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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기획자는 팀에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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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 기획자는 팀에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설정 기획자는 팀에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

들어가는 글

설정 기획, 막상 하려니 막막하다

게임 회사에 들어와 처음 ‘설정 기획’을 맡게 되면, 이렇게 생각하기 쉽다.

“세계관 설정 기획을 하고 싶어서 들어오긴 했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는 거지?”

분명 자신은 설정 기획이 좋아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건만, 어찌된 일인지 내 설정 기획서는 한 줄 한 줄 써내려가기도 버겁다.

이러한 장고의 시간을 겪다 보면, 애초에 자신은 설정 기획자가 되고 싶었던 것인지조차 애매해진다.

설정 기획자가 정확히 무슨 일을 잘해야 하는지, 막상 실무를 시작하면 헷갈리기 마련이다.

설정 기획, 어떻게 잘 할까

(링크)

이전 글에서는 설정 기획자와 시나리오 라이터가 어떤 일을 하는지, 두 직무가 어떻게 다른지에 초점을 맞췄다.

글을 다 쓰고 나니, ‘설정 기획자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정의보다, ‘그래서 실무에서 뭘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궁금해하는 주니어가 훨씬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일 잘하는 설정 기획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생각법과, 실전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스킬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이 글에서는 매일의 업무 속에서 조금씩 더 잘하는 설정 기획자가 되기 위한 감각과 루틴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

먼저, 설정 기획자는 ‘다른 걸 못해서 가는 자리’가 아니다. 설정 기획자에게는 따로 필요한 역량이 있고, 그 전문성이 있을 때 비로소 팀이 믿고 맡길 수 있는 한 사람 몫 역할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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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필자가 게임업계에서 스토리를 쓰고 싶게 만든 명작, 창세기전 시리즈.
위는 창세기전3 Part I

설정 기획자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 대부분은 청소년기나 학창 시절에 자신이 정말 애착을 갖고 빠져드는 작품이 있다. 이야기를 꺼내기만 해도 눈이 반짝반짝하게 될 정도로 좋아하는 작품, 감동받았던 이야기 등이 있어서 지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막상 실무를 시작하면, ‘내가 만들고 싶었던 작품’과 ‘회사에서 요구하는 설정’ 사이의 거리가 생각보다 멀어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글에서는 바로 그 방법을 다룬다.

설정 기획자라고 하면 엄청나게 방대한 설정을 짜고 문서로 이야기할 것 같지만, 사실 저번 글에서도 밝혔다시피 설정 기획자는 오히려 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한 직군이다. 텍스트 없이도 자신의 설정을 잘 구조화할 수만 있다면 좋은 설정 기획자가 될 수 있다. 그러한 ‘센스’를 키우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설정 기획자로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습관이나 감각을 소개한다. 설정 기획자는 다른 직군처럼 끊임없이 공부하고 새로운 트렌드에 익숙해져야 한다. 잘하는 설정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공부하고 새로운 것을 탐미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몇 가지 습관을 가지는 게 좋다. 그런 부분의 팁도 전수할 예정이다.

이 글은 팀에서 1~2년 차에 해당하는 주니어 설정 기획자를 위해 썼다.

대단한 세계관 비법을 알려주는 글이라기보다는, 현업 선배로서 옆자리에서 슬쩍 건네주고 싶은 조언에 가깝다.

현실적인 이유로 매번 충분히 이야기해 주지 못한 부분들을, 이렇게 텍스트로라도 전해 두고 싶었다.

지금 막 설정 기획을 맡게 되었거나, 언젠가 설정 기획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아래 내용을 천천히 따라 읽어보며 ‘나한테 필요한 습관이 무엇인지’를 같이 점검해 보면 좋겠다.

소설가가 아닌 설계자가 되어라

‘멋진 주인공이 활약하는 스토리를 쓰고 싶다.’

‘내가 감동받았던 것처럼 남들을 감동시키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액션과 일상이 공존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시나리오 라이터가 되고 싶은 사람들과 대화하면, 보통 위와 같은 포부를 들을 수 있다. 필자 또한 이러한 마음으로 업계에 들어왔고, 시나리오를 쓰는 일이라면 남들과 비교해도 결코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러한 마인드셋은 자신이 ‘시나리오 라이터’일 때 적절한 이야기이다. 본인이 ‘설정 기획자’인데도 위처럼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설정 기획자보다는 ‘시나리오 라이터’에 가까운 마인드셋이다.

설정 기획자는 시나리오 라이터와 다르다. 그러니 마인드셋도 다르게 가져야 한다.

자, 이제 설정 기획자가 어떤 마인드셋으로 어떻게 일을 해야하는 지 한번 함께 따라가 보자.

설정 기획자는 ‘지도 그리는 사람’이다.

설정 기획자의 가장 큰 임무는 ‘잘 설계된 세계’를 만드는 일이다.

멋진 문장을 쓰는 일은 시나리오 라이터에게 더 중요한 역할이다. 설정 기획자는 그 시나리오가 마음껏 활약할 수 있는 ‘지도’를 설계하는 사람에 가깝다.

설정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나리오부터 쓰기 시작하면, 결국 다른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이야기로 흘러가기 쉽다. 다른 게임과 확실히 다른 스토리를 만들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우리 게임의 ‘월드맵’이 어떻게 다른가”부터 답해야 한다.

그렇다면 ‘잘 설계된 세계’란 무엇일까.

게임을 이루는 여러 요소가 서로 충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세계다. 설정이 게임 디자인(시스템, 레벨, 밸런스), 미학(비주얼, 사운드), 기술(엔진, 플랫폼 등)과 무리 없이 섞여 들어가는 상태라고도 말할 수 있다.

설정 기획자는 게임 디자이너, 아티스트, 프로그래머와 긴밀히 협업하며, 자신이 떠올린 세계관이 실제 게임 안에서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 꾸준히 조율한다.

그래서 설정 기획자는 보통 생각하는 ‘글쟁이’와는 조금 거리가 있다.

오히려 여러 파트 사이를 오가며 의견을 듣고, 조율하고, 설득하는 ‘중재자’, ‘징검다리’에 가깝다. 그런 설정 기획자가 해야 하는 일은 한 줄로 요약하면,

설정 기획자는 나와 다른 사람들의 머리 속에 공통된 지도를 그려주는 사람이다.

여기서 말하는 ‘지도’는, 단순히 지형을 그린 맵 한 장을 뜻하지 않는다.

“이 세계가 어떤 분위기인지, 무엇이 중요하고, 어디까지가 이 게임의 범위인지”를 팀 모두가 비슷하게 떠올릴 수 있게 만드는 공통 이미지를 말한다.

지도가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다.

  • 팀이 같은 방향을 보게 한다.
  •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이건 우리 세계관에 맞는가?’라는 기준을 잡아 준다.
  • 유저가 플레이하면서 느끼는 세계의 범위와 깊이를 정해 준다.

예를 들어, 브레인스토밍 회의를 하다가 우리 게임에 ‘최근 트렌드인 귀여운 퍼리 캐릭터를 넣어보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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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 SF 장르는 사실적인 그래픽과 현실적인 스토리텔링에 기반한 철학적인 작품이 많다. 그런 작품에 ‘트렌드’ 요소를 버무려 넣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 The Invincible

귀여운 캐릭터, 그리고 최근 트렌드라는 키워드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설득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제안이다. 그런 아이디어는 실제로도 쉽게 채택될 수 있다. 이때 결정권자가 설정 기획자에게 ‘그렇게 해도 될까요?’라고 물어봤을 때 설정 기획자가 ‘왠지 아닌 것 같다’ 수준이 아니라 ‘왜 이 세계에는 맞지 않는지’ 설정에 근거해 설명해 주지 못한다면, 팀은 자연스럽게 그 아이디어로 기울어 버릴 것이다.

설정 기획자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설정에 근거해서 우리가 ‘같은 방향을 볼 수 있게’ 답해야 한다. 가령, 위의 질문을 받았다면 아래와 같이 답변하면 된다.

좋은 아이디어이지만, 우리 게임과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귀여운 캐릭터와 최근 트렌드를 좇는 건 나쁜 게 아니지만, 우리 게임은 하드 SF 세계관이고, 설정적 정합성이 특히 중요한 프로젝트입니다. 우리가 풀고 싶은 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같은 철학적 질문이고, 이를 ‘리얼한 그래픽’과 ‘다변수서사’로 풀어주는 데 개발력을 집중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답변은, 우리 게임이 지향하는 바와 우리가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지를 ‘설정 언어’로 정리해 준 사례다.

설정에 기반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팀원들에게 “저 사람은 이 세계관을 진짜 잘 이해하고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다.

다시 말해, 설정 기획자는 누구보다도 세계관과 설정에 기대어, 우리가 지켜야 할 ‘규칙’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 장에서는 이런 지도를 그리기 위해 필요한 ‘규칙 정리’를 이야기해 보자.

텍스트보다 ‘규칙’이 먼저다.

설정 기획을 하라고 하면 많은 주니어들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그 쓰고 싶은 이야기를 성립시키기 위한 서사를 짜내기 마련이다.

물론 이 방법이 나쁜 건 아니다. 하지만 시나리오에 설정이 종속된다면,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어떤 게임에 넣어도 그럴싸한 평범한 이야기에 그치기 쉽다. 반대로, ‘규칙’이 먼저 정해진 뒤 스토리를 쓰게 된다면 스토리가 바뀌더라도 규칙은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규칙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만드려는 게임 세계관의 ‘물리 법칙’과 ‘사회 제도’이다.

물리 법칙의 예시에는 이런 게 있다.

  • 마법을 사용하는 세계관인가? 마법은 누가 쓰는가?
  • 캐릭터에게 죽음이 존재하는가? 죽음이 없다면 위기는 어떻게 조성하는가?
  • 시간과 공간은 현실과 어떻게 같고 다른가?

사회 제도의 예시에는 이런 게 있다.

  • 게임 내부의 화폐는 무엇인가. 동전을 쓰는가? 아니면 카드를 쓰는가?
  • 종족이나 계급이 존재하는가? 각 종족은 서로를 어떻게 대하는가?
  • 기술 수준은 현실과 어떻게 같고 다른가? 스마트폰이 있는가?

이러한 규칙을 미리 세워두었을 때,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첫 번째. 팀 내부나 유관 부서의 질문에 바로 답할 수 있다.

생각보다(?) 자주, 설정 기획자에게는 다양한 사람이 찾아와서 질문을 던진다. ‘갑자기 궁금해서요…’라며 시작되는 이야기는, 설정 기획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파고든다. ‘A 캐릭터는 오리인가요? 오리너구리인가요? 아니면 오리탈을 쓴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에, 설정 기획자는 미리 생각해두지 않았다면 오히려 당황하기 쉽다.

만약 A 캐릭터의 설정을 미리 ‘오리와 오리너구리의 특징을 반씩 섞은 탈을 쓴 인간입니다’라고 설정했다면 이러한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답변할 수 있다.

두 번째. 설정 충돌을 막아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캐릭터 설정 기획서에 ‘뿔이 달린 캐릭터는 마법을 쓸 수 있다’라는 설정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새로 기획한 안드로이드 캐릭터에게 ‘뿔처럼 보이는 안테나’를 달아 주었다고 생각해 보자. 그러면 이 캐릭터는 뿔이 달려 있으니 마법을 쓸 수 있을까?

여기서 설정 기획자가 뿔의 정의를 ‘인공물이 아니라 태생적으로 생겨난 생물학적인 뿔’이라고 미리 정의했다면, 캐릭터 설정 기획서에서 미처 설명하지 못한 부분을 다른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지 않고 이야기가 잘 마무리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 독창적인 게임 플레이를 만들 수 있다.

만약 게임 캐릭터 중에서 ‘게임마스터’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는 게임 세계관 내에서 전지전능한 캐릭터인데, 예를 들어 유저가 조작하는 ‘세이브-로드 버튼’을 없애버릴 수 있는 힘이 있다. 만약 얀데레 게임마스터 캐릭터가 플레이어가 게임을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 ‘세이브-로드’ 버튼을 없애버린다면, 플레이어가 그 캐릭터에게 느끼는 섬뜩함은 배가될 것이다.

혼자만 알아보게 쓰지 말고, 팀이 참고할 수 있게 써라

지금까지 협업해 본 설정 기획자 중에는 ‘설정은 나만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이런 분들은 워드나 엑셀, 심지어 스티키 노트 같은 곳에 설정을 빼곡하게 적어 두고선, “우리 게임 설정은 이걸 보든가, 나에게 물어봐라”라는 태도를 보이곤 했다.

하지만 설정 기획자는 다른 기획자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문서가 팀에게 어떻게 공유되는지에 신경써야 한다.

예를 들어, 워드로 설정을 작성하게 되면 버전이 바뀔 때마다(v1, v2, v3, …) 사람들에게 최신화된 파일을 건네주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매번 그렇게 부지런하게 파일을 갱신하고 공유하는 기획자도 드물거니와, 설령 공유한다고 해도 팀 전체가 갱신 시점에 최신 파일을 챙겨 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누군가는 v1 버전을, 누군가는 v3 버전을 보고 작업하게 되고, 나중에 서로 딴소리를 하게 되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그래서 설정 기획자는 설정을 ‘로컬 파일’에 가둬두면 안 된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 팀 구성원이 최신 문서를 참고할 수 있도록 문서를 열어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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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션은 기획서를 쓰기에도, 발주서를 쓰기에도 좋은 클라우드 기반 협업툴이다

컨플루언스, 노션, 구글 독스 등, 인트라넷이나 클라우드 기반 협업툴은 굉장히 훌륭한 도구다. 회사 계정만 있다면 언제든 접속할 수 있고, 항상 최신 내용이 유지되니 “이게 최신 버전인가요?”라고 묻는 소모적인 대화를 줄여준다.

단순히 클라우드에 문서를 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접근성만큼이나 중요한 게 바로 ‘가독성’이다. 읽기 좋아야 진짜로 ‘참고문서’의 기능을 할 수 있다.

가령 아래와 같은 설정 문장이 있다고 해 보자.

‘우리 게임의 여신은 하얀 머리칼에 긴 생머리, 그리고 어깨에는 독특한 날개 장식이 있으며 이는 스킬 기획에서 꼭 반영이 되면 좋겠고 허리부터 그 아래 부분은 최신 트렌드에 맞는 날개가 달려 있으며…’

아무리 좋은 툴을 써도, 이렇게 만연체로 쓴 줄글은 아무도 읽지 않는다. 아무도 읽지 않는 문서는 없는 문서나 마찬가지다.

핵심 키워드는 볼드이탤릭체를 쓰자. 문장을 늘이기보다는 번호(‘1’, ‘2’, ‘3’)나 불릿 포인트(‘-‘) 기호 등을 이용해서 글을 구조화하자.

상대방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배려하는 자세도 중요하다.

  • 아트팀은 이미지 레퍼런스가 중요하다. 캐릭터나 배경 기획서라면 설정 기획자는 자신이 생각한 이미지에 가장 근접하다고 생각한 이미지를 첨부하고, 그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기 위해 첨부한 것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 기획자는 규칙과 논리가 중요하다. 간단한 Y/N 팝업조차도, 그 뒤에는 수많은 동작 조건이 숨어 있다. 기획자와 얘기할 때는 논리적 구조를 잘 설명할 수 있도록 플로우 차트나 기타 프로토타이핑 툴로 제작한 이미지를 첨부하는 게 도움이 된다.
  • 글을 쓸 때는 ‘목차(Table of Contents)’를 쓰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글의 길이가 길고 내용이 복잡할수록, 글을 읽는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찾고 싶어한다. 이럴때 목차를 눌러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구조로 글이 준비되어 있다면 읽는 사람 입장에서 굉장히 도움이 된다. 쉽게 말해, ‘상대의 입장에서 기획서를 쓰자.’

왜 내 기획을 하는데 상대의 입장을 배려해야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방의 질문이 줄어들면, 결국 내 시간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설정 문서가 로컬에만 있거나 정리가 잘 되어있지 않다면, 설정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시도때도 없이 설정 기획자를 찾아와 물어본다. 같은 질문에 하루 종일 대답하다 보면, 정작 내가 일할 시간은 사라지고 만다.

반대로, 잘 정리한 공유 문서는 나를 대신해서 24시간 ‘무인 안내소’ 역할을 해준다. 나와 협업하는 사람들은 나를 찾기 전에 ‘아, 위키에 정리되어 있겠지.’라며, 그 문서를 먼저 찾아볼 것이다. 설령 질문하더라도 문서의 특정 부분만 콕 집어 물어볼 테니, 소통에 드는 시간과 노력이 크게 줄어든다.

한 가지 팁을 더하자면, 문서가 ‘갱신’되면 갱신되었다는 이력을 남기는 게 좋다.

문서 상단에 ‘최근 수정 일자’ 등을 쓰거나, ‘최근 수정 내역’이 자동으로 정리되는 협업툴을 쓰자. 그러면 문서가 갱신이 일어나도 누군가가 귀찮게 찾아와서 뭐가 맞는지 물어볼 일이 거의 사라질 것이다.

결국 ‘팀이 보기 편하게 쓰는 것’이, 설정 기획자가 가장 편하게 일하는 방법이다.

다음 글 예고

이번 글에서는 설정 기획자가 가져야 할 기본적인 태도와, 팀과 소통하기 위한 ‘지도 그리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마음가짐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로 머릿속에 떠다니는 수많은 영감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그리고 텍스트 없이도 어떻게 팀을 설득할 수 있을지, 더 구체적인 ‘실전 스킬’이 필요하다.

다음 글에서는, 현업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과 설정 기획자의 필살기에 대해 다뤄보도록 하겠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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