 가지 경로 중 하나를 선택한다. 어떤 길에는 적이 있고, 어떤 길에는 보물상자가 있고, 어떤 길에는 이벤트가 기다린다. 탐험 도중 획득한 장비와 룬은 해당 던전 안에서만 유효하지만, 획득 레벨 이력은 계승된다. 한 번 한 번의 탐험이 완결된 경험으로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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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히로인 육성: 이 게임의 핵심 콘텐츠는 히로인들을 키우는 과정이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전투, 마법, 휴식 등을 선택하며 히로인의 능력치를 올리고, 샤른호스트가 직접 옆에서 훈련을 도와주면 피로도가 쌓이지 않고 호감도까지 오른다. 어떻게 육성하느냐에 따라 히로인의 전투 스타일과 루트가 달라지며, 다회차 플레이의 동기가 된다.
  • 관계와 감정: 주인공 샤른호스트와 히로인들 사이의 감정 변화가 이 게임의 서사를 이끈다. 전형적인 전쟁과 운명의 이야기 위에, 캐릭터 간의 사랑과 희생이라는 감정선이 얹혀 있다. 호감도 시스템이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과 엔딩에 직접 연결되는 구조라, 플레이어가 관계 자체에 집중하게 만든다.
  • 맥베스 전투 시스템: 템페스트의 전투는 소프트맥스가 독자적으로 고안한 ‘맥베스 시스템’을 사용한다. 제한된 종축 이동과 원근감을 기반으로 한 전투 방식으로, 캐릭터들이 연극 무대 위에서 편을 나눠 싸우는 듯한 독특한 연출이 특징이다. 배후 공격, 속성 마법, 필살기 등 전략적 요소가 맞물리며 단순한 턴제 전투와는 다른 긴장감을 만든다.
  • 어드벤처: 어드벤처 파트에서 샤른호스트는 거점 ‘용자의 무덤’을 중심으로 인근 마을과 도시를 돌아다니며 보물상자를 열고, NPC와 대화하고, 서브 퀘스트를 수행한다. 타로카드를 통한 사이코메트리, 미니게임 서커스 등 다양한 부가 콘텐츠도 탐험의 즐거움을 더한다. 이 탐험이 곧 세계관을 이해하고 히로인들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게임 디자인 기둥 연결하기

게임 디자인 기둥 분석이 끝났다면 이제 세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PEGs(플레이가 느끼는 경험)과, 아이디어와, 서로간의 관계성까지 복합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링크)

기둥을 4~5개 찾아냈다고 해서 기획이 끝난 게 아니다. 진짜 작업은 그 다음이다. 기둥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각 기둥이 플레이어에게 어떤 구체적인 경험을 만들어내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용한 개념이 바로 PEGs(Player Experience Goals), 즉 ‘플레이어 경험 목표’다.
각 기둥이 플레이어에게 어떤 경험을 목표로 설계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이다. 단순히 기둥의 이름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둥이 플레이어의 어떤 감정과 행동을 이끌어내는지를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다.

Max Pears는 기둥을 정리한 다음 세 단계로 연결 작업을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1단계: 각 기둥에서 PEGs를 추출한다
기둥 하나를 골라, 그 기둥이 플레이어에게 어떤 경험을 주는지 3가지 이내로 적는다. 이것이 해당 기둥의 PEGs다.

2단계: PEGs를 구현할 아이디어를 나열한다
각 PEG를 실제 게임 안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펼쳐본다. 이 단계에서는 실현 가능성보다 다양성이 중요하다.

3단계: 아이디어 사이의 관계를 찾는다
나열된 아이디어들 중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것들을 연결해본다. A와 B 아이디어를 합치면 어떤 경험이 생기는지를 상상하는 과정이다. 이 연결에서 기둥의 구체적인 형태가 만들어진다.

창세기전 외전: 템페스트 기둥들의 PEGs 연결

앞서 분석한 템페스트의 기둥 중 ‘히로인 육성’을 예시로 이 과정을 따라가보자.

‘히로인 육성’ 기둥이 플레이어에게 주는 경험은 크게 세 가지다.

  • 히로인의 성장을 지켜보는 뿌듯함
  • 훈련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
  • 샤른호스트가 직접 훈련에 개입했을 때의 친밀감

이 세 가지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A: 훈련 성공/실패의 불확실성 (랜덤 요소)
  • B: 히로인의 귀여운 훈련 장면 연출
  • C: 샤른호스트의 직접 개입 여부 옵션

A(불확실성)와 B(귀여운 연출)를 연결하면 어떻게 될까? 훈련에 실패했을 때 히로인이 넘어지거나 코믹한 반응을 보이는 애니메이션 연출이라는 아이디어로 발전한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실패의 아쉬움이 히로인의 귀여움으로 상쇄되는 경험이 된다. 게임을 계속하게 만드는 감정적 완충 장치이기도 하다.

A(불확실성)와 C(직접 개입)를 연결하면? 샤른호스트가 옆에서 직접 훈련을 도와줄 경우 실패 확률이 낮아지거나 피로도 증가가 줄어드는 시스템으로 이어진다. 플레이어가 캐릭터와의 관계에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구조다.

이처럼 기둥은 단독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PEGs를 통해 아이디어로 확장되고, 아이디어 간의 관계를 통해 실제 시스템과 연출로 구체화된다.

기둥을 정하는 것이 기획의 시작이라면, 이 연결 과정이 기획의 핵심 과정인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이 글의 시작을 떠올려보자. 5년 넘게 게임을 기획해온 사람이 “이 게임의 기둥이 뭐예요?”라는 질문 하나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돌아보면 기둥이 없었던 게 아니었다. 막연하게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언어로 명확히 정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질문 앞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기둥은 알고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팀 전체가 공유할 수 있는 언어로 정리해두어야 비로소 작동한다. 아마 대표님이 내게 기둥을 물어본 이유는 발표 직후의 그 기획을 긍정/부정하기보다는 기획이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게 그런 질문을 하신 게 아니었을까?

게임 디자인 기둥을 정하는 일은 처음에는 막막하게 느껴진다. 특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가 없다. 지금 플레이하는 게임 하나를 골라, “이 게임의 기둥이 뭘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연습이 된다. 이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기둥은 이미 게임 안에 들어 있다. 플레이어로서 내가 무엇을 느꼈는지를 솔직하게 따라가면, 기둥은 자연스럽게 모습을 드러낸다.

기둥을 찾는 눈이 생기면, 기둥을 만드는 일도 한결 수월해진다. 그리고 기둥을 만들 수 있게 되면, 팀과 방향을 맞추는 일, 아이디어를 걸러내는 일, 긴 개발 과정에서 흔들리지 않는 일 모두가 조금씩 달라진다.

기획은 결국 선택의 연속이다. 게임 디자인 기둥은 그 선택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가 되어줄 수 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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